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기분 좋을 때…소고기 먹겠지!
입력 2012.12.03 (08:43)
수정 2012.12.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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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월급날이나 생일같이 특별한 날,큰 맘 먹고 한턱 낼 때 모처럼 맛보는 음식이 있죠?
네, 고기 중에도 귀한 대접받는 쇠고기, 가격만 부담스럽지 않다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것 같은데요.
네, 이 쇠고기가 오랜 세월 특별히 한국인에게 사랑받아온 데는 재밌는 역사가 있다는데요.
조빛나 기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나요?
<기자 멘트>
18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우리나라 보험 1호는 사람이 아닌 소였다고 해요.
얼마나 소를 귀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그런 소고기가 요즘은 개그프로그램을 통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공감하는 유행어로 떠올랐습니다.
그 옛날보다는 소고기가 대중화된 건 사실이지만 그런데도 한턱낸다고 할 때 당장 소고기부터 떠올리는 한국인의 심리는 왜 그런걸까요?
한국인의 유별한 소고기 사랑의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KBS 뉴스 9(2012년 11월 1일) : "끝없이 이어진 줄. 1등급 한우 등심을 반값에 사기 위해서입니다."
지난달 1일, 한우데이의 풍경입니다!
<녹취> 김용난(서울 역촌동 ) : "기분 좋지 뭐. 싸니까."
<녹취>기자 : "추운 날씨, 야외 행사장에서도 한우 250톤은 금세 동이났습니다."
그 귀한 한우를 싸게 판다는데, 추위가 대수일까요?
옛날에도 그랬지만 요즘도 소고기는 특별한 음식이죠?
<녹취> 시민 : "옛날엔 못 먹었어요."
<녹취> 시민 : "젊었을 때는 거의 소고기는 접해보지 못했죠."
한국 사람은 기분 좋을 때, 소고기를 먹어야 한답니다.
한국사람의 유별한 소고기 사랑, 이유가 뭘까요?
우선 한국인들의 소고기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녹취> 시민 : "(요즘에 소고기 잘 드세요?) 아니오. 별로 안 먹어요. 비싸니까 안 먹죠. 한 달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 하죠. 외식은 못하고 집에서 사다가 구워먹고 그러죠."
<녹취>시민 : "(소고기 좋아하세요?) 네. 소고기 많이 좋아해요. 한 달에 한두 번? 가격이 좀 비싸서 (자주 못 먹어요)."
<녹취> 학생들 :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 먹겠지."
<인터뷰> 김대희(개그맨 )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개그맨 김대희입니다.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먹겠지. 인생을 많이 사신 어르신의 세상을 향한 염세주의적 충고를 담은 개그를 짜다 보니 돈 많이 벌면 뭐하겠느냐 다음에 뭔가 비싼 것이 나와야 하는데 그때 소고기 밖에 생각이 나질 않더라고요."
<녹취> "동창들 만나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먹겠지. 돈 벌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먹겠지."
<인터뷰> 김대희(개그맨) : "그래도 사람들 인식 속에는 닭고기보다는 돼지고기,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가 비싸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어서 일종의 부의 상징을 나타낸 거죠. 정말 연세가 많은 어르신께서 간혹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진짜 공감이 간다. 정말 옛날에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는 소고기는 진짜 구경하기도 어려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소고기는 대체 왜 그렇게 귀했던 걸까요?
한국인이 열망하는 소고기 뒤엔 재밌는 역사가 숨어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준(근대유물 전문가 ) :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이 당연히 사람이어야겠죠. 그런데 1897년 농상공부대신 제1호로 나온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은 사람이 아니라 소였습니다. 집보다 더 소중했던, 우리 곁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쉽게 (소를) 먹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야말로 귀중한 날, 소중한 날만 소고기를 국에 넣어서 먹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1960년대 경제개발이 되면서 소위 조금씩 살만할 때, 보릿고개를 넘기고 나서 그때부터 소고기를 식탁에 올리기 시작했죠."
