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죽도 매질에 3시간 군대 체조까지…
입력 2011.11.11 (09:03)
수정 2011.11.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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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학생 딸을 교육한다며 죽도로 때리고, 강제로 한 시간 동안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게 하는 등 과도한 체벌을 가한 아버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이면지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방에 불을 켜둔 채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봤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류란 기자, 아버지 측은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요?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1,2심 모두 교육의 방편을 넘어선 학대라고 일관되게 판시했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방식대로 아이를 위해 벌을 줬을 뿐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죽도는 소리만 별로 안 아프다, 달리기나 쪼그려 뛰기 등은 오래 하면 운동도 되고 좋다는 등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변호사도 개별 가정의 자녀교육 방식에 대해 사법부가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항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금부터 보실 내용이 교육일까요, 아니면 폭력이나 학대일까요?
<리포트>
최근 크게 논란이 된 영상이죠. 미국의 현직 판사가 어린 딸을 허리띠로 마구 때리는 장면입니다.
성인이 된 딸이 아버지는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며 7년 전 이 영상을 직접 공개했는데요.
들끓는 비난 여론에도 남자는 당당했습니다.
<인터뷰> 윌리엄 아담스 (텍사스주 판사) : "제 생각에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물건을 훔친 아이를 가르치려고 하다가 제가 자제력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사과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습니다. 적절한 때에 자초지종이 드러날 것입니다."
자녀 교육의 한 방식이냐, 도를 넘은 폭력이냐.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혼 후에도 어린 자녀 때문에 전처와 한집에서 생활해온 48살 박순철 씨.
2009년 지병 때문에 집에 있게 됐고 악화돼 바깥일을 못 하게 되면서 전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교육은 제가 아니고 2009년도까지 전처가 다 했어요. 제가 맡겨뒀어요. 그런데 2009년이 지나면서 (전처가) 저는 더 이상 교육을 시킬 수 없다 버겁다 이래가지고 그때 제가 맡았던 거예요."
체육을 전공한 박 씨가 중학생 딸의 가정교육을 맡게 됐는데,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고모에게 용돈을 받고도 말하지 않았다며 대나무를 묶어 만든 ‘죽도’로 엉덩이를 수차례 때렸습니다.
친구 생일잔치에 갔다가 연락 없이 늦게 들어온 날은, 죽도로 때린 뒤 런닝머신에서 1시간 동안 달리게 했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걱정이 돼서 핸드폰 사줄 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라 했는데, 물론 사정이 있었겠지만 전화기를 껐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처벌을 했어요."
자신이 탄 차를 보고도 뛰어오지 않고 천천히 걸어오자, 달리는 차 안에서 3시간 동안 손을 들고 있게 했습니다.
또 목소리가 작다며 창문 밖으로 소리를 지르게 시켰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차에서 달리는데 차에 소음이 있잖아요. 아이 목소리가 안 들리는데요. 아이 목소리를 크게 하라고 했는데 자기는 목소리 크게 하는 게 제일 어렵데요. 어이가 없어서 차에서 손을 들게 했어요."
이면지를 쓰지 않거나, 방에 등을 두 개 켜놓아도 어김없이 체벌이 가해졌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방에는 천장에 형광등이 있고 책상에 공부할 때 쓰는 등이 있어요. 그걸 두 개 다 켜 둔 상태에서 거실에 나와서 TV를 본다든지 그런 상황이면 저는 분명이 훈육을 합니다. 그건 분명 훈육의 대상이죠."
성적이 떨어졌을 때는 쪼그려 뛰기 같은 군대식 PT 체조를 3시간 동안 시키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PT 그런 건 평소에도 하는 거예요. 키 크라고 하는 거지... 벌이라고 생각하지만 키도 크고 건강도 챙기고 벌도 주고 그런 취지에요."
그러나 법원은 1,2심 모두 이를 명백한 ‘아동 학대’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행위는 그 경위 및 동기, 수단, 방법, 피해자의 성별 및 연령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객관적 타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을 징역 4월에 처하고 2년간 집행을 유예한다.
