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소록도에서 만난 하모니카 할아버지

입력 2012.07.02 (09:01) 수정 2012.07.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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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 끝자락에 있는 남해의 작은 섬 소록도, 이름은 더없이 익숙하지만 한 번도 안 가본 분들이 대부분일텐데요.

네, 일제시대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수용하면서 이들의 아픈 역사가 시작됐는데요, 병에 대한 잘못된 편견 때문에 환
자들, 몸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크다죠.

네, 그러다보니 섬 밖으로 나올 기회가 거의 없어서 평소에 음악회나 연극 같은 공연을 즐길 기회도 거의 없다는데요,

조빛나 기자, 그래서 이번에 직접 공연을 배달하고 나선 가수들이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김창완 밴드를 비롯한 음악인들이 선물보따리의 주인공입니다.

처음에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지만 공연을 한 다음엔 오히려 그 어느 공연장에서보다 더 큰 선물을 받아간다고 말했는데요.

특히 이번 공연의 하일라이트는 특별히 초청된 한 음악인이었습니다.

50년 동안 마음속에만 간직해왔던 꿈이 살아 숨 쉬는 현실이 된 순간을 화제포착 카메라가 함께했습니다.

<리포트>

고속도로 휴게소.

지나던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신나는 공연이 펼쳐졌네요.

<녹취> 음악여행단 : "짧은 순간이겠지만 우리 한번 재미있게 놀아봅시다."

사람들에게 뜻밖의 음악선물을 안겨 주고 있는 이들의 정체는 음악여행단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 마음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는데요.

휴게소 공연으로 시작된 음악여행단의 진짜 목적지는 따로 있습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 바로 소록도입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백사장이 아름답죠?

다리로 연결돼서 육지와는 가까워졌지만 아직 마음의 거리는 먼 곳이죠.

<인터뷰> 이루리(가수) : "(소록도가) 이렇게 아름다운 거라는 상상을 못했었는데 경치가 굉장히 아름답네요."

<인터뷰> 정원영(가수) : "(소록도에 온 이유는) 음악이 필요한 곳에 저희들이 가서 음악으로 교감하고 봉사하는 것이거든요. 여기에 오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아니까 마음이 무거웠었어요."

섬 전체가 한센인들의 치료 공간이자 생활공간인 소록도. 일제강점기, 한센인들이 생활했다는 건물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김현숙(부산시 양정동) : "지금은 다리가 놓아졌지만 외딴 곳이었잖아요. 사람들이 배를 못타면 육지로 못나오도록 소록도에 감금한 것이지요."

격리 수용된 채 강제 노동을 강요받았던 한센인들의 아픔이 서려있습니다.

<녹취> 김현숙(부산시 양정동) : "도망도 못 가게 창문을 저렇게 철창으로 해놓고...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닌데, 그죠?"

그렇습니다. 걸리고 싶어서 걸린 병도 아니었는데요.

그 마음속 응어리를 오늘 음악여행단의 공연이 조금이라도 풀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국립 소록도 병원.

공연을 앞둔 김창완 밴드의 리허설이 한창인데요.

<인터뷰> 김창완(가수) :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아티스트들 각자의 가슴 속에 뭔가가 남아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기대하는 건 이분들도 마찬가지.

<인터뷰> 임00(한센인) : "좋아, 좋지요(공연한다고 해서) 쫓아왔지 밥도 안 먹고 쫓아왔어요."

리허설인데도 벌써 객석이 차기 시작합니다. 특히 이

할아버지. 좀처럼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시는데요.

<인터뷰> 배혜림(78살/한센인) : "꿈이 예술가였어요. 좋은 예술가로 영화사도 차려보고 싶었는데 영화배우 생활을 하다가 병이 들어서 손이 이렇게 되고 소록도 병원에 왔어요."

망설이다가 용기를 냈습니다.

<녹취> 배혜림(78살/한센인) : "내가 (공연에서) 하모니카를 불고 싶습니다. "

<녹취> 공연관계자 : "저희 공연 시작전에요? 네. 그럼 저희가 어르신이 하모니카 연주하시고 공연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꿈이 예술가였다는 할아버지.

공연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간,

서둘러 방으로 돌아와서 준비를 시작하는데요.

뭔가를 보여주시네요.

