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4대강 전역 ‘큰빗이끼벌레’ 발견…‘보’ 때문에?

입력 2014.07.16 (21:23) 수정 2014.07.1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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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마치 커다란 젤리처럼 생긴 이 생물,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큰빗이끼벌레입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빗 모양으로 생긴 1밀리미터 안팎의 작은 벌레 수만 마리가 모여 이런 덩어리 군체를 이룹니다.

생긴 것도 징그럽지만 악취가 심합니다.

이 벌레는 호수와 저수지 주변 등 물 흐름이 느린 곳에서는 수질에 상관없이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4대강 유역에서 잇따라 발견돼 논란입니다.

올해는 지난달 16일 금강을 시작으로 영산강과 낙동강, 그리고 한강까지 4대 강에서 모두 나타났습니다.

유해성 여부를 떠나 4대강 사업 이후 강 생태계가 호수 생태계로 변한 것 아니냐는 게 논란의 핵심입니다.

4대강에서 발견되는 변화를 이대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낙동강 상류 고령보 근처.

축구공 크기까지 자란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됩니다.

이곳에서 70킬로미터 하류.

곳곳에 큰빗이끼벌레입니다.

금강 주변을 따라서도 수초와 돌덩이에 큰빗이끼벌레가 붙어 있습니다.

꺼내 만져봤더니 힘없이 뭉개지고 악취가 진동합니다.

큰빗이끼벌레 발견 지점은 물살이 약하거나 고인 곳입니다.

<인터뷰> 이현정(국토환경연구소 박사) : "물의 흐름이 있는 유수 생태계에서 흐름이 거의 없는 호소와 같은 정수 생태계로 바뀌고 있다고..."

지난달부터 짙은 녹조 띠가 뒤덮고 있는 낙동강 중상류, 취수장 근처에서는 녹조띠를 막기 위해 물을 뿌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채취기를 이용해 강바닥 흙을 퍼올려 봤습니다.

악취가 나는 시커먼 펄입니다.

수중에서는 잠수사가 손만 휘저어도 물속이 탁해질 정도입니다.

예전에 있던 모래와 자갈은 펄에 덮여 보이질 않습니다.

흔히 널려있던 말조개와 다슬기 등은 대부분 사라져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인터뷰> 안광모(잠수사) : “다른 강에는 보면 모래로 형성돼 있는데 여기는 완전히 펄이고, 유속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큰빗이끼벌레에 녹조에 펄까지..

낙동강을 비롯한 4대 강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녹조나 큰빗이끼벌레 같은 4대강의 변화는 보 때문이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이런 보가 물을 가둬 생긴 변화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수질은 어떨까요.

2년 전, 그러니까 4대강 공사가 끝난 뒤부터 4대강에 녹조가 대량 발생하면서 '녹조 라떼'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올해도 상황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클로로필A수치와 남조류의 세포수가 기준치 이상 2회 연속 나오면 조류 경보가 발령됩니다.

특히 독성물질을 내뿜는 남조류의 세포수는 구간에 따라 많게는 밀리리터 당 5만개 이상, 경보 기준의 10배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지난해보다 42일 먼저 경보가 발령됐습니다.

원인을 놓고 논란입니다.

환경단체에선 보 건설로 유속이 느려진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른 무더위, 예년의 절반 정도인 강수량 등이 영향을 줬다는 입장입니다.

그동안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정부는 여론에 밀려 뒤늦게 원인 조사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뒷북 대처라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리포트>

천천히 흘러가는 강물.

환경부 측정 결과 4대강 사업 이전 평균 초당 29센티미터였던 낙동강 유속이 사업 이후 8센티미터로 70% 정도 급감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든 보가 생태계 변화를 일으켰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김좌관(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 "보를 만들면서 10배 정도 유속을 더 떨어뜨렸습니다. 이로 인해서 강을 호수로 만든게 큰 문제로 보입니다."

또 큰빗이끼벌레는 가을철 집단 폐사해 수질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정수근(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 "흐르지 않는 강으로 변한 4대강을 빨리 수문을 열어서 흐르는 강으로 예전처럼 물흐름을 회복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정부는 뒤늦게 조사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오는 11월까지 큰빗이끼벌레 분포도와 유해성 등을 조사하고 순찰 활동도 강화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류덕희(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연구부장) : "독성과 유해성에 관한 논란의 불필요한 증폭을 막고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번 조사를 명확히 규명하겠다..."

