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왜 내 험담해”…50년 우정이 비극으로

입력 2015.07.27 (08:31) 수정 2015.07.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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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50대 남성이 수 십 년 지기 친구를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남성이 112에 스스로 전화를 걸어 밝힌 살해 동기는 친구가 자신을 험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달에는 건장한 20대 남성이 자신을 험담했다며 전 여자 친구를 무참하게 폭행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험담이었길래, 소중한 목숨까지 빼앗아야 했던 걸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끔찍한 살인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건이 알려진 건, 지난 23일 밤 9시쯤이었습니다.

112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온 남성.

자신이 사람을 살해했다고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본인이) 112에 신고했었는데 사람을 살해했다 간단하게 그 이야기만 했어요."

사람을 숨지게 한 다음, 시신을 다리 인근에 유기했다는 남성,

경찰이 사실을 좀 더 확인해 보려 했지만, 남성은 갑자기 휴대전화 전원을 끈 채 종적을 감춰버렸습니다.

<인터뷰> 박노희(충북 음성경찰서 형사1팀) : "일단은 사람을 살해했다고 신고는 하셨는데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니까요. 경찰 입장에서는 최대한 내용을 끝까지 확인해야 되고……"

신고자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지목한 지역.

경찰은 사실 확인을 위해, 공조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인터뷰> 박노희(충북 음성경찰서 형사1팀) : "차량용 (방범) 카메라가 있는데 (용의차량) 통과 내역이 확인됐어요. 일단은 경계 지점을 통과했으니까 혹시나 (이쪽으로) 이동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관할 지구대에서 거점 근무를 하고 있었고."

바로 이 장면.

어두운 밤, 한적한 도로에서 서서히 속도를 줄이는 흰색 차량 한 대가 나타납니다.

용의 차량입니다.

<인터뷰> 박노희(충북음성경찰서 형사1팀) : "00차량이 일단 용의차량인 것은 알고 있었으니까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는데, 차량 속도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었고, 일단 저희는 차가 진짜 용의차량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야 되니까……."

용의 차량을 발견한 경찰은 순찰차로 차량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운전석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인터뷰> 김노묵(충북 음성경찰서 형사팀장) : "여기서 차를 막고 운전자를 확인해 보니까 운전자 목에 손을 대고 있었고, 칼자루가 보여 가지고 ‘아 이제 자해를 시도하는구나’"

경찰과 마주하기 직전, 흉기로 자해를 하기 시작한 운전자.

한시가 급했습니다.

<인터뷰> 박노희(충북 음성경찰서 강력1팀) : "운전자 창문을 발로 차서 깨고 열어서 팔을 일단 잡고 있었죠. 힘을 일단 계속 힘주고 계시니까. 119 바로 요청하고……. 식은땀을 계속 흘리는 상황이어서 대화를 했어요. 정신을 좀 차리게 하려고."

용의자는 출동한 119에 의해 황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박노희(충북 음성경찰서 강력1팀) : "그때까지도 실제로 (운전자가) 사람을 살해했다는 내용에 대해서 실제 확인된 것이 없으니까 (이송 직전에) 의식이 있어서 물어봤죠. 사람을 살해했느냐 그러니까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무렵.

다른 경찰은 청주시 외곽에 있는 한 배수로를 수색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용의자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지목한 장소.

정말로 이곳에서는 흉기에 찔려 숨진 50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시신이) 숨겨 있거나 그런 것은 아녜요. 바로 밭 위에 이렇게 있었으니까요. 숨기거나 그런 것 같진 않았어요. 무엇으로 덮여 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요."

용의자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사람을 살해한 다음, 경찰에 스스로 신고를 하고, 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남성.

알고 보니, 두 사람은 50년 지기 고향 친구였습니다.

<녹취> 지인(음성변조) : "사이가 안 좋았던 것도 아니고, 두 분이 50년 지기 친구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용의자는 왜 50년 지기 친구를 이렇게 무참히 살해한 걸까?

현재로선 경찰이 판단해 볼 수 있는 살해 동기는 바로 사망 직전, 112신고 전화에 남긴 용의자의 목소리.

바로 친구가 자신을 험담했다는 얘기 뿐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112신고 당시에) 사람을 살해했다……. (피해자) 얘가 사람 험담하고 다녀서 살해했다."

