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복직해도 ‘찍히면 끝’?…구제명령 소용없어

입력 2015.03.18 (21:24) 수정 2015.03.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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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근로자가 회사로부터 억울하게 해고를 당할 경우 노동위원회로부터 구제명령을 받아 복직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사실상 아무 도움도 안된다고 합니다.

그 속사정을 송명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견 기업 과장 이모 씨.

지난해 초 징계 해고를 통보 받고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습니다.

<인터뷰> 이 모 씨 : "(해고통보를 먼저 하고)나중에 사유를 만든 거죠. 무단결근, 폭언, 폭행.."

지방노동위원회는 물론 사측의 재심 신청으로 이뤄진 중앙노동위원회도 부당 해고라며 원직 복직을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대기 발령 상태에서 1년 가까이 사측의 노골적인 모욕과 퇴사 압박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인터뷰> 이 모 씨(부당해고 근로자) : "청소업무...관리자의 체면과 자존심을 죽이는거죠. 오늘부터 여기서 있으면 됩니다 하고는 창고에...나가라는 거죠."

마트 정육팀장으로 일하다 해고된 박 모 씨도 비슷합니다.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내자 사장은 다시 출근하라고 했지만, 복직한 곳은 정육팀이 아닌 공산품팀.

<인터뷰> 박 모 씨(부당해고 근로자) : "(10KG짜리)소금 가마니를 옆으로 옮겨요, 천막에 쌓았다가 다시 밖으로 꺼내놨다가 다시 옆에 개집이 있어요. 거기다 넣으라고 했다가.. "

박 씨는 결국 퇴사했습니다.

<인터뷰> 박 모 씨(부당해고 근로자) : "누가 또 그런걸(구제절차) 물어본다고 하면 차라리 하지마..."

구제 명령 이후 제대로 조치됐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시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손경미(공인노무사) : "(사용자는)형식적으로 복직명령을 내리고요, 근로자는 끝내 일터를 떠나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요, 노동위원회가 복직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가 도입된 지 25년이 넘었지만 '찍히면 끝'이라는 자조가 여전히 나오는 이유입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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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 복직해도 ‘찍히면 끝’?…구제명령 소용없어
    • 입력 2015-03-18 21:25:22
    • 수정2015-03-19 17: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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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근로자가 회사로부터 억울하게 해고를 당할 경우 노동위원회로부터 구제명령을 받아 복직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사실상 아무 도움도 안된다고 합니다.

그 속사정을 송명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견 기업 과장 이모 씨.

지난해 초 징계 해고를 통보 받고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습니다.

<인터뷰> 이 모 씨 : "(해고통보를 먼저 하고)나중에 사유를 만든 거죠. 무단결근, 폭언, 폭행.."

지방노동위원회는 물론 사측의 재심 신청으로 이뤄진 중앙노동위원회도 부당 해고라며 원직 복직을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대기 발령 상태에서 1년 가까이 사측의 노골적인 모욕과 퇴사 압박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인터뷰> 이 모 씨(부당해고 근로자) : "청소업무...관리자의 체면과 자존심을 죽이는거죠. 오늘부터 여기서 있으면 됩니다 하고는 창고에...나가라는 거죠."

마트 정육팀장으로 일하다 해고된 박 모 씨도 비슷합니다.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내자 사장은 다시 출근하라고 했지만, 복직한 곳은 정육팀이 아닌 공산품팀.

<인터뷰> 박 모 씨(부당해고 근로자) : "(10KG짜리)소금 가마니를 옆으로 옮겨요, 천막에 쌓았다가 다시 밖으로 꺼내놨다가 다시 옆에 개집이 있어요. 거기다 넣으라고 했다가.. "

박 씨는 결국 퇴사했습니다.

<인터뷰> 박 모 씨(부당해고 근로자) : "누가 또 그런걸(구제절차) 물어본다고 하면 차라리 하지마..."

구제 명령 이후 제대로 조치됐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시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손경미(공인노무사) : "(사용자는)형식적으로 복직명령을 내리고요, 근로자는 끝내 일터를 떠나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요, 노동위원회가 복직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가 도입된 지 25년이 넘었지만 '찍히면 끝'이라는 자조가 여전히 나오는 이유입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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