한우 사육 두수는 1950년대부터 조금씩 늘었지만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서민이 맛보긴 여전히 쉽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등장한 상품이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준(근대유물 전문가) : "한국 최초의 라면이 1963년에 등장합니다. 그때는 닭고기 맛입니다, 수프가. 그 라면의 붐이 일어나니까 라면수프에 소고기가 들어갔거든요. 소고기가 비싸서 못 사 먹으니까 라면에서라도 소고기 맛을 느끼자. 그게 한 5년 동안 70년대 초부터 그러한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그렇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한우를 이제 한국사람들은 한 명이 한 해 10킬로그램씩은 소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들었던 기억 때문일까요?
특별한 날 음식의 대명사는 여전히 소고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저녁 찾은 경기도의 한 음식점.
가족 단위 외식하는 분들 많았습니다.
<녹취> 손님 : "맛이 아주 일미라 한 달에 세 번에서 네 번 정도는 옵니다. 아주 싸요."
<인터뷰> 최혜경(경기도 안산시 ) : "가격도 저렴하고 부드럽고 연하고 (맛있습니다)."
2대째 한우 농장을 운영하면서 식당을 함께 한다는데요.
<인터뷰> 박찬웅(00농장 대표) : "무게를 속이지 않고 고기의 등급을 속이지 않고 신선도를 유지하는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지키고 있어요."
역시, 기분 좋은 가족 외식에 최고메뉴는 소고기겠죠!
소고기가 그리 귀하지 않은 지금도 중장년층에겐 아직 특별하다는데요.
소고기를 보면 추억 하나씩은 갖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선영(경기도 안산시) : "제사 끝나고 나면 어른들이 먼저 드시고 아이들이 먹었잖아요. 아버님이나 할아버님이 음복하면 아들이나 손자 먹으라고 (고기를) 드시고 싶어도 많이 안 드시고 (아이들) 먹으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인터뷰> 강혜옥(경기도 안산시 ) : "옛날에는 살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소고기를 못 먹었는데 지금은 정말 우리 아이들만큼은 많이 먹이고 싶어요. 그때 저희가 먹고 싶어도 못 먹었던 것, 그 기억 때문에."
<인터뷰> 김건철(경기도 안산시 ) : "제가 잘해드려야죠. 부모님께 잘하고 소고기도 잘 사드릴 겁니다."
더 이상 가장 귀하고 특별한 음식이 아닌 소고기.
하지만 아직도 한우는 최고 대접을 받는 건 어쩌면 소고기를 갈망했던 그 시절 그 추억이 세대를 거쳐 이어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월급날이나 생일같이 특별한 날,큰 맘 먹고 한턱 낼 때 모처럼 맛보는 음식이 있죠?
네, 고기 중에도 귀한 대접받는 쇠고기, 가격만 부담스럽지 않다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것 같은데요.
네, 이 쇠고기가 오랜 세월 특별히 한국인에게 사랑받아온 데는 재밌는 역사가 있다는데요.
조빛나 기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나요?
<기자 멘트>
18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우리나라 보험 1호는 사람이 아닌 소였다고 해요.
얼마나 소를 귀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그런 소고기가 요즘은 개그프로그램을 통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공감하는 유행어로 떠올랐습니다.
그 옛날보다는 소고기가 대중화된 건 사실이지만 그런데도 한턱낸다고 할 때 당장 소고기부터 떠올리는 한국인의 심리는 왜 그런걸까요?
한국인의 유별한 소고기 사랑의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KBS 뉴스 9(2012년 11월 1일) : "끝없이 이어진 줄. 1등급 한우 등심을 반값에 사기 위해서입니다."
지난달 1일, 한우데이의 풍경입니다!
<녹취> 김용난(서울 역촌동 ) : "기분 좋지 뭐. 싸니까."