현재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박 씨의 전 부인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는데요, 부인은 이번 판결을 반기면서도 인터뷰는 거절했습니다.
한창 예민한 시기의 아이가 이 일로 주변에 알려져 또 다시 상처받을까 두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박 씨 측은 체벌 행위와 시간 면에서 법원이 과도하게 받아들인 점이 있다며 항고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박순철 (가명) : "자식이 안되게 하는 게 벌이고 학대라지만 자식이 잘되라고 하는 걸 벌이라 하시면 저는 납득이 안돼요. 이걸 모든 사람들 앞에서 시연회를 한번 하고 싶어요. 체벌에 해당하는지 운동에 해당하는지."
<인터뷰> 문정구 (변호사/ 박순철 변호인) : "약간의 방법론이 잘못됐다는 점, 법원의 판결을 사실상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률적인 문제점을 저희가 계속해서 지적했는데 크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대로 인정된 부분이 있는데 이런 점들도 좀 법률적으로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사랑의 매’라며 체벌을 인정해오다 보니 훈육과 학대를 명확히 나누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장화정 관장 : "중앙아동보호 전문기관 아직 그 부모님들하고 국민들 사이에서 어디까지를 훈육으로 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이 이뤄지지 않은 안타까운 상황인거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에서도 우리의 상황에 맞춰 어디까지를 학대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판결이 부모의 체벌도 폭력과 학대일 수 있고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인식의 계기를 가져온 만큼, 그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길 기대합니다.
중학생 딸을 교육한다며 죽도로 때리고, 강제로 한 시간 동안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게 하는 등 과도한 체벌을 가한 아버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이면지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방에 불을 켜둔 채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봤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류란 기자, 아버지 측은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요?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1,2심 모두 교육의 방편을 넘어선 학대라고 일관되게 판시했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방식대로 아이를 위해 벌을 줬을 뿐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죽도는 소리만 별로 안 아프다, 달리기나 쪼그려 뛰기 등은 오래 하면 운동도 되고 좋다는 등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변호사도 개별 가정의 자녀교육 방식에 대해 사법부가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항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금부터 보실 내용이 교육일까요, 아니면 폭력이나 학대일까요?
<리포트>
최근 크게 논란이 된 영상이죠. 미국의 현직 판사가 어린 딸을 허리띠로 마구 때리는 장면입니다.
성인이 된 딸이 아버지는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며 7년 전 이 영상을 직접 공개했는데요.
들끓는 비난 여론에도 남자는 당당했습니다.
<인터뷰> 윌리엄 아담스 (텍사스주 판사) : "제 생각에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물건을 훔친 아이를 가르치려고 하다가 제가 자제력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사과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습니다. 적절한 때에 자초지종이 드러날 것입니다."
자녀 교육의 한 방식이냐, 도를 넘은 폭력이냐.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혼 후에도 어린 자녀 때문에 전처와 한집에서 생활해온 48살 박순철 씨.
2009년 지병 때문에 집에 있게 됐고 악화돼 바깥일을 못 하게 되면서 전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교육은 제가 아니고 2009년도까지 전처가 다 했어요. 제가 맡겨뒀어요. 그런데 2009년이 지나면서 (전처가) 저는 더 이상 교육을 시킬 수 없다 버겁다 이래가지고 그때 제가 맡았던 거예요."
체육을 전공한 박 씨가 중학생 딸의 가정교육을 맡게 됐는데,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고모에게 용돈을 받고도 말하지 않았다며 대나무를 묶어 만든 ‘죽도’로 엉덩이를 수차례 때렸습니다.
친구 생일잔치에 갔다가 연락 없이 늦게 들어온 날은, 죽도로 때린 뒤 런닝머신에서 1시간 동안 달리게 했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걱정이 돼서 핸드폰 사줄 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라 했는데, 물론 사정이 있었겠지만 전화기를 껐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처벌을 했어요."
자신이 탄 차를 보고도 뛰어오지 않고 천천히 걸어오자, 달리는 차 안에서 3시간 동안 손을 들고 있게 했습니다.
