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충전] 두 배 비싼 1등급 달걀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3.02.04 (08:16) 수정 2013.02.0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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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김치 못지않게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음식이 갖가지 달걀요리인데요.

라면 먹을 때도 달걀 톡 깨 넣는 재미를 빼놀 수 없잖아요.

이렇게 많이 먹는 식품이다 보니 장볼 때 조금이라도 신선하고 질 좋은 달걀 고르느라 신경 많이 쓰실텐데요.

등급에 따라 값이 많이 차이나더라고요.

보통 1등급이라면 왠지 믿음이 가서 비싸도 기꺼이 산다는 분들 많은데요.

노태영 기자, 그런데 1등급이란 말만 맹신해선 안 된다죠?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1등급이라고 하면 더 신선하고 품질도 더 좋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었습니다.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달걀을 물로 씻어야 하는데, 이 세척 과정이 달걀의 신선도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험을 통해 직접 알아봤는데요.

함께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완전식품으로 불리는 달걀! 주부들의 사랑을 받는 냉장고 필수 품목이죠?

종류도 가격도 천차만별인데요.

1등급 달걀의 경우 가격 차이가 2배 가까이 나는데도 소비자들은 1등급을 선호하는데요.

<녹취> "아무래도 종류가 많아서 1등급에 더 눈이 가요."

<녹취> "집에서 애들도 같이 먹기 때문에 1등급 계란이 조금 더 좋을 것 같아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일 좋을 것이라고 여겼던 1등급란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그 이유는 등급판정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등급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달걀 속에 이물질이 있는지 확인하고 달걀을 깨서 흰 자 높이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신선도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세척인데요.

오염물질을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세척 과정이 오히려 달걀의 신선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달걀에는 천연 보호막인 큐티클 층이 있어 세균 침입을 막아내는데요.

물로 씻으면 이 큐티클 층이 사라져 더 빨리 부패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 양계장에서는 세척 기구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이해영(협신농장 대표) : "저희는 세척기를 아예 떼어버렸어요. (이유가 있나요?) 세척하면 안 좋으니까요. 세척은 달걀을 죽이는 행위에요.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세척을 한다면 모르지만 세척을 하면 나빠지는데 왜 세척을 해요? 할 필요가 없죠."

확인을 위해 달걀을 깨서 비교해 봤습니다.

먼저 1등급 달걀인데요.

노른자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세척을 하지 않은 달걀인데요.

노른자가 선명하고 흰자도 맑습니다.

반면 등급란은 흰자도 탁하고 묽네요.

<인터뷰> 노완섭(교수/동국대 식품공학과) : "달걀 껍데기에는 큐티클이라는 천연 보호막이 있어서 달걀에 해로운 세균 같은 것이 침투하는 것을 막게 되어 있죠. 그런데 이것을 물에 넣고 세척하게 되면 다 씻겨나가니까 병원균에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혹시 달걀이 달라서 그런 건 아닐까 해서 이번에는 똑같은 달걀을 구입해 한쪽은 물로 씻고, 다른 쪽은 그대로 둬서 실험해봤습니다.

상온에 둔 지 20일 후, 먼저 세척한 달걀을 깨트려 봤는데요.

계란 노른자는 탄력을 잃고 퍼졌고 흰자도 물처럼 퍼져 버리는데요.

그렇다면 씻지 않은 달걀은 어떨까요?

노른자와 흰자의 형태가 갖춰지고 아직도 탄력을 잃지 않았는데요.

물로 씻었냐 아니냐의 차이밖에 없는데도 확연히 다릅니다.

달걀 세척에 관한 의견은 나라마다 다른데요.

스웨덴을 제외한 모든 유럽 국가들은 달걀 세척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달걀은 세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요.

반면 날달걀 섭취가 많은 미국은 세척이 의무화 되어 있는데요.

그러나 달걀 세척으로 떨어진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보관 역시 엄격하게 법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으로 규정된 사항은 없습니다.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씻어야 하지만 보관이나 유통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법규는 없는데요.

세척이 오히려 신선도를 더 떨어뜨릴 수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신선한 달걀을 공급하고 싶은 양계장 운영자들도 난색을 표하는데요.

<녹취> "닭들아, 산책가자."

닭을 풀어 키우는 이 농장도 비슷한 상황.

넓은 자연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게 닭을 키워 건강한 달걀을 생산해내고 있지만 마지막 출하 과정에서 등급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세척을 해야 하는데요.

<인터뷰> 나관호(자연방사 양계장 운영) : "등급제 저도 들어봤는데요. 등급 판정을 받으려면 키우는 닭 마릿수가 3만 마리 이상이어야 되고 또 달걀도 물로 세척해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조건이라면 오히려 저는 등급제를 선호 안 하는 게 맞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달걀,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등급란을 산다면 장 볼 때 가장 늦게 달걀을 구입하는 것이 좋고요.

유통기한보다는 산란일자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흔히 냉장고 문에 달걀을 보관하시는데요.