한 달 전쯤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달 24일 새벽 1시쯤. 20대 여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

<인터뷰> 장민혁(칠곡소방서 북삼119안전센터) : "이미 환자가 의식이 호흡 맥박이 없는 상태였고, 머리 쪽 출혈이 관찰됐습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멍이 들어 얼굴색도 보라색으로 "변한 상태였고, 눈도 뜰 수 없을 정도의 부종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끔찍한 폭행을 당한 듯한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대체 이 여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건의 피의자로 20대 남성 김 모씨와 김 씨의 여자친구를 긴급체포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사망자는 피의자 김 씨와 사귀다 헤어진 옛 여자 친구였습니다.

<인터뷰> 장성락(경북 구미경찰서 강력4팀장) : "(전날)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계속 두 시간 동안 때리다가 이야기하다가 때리다가 이런 식으로 때렸다고 하는데 주먹으로 얼굴을 주로 많이 때렸고, 발로 배도 차고."

지금 보시는 건, 사건 직후 현장조사에 나선 경찰이 촬영한 사진입니다.

깨진 유리창과 곳곳에 묻어 있는 혈흔들.

사고 당시 얼마나 심한 폭행이 이뤄졌는지, 짐작케 합니다.

가해 남성은 격투기로 몸을 단련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장성락(경북 구미경찰서 강력4팀장) : "1년 정도 킥복싱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선수로 뛰고 한 것은 아니고. 그 주먹으로 약한 여성을 그런 식으로 때린다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예상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다면 이들은 왜 연약한 여성을 이렇게 무참하게 폭행한 걸까?

이유는 이랬습니다.

<인터뷰> 장성락(경북 구미경찰서 강력4팀장) : "가해자 남자는 피해자가 자기 친구들한테 “(가해자가) 나쁜 놈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가해자 여자 친구한테는 “나이 많은 (여자가) 어린 남자를 데리고 뭐하는 것이냐” 이런 식으로 문자를 넣고 하니까 화가 나서……"

자신들을 험담한데, 앙심을 품었다는 가해자들.

결국 피해 여성을 숨지게 하는데까지 이르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배상훈(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사람들이 어떤 특정한 이야기에 대해서 참지 못하는 부분들 그것을 중재해 줄 수 있는 것들이 현대사회에는 많이 부족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폭발해서 이런 사건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험담을 이유로, 오랜 친구와 옛 애인을 살해한 피의자들.

전문가들은 꾸준히 늘고 있는 이른바 ‘홧김’범죄에 대한 사회적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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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왜 내 험담해”…50년 우정이 비극으로
    • 입력 2015-07-27 08:45:44
    • 수정2015-07-27 10: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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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50대 남성이 수 십 년 지기 친구를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남성이 112에 스스로 전화를 걸어 밝힌 살해 동기는 친구가 자신을 험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달에는 건장한 20대 남성이 자신을 험담했다며 전 여자 친구를 무참하게 폭행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험담이었길래, 소중한 목숨까지 빼앗아야 했던 걸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끔찍한 살인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건이 알려진 건, 지난 23일 밤 9시쯤이었습니다.

112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온 남성.

자신이 사람을 살해했다고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본인이) 112에 신고했었는데 사람을 살해했다 간단하게 그 이야기만 했어요."

사람을 숨지게 한 다음, 시신을 다리 인근에 유기했다는 남성,

경찰이 사실을 좀 더 확인해 보려 했지만, 남성은 갑자기 휴대전화 전원을 끈 채 종적을 감춰버렸습니다.

<인터뷰> 박노희(충북 음성경찰서 형사1팀) : "일단은 사람을 살해했다고 신고는 하셨는데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니까요. 경찰 입장에서는 최대한 내용을 끝까지 확인해야 되고……"

신고자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지목한 지역.

경찰은 사실 확인을 위해, 공조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인터뷰> 박노희(충북 음성경찰서 형사1팀) : "차량용 (방범) 카메라가 있는데 (용의차량) 통과 내역이 확인됐어요. 일단은 경계 지점을 통과했으니까 혹시나 (이쪽으로) 이동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관할 지구대에서 거점 근무를 하고 있었고."

바로 이 장면.

어두운 밤, 한적한 도로에서 서서히 속도를 줄이는 흰색 차량 한 대가 나타납니다.

용의 차량입니다.

<인터뷰> 박노희(충북음성경찰서 형사1팀) : "00차량이 일단 용의차량인 것은 알고 있었으니까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는데, 차량 속도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었고, 일단 저희는 차가 진짜 용의차량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야 되니까……."

용의 차량을 발견한 경찰은 순찰차로 차량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운전석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인터뷰> 김노묵(충북 음성경찰서 형사팀장) : "여기서 차를 막고 운전자를 확인해 보니까 운전자 목에 손을 대고 있었고, 칼자루가 보여 가지고 ‘아 이제 자해를 시도하는구나’"

경찰과 마주하기 직전, 흉기로 자해를 하기 시작한 운전자.

