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외교부는 계약직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현직 장관의 딸을 5급 사무관급에 특별 채용하기 위해 채용 요건을 바꾸는 등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입니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서 결국 장관이 사퇴했습니다.
<녹취> 유명환 장관 회견 : "자식이 아버지 수장 조직에 채용돼 특혜 의혹을 야기한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민간 전문가 채용 방식을 대폭 손질했습니다.
특히 5급 사무관의 경우 부처별 사정에 따라 수시로 뽑던 방식을 일괄 공개채용으로 바꿨습니다.
새로 시행된 채용 방식에 따라 지난해엔 91명, 올핸 103명의 민간 전문가들이 고위 공직 사회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녹취> 김우호(행안부 과장) : "부처 자체에서 산발적으로 한두명씩 선발하던 것들은 한꺼번에 다 모아서 일괄해서 채용공고를 하고 시험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채용의 투명성, 공정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행정고시 합격자들의 전유물이던 5급 사무관 자리에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학벌이나 자격증 없이도 한 분야에서 꾸준히 자기 길을 걸어온 현장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이 과연 개방과 경쟁이라는 공직사회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민간 전문가에서 정부의 초급 관리자로 변신한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사회복지관,
올해 32살 임동민 씨는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인터뷰> 임동민 : "못 들어가고 있어요. (못 들어가고 있어요? 기다린다고? 우짜노..) 인제 들어가야지... (일부러 일어나시지 마시고 혼자 걸으려고 하지 마시고.. 머리 다치면 큰일나니까..)"
복지관 이용자들은 치매에 걸렸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 물리치료와 치매 예방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기 위해 매일 이곳을 찾는 주민들에게 동민 씨는 친자식과도 같습니다.
<인터뷰> 임동민 : "감기약 드셨어요? (끄덕) 그래도 계속 기침 나시는데요? (이게 감기가 아닌 모양이라..)"
동민 씨는 지난 2000년 사회복지사의 길로 들어선 뒤 부산지역 복지시설 세 곳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돌봐왔습니다.
휴가 한번 가 볼 겨를 없이 바쁘게 보낸 지난 13년, 하지만 오늘을 끝으로 복지관을 떠나야 합니다.
지난달 정부의 민간전문가 채용에 합격해 보건복지부에서 사회복지시설 담당관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녹취> "(이제 서울가서 못 봐요. 이제 제가 데리러 안 갈 거야, 할머니 모시러...) 취직가요? (시집가는거 아니고..) 취직. 취직 (아, 취직이에요) 취직가면 돈 벌어야지..
<녹취> "(우짜노. 남자는 세 번 밖에 안운다 캤는데..) 잘 가소. 좋은 데 가니 좋다."
<녹취> 임동민 : "사실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나 마찬가지죠. 제가 아침에 모시러 가고 또 계시는 동안 있다가 또 오후에 모셔다 드리고 이런 곳이기 때문에 집 위치며 집 구조며, 가족관계 어떻게 되는지 다 알고 있는데 이제 막상 떠나려고 하니까 집 떠나는 것처럼 섭섭하고 그래요..."
동민 씨는 그동안 고령자 취업 지원과 저소득층 복지 증진, 청소년 비행 예방 등 다양한 현장 업무를 경험해 왔습니다.
모든 일이 나름의 보람이 있었지만 어린이들 돌보는 일에 유달리 마음이 쓰였습니다.
<인터뷰> 임동민 : "진짜 어려운 환경 안에서도 누군가에게 도움받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이분들이 해준 만큼 내가 더 노력을 해야겠구나 해서 그것을 성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 봤을 때 참 나눔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동민 씨가 어린이들에게 특히 애착을 갖는 이유는 유년 시절 경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모와 함께 살 수 없었 동민씨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3년 간을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인터뷰> 임동민 :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참된 헌신하는 모습과 사랑들이 저한테는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비록 작더라도 이 작은 것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지라고 항상 저한테 얘기를 하셨기 때문에..."
작은 것이라도 남들과 나눌 수 있다는 믿음, 결국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가꿔 나갔습니다.
보육원에서 13년 동안 생활한 복지시설의 수혜자이자, 복지관에서 13년 동안 봉사한 사회복지사로서의 경험은 동민씨를 이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잡게 했습니다.