또 목소리가 작다며 창문 밖으로 소리를 지르게 시켰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차에서 달리는데 차에 소음이 있잖아요. 아이 목소리가 안 들리는데요. 아이 목소리를 크게 하라고 했는데 자기는 목소리 크게 하는 게 제일 어렵데요. 어이가 없어서 차에서 손을 들게 했어요."
이면지를 쓰지 않거나, 방에 등을 두 개 켜놓아도 어김없이 체벌이 가해졌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방에는 천장에 형광등이 있고 책상에 공부할 때 쓰는 등이 있어요. 그걸 두 개 다 켜 둔 상태에서 거실에 나와서 TV를 본다든지 그런 상황이면 저는 분명이 훈육을 합니다. 그건 분명 훈육의 대상이죠."
성적이 떨어졌을 때는 쪼그려 뛰기 같은 군대식 PT 체조를 3시간 동안 시키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PT 그런 건 평소에도 하는 거예요. 키 크라고 하는 거지... 벌이라고 생각하지만 키도 크고 건강도 챙기고 벌도 주고 그런 취지에요."
그러나 법원은 1,2심 모두 이를 명백한 ‘아동 학대’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행위는 그 경위 및 동기, 수단, 방법, 피해자의 성별 및 연령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객관적 타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을 징역 4월에 처하고 2년간 집행을 유예한다.
현재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박 씨의 전 부인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는데요, 부인은 이번 판결을 반기면서도 인터뷰는 거절했습니다.
한창 예민한 시기의 아이가 이 일로 주변에 알려져 또 다시 상처받을까 두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박 씨 측은 체벌 행위와 시간 면에서 법원이 과도하게 받아들인 점이 있다며 항고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박순철 (가명) : "자식이 안되게 하는 게 벌이고 학대라지만 자식이 잘되라고 하는 걸 벌이라 하시면 저는 납득이 안돼요. 이걸 모든 사람들 앞에서 시연회를 한번 하고 싶어요. 체벌에 해당하는지 운동에 해당하는지."
<인터뷰> 문정구 (변호사/ 박순철 변호인) : "약간의 방법론이 잘못됐다는 점, 법원의 판결을 사실상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률적인 문제점을 저희가 계속해서 지적했는데 크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대로 인정된 부분이 있는데 이런 점들도 좀 법률적으로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사랑의 매’라며 체벌을 인정해오다 보니 훈육과 학대를 명확히 나누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장화정 관장 : "중앙아동보호 전문기관 아직 그 부모님들하고 국민들 사이에서 어디까지를 훈육으로 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이 이뤄지지 않은 안타까운 상황인거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에서도 우리의 상황에 맞춰 어디까지를 학대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판결이 부모의 체벌도 폭력과 학대일 수 있고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인식의 계기를 가져온 만큼, 그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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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1-11-11 09:03:04
- 수정2011-11-11 10:20:16
<앵커 멘트>
중학생 딸을 교육한다며 죽도로 때리고, 강제로 한 시간 동안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게 하는 등 과도한 체벌을 가한 아버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이면지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방에 불을 켜둔 채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봤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류란 기자, 아버지 측은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요?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1,2심 모두 교육의 방편을 넘어선 학대라고 일관되게 판시했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방식대로 아이를 위해 벌을 줬을 뿐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죽도는 소리만 별로 안 아프다, 달리기나 쪼그려 뛰기 등은 오래 하면 운동도 되고 좋다는 등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변호사도 개별 가정의 자녀교육 방식에 대해 사법부가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항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금부터 보실 내용이 교육일까요, 아니면 폭력이나 학대일까요?
<리포트>
최근 크게 논란이 된 영상이죠. 미국의 현직 판사가 어린 딸을 허리띠로 마구 때리는 장면입니다.
성인이 된 딸이 아버지는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며 7년 전 이 영상을 직접 공개했는데요.
들끓는 비난 여론에도 남자는 당당했습니다.
<인터뷰> 윌리엄 아담스 (텍사스주 판사) : "제 생각에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물건을 훔친 아이를 가르치려고 하다가 제가 자제력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사과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습니다. 적절한 때에 자초지종이 드러날 것입니다."