4대강 빚잔치 논란에 이은 생태 환경 논란.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KBS 뉴스 김도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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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4대강 전역 ‘큰빗이끼벌레’ 발견…‘보’ 때문에?
    • 입력 2014-07-16 21:24:39
    • 수정2014-07-16 22: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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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마치 커다란 젤리처럼 생긴 이 생물,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큰빗이끼벌레입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빗 모양으로 생긴 1밀리미터 안팎의 작은 벌레 수만 마리가 모여 이런 덩어리 군체를 이룹니다.

생긴 것도 징그럽지만 악취가 심합니다.

이 벌레는 호수와 저수지 주변 등 물 흐름이 느린 곳에서는 수질에 상관없이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4대강 유역에서 잇따라 발견돼 논란입니다.

올해는 지난달 16일 금강을 시작으로 영산강과 낙동강, 그리고 한강까지 4대 강에서 모두 나타났습니다.

유해성 여부를 떠나 4대강 사업 이후 강 생태계가 호수 생태계로 변한 것 아니냐는 게 논란의 핵심입니다.

4대강에서 발견되는 변화를 이대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낙동강 상류 고령보 근처.

축구공 크기까지 자란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됩니다.

이곳에서 70킬로미터 하류.

곳곳에 큰빗이끼벌레입니다.

금강 주변을 따라서도 수초와 돌덩이에 큰빗이끼벌레가 붙어 있습니다.

꺼내 만져봤더니 힘없이 뭉개지고 악취가 진동합니다.

큰빗이끼벌레 발견 지점은 물살이 약하거나 고인 곳입니다.

<인터뷰> 이현정(국토환경연구소 박사) : "물의 흐름이 있는 유수 생태계에서 흐름이 거의 없는 호소와 같은 정수 생태계로 바뀌고 있다고..."

지난달부터 짙은 녹조 띠가 뒤덮고 있는 낙동강 중상류, 취수장 근처에서는 녹조띠를 막기 위해 물을 뿌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채취기를 이용해 강바닥 흙을 퍼올려 봤습니다.

악취가 나는 시커먼 펄입니다.

수중에서는 잠수사가 손만 휘저어도 물속이 탁해질 정도입니다.

예전에 있던 모래와 자갈은 펄에 덮여 보이질 않습니다.

흔히 널려있던 말조개와 다슬기 등은 대부분 사라져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인터뷰> 안광모(잠수사) : “다른 강에는 보면 모래로 형성돼 있는데 여기는 완전히 펄이고, 유속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큰빗이끼벌레에 녹조에 펄까지..

낙동강을 비롯한 4대 강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녹조나 큰빗이끼벌레 같은 4대강의 변화는 보 때문이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이런 보가 물을 가둬 생긴 변화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수질은 어떨까요.

2년 전, 그러니까 4대강 공사가 끝난 뒤부터 4대강에 녹조가 대량 발생하면서 '녹조 라떼'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올해도 상황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클로로필A수치와 남조류의 세포수가 기준치 이상 2회 연속 나오면 조류 경보가 발령됩니다.

특히 독성물질을 내뿜는 남조류의 세포수는 구간에 따라 많게는 밀리리터 당 5만개 이상, 경보 기준의 10배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지난해보다 42일 먼저 경보가 발령됐습니다.

원인을 놓고 논란입니다.

환경단체에선 보 건설로 유속이 느려진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른 무더위, 예년의 절반 정도인 강수량 등이 영향을 줬다는 입장입니다.

그동안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정부는 여론에 밀려 뒤늦게 원인 조사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뒷북 대처라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리포트>

천천히 흘러가는 강물.

환경부 측정 결과 4대강 사업 이전 평균 초당 29센티미터였던 낙동강 유속이 사업 이후 8센티미터로 70% 정도 급감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든 보가 생태계 변화를 일으켰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김좌관(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 "보를 만들면서 10배 정도 유속을 더 떨어뜨렸습니다. 이로 인해서 강을 호수로 만든게 큰 문제로 보입니다."

또 큰빗이끼벌레는 가을철 집단 폐사해 수질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정수근(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 "흐르지 않는 강으로 변한 4대강을 빨리 수문을 열어서 흐르는 강으로 예전처럼 물흐름을 회복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정부는 뒤늦게 조사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오는 11월까지 큰빗이끼벌레 분포도와 유해성 등을 조사하고 순찰 활동도 강화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류덕희(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연구부장) : "독성과 유해성에 관한 논란의 불필요한 증폭을 막고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번 조사를 명확히 규명하겠다..."

4대강 빚잔치 논란에 이은 생태 환경 논란.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KBS 뉴스 김도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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