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리베이트 제약사에 2백억 과징금

입력 2009.01.1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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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제약업체와 병원 사이의 관행적인 뒷돈 거래,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죠.

이번에는 비교적 깨끗하게 영업하는 것으로 생각되던 굴지의 다국적 제약 업체까지도 병원과 의사에게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됐습니다.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윤지연 기자!

<질문>

먼저 이번에 적발된 업체 얘기를 먼제 해볼까요? 어떤 업체들이죠?

<답변>

모두 7개 제약업체들이 적발됐는데요.

이 가운데 B형 간염치료제와 소화제 잔탁으로 유명한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을 비롯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다실을 생산하는 한국엠에스디 등 5곳이 다국적 기업입니다.

국내 업체로는 대웅제약 등 2곳이 적발이 됐고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7개 업체가 병원과 의사에게 모두 2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 등을 적용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업체별 과징금 규모는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이 51억 25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내업체 가운데에는 대웅제약이 46억 4700만원으로 가장 높아 전체 과징금 액수는 204억 원이 넘습니다.

<질문>

업체들이 리베이트 수법이 궁금한데요?

<답변>

예전에 적발된 경우를 보면, 주로 골프 접대나 현금 지원 등 의사를 상대로 한 직접적인 리베이트 제공이 많았다면,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주로 제품설명회나 학술 세미나, 자문위원 위촉 등 일반적인 판촉 과정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다국적 제약 업체 실무자가 작성한 메모인데요.

업체가 비용을 대는 세미나 일정으로 골프는 물론 사냥 등 관광일정과 식사 장소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학술 세미나를 빌미로 사실상 의사들에게 금품과 향응 등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입니다.

또 다른 제약업체가 학회를 개최한 뒤 만든 내부 문건을 봐도 골프를 접대하고 관광과 저녁 식사를 한뒤 단란주점에서 2차까지...

영수증은 분할해 처리한다고 써 있습니다.

이유는 당연히 모든 비용을 학회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섭니다.

역시 다른 제약회사의 보고섭니다.

매출 성장율이 높고 앞으로 처방 증대가 기대되는 병원들이 일차적인 로비 대상입니다.

선물이나 상품권, 병원 물품 제공은 기본이고 마음대로 돈을 쓸 수 있도록 아예 신용카드를 의사들에게 건네기도 합니다.

심지어 가족들에게까지 스키장 프로그램이나 어부 체험, 송이 채취 등을 통해 금품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병원에 필요한 컴퓨터나 TV, 의료 기기를 구매하는 등 병원 사무장의 역할까지 하는 제약사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질문>

이같은 리베이트 관행 왜 이렇게 끊이질 않는 것입니까?

<답변>

보통 대부분의 물건은 구매를 결정하는 주체가 소비자죠

당연히 업체들의 마케팅 대상도 소비자를 향하게 되는데요.

유독 의약품의 경우는 제품의 최종선택권이 돈을 내는 소비자인 환자가 아니라 처방 의사에 있습니다.

결국 소수의 의사에게 막대한 마케팅 비용 명목의 리베이트가 제공되는 이유인데요.

문제는 리베이트 관행을 끊으려는 정책 당국의 제재가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제약사들에만 쏠려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리베이트를 받는 병원이나 의사도 함께 처벌하는 이른바 쌍벌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의료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조경애(건강사회 네트워크 대표):"서로 상대가 있어야 비리가 있는 만큼 받은 쪽도 처벌해야..."

특히 지금까지는 의사들이 적발되더라도 받은 리베이트를 반환하는 수준이나 단순 과징금 부과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이제는 자격 정지 등의 강도높은 제재와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질문>

리베이트 제공이 결국은 다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답변>

지난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시장규모는 10조 5천억 원 정도인데요.

보통 업체들이 매출액의 20% 정도를 리베이트에 쏟아붓고 있어 금액으로 환산하면 매년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약회사들이 병원이나 의사들에게 상납하는 리베이트는 고스란히 약값인상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한해 평균 2조원 이상이 소비자 손해로 돌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또 무엇보다 내가 아플때 먹는 약이 다른 이유도 아닌 제약사의 로비에 의해 좌우된다면 환자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을텐데요.