<녹취> 배혜림(한센인) : "베드로, 배혜림.(예전에는 외출을 하려면) 보증금을 20만원을 걸어놓고 안 오면 돈을 떼이고 오면 돈 20만원을 내어주고 그렇게 외출을 했어요."

영화사까지 차리고 싶었던 꿈만은 청년이었지만 28살에 한센병에 걸려 소록도에 들어왔고 50년 세월을 이 하모니카 하나에 의지하고 살아왔습니다.

병마로 포기해야만 했던 꿈.

오늘 할아버지는 예술가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햇살이 강해진 오후, 드디어 음악선물 상자가 열렸습니다.

<녹취> 김창완(가수) : "안녕하세요. 이렇게 행복한 공연장이 없는 같아요. 지지난해에 하모니 오케스트라 단원과 찾아뵙고 2년 만에 다시 뵙습니다. 건강하시죠?"

김창완 밴드의 흥겨운 노래와 함께 시작된 공연.

조금 불편한 몸은 음악을 즐기는데 아무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즐거운 음악축제는 그렇게 점점 무르익어 가는데요.

할아버지 긴장되세요?

<인터뷰> 배혜림(한센인) : "긴장은 안 됩니다."

드디어 배혜림 할아버지의 순서가 됐습니다.

방에서 혼자 불며 아픔을 달랬던 하모니카가 이제 모두에게 선물이 되는 순간입니다.

<인터뷰> 변상순(간호사) : "(하모니카를) 그냥 즐기고, 가끔씩 흥이 나면 부시고는 했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하실 줄은 몰랐어요."

소록도에 예술가 한 분이 사신다는 것 모르셨나봅니다.

병원 곳곳에 행복한 음악이 울려 퍼졌던 하루였습니다.

<녹취> 간호사 : "우리 할아버지가 감사하시데요"

관객들보다 음악인들이 더 큰 선물을 받아 간다고요.

< 인터뷰> 김창완(가수) : "(공연을 보시고) 정말 행복해 하셨기 때문에 어느 공연장에서도 보기 어려운 장면이지요."

