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윤 일병 사망 파문…군 폭력 근절 계기돼야

입력 2014.08.04 (21:06) 수정 2014.08.0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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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나라 지키라고 군에 보낸 멀쩡한 자식이 동료들에게 맞아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을때 부모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군 게시판에는 '독버섯', '악마' 같은 격한 말부터, "사람 잡는 군대에 아들을 보낼 수 없다", "군에 간 아들이 맞는 상상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는 부모들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군에 가서 맞아 죽지 말자'면서 입영을 거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슈앤뉴스, 오늘은 윤 일병 사건을 집중 조명합니다.

먼저, 10명이 넘는 목격자가 있었는데도 아무도 못본 체 했다는 새로운 수사기록 내용, 이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윤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는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병사들에게 자주 목격됐습니다.

KBS가 단독 입수한 목격자 진술 조서에는 당시 상황이 생생히 담겨있습니다.

2달가량 의무반에 입원해 전 과정을 지켜본 한 병사.

윤 일병이 "주기적으로 하루 한 번 이상, 짧으면 한 시간, 길면 세 시간씩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선임병들이 잠을 재우지 않고 윤일병을 폭행했고, 살려달라고 말할 때까지 2-3시간씩 기합을 줬다는 겁니다.

다른 목격 병사는 "폭행, 폭언이 없는 날이 없었다", "가슴을 주먹으로 폭행하거나 뺨을 수십 번씩 때리는 것을 여러 날에 걸쳐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의무반에서 폭행 장면을 목격했다는 병사만 11명.

하지만 아무도 폭행을 말리지도, 신고하지도 않았습니다.

"가해자들이 다른 분과여서 신경쓰지 않았다", "윤 일병이 잘못해 그저 혼나는 줄 알았다"고 변명했습니다.

<인터뷰> 임태훈(군 인권센터 소장) : "윤 일병 사건은 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어난 폭력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달 넘게 계속된 잔인한 가혹행위, 보고도 이를 무시한 병사들, 군의 폭력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숨진 윤 일병이 근무하던 의무반은 본부에서 2백여 미터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전용 출입구가 있어서 본부는 물론 다른 부대원들과 완전 격리돼 있는데요.

일과 시간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순찰이나 점호에서 제외됐고, 유일한 간부였던 하사관마저 범행에 가담하면서 통제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런 부대 관리도 문제였지만 더욱 심각한 건 군의 대응 방식입니다.

사망 직후 최초 보고는 '윤 일병이 음식물을 먹다 의식을 잃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음날 사망 원인이 선임병들의 집단폭행으로 확인됐고, 군 검찰 수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혹행위가 매일 자행됐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덮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수사기록을 보여달라는 유족들의 요구마저 일축했습니다.

이례적으로 징계 절차도 서둘러 진행됐고 그것도 사단장 등 장군들은 쏙빼고 연대장 이하 간부만 징계했습니다.

영원히 묻힐뻔했던 윤일병의 억울한 죽음은 넉 달 가까이 지나서야 KBS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사건의 진상이 언론에 보도될때까지 육군 참모총장과 국방장관에게는 보고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때문에 군이 윤일병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군에 만연한 가혹행위를 뿌리뽑고 군의 기강해이를 바로잡을 방안은 없은지 박석호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윤 일병 사건 두 달 뒤인 지난 6월, 동부전선 GOP에선 충격적인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2명의 사상자가 났습니다.

지난달엔 관심병사 2명이 같은 날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윤 일병 사건 직후 군이 실시했다는 전 부대 정밀 진단이 그만큼 형식에 그쳤다는 얘기입니다.

87년 '매 맞는 군대 청산'을 시작으로 신 병영문화, 장병 기본권 등 요란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이름만 바뀌었을 뿐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집단 따돌림 등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 군에 유입되고 있지만, 대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겁니다.

<녹취> 장종대(예비역 육군 소장) : "1년 반 단위로, 혹은 2년 단위로 병력이 순환됩니다. 새로운 진단과 새로운 처방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사건이 발생해도 엄중한 문책 없이 적당히 넘어가려는 군내 온정주의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사고를 미연에 막을 획기적인 제도 개선도 시급합니다.