한시가 급했습니다.

<인터뷰> 박노희(충북 음성경찰서 강력1팀) : "운전자 창문을 발로 차서 깨고 열어서 팔을 일단 잡고 있었죠. 힘을 일단 계속 힘주고 계시니까. 119 바로 요청하고……. 식은땀을 계속 흘리는 상황이어서 대화를 했어요. 정신을 좀 차리게 하려고."

용의자는 출동한 119에 의해 황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박노희(충북 음성경찰서 강력1팀) : "그때까지도 실제로 (운전자가) 사람을 살해했다는 내용에 대해서 실제 확인된 것이 없으니까 (이송 직전에) 의식이 있어서 물어봤죠. 사람을 살해했느냐 그러니까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무렵.

다른 경찰은 청주시 외곽에 있는 한 배수로를 수색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용의자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지목한 장소.

정말로 이곳에서는 흉기에 찔려 숨진 50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시신이) 숨겨 있거나 그런 것은 아녜요. 바로 밭 위에 이렇게 있었으니까요. 숨기거나 그런 것 같진 않았어요. 무엇으로 덮여 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요."

용의자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사람을 살해한 다음, 경찰에 스스로 신고를 하고, 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남성.

알고 보니, 두 사람은 50년 지기 고향 친구였습니다.

<녹취> 지인(음성변조) : "사이가 안 좋았던 것도 아니고, 두 분이 50년 지기 친구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용의자는 왜 50년 지기 친구를 이렇게 무참히 살해한 걸까?

현재로선 경찰이 판단해 볼 수 있는 살해 동기는 바로 사망 직전, 112신고 전화에 남긴 용의자의 목소리.

바로 친구가 자신을 험담했다는 얘기 뿐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112신고 당시에) 사람을 살해했다……. (피해자) 얘가 사람 험담하고 다녀서 살해했다."

한 달 전쯤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달 24일 새벽 1시쯤. 20대 여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

<인터뷰> 장민혁(칠곡소방서 북삼119안전센터) : "이미 환자가 의식이 호흡 맥박이 없는 상태였고, 머리 쪽 출혈이 관찰됐습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멍이 들어 얼굴색도 보라색으로 "변한 상태였고, 눈도 뜰 수 없을 정도의 부종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끔찍한 폭행을 당한 듯한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대체 이 여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건의 피의자로 20대 남성 김 모씨와 김 씨의 여자친구를 긴급체포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사망자는 피의자 김 씨와 사귀다 헤어진 옛 여자 친구였습니다.

<인터뷰> 장성락(경북 구미경찰서 강력4팀장) : "(전날)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계속 두 시간 동안 때리다가 이야기하다가 때리다가 이런 식으로 때렸다고 하는데 주먹으로 얼굴을 주로 많이 때렸고, 발로 배도 차고."

지금 보시는 건, 사건 직후 현장조사에 나선 경찰이 촬영한 사진입니다.

깨진 유리창과 곳곳에 묻어 있는 혈흔들.

사고 당시 얼마나 심한 폭행이 이뤄졌는지, 짐작케 합니다.

가해 남성은 격투기로 몸을 단련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장성락(경북 구미경찰서 강력4팀장) : "1년 정도 킥복싱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선수로 뛰고 한 것은 아니고. 그 주먹으로 약한 여성을 그런 식으로 때린다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예상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다면 이들은 왜 연약한 여성을 이렇게 무참하게 폭행한 걸까?

이유는 이랬습니다.

<인터뷰> 장성락(경북 구미경찰서 강력4팀장) : "가해자 남자는 피해자가 자기 친구들한테 “(가해자가) 나쁜 놈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가해자 여자 친구한테는 “나이 많은 (여자가) 어린 남자를 데리고 뭐하는 것이냐” 이런 식으로 문자를 넣고 하니까 화가 나서……"

자신들을 험담한데, 앙심을 품었다는 가해자들.

결국 피해 여성을 숨지게 하는데까지 이르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배상훈(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사람들이 어떤 특정한 이야기에 대해서 참지 못하는 부분들 그것을 중재해 줄 수 있는 것들이 현대사회에는 많이 부족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폭발해서 이런 사건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험담을 이유로, 오랜 친구와 옛 애인을 살해한 피의자들.

전문가들은 꾸준히 늘고 있는 이른바 ‘홧김’범죄에 대한 사회적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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