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아동 학대 “조사 거부…다시 가정으로”
입력 2013.01.28 (21:27)
수정 2013.01.2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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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줄넘기 끈으로요. (줄넘기 끈으로 때려서 상처가 난 거예요?) 네."
<앵커 멘트>
멍들고, 찢기고, 꿰메고...
이 끔찍한 사진들은 학대를 당한 아이들의 몸에 남은 상흔입니다.
지난 2005년 8천여 건이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 2011년에는 만 건을 넘었습니다.
오늘 이슈 앤 뉴스에서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를 집중 분석합니다.
먼저 그 실태를 홍혜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 13살인 이 소녀는 술만 마시면 주먹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전문기관에서 반년 넘게 치료를 받았지만 마음의 상처가 여전합니다.
<녹취> 김00(13살, 학대 피해아동) : "(제일 화난 사람은 어떤 사람이 있어? 제일 무서웠던 사람?) 아빠...술 드시고 올 때... (어떻게 하시는데?) 말 못하겠어요...좀 안 좋은 거라"
미술치료 과정에서 술병을 들고 폭행하는 아버지를 그린 소녀.
감당하기 힘들었던 고통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김민진(미술치료사) : "안 좋은 감정을 이야기할 때는 항상 아빠가 나오는 아빠로 연관지어져서 그려지는 것들도 있고...아빠와 살 때 힘들었던 그런 것들이 그림에서 많이 표현이 되고요."
아동학대 행태는 갈수록 더 끔찍해지고 있습니다.
인천에서는 학대를 해오던 새엄마가 10살 된 딸에게 밥에 소금을 넣은 일명 `소금밥'을 억지로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고, 경남 창원에서는 대소변을 못 가린다며 친 엄마가 36개월 된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최 00 (친아들 살해 용의자) : "아들아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5년부터 학대를 당한 것으로 확인된 아동은 3만 8천 여명.
이 가운데 62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앵커 멘트>
아동 학대가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는 신고 전화를 통합하고 보호기관을 확충해왔습니다.
그런데도 아동 학대는 왜 줄어들지 않는 걸까요?
그 원인을 김성주 기자가 가상 스튜디오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네,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입니다."
이곳은 24시간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상담소입니다.
전국 어디서나 1577-1391번으로 전화를 걸면 아동학대 신고센터로 연결됩니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2~30건의 아동학대 신고 전화가 걸려오는데요.
아동학대 신고 전화를 분석해보니까 , 발생 장소는 가정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어린이집과 집 근처 등의 순이었습니다.
특히, 학대 가정의 44%는 한 부모 가정으로, 혼자서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경제적 육체적 부담이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학대 의심 가정을 방문하게 되는데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녹취> "(어머니 안녕하세요?) 왜 전화도 안 하고 와서 자꾸 남의 가정에 끼어들어요? 시끄러워요. 얼른 가세요."
이렇게 조사를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 등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뺨을 때리는 등의 아동 학대를 `훈육'과 혼동하는 인식과 친권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부모가 요구하면 상당수 피해 아동을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동학대는 이렇게 심각한 피해를 입은 뒤에야, 적극적인 개입이 시작되곤 합니다.
그렇다면, 아동 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해 시급한 것은 무엇인지,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7년 영국에서 의붓아버지가 2살 된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이른바 `베이비 P 사건'.
척추가 부러질 정도로 학대가 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민들은 경악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서에 전담팀까지 두고 아동학대를 24시간 감시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들도 사법권을 가진 전담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이 아동학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조사를 방해하는 부모는 엄벌합니다.
<인터뷰> 장화정(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사소한 아동학대라 할지라도 아동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조기 치료하자는 철학을 가지고..."
우리나라도 현장조사 상담원들의 사법적 권한을 높이고 학대 부모에게는 아동학대 예방프로그램을 강제로 이수하게 한 뒤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인터뷰> 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원 가정에 복귀시킬 때 전문가들의 의견도 참고하고 아동학대의 재발위험률이 0%에 가깝다는 확정이 됐을 때..."