<인터뷰> 임동민 :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 청소년들 그리고 성인들도 마찬가지고 그 분들이 뭔가 좀 꿈을 가지되 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보완을 하고 지원을 할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이 나오면 참 좋겠다..."
산림연구원인 노용석 씨도 지난달 발표된 민간 경력 5급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노씨는 최근 우리나라 산림의 종류와 수령을 조사해 탄소 흡수량을 계산해 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노용석 : "링을 세어볼 때 수령이 50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오차 범위가 어느 정도 될까요?)"
한 3년 정도... 나무 냄새가 좋아 숲 속의 삶을 택했다는 노씨는 대학에서 산림학을 공부한 뒤 민간기업에 근무하며 해외 조림과 원목수입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후 국제 산림 협력에 관심을 쏟아 일본의 삼림 총합연구소의 토양자료 구축 업무와 동남아 산림 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등 10년 이상 숲과의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녹취> 노용석 : "아침에 뭐 잠깐 오전에 몇 시간 일하고 오후에 두세 시간 들어와서 쉬다가 해가 수그러지면 들어갔는데 갔다 오면 막 거머리가 들어와 있고 그래요. 그리고 길 없는데 헤쳐가야 하니까 육체적으로 힘들고..."
노씨는 앞으로 산림청에서 국제 산림 협상과 협력 분야를 맡게 됩니다.
민간 기업에서의 산림 개발과 열대림 보존에 대한 연구 경험을 통해 보존과 개발에 대한 나름의 산림철학을 세울 수 있었고, 눈앞의 과제인 기후변화 협약 과정에서 산림 개발을 포기하기 힘든 개도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노용석 : "개도국일수록 산림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에요. 우리나라는 별로 없지만. 근데 이거 어떻게 할 거냐. 지구적인 협상에서 개도국 정치지도자들은 이걸 생각하지 않고서는 협상 테이블에 올 수가 없는 거죠. 산림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이 많은 사람들. 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
일본과 동남아 등 해외 경험은 노씨에게 기초자료의 중요성을 일깨워줬고 공직생활의 목표 설정에도 도움을 줬습니다.
<인터뷰> 노용석 : "새로운 정책을 만들 수 있게 신뢰성 있는 정보와 데이터를 꾸준히 성실하게 만들고 또 그런 풍토를 조성하고 해서 우리나라 임업이나 임학이 내실있게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도록..."
이처럼 민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정부의 5급 사무관으로 뽑힌 전문가는 모두 103명, 나이는 평균 35.4세로 저마다 8년 이상의 현장 경력을 갖고 있어 행정고시 합격자들보다 10살 가량 많습니다.
수의사와 아랍 전문가, 미술관 큐레이터 등 합격자들은 내년 봄 행정고시 합격자 250여 명과 함께 10주 동안의 기본 소양교육을 받은 뒤 전문분야 현업에 배치됩니다.
<인터뷰> 김우호 : "평균경쟁률은 지금 약 30대 1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직열 같은 경우에는 100대 1이 넘는 직열도 있습니다. 앞으로 자기 전공분야에서 성실하게 또 착실하게 경력과 역량을 쌓으면 언제든지 공직에 응시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새로운 채용 제도는 과연 공직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까?
다국적 제약회사에 다니던 김돈환 씨는 지난해 민간경력자로 뽑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배치됐습니다.
담당 업무는 국내 시판용 동물 약품에 대한 안정성 실험과 판매 허가,
<인터뷰> 김돈환 : "(지금 접종하면 언제쯤 결과 나와요?) 이거 접종하면 안전시험은 3주 동안 보고요. 그 다음 역가시험은 3주 있다가 시험해가지고 결과 보거든요."
민간에서 약을 만들어 팔아오다 하루 아침에 그 약의 판매 여부를 결정하는, 이른바 을에서 갑으로 자리가 바뀌었지만 공직이 생각만큼 쉽진 않았습니다.
한 해 3천 건이 넘는 약품의 안전성을 검사하고 판매 여부를 직접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에 따른 부담도 컸습니다.