구타와 가혹행위를 발견하면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신고할 수 있는, 익명성이 보장된 문자전용 전화 등의 새 시스템 도입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이미 도를 넘어선 군내 폭력을 더 이상의 병영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대책 마련에 민간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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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04 21:08:06
    • 수정2014-08-06 16: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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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지키라고 군에 보낸 멀쩡한 자식이 동료들에게 맞아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을때 부모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군 게시판에는 '독버섯', '악마' 같은 격한 말부터, "사람 잡는 군대에 아들을 보낼 수 없다", "군에 간 아들이 맞는 상상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는 부모들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군에 가서 맞아 죽지 말자'면서 입영을 거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슈앤뉴스, 오늘은 윤 일병 사건을 집중 조명합니다.

먼저, 10명이 넘는 목격자가 있었는데도 아무도 못본 체 했다는 새로운 수사기록 내용, 이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윤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는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병사들에게 자주 목격됐습니다.

KBS가 단독 입수한 목격자 진술 조서에는 당시 상황이 생생히 담겨있습니다.

2달가량 의무반에 입원해 전 과정을 지켜본 한 병사.

윤 일병이 "주기적으로 하루 한 번 이상, 짧으면 한 시간, 길면 세 시간씩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선임병들이 잠을 재우지 않고 윤일병을 폭행했고, 살려달라고 말할 때까지 2-3시간씩 기합을 줬다는 겁니다.

다른 목격 병사는 "폭행, 폭언이 없는 날이 없었다", "가슴을 주먹으로 폭행하거나 뺨을 수십 번씩 때리는 것을 여러 날에 걸쳐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의무반에서 폭행 장면을 목격했다는 병사만 11명.

하지만 아무도 폭행을 말리지도, 신고하지도 않았습니다.

"가해자들이 다른 분과여서 신경쓰지 않았다", "윤 일병이 잘못해 그저 혼나는 줄 알았다"고 변명했습니다.

<인터뷰> 임태훈(군 인권센터 소장) : "윤 일병 사건은 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어난 폭력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달 넘게 계속된 잔인한 가혹행위, 보고도 이를 무시한 병사들, 군의 폭력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숨진 윤 일병이 근무하던 의무반은 본부에서 2백여 미터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전용 출입구가 있어서 본부는 물론 다른 부대원들과 완전 격리돼 있는데요.

일과 시간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순찰이나 점호에서 제외됐고, 유일한 간부였던 하사관마저 범행에 가담하면서 통제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런 부대 관리도 문제였지만 더욱 심각한 건 군의 대응 방식입니다.

사망 직후 최초 보고는 '윤 일병이 음식물을 먹다 의식을 잃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음날 사망 원인이 선임병들의 집단폭행으로 확인됐고, 군 검찰 수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혹행위가 매일 자행됐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덮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수사기록을 보여달라는 유족들의 요구마저 일축했습니다.

이례적으로 징계 절차도 서둘러 진행됐고 그것도 사단장 등 장군들은 쏙빼고 연대장 이하 간부만 징계했습니다.

영원히 묻힐뻔했던 윤일병의 억울한 죽음은 넉 달 가까이 지나서야 KBS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사건의 진상이 언론에 보도될때까지 육군 참모총장과 국방장관에게는 보고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때문에 군이 윤일병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군에 만연한 가혹행위를 뿌리뽑고 군의 기강해이를 바로잡을 방안은 없은지 박석호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윤 일병 사건 두 달 뒤인 지난 6월, 동부전선 GOP에선 충격적인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2명의 사상자가 났습니다.

지난달엔 관심병사 2명이 같은 날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윤 일병 사건 직후 군이 실시했다는 전 부대 정밀 진단이 그만큼 형식에 그쳤다는 얘기입니다.

87년 '매 맞는 군대 청산'을 시작으로 신 병영문화, 장병 기본권 등 요란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이름만 바뀌었을 뿐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집단 따돌림 등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 군에 유입되고 있지만, 대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겁니다.

<녹취> 장종대(예비역 육군 소장) : "1년 반 단위로, 혹은 2년 단위로 병력이 순환됩니다. 새로운 진단과 새로운 처방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사건이 발생해도 엄중한 문책 없이 적당히 넘어가려는 군내 온정주의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사고를 미연에 막을 획기적인 제도 개선도 시급합니다.

구타와 가혹행위를 발견하면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신고할 수 있는, 익명성이 보장된 문자전용 전화 등의 새 시스템 도입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이미 도를 넘어선 군내 폭력을 더 이상의 병영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대책 마련에 민간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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