충격을 받거나 흔들리면 노른자가 쉽게 풀어지고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냉장고 안쪽에 보관하는 것이 좋고 뾰족한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척하지 않은 달걀을 구입하셨다면 먹기 직전 살짝 씻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달걀! 다양한 종류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지금, 보다 신선하고 건강한 달걀을 먹기 위해 좀 더 깐깐한 소비자의 선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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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림충전] 두 배 비싼 1등급 달걀의 불편한 진실
    • 입력 2013-02-04 08:22:48
    • 수정2013-02-04 1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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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김치 못지않게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음식이 갖가지 달걀요리인데요. 라면 먹을 때도 달걀 톡 깨 넣는 재미를 빼놀 수 없잖아요. 이렇게 많이 먹는 식품이다 보니 장볼 때 조금이라도 신선하고 질 좋은 달걀 고르느라 신경 많이 쓰실텐데요. 등급에 따라 값이 많이 차이나더라고요. 보통 1등급이라면 왠지 믿음이 가서 비싸도 기꺼이 산다는 분들 많은데요. 노태영 기자, 그런데 1등급이란 말만 맹신해선 안 된다죠?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1등급이라고 하면 더 신선하고 품질도 더 좋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었습니다.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달걀을 물로 씻어야 하는데, 이 세척 과정이 달걀의 신선도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험을 통해 직접 알아봤는데요. 함께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완전식품으로 불리는 달걀! 주부들의 사랑을 받는 냉장고 필수 품목이죠? 종류도 가격도 천차만별인데요. 1등급 달걀의 경우 가격 차이가 2배 가까이 나는데도 소비자들은 1등급을 선호하는데요. <녹취> "아무래도 종류가 많아서 1등급에 더 눈이 가요." <녹취> "집에서 애들도 같이 먹기 때문에 1등급 계란이 조금 더 좋을 것 같아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일 좋을 것이라고 여겼던 1등급란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그 이유는 등급판정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등급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달걀 속에 이물질이 있는지 확인하고 달걀을 깨서 흰 자 높이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신선도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세척인데요. 오염물질을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세척 과정이 오히려 달걀의 신선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달걀에는 천연 보호막인 큐티클 층이 있어 세균 침입을 막아내는데요. 물로 씻으면 이 큐티클 층이 사라져 더 빨리 부패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 양계장에서는 세척 기구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이해영(협신농장 대표) : "저희는 세척기를 아예 떼어버렸어요. (이유가 있나요?) 세척하면 안 좋으니까요. 세척은 달걀을 죽이는 행위에요.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세척을 한다면 모르지만 세척을 하면 나빠지는데 왜 세척을 해요? 할 필요가 없죠." 확인을 위해 달걀을 깨서 비교해 봤습니다. 먼저 1등급 달걀인데요. 노른자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세척을 하지 않은 달걀인데요. 노른자가 선명하고 흰자도 맑습니다. 반면 등급란은 흰자도 탁하고 묽네요. <인터뷰> 노완섭(교수/동국대 식품공학과) : "달걀 껍데기에는 큐티클이라는 천연 보호막이 있어서 달걀에 해로운 세균 같은 것이 침투하는 것을 막게 되어 있죠. 그런데 이것을 물에 넣고 세척하게 되면 다 씻겨나가니까 병원균에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혹시 달걀이 달라서 그런 건 아닐까 해서 이번에는 똑같은 달걀을 구입해 한쪽은 물로 씻고, 다른 쪽은 그대로 둬서 실험해봤습니다. 상온에 둔 지 20일 후, 먼저 세척한 달걀을 깨트려 봤는데요. 계란 노른자는 탄력을 잃고 퍼졌고 흰자도 물처럼 퍼져 버리는데요. 그렇다면 씻지 않은 달걀은 어떨까요? 노른자와 흰자의 형태가 갖춰지고 아직도 탄력을 잃지 않았는데요. 물로 씻었냐 아니냐의 차이밖에 없는데도 확연히 다릅니다. 달걀 세척에 관한 의견은 나라마다 다른데요. 스웨덴을 제외한 모든 유럽 국가들은 달걀 세척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달걀은 세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요. 반면 날달걀 섭취가 많은 미국은 세척이 의무화 되어 있는데요. 그러나 달걀 세척으로 떨어진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보관 역시 엄격하게 법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으로 규정된 사항은 없습니다.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씻어야 하지만 보관이나 유통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법규는 없는데요. 세척이 오히려 신선도를 더 떨어뜨릴 수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신선한 달걀을 공급하고 싶은 양계장 운영자들도 난색을 표하는데요. <녹취> "닭들아, 산책가자." 닭을 풀어 키우는 이 농장도 비슷한 상황. 넓은 자연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게 닭을 키워 건강한 달걀을 생산해내고 있지만 마지막 출하 과정에서 등급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세척을 해야 하는데요. <인터뷰> 나관호(자연방사 양계장 운영) : "등급제 저도 들어봤는데요. 등급 판정을 받으려면 키우는 닭 마릿수가 3만 마리 이상이어야 되고 또 달걀도 물로 세척해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조건이라면 오히려 저는 등급제를 선호 안 하는 게 맞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달걀,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등급란을 산다면 장 볼 때 가장 늦게 달걀을 구입하는 것이 좋고요. 유통기한보다는 산란일자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흔히 냉장고 문에 달걀을 보관하시는데요. 충격을 받거나 흔들리면 노른자가 쉽게 풀어지고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냉장고 안쪽에 보관하는 것이 좋고 뾰족한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척하지 않은 달걀을 구입하셨다면 먹기 직전 살짝 씻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달걀! 다양한 종류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지금, 보다 신선하고 건강한 달걀을 먹기 위해 좀 더 깐깐한 소비자의 선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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