집 없는 서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
입력 2007.12.31 (22:47)
수정 2007.12.3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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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에게 2007년은 어떤 한해였습니까?
다행히 형편이 나아진 분도 있겠지만,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편히 누울 곳 조차 없는 이들이 많습니다.
집없는 서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를 손은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비닐하우스촌의 아침.
할머니가 바삐 움직이며 아픈 동생을 위해 아침상을 차립니다.
<녹취> "밥 먹고 건강해지고, 튼튼해져야지. 그래서 나가서 돌아다니고..."
동생 면도와 세수까지 시켜야 할머니의 아침 일과는 끝이 납니다.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살 곳이 없어 비닐하우스 촌에 눌러앉은 지 벌써 15년째, 하지만 할머니는 이번 겨울을 끝으로 이곳에서 쫓겨날지도 모릅니다.
개발로 땅값이 오르자 땅 주인들이 나가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메주를 쒀 된장을 만드는 것으로 막막한 겨울준비를 대신합니다.
< 인터뷰> "갈 데가 없어요, 지금 우리가. 대책이 없잖아요, 지금..."
다닥다닥 붙은 지붕들.
천막 아래에서 점심 무료 배식이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끼니를 때워온 지도 10년째. 할아버지에겐 혼자 먹는 점심이 익숙합니다.
어릴 적 고향을 떠나 70평생을 변변한 집 한 칸 없이 떠돌아 온 정호만 할아버지.
< 인터뷰> "정처없이 막 돌아다녀요. 안 간 데가 없지요."
늘그막에 다다른 곳은 두 평이 채 안 되는 쪽방이지만 그나마 월세 24만원을 벌려면 추운 거리로 나가 수세미와 장갑을 팔아야만 합니다.
서울의 한 철거촌.
폐허가 된 마을 한가운데 반쯤 부서진 건물이 덩그렇게 남아있습니다.
냉기가 흐르는 방 안에서는 아내가 아픈 남편을 돌보고 있습니다.
<녹취> "발바닥에? 발바닥이 아파 가지고 힘들어서 맥을 못 추겠네."
난방도 되지 않는 주택에서 남은 철거민들과 살고 있는 정기숙씨.
살던 집이 헐린 뒤 돈도, 갈 곳도 없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집을 딱 헐었을 때, 내 집이 딱 없어지고, 하늘을 쳐다보는데. 진짜 하늘이 노란거예요."
정든 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겨울을 기념하는 그들만의 송년회.
아파트 불빛 너머로 철거촌의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철거민들의 시름이 잠시나마 그 무게를 덜어냅니다.
집없는 서울 시민들은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겨울을 나고 있었습니다.
KBS 뉴스 손은혜입니다.
여러분에게 2007년은 어떤 한해였습니까?
다행히 형편이 나아진 분도 있겠지만,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편히 누울 곳 조차 없는 이들이 많습니다.
집없는 서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를 손은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비닐하우스촌의 아침.
할머니가 바삐 움직이며 아픈 동생을 위해 아침상을 차립니다.
<녹취> "밥 먹고 건강해지고, 튼튼해져야지. 그래서 나가서 돌아다니고..."
동생 면도와 세수까지 시켜야 할머니의 아침 일과는 끝이 납니다.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살 곳이 없어 비닐하우스 촌에 눌러앉은 지 벌써 15년째, 하지만 할머니는 이번 겨울을 끝으로 이곳에서 쫓겨날지도 모릅니다.
개발로 땅값이 오르자 땅 주인들이 나가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메주를 쒀 된장을 만드는 것으로 막막한 겨울준비를 대신합니다.
< 인터뷰> "갈 데가 없어요, 지금 우리가. 대책이 없잖아요, 지금..."
다닥다닥 붙은 지붕들.
천막 아래에서 점심 무료 배식이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끼니를 때워온 지도 10년째. 할아버지에겐 혼자 먹는 점심이 익숙합니다.
어릴 적 고향을 떠나 70평생을 변변한 집 한 칸 없이 떠돌아 온 정호만 할아버지.