또, 종신형까지 선고하는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최대 징역 5년형에 불과한 아동학대 처벌 조항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과 사법권을 강화하는 법안 2건이 지난해 하반기에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
<앵커 멘트>
멍들고, 찢기고, 꿰메고...
이 끔찍한 사진들은 학대를 당한 아이들의 몸에 남은 상흔입니다.
지난 2005년 8천여 건이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 2011년에는 만 건을 넘었습니다.
오늘 이슈 앤 뉴스에서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를 집중 분석합니다.
먼저 그 실태를 홍혜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 13살인 이 소녀는 술만 마시면 주먹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전문기관에서 반년 넘게 치료를 받았지만 마음의 상처가 여전합니다.
<녹취> 김00(13살, 학대 피해아동) : "(제일 화난 사람은 어떤 사람이 있어? 제일 무서웠던 사람?) 아빠...술 드시고 올 때... (어떻게 하시는데?) 말 못하겠어요...좀 안 좋은 거라"
미술치료 과정에서 술병을 들고 폭행하는 아버지를 그린 소녀.
감당하기 힘들었던 고통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김민진(미술치료사) : "안 좋은 감정을 이야기할 때는 항상 아빠가 나오는 아빠로 연관지어져서 그려지는 것들도 있고...아빠와 살 때 힘들었던 그런 것들이 그림에서 많이 표현이 되고요."
아동학대 행태는 갈수록 더 끔찍해지고 있습니다.
인천에서는 학대를 해오던 새엄마가 10살 된 딸에게 밥에 소금을 넣은 일명 `소금밥'을 억지로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고, 경남 창원에서는 대소변을 못 가린다며 친 엄마가 36개월 된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최 00 (친아들 살해 용의자) : "아들아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5년부터 학대를 당한 것으로 확인된 아동은 3만 8천 여명.
이 가운데 62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앵커 멘트>
아동 학대가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는 신고 전화를 통합하고 보호기관을 확충해왔습니다.
그런데도 아동 학대는 왜 줄어들지 않는 걸까요?
그 원인을 김성주 기자가 가상 스튜디오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네,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입니다."
이곳은 24시간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상담소입니다.
전국 어디서나 1577-1391번으로 전화를 걸면 아동학대 신고센터로 연결됩니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2~30건의 아동학대 신고 전화가 걸려오는데요.
아동학대 신고 전화를 분석해보니까 , 발생 장소는 가정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어린이집과 집 근처 등의 순이었습니다.
특히, 학대 가정의 44%는 한 부모 가정으로, 혼자서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경제적 육체적 부담이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학대 의심 가정을 방문하게 되는데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녹취> "(어머니 안녕하세요?) 왜 전화도 안 하고 와서 자꾸 남의 가정에 끼어들어요? 시끄러워요. 얼른 가세요."
이렇게 조사를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 등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뺨을 때리는 등의 아동 학대를 `훈육'과 혼동하는 인식과 친권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부모가 요구하면 상당수 피해 아동을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동학대는 이렇게 심각한 피해를 입은 뒤에야, 적극적인 개입이 시작되곤 합니다.
그렇다면, 아동 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해 시급한 것은 무엇인지,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7년 영국에서 의붓아버지가 2살 된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이른바 `베이비 P 사건'.
척추가 부러질 정도로 학대가 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민들은 경악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서에 전담팀까지 두고 아동학대를 24시간 감시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들도 사법권을 가진 전담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이 아동학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조사를 방해하는 부모는 엄벌합니다.
<인터뷰> 장화정(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사소한 아동학대라 할지라도 아동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조기 치료하자는 철학을 가지고..."
우리나라도 현장조사 상담원들의 사법적 권한을 높이고 학대 부모에게는 아동학대 예방프로그램을 강제로 이수하게 한 뒤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인터뷰> 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원 가정에 복귀시킬 때 전문가들의 의견도 참고하고 아동학대의 재발위험률이 0%에 가깝다는 확정이 됐을 때..."