<녹취>기자 : "추운 날씨, 야외 행사장에서도 한우 250톤은 금세 동이났습니다."
그 귀한 한우를 싸게 판다는데, 추위가 대수일까요?
옛날에도 그랬지만 요즘도 소고기는 특별한 음식이죠?
<녹취> 시민 : "옛날엔 못 먹었어요."
<녹취> 시민 : "젊었을 때는 거의 소고기는 접해보지 못했죠."
한국 사람은 기분 좋을 때, 소고기를 먹어야 한답니다.
한국사람의 유별한 소고기 사랑, 이유가 뭘까요?
우선 한국인들의 소고기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녹취> 시민 : "(요즘에 소고기 잘 드세요?) 아니오. 별로 안 먹어요. 비싸니까 안 먹죠. 한 달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 하죠. 외식은 못하고 집에서 사다가 구워먹고 그러죠."
<녹취>시민 : "(소고기 좋아하세요?) 네. 소고기 많이 좋아해요. 한 달에 한두 번? 가격이 좀 비싸서 (자주 못 먹어요)."
<녹취> 학생들 :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 먹겠지."
<인터뷰> 김대희(개그맨 )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개그맨 김대희입니다.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먹겠지. 인생을 많이 사신 어르신의 세상을 향한 염세주의적 충고를 담은 개그를 짜다 보니 돈 많이 벌면 뭐하겠느냐 다음에 뭔가 비싼 것이 나와야 하는데 그때 소고기 밖에 생각이 나질 않더라고요."
<녹취> "동창들 만나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먹겠지. 돈 벌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먹겠지."
<인터뷰> 김대희(개그맨) : "그래도 사람들 인식 속에는 닭고기보다는 돼지고기,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가 비싸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어서 일종의 부의 상징을 나타낸 거죠. 정말 연세가 많은 어르신께서 간혹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진짜 공감이 간다. 정말 옛날에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는 소고기는 진짜 구경하기도 어려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소고기는 대체 왜 그렇게 귀했던 걸까요?
한국인이 열망하는 소고기 뒤엔 재밌는 역사가 숨어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준(근대유물 전문가 ) :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이 당연히 사람이어야겠죠. 그런데 1897년 농상공부대신 제1호로 나온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은 사람이 아니라 소였습니다. 집보다 더 소중했던, 우리 곁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쉽게 (소를) 먹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야말로 귀중한 날, 소중한 날만 소고기를 국에 넣어서 먹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1960년대 경제개발이 되면서 소위 조금씩 살만할 때, 보릿고개를 넘기고 나서 그때부터 소고기를 식탁에 올리기 시작했죠."
한우 사육 두수는 1950년대부터 조금씩 늘었지만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서민이 맛보긴 여전히 쉽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등장한 상품이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준(근대유물 전문가) : "한국 최초의 라면이 1963년에 등장합니다. 그때는 닭고기 맛입니다, 수프가. 그 라면의 붐이 일어나니까 라면수프에 소고기가 들어갔거든요. 소고기가 비싸서 못 사 먹으니까 라면에서라도 소고기 맛을 느끼자. 그게 한 5년 동안 70년대 초부터 그러한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그렇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한우를 이제 한국사람들은 한 명이 한 해 10킬로그램씩은 소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들었던 기억 때문일까요?
특별한 날 음식의 대명사는 여전히 소고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저녁 찾은 경기도의 한 음식점.
가족 단위 외식하는 분들 많았습니다.
<녹취> 손님 : "맛이 아주 일미라 한 달에 세 번에서 네 번 정도는 옵니다. 아주 싸요."
<인터뷰> 최혜경(경기도 안산시 ) : "가격도 저렴하고 부드럽고 연하고 (맛있습니다)."
2대째 한우 농장을 운영하면서 식당을 함께 한다는데요.
<인터뷰> 박찬웅(00농장 대표) : "무게를 속이지 않고 고기의 등급을 속이지 않고 신선도를 유지하는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지키고 있어요."