<인터뷰> 김돈환 : "민간에 있을 때는 공무원 욕을 많이 했었습니다. 저는 제품을 팔아야 되는 입장이고 공무원들은 제품에 대해 확인을 하고 제도를 통해 나름대로 규제를 하는 입장이었는데 지금 제가 들어와서 보니까 공무원들의 일상이나 아니면 업무의 내용들하고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차이가 많습니다."
새 조직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인허가 제도 개선 등 해보고 싶었던 정책들은 아직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인터뷰> 김돈환 : "1년, 1년 이렇게 차곡차곡 준비를 해서 좀 더 민간경력자 특히 이제 전문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공무원 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키거나 아니면 행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결과들을 가지고 올 수 있게끔 노력할 수 있는, 1년 동안은 그런 다짐을 하는 그런 기간이었고...."
<인터뷰> 이병권(검역본부 수의사무관 ) : "민간 사무관들이 저희 기관에 온다고 해서 우려를 많이 했습니다. 그건 사실이고요, 그렇지만 1년 동안 저희가 옆에서 이렇게 그분들이 오셔서 근무하시는 것을 보니까 어떻게 보면 신선하고 조직에 대한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의 요소가 있고요..."
지난 1949년 이후 고위 관료가 되기 위해서는 고등고시나 행정고시에 합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60 여년 만에 고시를 근간으로 한 공직 사회의 견고한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민간전문가의 채용이 공직사회의 경직성과 순혈주의를 뚫고
'개방과 경쟁'을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될 지 관심거립니다.
현직 장관의 딸을 5급 사무관급에 특별 채용하기 위해 채용 요건을 바꾸는 등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입니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서 결국 장관이 사퇴했습니다.
<녹취> 유명환 장관 회견 : "자식이 아버지 수장 조직에 채용돼 특혜 의혹을 야기한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민간 전문가 채용 방식을 대폭 손질했습니다.
특히 5급 사무관의 경우 부처별 사정에 따라 수시로 뽑던 방식을 일괄 공개채용으로 바꿨습니다.
새로 시행된 채용 방식에 따라 지난해엔 91명, 올핸 103명의 민간 전문가들이 고위 공직 사회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녹취> 김우호(행안부 과장) : "부처 자체에서 산발적으로 한두명씩 선발하던 것들은 한꺼번에 다 모아서 일괄해서 채용공고를 하고 시험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채용의 투명성, 공정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행정고시 합격자들의 전유물이던 5급 사무관 자리에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학벌이나 자격증 없이도 한 분야에서 꾸준히 자기 길을 걸어온 현장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이 과연 개방과 경쟁이라는 공직사회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민간 전문가에서 정부의 초급 관리자로 변신한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사회복지관,
올해 32살 임동민 씨는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인터뷰> 임동민 : "못 들어가고 있어요. (못 들어가고 있어요? 기다린다고? 우짜노..) 인제 들어가야지... (일부러 일어나시지 마시고 혼자 걸으려고 하지 마시고.. 머리 다치면 큰일나니까..)"
복지관 이용자들은 치매에 걸렸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 물리치료와 치매 예방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기 위해 매일 이곳을 찾는 주민들에게 동민 씨는 친자식과도 같습니다.
<인터뷰> 임동민 : "감기약 드셨어요? (끄덕) 그래도 계속 기침 나시는데요? (이게 감기가 아닌 모양이라..)"
동민 씨는 지난 2000년 사회복지사의 길로 들어선 뒤 부산지역 복지시설 세 곳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돌봐왔습니다.
휴가 한번 가 볼 겨를 없이 바쁘게 보낸 지난 13년, 하지만 오늘을 끝으로 복지관을 떠나야 합니다.
지난달 정부의 민간전문가 채용에 합격해 보건복지부에서 사회복지시설 담당관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녹취> "(이제 서울가서 못 봐요. 이제 제가 데리러 안 갈 거야, 할머니 모시러...) 취직가요? (시집가는거 아니고..) 취직. 취직 (아, 취직이에요) 취직가면 돈 벌어야지..
<녹취> "(우짜노. 남자는 세 번 밖에 안운다 캤는데..) 잘 가소. 좋은 데 가니 좋다."