< 인터뷰> "정처없이 막 돌아다녀요. 안 간 데가 없지요."
늘그막에 다다른 곳은 두 평이 채 안 되는 쪽방이지만 그나마 월세 24만원을 벌려면 추운 거리로 나가 수세미와 장갑을 팔아야만 합니다.
서울의 한 철거촌.
폐허가 된 마을 한가운데 반쯤 부서진 건물이 덩그렇게 남아있습니다.
냉기가 흐르는 방 안에서는 아내가 아픈 남편을 돌보고 있습니다.
<녹취> "발바닥에? 발바닥이 아파 가지고 힘들어서 맥을 못 추겠네."
난방도 되지 않는 주택에서 남은 철거민들과 살고 있는 정기숙씨.
살던 집이 헐린 뒤 돈도, 갈 곳도 없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집을 딱 헐었을 때, 내 집이 딱 없어지고, 하늘을 쳐다보는데. 진짜 하늘이 노란거예요."
정든 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겨울을 기념하는 그들만의 송년회.
아파트 불빛 너머로 철거촌의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철거민들의 시름이 잠시나마 그 무게를 덜어냅니다.
집없는 서울 시민들은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겨울을 나고 있었습니다.
KBS 뉴스 손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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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없는 서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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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07-12-31 21:22:36
- 수정2007-12-31 23:16:57
<앵커 멘트>
여러분에게 2007년은 어떤 한해였습니까?
다행히 형편이 나아진 분도 있겠지만,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편히 누울 곳 조차 없는 이들이 많습니다.
집없는 서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를 손은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비닐하우스촌의 아침.
할머니가 바삐 움직이며 아픈 동생을 위해 아침상을 차립니다.
<녹취> "밥 먹고 건강해지고, 튼튼해져야지. 그래서 나가서 돌아다니고..."
동생 면도와 세수까지 시켜야 할머니의 아침 일과는 끝이 납니다.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살 곳이 없어 비닐하우스 촌에 눌러앉은 지 벌써 15년째, 하지만 할머니는 이번 겨울을 끝으로 이곳에서 쫓겨날지도 모릅니다.
개발로 땅값이 오르자 땅 주인들이 나가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메주를 쒀 된장을 만드는 것으로 막막한 겨울준비를 대신합니다.
< 인터뷰> "갈 데가 없어요, 지금 우리가. 대책이 없잖아요, 지금..."
다닥다닥 붙은 지붕들.
천막 아래에서 점심 무료 배식이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끼니를 때워온 지도 10년째. 할아버지에겐 혼자 먹는 점심이 익숙합니다.
어릴 적 고향을 떠나 70평생을 변변한 집 한 칸 없이 떠돌아 온 정호만 할아버지.
< 인터뷰> "정처없이 막 돌아다녀요. 안 간 데가 없지요."
늘그막에 다다른 곳은 두 평이 채 안 되는 쪽방이지만 그나마 월세 24만원을 벌려면 추운 거리로 나가 수세미와 장갑을 팔아야만 합니다.
서울의 한 철거촌.
폐허가 된 마을 한가운데 반쯤 부서진 건물이 덩그렇게 남아있습니다.
냉기가 흐르는 방 안에서는 아내가 아픈 남편을 돌보고 있습니다.
<녹취> "발바닥에? 발바닥이 아파 가지고 힘들어서 맥을 못 추겠네."
난방도 되지 않는 주택에서 남은 철거민들과 살고 있는 정기숙씨.
살던 집이 헐린 뒤 돈도, 갈 곳도 없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집을 딱 헐었을 때, 내 집이 딱 없어지고, 하늘을 쳐다보는데. 진짜 하늘이 노란거예요."
정든 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겨울을 기념하는 그들만의 송년회.
아파트 불빛 너머로 철거촌의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철거민들의 시름이 잠시나마 그 무게를 덜어냅니다.
집없는 서울 시민들은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겨울을 나고 있었습니다.
KBS 뉴스 손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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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혜 기자 grace3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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