정부 당국이 보다 강력한 리베이트 근절 의지를 보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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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현장] 리베이트 제약사에 2백억 과징금
    • 입력 2009-01-15 22: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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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제약업체와 병원 사이의 관행적인 뒷돈 거래,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죠. 이번에는 비교적 깨끗하게 영업하는 것으로 생각되던 굴지의 다국적 제약 업체까지도 병원과 의사에게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됐습니다.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윤지연 기자! <질문> 먼저 이번에 적발된 업체 얘기를 먼제 해볼까요? 어떤 업체들이죠? <답변> 모두 7개 제약업체들이 적발됐는데요. 이 가운데 B형 간염치료제와 소화제 잔탁으로 유명한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을 비롯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다실을 생산하는 한국엠에스디 등 5곳이 다국적 기업입니다. 국내 업체로는 대웅제약 등 2곳이 적발이 됐고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7개 업체가 병원과 의사에게 모두 2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 등을 적용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업체별 과징금 규모는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이 51억 25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내업체 가운데에는 대웅제약이 46억 4700만원으로 가장 높아 전체 과징금 액수는 204억 원이 넘습니다. <질문> 업체들이 리베이트 수법이 궁금한데요? <답변> 예전에 적발된 경우를 보면, 주로 골프 접대나 현금 지원 등 의사를 상대로 한 직접적인 리베이트 제공이 많았다면,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주로 제품설명회나 학술 세미나, 자문위원 위촉 등 일반적인 판촉 과정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다국적 제약 업체 실무자가 작성한 메모인데요. 업체가 비용을 대는 세미나 일정으로 골프는 물론 사냥 등 관광일정과 식사 장소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학술 세미나를 빌미로 사실상 의사들에게 금품과 향응 등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입니다. 또 다른 제약업체가 학회를 개최한 뒤 만든 내부 문건을 봐도 골프를 접대하고 관광과 저녁 식사를 한뒤 단란주점에서 2차까지... 영수증은 분할해 처리한다고 써 있습니다. 이유는 당연히 모든 비용을 학회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섭니다. 역시 다른 제약회사의 보고섭니다. 매출 성장율이 높고 앞으로 처방 증대가 기대되는 병원들이 일차적인 로비 대상입니다. 선물이나 상품권, 병원 물품 제공은 기본이고 마음대로 돈을 쓸 수 있도록 아예 신용카드를 의사들에게 건네기도 합니다. 심지어 가족들에게까지 스키장 프로그램이나 어부 체험, 송이 채취 등을 통해 금품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병원에 필요한 컴퓨터나 TV, 의료 기기를 구매하는 등 병원 사무장의 역할까지 하는 제약사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질문> 이같은 리베이트 관행 왜 이렇게 끊이질 않는 것입니까? <답변> 보통 대부분의 물건은 구매를 결정하는 주체가 소비자죠 당연히 업체들의 마케팅 대상도 소비자를 향하게 되는데요. 유독 의약품의 경우는 제품의 최종선택권이 돈을 내는 소비자인 환자가 아니라 처방 의사에 있습니다. 결국 소수의 의사에게 막대한 마케팅 비용 명목의 리베이트가 제공되는 이유인데요. 문제는 리베이트 관행을 끊으려는 정책 당국의 제재가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제약사들에만 쏠려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리베이트를 받는 병원이나 의사도 함께 처벌하는 이른바 쌍벌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의료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조경애(건강사회 네트워크 대표):"서로 상대가 있어야 비리가 있는 만큼 받은 쪽도 처벌해야..." 특히 지금까지는 의사들이 적발되더라도 받은 리베이트를 반환하는 수준이나 단순 과징금 부과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이제는 자격 정지 등의 강도높은 제재와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질문> 리베이트 제공이 결국은 다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답변> 지난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시장규모는 10조 5천억 원 정도인데요. 보통 업체들이 매출액의 20% 정도를 리베이트에 쏟아붓고 있어 금액으로 환산하면 매년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약회사들이 병원이나 의사들에게 상납하는 리베이트는 고스란히 약값인상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한해 평균 2조원 이상이 소비자 손해로 돌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또 무엇보다 내가 아플때 먹는 약이 다른 이유도 아닌 제약사의 로비에 의해 좌우된다면 환자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을텐데요. 정부 당국이 보다 강력한 리베이트 근절 의지를 보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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