역시, 기분 좋은 가족 외식에 최고메뉴는 소고기겠죠!
소고기가 그리 귀하지 않은 지금도 중장년층에겐 아직 특별하다는데요.
소고기를 보면 추억 하나씩은 갖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선영(경기도 안산시) : "제사 끝나고 나면 어른들이 먼저 드시고 아이들이 먹었잖아요. 아버님이나 할아버님이 음복하면 아들이나 손자 먹으라고 (고기를) 드시고 싶어도 많이 안 드시고 (아이들) 먹으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인터뷰> 강혜옥(경기도 안산시 ) : "옛날에는 살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소고기를 못 먹었는데 지금은 정말 우리 아이들만큼은 많이 먹이고 싶어요. 그때 저희가 먹고 싶어도 못 먹었던 것, 그 기억 때문에."
<인터뷰> 김건철(경기도 안산시 ) : "제가 잘해드려야죠. 부모님께 잘하고 소고기도 잘 사드릴 겁니다."
더 이상 가장 귀하고 특별한 음식이 아닌 소고기.
하지만 아직도 한우는 최고 대접을 받는 건 어쩌면 소고기를 갈망했던 그 시절 그 추억이 세대를 거쳐 이어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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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2-12-03 08:44:18
- 수정2012-12-03 13:49:18
<앵커 멘트>
월급날이나 생일같이 특별한 날,큰 맘 먹고 한턱 낼 때 모처럼 맛보는 음식이 있죠?
네, 고기 중에도 귀한 대접받는 쇠고기, 가격만 부담스럽지 않다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것 같은데요.
네, 이 쇠고기가 오랜 세월 특별히 한국인에게 사랑받아온 데는 재밌는 역사가 있다는데요.
조빛나 기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나요?
<기자 멘트>
18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우리나라 보험 1호는 사람이 아닌 소였다고 해요.
얼마나 소를 귀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그런 소고기가 요즘은 개그프로그램을 통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공감하는 유행어로 떠올랐습니다.
그 옛날보다는 소고기가 대중화된 건 사실이지만 그런데도 한턱낸다고 할 때 당장 소고기부터 떠올리는 한국인의 심리는 왜 그런걸까요?
한국인의 유별한 소고기 사랑의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KBS 뉴스 9(2012년 11월 1일) : "끝없이 이어진 줄. 1등급 한우 등심을 반값에 사기 위해서입니다."
지난달 1일, 한우데이의 풍경입니다!
<녹취> 김용난(서울 역촌동 ) : "기분 좋지 뭐. 싸니까."
<녹취>기자 : "추운 날씨, 야외 행사장에서도 한우 250톤은 금세 동이났습니다."
그 귀한 한우를 싸게 판다는데, 추위가 대수일까요?
옛날에도 그랬지만 요즘도 소고기는 특별한 음식이죠?
<녹취> 시민 : "옛날엔 못 먹었어요."
<녹취> 시민 : "젊었을 때는 거의 소고기는 접해보지 못했죠."
한국 사람은 기분 좋을 때, 소고기를 먹어야 한답니다.
한국사람의 유별한 소고기 사랑, 이유가 뭘까요?
우선 한국인들의 소고기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녹취> 시민 : "(요즘에 소고기 잘 드세요?) 아니오. 별로 안 먹어요. 비싸니까 안 먹죠. 한 달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 하죠. 외식은 못하고 집에서 사다가 구워먹고 그러죠."
<녹취>시민 : "(소고기 좋아하세요?) 네. 소고기 많이 좋아해요. 한 달에 한두 번? 가격이 좀 비싸서 (자주 못 먹어요)."
<녹취> 학생들 :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 먹겠지."