<녹취> 임동민 : "사실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나 마찬가지죠. 제가 아침에 모시러 가고 또 계시는 동안 있다가 또 오후에 모셔다 드리고 이런 곳이기 때문에 집 위치며 집 구조며, 가족관계 어떻게 되는지 다 알고 있는데 이제 막상 떠나려고 하니까 집 떠나는 것처럼 섭섭하고 그래요..."
동민 씨는 그동안 고령자 취업 지원과 저소득층 복지 증진, 청소년 비행 예방 등 다양한 현장 업무를 경험해 왔습니다.
모든 일이 나름의 보람이 있었지만 어린이들 돌보는 일에 유달리 마음이 쓰였습니다.
<인터뷰> 임동민 : "진짜 어려운 환경 안에서도 누군가에게 도움받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이분들이 해준 만큼 내가 더 노력을 해야겠구나 해서 그것을 성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 봤을 때 참 나눔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동민 씨가 어린이들에게 특히 애착을 갖는 이유는 유년 시절 경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모와 함께 살 수 없었 동민씨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3년 간을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인터뷰> 임동민 :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참된 헌신하는 모습과 사랑들이 저한테는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비록 작더라도 이 작은 것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지라고 항상 저한테 얘기를 하셨기 때문에..."
작은 것이라도 남들과 나눌 수 있다는 믿음, 결국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가꿔 나갔습니다.
보육원에서 13년 동안 생활한 복지시설의 수혜자이자, 복지관에서 13년 동안 봉사한 사회복지사로서의 경험은 동민씨를 이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잡게 했습니다.
<인터뷰> 임동민 :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 청소년들 그리고 성인들도 마찬가지고 그 분들이 뭔가 좀 꿈을 가지되 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보완을 하고 지원을 할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이 나오면 참 좋겠다..."
산림연구원인 노용석 씨도 지난달 발표된 민간 경력 5급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노씨는 최근 우리나라 산림의 종류와 수령을 조사해 탄소 흡수량을 계산해 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노용석 : "링을 세어볼 때 수령이 50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오차 범위가 어느 정도 될까요?)"
한 3년 정도... 나무 냄새가 좋아 숲 속의 삶을 택했다는 노씨는 대학에서 산림학을 공부한 뒤 민간기업에 근무하며 해외 조림과 원목수입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후 국제 산림 협력에 관심을 쏟아 일본의 삼림 총합연구소의 토양자료 구축 업무와 동남아 산림 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등 10년 이상 숲과의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녹취> 노용석 : "아침에 뭐 잠깐 오전에 몇 시간 일하고 오후에 두세 시간 들어와서 쉬다가 해가 수그러지면 들어갔는데 갔다 오면 막 거머리가 들어와 있고 그래요. 그리고 길 없는데 헤쳐가야 하니까 육체적으로 힘들고..."
노씨는 앞으로 산림청에서 국제 산림 협상과 협력 분야를 맡게 됩니다.
민간 기업에서의 산림 개발과 열대림 보존에 대한 연구 경험을 통해 보존과 개발에 대한 나름의 산림철학을 세울 수 있었고, 눈앞의 과제인 기후변화 협약 과정에서 산림 개발을 포기하기 힘든 개도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노용석 : "개도국일수록 산림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에요. 우리나라는 별로 없지만. 근데 이거 어떻게 할 거냐. 지구적인 협상에서 개도국 정치지도자들은 이걸 생각하지 않고서는 협상 테이블에 올 수가 없는 거죠. 산림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이 많은 사람들. 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
일본과 동남아 등 해외 경험은 노씨에게 기초자료의 중요성을 일깨워줬고 공직생활의 목표 설정에도 도움을 줬습니다.
<인터뷰> 노용석 : "새로운 정책을 만들 수 있게 신뢰성 있는 정보와 데이터를 꾸준히 성실하게 만들고 또 그런 풍토를 조성하고 해서 우리나라 임업이나 임학이 내실있게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도록..."
이처럼 민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정부의 5급 사무관으로 뽑힌 전문가는 모두 103명, 나이는 평균 35.4세로 저마다 8년 이상의 현장 경력을 갖고 있어 행정고시 합격자들보다 10살 가량 많습니다.
