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전쟁

입력 2010.04.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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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화훼 농가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싼값에 물밀듯이 밀려오는 중국산 꽃 때문입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화훼농가의 생존 경쟁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따뜻한 온실 속의 장미는 계절을 가리지 않습니다. 온도와 일조량을 조절해주면 1년에 일곱 차례나 꽃을 피웁니다. 꽃잎이 열릴 기미를 보이면, 화사함이 절정에 이르기 전에 미리 수확을 해야 합니다.



장미 농사만 15년째, 이제야 농장 운영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녹취> 최은화(장미 재배 농가) : "(지금 혹시 자제분이나 아시는 분이 이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면, 추천을 하시겠어요?) 안 합니다.  (왜요?) 노동력도 많이 들어가고요, 그에 대한 보상이라고 그럴까, 대가가 조금 적은 것 같아요."



화려한 꽃,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전쟁이 한창입니다. 밀려드는 중국산 꽃과의 생존 경쟁입니다.



인천항의 한 물류창고에 컨테이너가 들어옵니다. 길이 12미터가 넘는 대형 컨테이너에 상자가 가득 쌓였습니다. 모두 중국산 국홥니다. 650상자에 19만 5천 송이에 이릅니다. 한국에서 거치는 첫 행사는 검역입니다. 혹시 해충에 감염되지 않았는지, 먼저 육안으로 살펴봅니다. 이번에는 해충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보영(국립식물검역원 검역관) : "아무래도 저희가 검사를 할 때 검사 기준이 있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춰서 들어오기 위해서 중국 측에서도 관리를 많이 하고 있죠."



하지만, 며칠 뒤에 들어온 다른 국화는 검역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현미경을 이용한 정밀 감식에서 해충의 애벌레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잎에 굴을 파고 갉아먹는 아메리카잎굴파립니다. 이렇게 해충의 종류가 판별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인터뷰> 박영미(검역관) : "특히나 유충으로 검출되는 것들은 유충에 대한 정확한 분류동정 할 수 있는 학문적인 자료가 지금 정확하게 저희가 갖고 있는 게 없고, 전 세계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유충이나 약충으로 검출되는 경우에는 정확한 분류동정이 굉장히 힘듭니다."



해충이 발견된 꽃은 방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꽃 상자를 쌓아놓고 비닐로 덮어 공기가 새지 않게 밀봉을 합니다. 그 속에 메칠브로마이드라는 농약을 투입합니다. 꽃 사이로 잘 퍼지게 하기 위해 농약을 뜨거운 물로 데우기도 합니다. 메칠브로마이드는 무색무취인데다 독성도 강해서 작업 중에는 방독면까지 착용합니다. 이렇게 두 시간 동안 훈증을 해야 해충이 방제됩니다.



<인터뷰> 권순일(검역관) : "수입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고요. 거기에 따라서 병해충도 거기 같이 부착돼서 들어올 확률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죠. 저희들이 그래서 지금 절화류(꺾은 꽃)에 대해서 특별 검역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검역을 거친 수입산 꽃들은 국내 시장으로 들어옵니다. 국산보다 복잡한 운송과정과 까다로운 검역을 거쳤는데도 수입산 국화 한 송이는 6백원선, 국내산에 비해 절반 가까이 싼 가격입니다. 품질마저 같다면 국산 화훼농가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장미 같지만 남다른 점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농약 대신 톱밥을 뿌립니다.톱밥 속에는 칠레이리응애가 살고 있습니다. 지름이 1밀리미터도 안 되는 칠레이리응애는 수십 배 확대해야 겨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칠레이리응애는 장미 해충인 점박이응애의 천적입니다. 몸에 점 모양의 무늬가 있는 점박이응애는 잎을 갉아먹어서 꽃을 말라죽게 합니다. 두 벌레가 함께 있으면 칠레이리응애가 점박이응애를 잡아먹습니다.



점박이응애가 사라지면 칠레이리응애는 자기들끼리 잡아먹다가 소멸됩니다. 꽃에는 농약도 벌레도 없게 됩니다. 이른바 친환경 꽃이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인터뷰> 고태용(고양시농업기술센터 지도사) : "요즘 시대가 웰빙 시대 아닙니까? 웰빙 시대에서 소비자들도 먹는 식품 외에 화훼 쪽에서도굉장히 안전성 있는 농산물을 요구할 시기가 곧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가 된다고 하면 기존 농산물과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화훼는 차별화가 되겠죠."