또, 종신형까지 선고하는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최대 징역 5년형에 불과한 아동학대 처벌 조항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과 사법권을 강화하는 법안 2건이 지난해 하반기에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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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1-28 21:30:29
- 수정2013-01-28 22: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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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들고, 찢기고, 꿰메고...
이 끔찍한 사진들은 학대를 당한 아이들의 몸에 남은 상흔입니다.
지난 2005년 8천여 건이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 2011년에는 만 건을 넘었습니다.
오늘 이슈 앤 뉴스에서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를 집중 분석합니다.
먼저 그 실태를 홍혜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 13살인 이 소녀는 술만 마시면 주먹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전문기관에서 반년 넘게 치료를 받았지만 마음의 상처가 여전합니다.
<녹취> 김00(13살, 학대 피해아동) : "(제일 화난 사람은 어떤 사람이 있어? 제일 무서웠던 사람?) 아빠...술 드시고 올 때... (어떻게 하시는데?) 말 못하겠어요...좀 안 좋은 거라"
미술치료 과정에서 술병을 들고 폭행하는 아버지를 그린 소녀.
감당하기 힘들었던 고통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김민진(미술치료사) : "안 좋은 감정을 이야기할 때는 항상 아빠가 나오는 아빠로 연관지어져서 그려지는 것들도 있고...아빠와 살 때 힘들었던 그런 것들이 그림에서 많이 표현이 되고요."
아동학대 행태는 갈수록 더 끔찍해지고 있습니다.
인천에서는 학대를 해오던 새엄마가 10살 된 딸에게 밥에 소금을 넣은 일명 `소금밥'을 억지로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고, 경남 창원에서는 대소변을 못 가린다며 친 엄마가 36개월 된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최 00 (친아들 살해 용의자) : "아들아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5년부터 학대를 당한 것으로 확인된 아동은 3만 8천 여명.
이 가운데 62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앵커 멘트>
아동 학대가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는 신고 전화를 통합하고 보호기관을 확충해왔습니다.
그런데도 아동 학대는 왜 줄어들지 않는 걸까요?
그 원인을 김성주 기자가 가상 스튜디오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네,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입니다."
이곳은 24시간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상담소입니다.
전국 어디서나 1577-1391번으로 전화를 걸면 아동학대 신고센터로 연결됩니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2~30건의 아동학대 신고 전화가 걸려오는데요.
아동학대 신고 전화를 분석해보니까 , 발생 장소는 가정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어린이집과 집 근처 등의 순이었습니다.
특히, 학대 가정의 44%는 한 부모 가정으로, 혼자서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경제적 육체적 부담이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학대 의심 가정을 방문하게 되는데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녹취> "(어머니 안녕하세요?) 왜 전화도 안 하고 와서 자꾸 남의 가정에 끼어들어요? 시끄러워요. 얼른 가세요."
이렇게 조사를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 등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뺨을 때리는 등의 아동 학대를 `훈육'과 혼동하는 인식과 친권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부모가 요구하면 상당수 피해 아동을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동학대는 이렇게 심각한 피해를 입은 뒤에야, 적극적인 개입이 시작되곤 합니다.
그렇다면, 아동 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해 시급한 것은 무엇인지,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7년 영국에서 의붓아버지가 2살 된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이른바 `베이비 P 사건'.
척추가 부러질 정도로 학대가 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민들은 경악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서에 전담팀까지 두고 아동학대를 24시간 감시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들도 사법권을 가진 전담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이 아동학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조사를 방해하는 부모는 엄벌합니다.
<인터뷰> 장화정(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사소한 아동학대라 할지라도 아동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조기 치료하자는 철학을 가지고..."
우리나라도 현장조사 상담원들의 사법적 권한을 높이고 학대 부모에게는 아동학대 예방프로그램을 강제로 이수하게 한 뒤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인터뷰> 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원 가정에 복귀시킬 때 전문가들의 의견도 참고하고 아동학대의 재발위험률이 0%에 가깝다는 확정이 됐을 때..."
또, 종신형까지 선고하는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최대 징역 5년형에 불과한 아동학대 처벌 조항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과 사법권을 강화하는 법안 2건이 지난해 하반기에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
<앵커 멘트>
멍들고, 찢기고, 꿰메고...
