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결핵 증가…추방 우려에 ‘쉬쉬’

입력 2015.02.27 (21:41) 수정 2015.02.2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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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는 후진국병인 결핵에서 네개 부문 1위라는 4관왕의 불명예를 갖고 있는데요.

두 세가지 약을 써도 잘 낫지 않는 '다제내성 결핵'이 최근, 외국인노동자 사이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전염 우려가 커 치료가 시급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추방될까봐 더욱 숨어들고 있어 대책이 시급합니다.

송수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3년 전 한국에 온 중국인 45살 이모 씨는 지난해 8월부터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두 세 가지 약을 써도 잘 낫지 않는 결핵, 다약제내성 결핵을 앓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는 커녕, 매달 몇 십만 원의 치료비를 씁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격리 치료비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00(중국인 환자) : "한 2년 반은 먼지 많은 데서 일하고 몸 안 돌봐서 그러나 (싶어요). 어떻게 되든 다음 달에 (병원에서) 나가려고요."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다약제내성 결핵 환자 250명 중 20% 가까운 45명이 이주노동자였습니다.

내국인 발병률로 미뤄 짐작할 경우 1,700명 넘는 외국인노동자가 다약제내성 결핵에 걸려 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근로 환경과 영양 상태가 열악한 데다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아 발병률이 높습니다.

<인터뷰>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 : "(아프다고 회사에 말해도) 기숙사로 들어와서 억지로 일하게 만들어요. 아파도 견뎌야 해요. 하지만 우리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예요."

보건당국의 유일한 대책은 출국 명령.

안산시는 최근 한 다제내성 결핵에 걸린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출국 명령을 법무부에 요청했습니다.

알려지면 추방될 게 뻔하니 병원을 찾는 외국인노동자는 잘 없습니다.

<인터뷰> 조영수(서울시립서북병원 결핵1과장) : "(다약제내성 결핵 환자에게는)실질적으로 지원이 안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서 어느 정도 치료를 하고 전염성이 소실된 후에 귀국 조치를 하는 게 맞다..."

치료 보다는 추방만 생각하는 당국과 추방 보다 병을 숨기려는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서 결핵 관리가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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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노동자 결핵 증가…추방 우려에 ‘쉬쉬’
    • 입력 2015-02-27 21:44:09
    • 수정2015-02-27 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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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는 후진국병인 결핵에서 네개 부문 1위라는 4관왕의 불명예를 갖고 있는데요.

두 세가지 약을 써도 잘 낫지 않는 '다제내성 결핵'이 최근, 외국인노동자 사이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전염 우려가 커 치료가 시급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추방될까봐 더욱 숨어들고 있어 대책이 시급합니다.

송수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3년 전 한국에 온 중국인 45살 이모 씨는 지난해 8월부터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두 세 가지 약을 써도 잘 낫지 않는 결핵, 다약제내성 결핵을 앓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는 커녕, 매달 몇 십만 원의 치료비를 씁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격리 치료비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00(중국인 환자) : "한 2년 반은 먼지 많은 데서 일하고 몸 안 돌봐서 그러나 (싶어요). 어떻게 되든 다음 달에 (병원에서) 나가려고요."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다약제내성 결핵 환자 250명 중 20% 가까운 45명이 이주노동자였습니다.

내국인 발병률로 미뤄 짐작할 경우 1,700명 넘는 외국인노동자가 다약제내성 결핵에 걸려 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근로 환경과 영양 상태가 열악한 데다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아 발병률이 높습니다.

<인터뷰>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 : "(아프다고 회사에 말해도) 기숙사로 들어와서 억지로 일하게 만들어요. 아파도 견뎌야 해요. 하지만 우리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예요."

보건당국의 유일한 대책은 출국 명령.

안산시는 최근 한 다제내성 결핵에 걸린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출국 명령을 법무부에 요청했습니다.

알려지면 추방될 게 뻔하니 병원을 찾는 외국인노동자는 잘 없습니다.

<인터뷰> 조영수(서울시립서북병원 결핵1과장) : "(다약제내성 결핵 환자에게는)실질적으로 지원이 안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서 어느 정도 치료를 하고 전염성이 소실된 후에 귀국 조치를 하는 게 맞다..."

치료 보다는 추방만 생각하는 당국과 추방 보다 병을 숨기려는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서 결핵 관리가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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