소록도 사람들은 병마와 싸우며 외롭게 살아왔던 지난 세월을 음악에 실어 떠나보내고 음악인들은 그 어느 공연장보다 더 큰 감동을 안겨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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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7-02 09:01:13
    • 수정2012-07-02 10: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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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 끝자락에 있는 남해의 작은 섬 소록도, 이름은 더없이 익숙하지만 한 번도 안 가본 분들이 대부분일텐데요. 네, 일제시대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수용하면서 이들의 아픈 역사가 시작됐는데요, 병에 대한 잘못된 편견 때문에 환 자들, 몸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크다죠. 네, 그러다보니 섬 밖으로 나올 기회가 거의 없어서 평소에 음악회나 연극 같은 공연을 즐길 기회도 거의 없다는데요, 조빛나 기자, 그래서 이번에 직접 공연을 배달하고 나선 가수들이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김창완 밴드를 비롯한 음악인들이 선물보따리의 주인공입니다. 처음에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지만 공연을 한 다음엔 오히려 그 어느 공연장에서보다 더 큰 선물을 받아간다고 말했는데요. 특히 이번 공연의 하일라이트는 특별히 초청된 한 음악인이었습니다. 50년 동안 마음속에만 간직해왔던 꿈이 살아 숨 쉬는 현실이 된 순간을 화제포착 카메라가 함께했습니다. <리포트> 고속도로 휴게소. 지나던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신나는 공연이 펼쳐졌네요. <녹취> 음악여행단 : "짧은 순간이겠지만 우리 한번 재미있게 놀아봅시다." 사람들에게 뜻밖의 음악선물을 안겨 주고 있는 이들의 정체는 음악여행단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 마음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는데요. 휴게소 공연으로 시작된 음악여행단의 진짜 목적지는 따로 있습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 바로 소록도입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백사장이 아름답죠? 다리로 연결돼서 육지와는 가까워졌지만 아직 마음의 거리는 먼 곳이죠. <인터뷰> 이루리(가수) : "(소록도가) 이렇게 아름다운 거라는 상상을 못했었는데 경치가 굉장히 아름답네요." <인터뷰> 정원영(가수) : "(소록도에 온 이유는) 음악이 필요한 곳에 저희들이 가서 음악으로 교감하고 봉사하는 것이거든요. 여기에 오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아니까 마음이 무거웠었어요." 섬 전체가 한센인들의 치료 공간이자 생활공간인 소록도. 일제강점기, 한센인들이 생활했다는 건물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김현숙(부산시 양정동) : "지금은 다리가 놓아졌지만 외딴 곳이었잖아요. 사람들이 배를 못타면 육지로 못나오도록 소록도에 감금한 것이지요." 격리 수용된 채 강제 노동을 강요받았던 한센인들의 아픔이 서려있습니다. <녹취> 김현숙(부산시 양정동) : "도망도 못 가게 창문을 저렇게 철창으로 해놓고...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닌데, 그죠?" 그렇습니다. 걸리고 싶어서 걸린 병도 아니었는데요. 그 마음속 응어리를 오늘 음악여행단의 공연이 조금이라도 풀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국립 소록도 병원. 공연을 앞둔 김창완 밴드의 리허설이 한창인데요. <인터뷰> 김창완(가수) :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아티스트들 각자의 가슴 속에 뭔가가 남아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기대하는 건 이분들도 마찬가지. <인터뷰> 임00(한센인) : "좋아, 좋지요(공연한다고 해서) 쫓아왔지 밥도 안 먹고 쫓아왔어요." 리허설인데도 벌써 객석이 차기 시작합니다. 특히 이 할아버지. 좀처럼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시는데요. <인터뷰> 배혜림(78살/한센인) : "꿈이 예술가였어요. 좋은 예술가로 영화사도 차려보고 싶었는데 영화배우 생활을 하다가 병이 들어서 손이 이렇게 되고 소록도 병원에 왔어요." 망설이다가 용기를 냈습니다. <녹취> 배혜림(78살/한센인) : "내가 (공연에서) 하모니카를 불고 싶습니다. " <녹취> 공연관계자 : "저희 공연 시작전에요? 네. 그럼 저희가 어르신이 하모니카 연주하시고 공연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꿈이 예술가였다는 할아버지. 공연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간, 서둘러 방으로 돌아와서 준비를 시작하는데요. 뭔가를 보여주시네요. <녹취> 배혜림(한센인) : "베드로, 배혜림.(예전에는 외출을 하려면) 보증금을 20만원을 걸어놓고 안 오면 돈을 떼이고 오면 돈 20만원을 내어주고 그렇게 외출을 했어요." 영화사까지 차리고 싶었던 꿈만은 청년이었지만 28살에 한센병에 걸려 소록도에 들어왔고 50년 세월을 이 하모니카 하나에 의지하고 살아왔습니다. 병마로 포기해야만 했던 꿈. 오늘 할아버지는 예술가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햇살이 강해진 오후, 드디어 음악선물 상자가 열렸습니다. <녹취> 김창완(가수) : "안녕하세요. 이렇게 행복한 공연장이 없는 같아요. 지지난해에 하모니 오케스트라 단원과 찾아뵙고 2년 만에 다시 뵙습니다. 건강하시죠?" 김창완 밴드의 흥겨운 노래와 함께 시작된 공연. 조금 불편한 몸은 음악을 즐기는데 아무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즐거운 음악축제는 그렇게 점점 무르익어 가는데요. 할아버지 긴장되세요? <인터뷰> 배혜림(한센인) : "긴장은 안 됩니다." 드디어 배혜림 할아버지의 순서가 됐습니다. 방에서 혼자 불며 아픔을 달랬던 하모니카가 이제 모두에게 선물이 되는 순간입니다. <인터뷰> 변상순(간호사) : "(하모니카를) 그냥 즐기고, 가끔씩 흥이 나면 부시고는 했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하실 줄은 몰랐어요." 소록도에 예술가 한 분이 사신다는 것 모르셨나봅니다. 병원 곳곳에 행복한 음악이 울려 퍼졌던 하루였습니다. <녹취> 간호사 : "우리 할아버지가 감사하시데요" 관객들보다 음악인들이 더 큰 선물을 받아 간다고요. < 인터뷰> 김창완(가수) : "(공연을 보시고) 정말 행복해 하셨기 때문에 어느 공연장에서도 보기 어려운 장면이지요." 소록도 사람들은 병마와 싸우며 외롭게 살아왔던 지난 세월을 음악에 실어 떠나보내고 음악인들은 그 어느 공연장보다 더 큰 감동을 안겨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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