이 끔찍한 사진들은 학대를 당한 아이들의 몸에 남은 상흔입니다.
지난 2005년 8천여 건이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 2011년에는 만 건을 넘었습니다.
오늘 이슈 앤 뉴스에서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를 집중 분석합니다.
먼저 그 실태를 홍혜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 13살인 이 소녀는 술만 마시면 주먹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전문기관에서 반년 넘게 치료를 받았지만 마음의 상처가 여전합니다.
<녹취> 김00(13살, 학대 피해아동) : "(제일 화난 사람은 어떤 사람이 있어? 제일 무서웠던 사람?) 아빠...술 드시고 올 때... (어떻게 하시는데?) 말 못하겠어요...좀 안 좋은 거라"
미술치료 과정에서 술병을 들고 폭행하는 아버지를 그린 소녀.
감당하기 힘들었던 고통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김민진(미술치료사) : "안 좋은 감정을 이야기할 때는 항상 아빠가 나오는 아빠로 연관지어져서 그려지는 것들도 있고...아빠와 살 때 힘들었던 그런 것들이 그림에서 많이 표현이 되고요."
아동학대 행태는 갈수록 더 끔찍해지고 있습니다.
인천에서는 학대를 해오던 새엄마가 10살 된 딸에게 밥에 소금을 넣은 일명 `소금밥'을 억지로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고, 경남 창원에서는 대소변을 못 가린다며 친 엄마가 36개월 된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최 00 (친아들 살해 용의자) : "아들아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5년부터 학대를 당한 것으로 확인된 아동은 3만 8천 여명.
이 가운데 62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앵커 멘트>
아동 학대가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는 신고 전화를 통합하고 보호기관을 확충해왔습니다.
그런데도 아동 학대는 왜 줄어들지 않는 걸까요?
그 원인을 김성주 기자가 가상 스튜디오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네,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입니다."
이곳은 24시간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상담소입니다.
전국 어디서나 1577-1391번으로 전화를 걸면 아동학대 신고센터로 연결됩니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2~30건의 아동학대 신고 전화가 걸려오는데요.
아동학대 신고 전화를 분석해보니까 , 발생 장소는 가정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어린이집과 집 근처 등의 순이었습니다.
특히, 학대 가정의 44%는 한 부모 가정으로, 혼자서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경제적 육체적 부담이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학대 의심 가정을 방문하게 되는데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녹취> "(어머니 안녕하세요?) 왜 전화도 안 하고 와서 자꾸 남의 가정에 끼어들어요? 시끄러워요. 얼른 가세요."
이렇게 조사를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 등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뺨을 때리는 등의 아동 학대를 `훈육'과 혼동하는 인식과 친권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부모가 요구하면 상당수 피해 아동을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동학대는 이렇게 심각한 피해를 입은 뒤에야, 적극적인 개입이 시작되곤 합니다.
그렇다면, 아동 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해 시급한 것은 무엇인지,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7년 영국에서 의붓아버지가 2살 된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이른바 `베이비 P 사건'.
척추가 부러질 정도로 학대가 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민들은 경악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서에 전담팀까지 두고 아동학대를 24시간 감시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들도 사법권을 가진 전담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이 아동학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조사를 방해하는 부모는 엄벌합니다.
<인터뷰> 장화정(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사소한 아동학대라 할지라도 아동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조기 치료하자는 철학을 가지고..."
우리나라도 현장조사 상담원들의 사법적 권한을 높이고 학대 부모에게는 아동학대 예방프로그램을 강제로 이수하게 한 뒤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인터뷰> 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원 가정에 복귀시킬 때 전문가들의 의견도 참고하고 아동학대의 재발위험률이 0%에 가깝다는 확정이 됐을 때..."
또, 종신형까지 선고하는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최대 징역 5년형에 불과한 아동학대 처벌 조항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과 사법권을 강화하는 법안 2건이 지난해 하반기에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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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림 기자 news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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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기자 flying9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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