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줄타기에 건 청춘

입력 2008.05.0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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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름사니, 줄타기가 꼭 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다고 해서 줄광대를 부르는 말인데요, 줄 하나에 20대 청춘을 건 여성 어름사니가 있습니다.

오늘 문화와 사람에서 양민효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균형잡기조차 어려운 외줄 위를 잽싸게 달음질치고, 외다리, 양다리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펄쩍 뛰어오릅니다.

마음졸이는 관객들을 희롱하며 제비처럼 줄 위를 나는 이 사람!

신세대 어름사니, 박지나 씨입니다.

풍물을 좋아하던 초등학교 6학년, 민속촌 줄타기 공연에 반해 남사당패 줄 위에서 첫 발을 뗐습니다.

남녀 합해 10명이 시작했지만, 남은 사람은 두 명의 소녀.

그렇게 전국 단 두 명뿐이라는 '여성 어름사니' 의 이름을 달았습니다.

<인터뷰> 이상철(바우덕이 풍물단 줄타기 지도) : "줄타기 지도 선생님 굉장히 성실해요. 모든 훈련을 할 때도 적극적이고. 자기 혼자서도 연습을 많이 하고요."

국악대 음악극과 2학년생, 박 씨의 하루는 제대로 땅 디딜 틈이 없습니다.

수업 사이사이 짬도 아쉬워서, 학교 공터에 줄을 매달았습니다.

이게 책상다리 기술인데요~~

박 씨가 구사하는 기술은 40개 정도~ 줄타기 기술 50여 개를 다 익히기 위해 시도때도 없이 줄 위에 오릅니다.

<인터뷰>김솔(박지나 씨 친구) : "줄을 안 타면 몸이 찌푸드하다고 그래요. 오늘도 10분만 탄다고 했는데 20분째 줄타고 있어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놀음이기에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수없습니다.

<인터뷰> 박지나 : "(떨어진 적 없나요? 떨어지면 무서울 거 같은데.)떨어지는 경우도 많죠. 그러면 그 기술을 하는 게 한동안 겁나요. 그러면 무서움이 없어질 때까지 연습하는 수밖엔 없어요."

다치고 부러져도, 남다른 길을 가겠다며 몰래 줄을 타는 어린 딸의 고집 앞에 아버지는 그저 마음 한 켠을 비웠습니다.

<인터뷰> 아버지(박지나 씨 아버지) : "자기는 꼭 줄타기를 해야겠다, 남들이 안 하는 분야에서 예술인으로서 최고가 되고 싶다고..."

크고 작은 공연만 한 달에 7차례! 상투에 패랭이를 쓴 남정네 차림이지만 여성 어름사니로서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외줄타기만 9년째 줄 위에서 사춘기를 보냈고, 줄 위에서 어른이 되어 '전통'을 이어갑니다.

<인터뷰> 박지나 :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고, 호응해주시고, 눈물도 흘리시기도 하고. 이렇게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하니까 계속 줄타기를 하고 있지 않나..."

현재 줄타기 인간문화재는 단 한 명!

21살 박 씨의 꿈은 줄타기의 맥을 잇고 모두가 즐길수 있도록 줄타기를 소재로 한 음악극을 만드는 것입니다.

KBS 뉴스 양민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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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 사람] 줄타기에 건 청춘
    • 입력 2008-05-03 21:19:36
    뉴스 9
<앵커 멘트> 어름사니, 줄타기가 꼭 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다고 해서 줄광대를 부르는 말인데요, 줄 하나에 20대 청춘을 건 여성 어름사니가 있습니다. 오늘 문화와 사람에서 양민효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균형잡기조차 어려운 외줄 위를 잽싸게 달음질치고, 외다리, 양다리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펄쩍 뛰어오릅니다. 마음졸이는 관객들을 희롱하며 제비처럼 줄 위를 나는 이 사람! 신세대 어름사니, 박지나 씨입니다. 풍물을 좋아하던 초등학교 6학년, 민속촌 줄타기 공연에 반해 남사당패 줄 위에서 첫 발을 뗐습니다. 남녀 합해 10명이 시작했지만, 남은 사람은 두 명의 소녀. 그렇게 전국 단 두 명뿐이라는 '여성 어름사니' 의 이름을 달았습니다. <인터뷰> 이상철(바우덕이 풍물단 줄타기 지도) : "줄타기 지도 선생님 굉장히 성실해요. 모든 훈련을 할 때도 적극적이고. 자기 혼자서도 연습을 많이 하고요." 국악대 음악극과 2학년생, 박 씨의 하루는 제대로 땅 디딜 틈이 없습니다. 수업 사이사이 짬도 아쉬워서, 학교 공터에 줄을 매달았습니다. 이게 책상다리 기술인데요~~ 박 씨가 구사하는 기술은 40개 정도~ 줄타기 기술 50여 개를 다 익히기 위해 시도때도 없이 줄 위에 오릅니다. <인터뷰>김솔(박지나 씨 친구) : "줄을 안 타면 몸이 찌푸드하다고 그래요. 오늘도 10분만 탄다고 했는데 20분째 줄타고 있어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놀음이기에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수없습니다. <인터뷰> 박지나 : "(떨어진 적 없나요? 떨어지면 무서울 거 같은데.)떨어지는 경우도 많죠. 그러면 그 기술을 하는 게 한동안 겁나요. 그러면 무서움이 없어질 때까지 연습하는 수밖엔 없어요." 다치고 부러져도, 남다른 길을 가겠다며 몰래 줄을 타는 어린 딸의 고집 앞에 아버지는 그저 마음 한 켠을 비웠습니다. <인터뷰> 아버지(박지나 씨 아버지) : "자기는 꼭 줄타기를 해야겠다, 남들이 안 하는 분야에서 예술인으로서 최고가 되고 싶다고..." 크고 작은 공연만 한 달에 7차례! 상투에 패랭이를 쓴 남정네 차림이지만 여성 어름사니로서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외줄타기만 9년째 줄 위에서 사춘기를 보냈고, 줄 위에서 어른이 되어 '전통'을 이어갑니다. <인터뷰> 박지나 :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고, 호응해주시고, 눈물도 흘리시기도 하고. 이렇게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하니까 계속 줄타기를 하고 있지 않나..." 현재 줄타기 인간문화재는 단 한 명! 21살 박 씨의 꿈은 줄타기의 맥을 잇고 모두가 즐길수 있도록 줄타기를 소재로 한 음악극을 만드는 것입니다. KBS 뉴스 양민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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