수입산 꽃들은 재배와 검역 과정에서 농약에 많이 노출됐으니, 저농약 생산으로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입니다. 또 농약값이 줄어들어 생산단가를 낮출 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후(장미재배농가) :  "이게 하루에 한 여섯 시간 정도 농약을 뿌리면 사람이 지쳐서 그 다음날 진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가 돼요. 그게 제일 힘든 과정이 그 작업이었는데, 천적방제를 하고 나니까 많이 좋아졌죠."



하지만, 천적 농법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습니다. 현재 꽃에 대해서는 잔류농약 기준 등이 없기 때문에 친환경 꽃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아직 부족합니다.



수입산보다 신선한 꽃을 공급하려는 노력도 치열합니다. 장미가 공동 선별장에 모이면 꽃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등급별로 분류를 합니다.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좋은 꽃끼리 잘 묶어야 합니다.



<녹취> 이덕인(경기도 고양시 삼송동) : "화형이 핀 것 안 핀 것 선별하고, 이 대가 크고 작고 굵고 짧고 하는 걸 선별하고요. 우리가 선별을 잘해야 시장에 나가면 가격이 차이가 있거든요."



이런 작업 사이사이 꽃은 반드시 물에 꽂아 시원하게 보관하고 이 상태로 경매 시장까지 운송합니다. 수입산 꽃에 맞서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최은화(장미재배 농가) : "아무래도 수입 중국산 같은 경우는 유통 과정이 길어졌기 때문에 수명도 짧습니다. 그러니까 신선도가 더 요구되는 게 절화(꺾은 꽃)인데, 국산 품종 이용해 주십사 하는 게 우리 바람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신품종을 개발하는 데 있습니다. 화사하고 화려한 자태의 국화들은 모두 수만 번 교배실험을 한 결과로 태어났습니다. 1년에 1500쌍의 국화를 교배한 뒤 여기에서 3,4백개의 자손을 얻어냅니다.



하지만, 2,3년이 지나면 이 자손 가운데 5개 정도만이 새로운 품종으로 선발됩니다. 색과 형상이 아름다운 것은 물론 병해충에 강한 특성도 지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최종 합격 판정을 받은 이 국화는 지금 품종 보호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생생한 다홍빛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은 비비드스칼렛으로 지어졌습니다.



<인터뷰> 임진희(농촌진흥청 농학박사) : "이 꽃 같은 경우는 저희들이 갖고 있는 계통 중에서 오렌지빛이 나는 그런 꽃에 황색 꽃을 교접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진한 잡종 강세형의 품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면 수입산 꽃을 대체하는 효과를 얻고, 신품종보호동맹이라는 국제 조약에 따라 로열티 수익도 올릴 수 있습니다.



<인터뷰> 허건양(농촌진흥청 화훼과장) : "지금 장미라든가 국화라든가, 중국에 나가서, 또는 일본에 나가서 이런 식으로 품종 등록을 해서 이제는 우리 품종을 수출을 해서 외국으로 하여금 우리에게 로열티를 내도록 하는 그 정도 수준까지 올라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외국에 지출하는 꽃 로열티도 2006년 124억 원에서 지금은 94억 원 정도로 크게 줄었습니다.



꽃 판매점을 단속반원이 돌아봅니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수입산이 있는지 적발하기 위해섭니다. 농산물이나 쇠고기 같은 식품처럼 꽃에 대해서도 수입산은 원산지를 표시해야 합니다.



<인터뷰> 남운철(농산물품질관리원 특별사법경찰관) : "절화류는 생물이다보니까 지역 환경별 특성별로 달라서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육안 식별이 거의 어렵습니다. 어렵다보니까 저희가 주로 단속 방법은 영수증이라든가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저희가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된 꽃이 인터넷 등으로 직거래된 뒤 국산과 섞여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서 적발은 쉽지 않습니다.



<녹취> 화훼 상인 : "사람 눈으로는 구별이 안 가요. 냄새나 이런 건. 솔직히 섞어놔도 국산(국화) 중에서도 색깔이 좀 누런 게 있어요, 종자가. 그런데 그런 것과 비교했을 때 섞어놓으면 솔직히 우리도 구별하긴 좀 힘들어요."



생존 기간이 긴 신선한 꽃이나 친환경 꽃을 내 놓아도 원산지가 표시되지 않으면 수입산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들 역시 꽃의 원산지에 둔감하기 때문에 화훼 농가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한 해에 수입하는 꽃은 중국에서만 약 2천만 송이, 국내 생산량의 6분의 1 수준으로, 한 집에 한 송이가 넘습니다. 아직은 우리 꽃이 더 곱고 신선합니다. 하지만 재배 기술과 운송 기술의 발달로 수입산 꽃도 예뻐지고 신선해지고 있습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까지 추진되고 있어서 꽃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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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의 전쟁
    • 입력 2010-04-26 08:15:02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요즘 화훼 농가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싼값에 물밀듯이 밀려오는 중국산 꽃 때문입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화훼농가의 생존 경쟁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따뜻한 온실 속의 장미는 계절을 가리지 않습니다. 온도와 일조량을 조절해주면 1년에 일곱 차례나 꽃을 피웁니다. 꽃잎이 열릴 기미를 보이면, 화사함이 절정에 이르기 전에 미리 수확을 해야 합니다.