자녀 교육의 한 방식이냐, 도를 넘은 폭력이냐.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혼 후에도 어린 자녀 때문에 전처와 한집에서 생활해온 48살 박순철 씨.
2009년 지병 때문에 집에 있게 됐고 악화돼 바깥일을 못 하게 되면서 전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교육은 제가 아니고 2009년도까지 전처가 다 했어요. 제가 맡겨뒀어요. 그런데 2009년이 지나면서 (전처가) 저는 더 이상 교육을 시킬 수 없다 버겁다 이래가지고 그때 제가 맡았던 거예요."
체육을 전공한 박 씨가 중학생 딸의 가정교육을 맡게 됐는데,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고모에게 용돈을 받고도 말하지 않았다며 대나무를 묶어 만든 ‘죽도’로 엉덩이를 수차례 때렸습니다.
친구 생일잔치에 갔다가 연락 없이 늦게 들어온 날은, 죽도로 때린 뒤 런닝머신에서 1시간 동안 달리게 했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걱정이 돼서 핸드폰 사줄 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라 했는데, 물론 사정이 있었겠지만 전화기를 껐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처벌을 했어요."
자신이 탄 차를 보고도 뛰어오지 않고 천천히 걸어오자, 달리는 차 안에서 3시간 동안 손을 들고 있게 했습니다.
또 목소리가 작다며 창문 밖으로 소리를 지르게 시켰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차에서 달리는데 차에 소음이 있잖아요. 아이 목소리가 안 들리는데요. 아이 목소리를 크게 하라고 했는데 자기는 목소리 크게 하는 게 제일 어렵데요. 어이가 없어서 차에서 손을 들게 했어요."
이면지를 쓰지 않거나, 방에 등을 두 개 켜놓아도 어김없이 체벌이 가해졌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방에는 천장에 형광등이 있고 책상에 공부할 때 쓰는 등이 있어요. 그걸 두 개 다 켜 둔 상태에서 거실에 나와서 TV를 본다든지 그런 상황이면 저는 분명이 훈육을 합니다. 그건 분명 훈육의 대상이죠."
성적이 떨어졌을 때는 쪼그려 뛰기 같은 군대식 PT 체조를 3시간 동안 시키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박순철(가명) : "PT 그런 건 평소에도 하는 거예요. 키 크라고 하는 거지... 벌이라고 생각하지만 키도 크고 건강도 챙기고 벌도 주고 그런 취지에요."
그러나 법원은 1,2심 모두 이를 명백한 ‘아동 학대’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행위는 그 경위 및 동기, 수단, 방법, 피해자의 성별 및 연령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객관적 타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을 징역 4월에 처하고 2년간 집행을 유예한다.
현재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박 씨의 전 부인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는데요, 부인은 이번 판결을 반기면서도 인터뷰는 거절했습니다.
한창 예민한 시기의 아이가 이 일로 주변에 알려져 또 다시 상처받을까 두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박 씨 측은 체벌 행위와 시간 면에서 법원이 과도하게 받아들인 점이 있다며 항고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박순철 (가명) : "자식이 안되게 하는 게 벌이고 학대라지만 자식이 잘되라고 하는 걸 벌이라 하시면 저는 납득이 안돼요. 이걸 모든 사람들 앞에서 시연회를 한번 하고 싶어요. 체벌에 해당하는지 운동에 해당하는지."
<인터뷰> 문정구 (변호사/ 박순철 변호인) : "약간의 방법론이 잘못됐다는 점, 법원의 판결을 사실상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률적인 문제점을 저희가 계속해서 지적했는데 크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대로 인정된 부분이 있는데 이런 점들도 좀 법률적으로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사랑의 매’라며 체벌을 인정해오다 보니 훈육과 학대를 명확히 나누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장화정 관장 : "중앙아동보호 전문기관 아직 그 부모님들하고 국민들 사이에서 어디까지를 훈육으로 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이 이뤄지지 않은 안타까운 상황인거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에서도 우리의 상황에 맞춰 어디까지를 학대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판결이 부모의 체벌도 폭력과 학대일 수 있고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인식의 계기를 가져온 만큼, 그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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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란 기자 nan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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