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붓다의 맨발

입력 2015.05.25 (07:36) 수정 2015.05.2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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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객원 해설위원]

작가 한승원 선생은 붓다의 삶을 다룬 소설 ‘사람의 맨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맨발은 사람의 길에 대한 그 아프면서도 숭엄한 붓다의 가르 침”이라고. 그렇습니다. 붓다의 맨발은 붓다의 가르침, 곧 불교의 아이콘입니다. 고귀한 태자의 신분을 버리고 구도의 길을 가던 순간부터 열반에 들기까지 붓다는 맨발이었습니다.

붓다의 맨발은 중생의 슬픔과 괴로움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자비정신의 표현입니다. 맨발은 철저한 버림과 무소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붓다는 가르칩니다. 어리석음을 벗고 깨달음을 이루려면, 탐욕과 분노의 삶을 버리는 혁명적 결단으로 맨발의 삶을 살라고. 붓다의 제자들 역시 맨발이었습니다. 제자들은 붓다가 열반에 든 후, 2천5백년의 시간과 전 사바의 공간을 맨발로 누비며 붓다의 법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지 않는 것을 갖지 않았고, 내일을 위해 남기지 않는 철저한 무소유의 길을 걸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아침, 맨발의 정신을 되새겨봅니다. 우리 불교가 깨달음의 체험과 자비의 정신을 전하고 또 이끌고 있는 지 묻습니다. 승가의 집단끼리 재산과 세력을 다투며, 불사를 호화롭게 하고, 수 만 명 대규모 집회로 조직의 세를 과시하는 건 맨발의 정신과 부합하지 않습니다. 혹시 우리가 맨발의 붓다에게 황금신발을 신기고, 그 신발에 꽃과 새를 그려 넣고 있지나 않은지 돌아봅니다.

우리 불교에 버림과 무소유의 출가정신이 면면히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붓다의 정신을 이어가는데 꼭 필요한 것은 승가의 솔선수범이요, 재가의 자각입니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을 기리면서, 붓다가 갔던 길을 맨발의 정신으로 우리 모두 함께 걷기를 소원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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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붓다의 맨발
    • 입력 2015-05-25 07: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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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객원 해설위원]

작가 한승원 선생은 붓다의 삶을 다룬 소설 ‘사람의 맨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맨발은 사람의 길에 대한 그 아프면서도 숭엄한 붓다의 가르 침”이라고. 그렇습니다. 붓다의 맨발은 붓다의 가르침, 곧 불교의 아이콘입니다. 고귀한 태자의 신분을 버리고 구도의 길을 가던 순간부터 열반에 들기까지 붓다는 맨발이었습니다.

붓다의 맨발은 중생의 슬픔과 괴로움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자비정신의 표현입니다. 맨발은 철저한 버림과 무소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붓다는 가르칩니다. 어리석음을 벗고 깨달음을 이루려면, 탐욕과 분노의 삶을 버리는 혁명적 결단으로 맨발의 삶을 살라고. 붓다의 제자들 역시 맨발이었습니다. 제자들은 붓다가 열반에 든 후, 2천5백년의 시간과 전 사바의 공간을 맨발로 누비며 붓다의 법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지 않는 것을 갖지 않았고, 내일을 위해 남기지 않는 철저한 무소유의 길을 걸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아침, 맨발의 정신을 되새겨봅니다. 우리 불교가 깨달음의 체험과 자비의 정신을 전하고 또 이끌고 있는 지 묻습니다. 승가의 집단끼리 재산과 세력을 다투며, 불사를 호화롭게 하고, 수 만 명 대규모 집회로 조직의 세를 과시하는 건 맨발의 정신과 부합하지 않습니다. 혹시 우리가 맨발의 붓다에게 황금신발을 신기고, 그 신발에 꽃과 새를 그려 넣고 있지나 않은지 돌아봅니다.

우리 불교에 버림과 무소유의 출가정신이 면면히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붓다의 정신을 이어가는데 꼭 필요한 것은 승가의 솔선수범이요, 재가의 자각입니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을 기리면서, 붓다가 갔던 길을 맨발의 정신으로 우리 모두 함께 걷기를 소원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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