장미 농사만 15년째, 이제야 농장 운영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녹취> 최은화(장미 재배 농가) : "(지금 혹시 자제분이나 아시는 분이 이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면, 추천을 하시겠어요?) 안 합니다.  (왜요?) 노동력도 많이 들어가고요, 그에 대한 보상이라고 그럴까, 대가가 조금 적은 것 같아요."

화려한 꽃,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전쟁이 한창입니다. 밀려드는 중국산 꽃과의 생존 경쟁입니다.

인천항의 한 물류창고에 컨테이너가 들어옵니다. 길이 12미터가 넘는 대형 컨테이너에 상자가 가득 쌓였습니다. 모두 중국산 국홥니다. 650상자에 19만 5천 송이에 이릅니다. 한국에서 거치는 첫 행사는 검역입니다. 혹시 해충에 감염되지 않았는지, 먼저 육안으로 살펴봅니다. 이번에는 해충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보영(국립식물검역원 검역관) : "아무래도 저희가 검사를 할 때 검사 기준이 있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춰서 들어오기 위해서 중국 측에서도 관리를 많이 하고 있죠."

하지만, 며칠 뒤에 들어온 다른 국화는 검역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현미경을 이용한 정밀 감식에서 해충의 애벌레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잎에 굴을 파고 갉아먹는 아메리카잎굴파립니다. 이렇게 해충의 종류가 판별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인터뷰> 박영미(검역관) : "특히나 유충으로 검출되는 것들은 유충에 대한 정확한 분류동정 할 수 있는 학문적인 자료가 지금 정확하게 저희가 갖고 있는 게 없고, 전 세계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유충이나 약충으로 검출되는 경우에는 정확한 분류동정이 굉장히 힘듭니다."

해충이 발견된 꽃은 방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꽃 상자를 쌓아놓고 비닐로 덮어 공기가 새지 않게 밀봉을 합니다. 그 속에 메칠브로마이드라는 농약을 투입합니다. 꽃 사이로 잘 퍼지게 하기 위해 농약을 뜨거운 물로 데우기도 합니다. 메칠브로마이드는 무색무취인데다 독성도 강해서 작업 중에는 방독면까지 착용합니다. 이렇게 두 시간 동안 훈증을 해야 해충이 방제됩니다.

<인터뷰> 권순일(검역관) : "수입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고요. 거기에 따라서 병해충도 거기 같이 부착돼서 들어올 확률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죠. 저희들이 그래서 지금 절화류(꺾은 꽃)에 대해서 특별 검역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검역을 거친 수입산 꽃들은 국내 시장으로 들어옵니다. 국산보다 복잡한 운송과정과 까다로운 검역을 거쳤는데도 수입산 국화 한 송이는 6백원선, 국내산에 비해 절반 가까이 싼 가격입니다. 품질마저 같다면 국산 화훼농가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장미 같지만 남다른 점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농약 대신 톱밥을 뿌립니다.톱밥 속에는 칠레이리응애가 살고 있습니다. 지름이 1밀리미터도 안 되는 칠레이리응애는 수십 배 확대해야 겨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칠레이리응애는 장미 해충인 점박이응애의 천적입니다. 몸에 점 모양의 무늬가 있는 점박이응애는 잎을 갉아먹어서 꽃을 말라죽게 합니다. 두 벌레가 함께 있으면 칠레이리응애가 점박이응애를 잡아먹습니다.

점박이응애가 사라지면 칠레이리응애는 자기들끼리 잡아먹다가 소멸됩니다. 꽃에는 농약도 벌레도 없게 됩니다. 이른바 친환경 꽃이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인터뷰> 고태용(고양시농업기술센터 지도사) : "요즘 시대가 웰빙 시대 아닙니까? 웰빙 시대에서 소비자들도 먹는 식품 외에 화훼 쪽에서도굉장히 안전성 있는 농산물을 요구할 시기가 곧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가 된다고 하면 기존 농산물과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화훼는 차별화가 되겠죠."