수의사와 아랍 전문가, 미술관 큐레이터 등 합격자들은 내년 봄 행정고시 합격자 250여 명과 함께 10주 동안의 기본 소양교육을 받은 뒤 전문분야 현업에 배치됩니다.
<인터뷰> 김우호 : "평균경쟁률은 지금 약 30대 1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직열 같은 경우에는 100대 1이 넘는 직열도 있습니다. 앞으로 자기 전공분야에서 성실하게 또 착실하게 경력과 역량을 쌓으면 언제든지 공직에 응시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새로운 채용 제도는 과연 공직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까?
다국적 제약회사에 다니던 김돈환 씨는 지난해 민간경력자로 뽑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배치됐습니다.
담당 업무는 국내 시판용 동물 약품에 대한 안정성 실험과 판매 허가,
<인터뷰> 김돈환 : "(지금 접종하면 언제쯤 결과 나와요?) 이거 접종하면 안전시험은 3주 동안 보고요. 그 다음 역가시험은 3주 있다가 시험해가지고 결과 보거든요."
민간에서 약을 만들어 팔아오다 하루 아침에 그 약의 판매 여부를 결정하는, 이른바 을에서 갑으로 자리가 바뀌었지만 공직이 생각만큼 쉽진 않았습니다.
한 해 3천 건이 넘는 약품의 안전성을 검사하고 판매 여부를 직접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에 따른 부담도 컸습니다.
<인터뷰> 김돈환 : "민간에 있을 때는 공무원 욕을 많이 했었습니다. 저는 제품을 팔아야 되는 입장이고 공무원들은 제품에 대해 확인을 하고 제도를 통해 나름대로 규제를 하는 입장이었는데 지금 제가 들어와서 보니까 공무원들의 일상이나 아니면 업무의 내용들하고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차이가 많습니다."
새 조직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인허가 제도 개선 등 해보고 싶었던 정책들은 아직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인터뷰> 김돈환 : "1년, 1년 이렇게 차곡차곡 준비를 해서 좀 더 민간경력자 특히 이제 전문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공무원 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키거나 아니면 행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결과들을 가지고 올 수 있게끔 노력할 수 있는, 1년 동안은 그런 다짐을 하는 그런 기간이었고...."
<인터뷰> 이병권(검역본부 수의사무관 ) : "민간 사무관들이 저희 기관에 온다고 해서 우려를 많이 했습니다. 그건 사실이고요, 그렇지만 1년 동안 저희가 옆에서 이렇게 그분들이 오셔서 근무하시는 것을 보니까 어떻게 보면 신선하고 조직에 대한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의 요소가 있고요..."
지난 1949년 이후 고위 관료가 되기 위해서는 고등고시나 행정고시에 합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60 여년 만에 고시를 근간으로 한 공직 사회의 견고한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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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2-11-05 13:33:20
지난 2010년 외교부는 계약직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현직 장관의 딸을 5급 사무관급에 특별 채용하기 위해 채용 요건을 바꾸는 등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입니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서 결국 장관이 사퇴했습니다.
<녹취> 유명환 장관 회견 : "자식이 아버지 수장 조직에 채용돼 특혜 의혹을 야기한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민간 전문가 채용 방식을 대폭 손질했습니다.
특히 5급 사무관의 경우 부처별 사정에 따라 수시로 뽑던 방식을 일괄 공개채용으로 바꿨습니다.
새로 시행된 채용 방식에 따라 지난해엔 91명, 올핸 103명의 민간 전문가들이 고위 공직 사회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녹취> 김우호(행안부 과장) : "부처 자체에서 산발적으로 한두명씩 선발하던 것들은 한꺼번에 다 모아서 일괄해서 채용공고를 하고 시험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채용의 투명성, 공정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행정고시 합격자들의 전유물이던 5급 사무관 자리에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학벌이나 자격증 없이도 한 분야에서 꾸준히 자기 길을 걸어온 현장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이 과연 개방과 경쟁이라는 공직사회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민간 전문가에서 정부의 초급 관리자로 변신한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사회복지관,
올해 32살 임동민 씨는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인터뷰> 임동민 : "못 들어가고 있어요. (못 들어가고 있어요? 기다린다고? 우짜노..) 인제 들어가야지... (일부러 일어나시지 마시고 혼자 걸으려고 하지 마시고.. 머리 다치면 큰일나니까..)"