<인터뷰> 김대희(개그맨 )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개그맨 김대희입니다.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먹겠지. 인생을 많이 사신 어르신의 세상을 향한 염세주의적 충고를 담은 개그를 짜다 보니 돈 많이 벌면 뭐하겠느냐 다음에 뭔가 비싼 것이 나와야 하는데 그때 소고기 밖에 생각이 나질 않더라고요."
<녹취> "동창들 만나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먹겠지. 돈 벌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먹겠지."
<인터뷰> 김대희(개그맨) : "그래도 사람들 인식 속에는 닭고기보다는 돼지고기,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가 비싸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어서 일종의 부의 상징을 나타낸 거죠. 정말 연세가 많은 어르신께서 간혹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진짜 공감이 간다. 정말 옛날에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는 소고기는 진짜 구경하기도 어려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소고기는 대체 왜 그렇게 귀했던 걸까요?
한국인이 열망하는 소고기 뒤엔 재밌는 역사가 숨어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준(근대유물 전문가 ) :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이 당연히 사람이어야겠죠. 그런데 1897년 농상공부대신 제1호로 나온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은 사람이 아니라 소였습니다. 집보다 더 소중했던, 우리 곁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쉽게 (소를) 먹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야말로 귀중한 날, 소중한 날만 소고기를 국에 넣어서 먹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1960년대 경제개발이 되면서 소위 조금씩 살만할 때, 보릿고개를 넘기고 나서 그때부터 소고기를 식탁에 올리기 시작했죠."
한우 사육 두수는 1950년대부터 조금씩 늘었지만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서민이 맛보긴 여전히 쉽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등장한 상품이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준(근대유물 전문가) : "한국 최초의 라면이 1963년에 등장합니다. 그때는 닭고기 맛입니다, 수프가. 그 라면의 붐이 일어나니까 라면수프에 소고기가 들어갔거든요. 소고기가 비싸서 못 사 먹으니까 라면에서라도 소고기 맛을 느끼자. 그게 한 5년 동안 70년대 초부터 그러한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그렇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한우를 이제 한국사람들은 한 명이 한 해 10킬로그램씩은 소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들었던 기억 때문일까요?
특별한 날 음식의 대명사는 여전히 소고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저녁 찾은 경기도의 한 음식점.
가족 단위 외식하는 분들 많았습니다.
<녹취> 손님 : "맛이 아주 일미라 한 달에 세 번에서 네 번 정도는 옵니다. 아주 싸요."
<인터뷰> 최혜경(경기도 안산시 ) : "가격도 저렴하고 부드럽고 연하고 (맛있습니다)."
2대째 한우 농장을 운영하면서 식당을 함께 한다는데요.
<인터뷰> 박찬웅(00농장 대표) : "무게를 속이지 않고 고기의 등급을 속이지 않고 신선도를 유지하는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지키고 있어요."
역시, 기분 좋은 가족 외식에 최고메뉴는 소고기겠죠!
소고기가 그리 귀하지 않은 지금도 중장년층에겐 아직 특별하다는데요.
소고기를 보면 추억 하나씩은 갖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선영(경기도 안산시) : "제사 끝나고 나면 어른들이 먼저 드시고 아이들이 먹었잖아요. 아버님이나 할아버님이 음복하면 아들이나 손자 먹으라고 (고기를) 드시고 싶어도 많이 안 드시고 (아이들) 먹으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인터뷰> 강혜옥(경기도 안산시 ) : "옛날에는 살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소고기를 못 먹었는데 지금은 정말 우리 아이들만큼은 많이 먹이고 싶어요. 그때 저희가 먹고 싶어도 못 먹었던 것, 그 기억 때문에."
<인터뷰> 김건철(경기도 안산시 ) : "제가 잘해드려야죠. 부모님께 잘하고 소고기도 잘 사드릴 겁니다."
더 이상 가장 귀하고 특별한 음식이 아닌 소고기.
하지만 아직도 한우는 최고 대접을 받는 건 어쩌면 소고기를 갈망했던 그 시절 그 추억이 세대를 거쳐 이어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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