수입산 꽃들은 재배와 검역 과정에서 농약에 많이 노출됐으니, 저농약 생산으로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입니다. 또 농약값이 줄어들어 생산단가를 낮출 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후(장미재배농가) :  "이게 하루에 한 여섯 시간 정도 농약을 뿌리면 사람이 지쳐서 그 다음날 진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가 돼요. 그게 제일 힘든 과정이 그 작업이었는데, 천적방제를 하고 나니까 많이 좋아졌죠."

하지만, 천적 농법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습니다. 현재 꽃에 대해서는 잔류농약 기준 등이 없기 때문에 친환경 꽃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아직 부족합니다.

수입산보다 신선한 꽃을 공급하려는 노력도 치열합니다. 장미가 공동 선별장에 모이면 꽃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등급별로 분류를 합니다.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좋은 꽃끼리 잘 묶어야 합니다.

<녹취> 이덕인(경기도 고양시 삼송동) : "화형이 핀 것 안 핀 것 선별하고, 이 대가 크고 작고 굵고 짧고 하는 걸 선별하고요. 우리가 선별을 잘해야 시장에 나가면 가격이 차이가 있거든요."

이런 작업 사이사이 꽃은 반드시 물에 꽂아 시원하게 보관하고 이 상태로 경매 시장까지 운송합니다. 수입산 꽃에 맞서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최은화(장미재배 농가) : "아무래도 수입 중국산 같은 경우는 유통 과정이 길어졌기 때문에 수명도 짧습니다. 그러니까 신선도가 더 요구되는 게 절화(꺾은 꽃)인데, 국산 품종 이용해 주십사 하는 게 우리 바람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신품종을 개발하는 데 있습니다. 화사하고 화려한 자태의 국화들은 모두 수만 번 교배실험을 한 결과로 태어났습니다. 1년에 1500쌍의 국화를 교배한 뒤 여기에서 3,4백개의 자손을 얻어냅니다.

하지만, 2,3년이 지나면 이 자손 가운데 5개 정도만이 새로운 품종으로 선발됩니다. 색과 형상이 아름다운 것은 물론 병해충에 강한 특성도 지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최종 합격 판정을 받은 이 국화는 지금 품종 보호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생생한 다홍빛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은 비비드스칼렛으로 지어졌습니다.

<인터뷰> 임진희(농촌진흥청 농학박사) : "이 꽃 같은 경우는 저희들이 갖고 있는 계통 중에서 오렌지빛이 나는 그런 꽃에 황색 꽃을 교접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진한 잡종 강세형의 품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면 수입산 꽃을 대체하는 효과를 얻고, 신품종보호동맹이라는 국제 조약에 따라 로열티 수익도 올릴 수 있습니다.

<인터뷰> 허건양(농촌진흥청 화훼과장) : "지금 장미라든가 국화라든가, 중국에 나가서, 또는 일본에 나가서 이런 식으로 품종 등록을 해서 이제는 우리 품종을 수출을 해서 외국으로 하여금 우리에게 로열티를 내도록 하는 그 정도 수준까지 올라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외국에 지출하는 꽃 로열티도 2006년 124억 원에서 지금은 94억 원 정도로 크게 줄었습니다.

꽃 판매점을 단속반원이 돌아봅니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수입산이 있는지 적발하기 위해섭니다. 농산물이나 쇠고기 같은 식품처럼 꽃에 대해서도 수입산은 원산지를 표시해야 합니다.

<인터뷰> 남운철(농산물품질관리원 특별사법경찰관) : "절화류는 생물이다보니까 지역 환경별 특성별로 달라서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육안 식별이 거의 어렵습니다. 어렵다보니까 저희가 주로 단속 방법은 영수증이라든가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저희가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된 꽃이 인터넷 등으로 직거래된 뒤 국산과 섞여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서 적발은 쉽지 않습니다.

<녹취> 화훼 상인 : "사람 눈으로는 구별이 안 가요. 냄새나 이런 건. 솔직히 섞어놔도 국산(국화) 중에서도 색깔이 좀 누런 게 있어요, 종자가. 그런데 그런 것과 비교했을 때 섞어놓으면 솔직히 우리도 구별하긴 좀 힘들어요."

생존 기간이 긴 신선한 꽃이나 친환경 꽃을 내 놓아도 원산지가 표시되지 않으면 수입산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들 역시 꽃의 원산지에 둔감하기 때문에 화훼 농가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한 해에 수입하는 꽃은 중국에서만 약 2천만 송이, 국내 생산량의 6분의 1 수준으로, 한 집에 한 송이가 넘습니다. 아직은 우리 꽃이 더 곱고 신선합니다. 하지만 재배 기술과 운송 기술의 발달로 수입산 꽃도 예뻐지고 신선해지고 있습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까지 추진되고 있어서 꽃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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