복지관 이용자들은 치매에 걸렸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 물리치료와 치매 예방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기 위해 매일 이곳을 찾는 주민들에게 동민 씨는 친자식과도 같습니다.
<인터뷰> 임동민 : "감기약 드셨어요? (끄덕) 그래도 계속 기침 나시는데요? (이게 감기가 아닌 모양이라..)"
동민 씨는 지난 2000년 사회복지사의 길로 들어선 뒤 부산지역 복지시설 세 곳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돌봐왔습니다.
휴가 한번 가 볼 겨를 없이 바쁘게 보낸 지난 13년, 하지만 오늘을 끝으로 복지관을 떠나야 합니다.
지난달 정부의 민간전문가 채용에 합격해 보건복지부에서 사회복지시설 담당관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녹취> "(이제 서울가서 못 봐요. 이제 제가 데리러 안 갈 거야, 할머니 모시러...) 취직가요? (시집가는거 아니고..) 취직. 취직 (아, 취직이에요) 취직가면 돈 벌어야지..
<녹취> "(우짜노. 남자는 세 번 밖에 안운다 캤는데..) 잘 가소. 좋은 데 가니 좋다."
<녹취> 임동민 : "사실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나 마찬가지죠. 제가 아침에 모시러 가고 또 계시는 동안 있다가 또 오후에 모셔다 드리고 이런 곳이기 때문에 집 위치며 집 구조며, 가족관계 어떻게 되는지 다 알고 있는데 이제 막상 떠나려고 하니까 집 떠나는 것처럼 섭섭하고 그래요..."
동민 씨는 그동안 고령자 취업 지원과 저소득층 복지 증진, 청소년 비행 예방 등 다양한 현장 업무를 경험해 왔습니다.
모든 일이 나름의 보람이 있었지만 어린이들 돌보는 일에 유달리 마음이 쓰였습니다.
<인터뷰> 임동민 : "진짜 어려운 환경 안에서도 누군가에게 도움받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이분들이 해준 만큼 내가 더 노력을 해야겠구나 해서 그것을 성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 봤을 때 참 나눔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동민 씨가 어린이들에게 특히 애착을 갖는 이유는 유년 시절 경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모와 함께 살 수 없었 동민씨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3년 간을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인터뷰> 임동민 :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참된 헌신하는 모습과 사랑들이 저한테는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비록 작더라도 이 작은 것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지라고 항상 저한테 얘기를 하셨기 때문에..."
작은 것이라도 남들과 나눌 수 있다는 믿음, 결국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가꿔 나갔습니다.
보육원에서 13년 동안 생활한 복지시설의 수혜자이자, 복지관에서 13년 동안 봉사한 사회복지사로서의 경험은 동민씨를 이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잡게 했습니다.
<인터뷰> 임동민 :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 청소년들 그리고 성인들도 마찬가지고 그 분들이 뭔가 좀 꿈을 가지되 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보완을 하고 지원을 할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이 나오면 참 좋겠다..."
산림연구원인 노용석 씨도 지난달 발표된 민간 경력 5급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노씨는 최근 우리나라 산림의 종류와 수령을 조사해 탄소 흡수량을 계산해 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노용석 : "링을 세어볼 때 수령이 50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오차 범위가 어느 정도 될까요?)"
한 3년 정도... 나무 냄새가 좋아 숲 속의 삶을 택했다는 노씨는 대학에서 산림학을 공부한 뒤 민간기업에 근무하며 해외 조림과 원목수입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후 국제 산림 협력에 관심을 쏟아 일본의 삼림 총합연구소의 토양자료 구축 업무와 동남아 산림 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등 10년 이상 숲과의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녹취> 노용석 : "아침에 뭐 잠깐 오전에 몇 시간 일하고 오후에 두세 시간 들어와서 쉬다가 해가 수그러지면 들어갔는데 갔다 오면 막 거머리가 들어와 있고 그래요. 그리고 길 없는데 헤쳐가야 하니까 육체적으로 힘들고..."
노씨는 앞으로 산림청에서 국제 산림 협상과 협력 분야를 맡게 됩니다.
민간 기업에서의 산림 개발과 열대림 보존에 대한 연구 경험을 통해 보존과 개발에 대한 나름의 산림철학을 세울 수 있었고, 눈앞의 과제인 기후변화 협약 과정에서 산림 개발을 포기하기 힘든 개도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노용석 : "개도국일수록 산림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에요. 우리나라는 별로 없지만. 근데 이거 어떻게 할 거냐. 지구적인 협상에서 개도국 정치지도자들은 이걸 생각하지 않고서는 협상 테이블에 올 수가 없는 거죠. 산림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이 많은 사람들. 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
일본과 동남아 등 해외 경험은 노씨에게 기초자료의 중요성을 일깨워줬고 공직생활의 목표 설정에도 도움을 줬습니다.
<인터뷰> 노용석 : "새로운 정책을 만들 수 있게 신뢰성 있는 정보와 데이터를 꾸준히 성실하게 만들고 또 그런 풍토를 조성하고 해서 우리나라 임업이나 임학이 내실있게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도록..."
이처럼 민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정부의 5급 사무관으로 뽑힌 전문가는 모두 103명, 나이는 평균 35.4세로 저마다 8년 이상의 현장 경력을 갖고 있어 행정고시 합격자들보다 10살 가량 많습니다.
수의사와 아랍 전문가, 미술관 큐레이터 등 합격자들은 내년 봄 행정고시 합격자 250여 명과 함께 10주 동안의 기본 소양교육을 받은 뒤 전문분야 현업에 배치됩니다.
<인터뷰> 김우호 : "평균경쟁률은 지금 약 30대 1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직열 같은 경우에는 100대 1이 넘는 직열도 있습니다. 앞으로 자기 전공분야에서 성실하게 또 착실하게 경력과 역량을 쌓으면 언제든지 공직에 응시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새로운 채용 제도는 과연 공직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까?
다국적 제약회사에 다니던 김돈환 씨는 지난해 민간경력자로 뽑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배치됐습니다.
담당 업무는 국내 시판용 동물 약품에 대한 안정성 실험과 판매 허가,
<인터뷰> 김돈환 : "(지금 접종하면 언제쯤 결과 나와요?) 이거 접종하면 안전시험은 3주 동안 보고요. 그 다음 역가시험은 3주 있다가 시험해가지고 결과 보거든요."
민간에서 약을 만들어 팔아오다 하루 아침에 그 약의 판매 여부를 결정하는, 이른바 을에서 갑으로 자리가 바뀌었지만 공직이 생각만큼 쉽진 않았습니다.
한 해 3천 건이 넘는 약품의 안전성을 검사하고 판매 여부를 직접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에 따른 부담도 컸습니다.
<인터뷰> 김돈환 : "민간에 있을 때는 공무원 욕을 많이 했었습니다. 저는 제품을 팔아야 되는 입장이고 공무원들은 제품에 대해 확인을 하고 제도를 통해 나름대로 규제를 하는 입장이었는데 지금 제가 들어와서 보니까 공무원들의 일상이나 아니면 업무의 내용들하고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차이가 많습니다."
새 조직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인허가 제도 개선 등 해보고 싶었던 정책들은 아직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인터뷰> 김돈환 : "1년, 1년 이렇게 차곡차곡 준비를 해서 좀 더 민간경력자 특히 이제 전문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공무원 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키거나 아니면 행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결과들을 가지고 올 수 있게끔 노력할 수 있는, 1년 동안은 그런 다짐을 하는 그런 기간이었고...."
<인터뷰> 이병권(검역본부 수의사무관 ) : "민간 사무관들이 저희 기관에 온다고 해서 우려를 많이 했습니다. 그건 사실이고요, 그렇지만 1년 동안 저희가 옆에서 이렇게 그분들이 오셔서 근무하시는 것을 보니까 어떻게 보면 신선하고 조직에 대한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의 요소가 있고요..."
지난 1949년 이후 고위 관료가 되기 위해서는 고등고시나 행정고시에 합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60 여년 만에 고시를 근간으로 한 공직 사회의 견고한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민간전문가의 채용이 공직사회의 경직성과 순혈주의를 뚫고
'개방과 경쟁'을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될 지 관심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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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민 기자 sang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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