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정점 치닫는 ‘블랙리스트’

입력 2017.01.23 (07:44) 수정 2017.01.2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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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해설위원]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구속 수감됐습니다. 차례차례 단계를 밟아온 특검의 수사가 사실상 정점에 있는 대통령만 남기게 됐습니다.

두 사람의 구속을 지켜본 국민들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실세 비서실장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정권의 요직을 두루 맡으며 정치인으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조윤선 씨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장관 신분으로 구속되는 불명예도 기록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특검 수사의 관건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는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밝혀내는 것입니다. 청와대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하는데 장차관이 직접 나선만큼 그 윗선인 최고 권력을 수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국가정보원 등 다른 기관들이 개입한 의혹도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 체육계와 교육계 등 다른 분야에도 블랙리스트가 없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양심의 자유와 언론 출판의 자유, 그리고 학문과 예술의 자유가 보장돼 있습니다. 문화예술인에게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빨간 딱지를 붙이거나 정부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서 명단을 작성했다면 이는 나라의 기본을 뒤흔드는 것입니다.

블랙리스트는 우리 편과 상대편을 나누기 위한 것입니다. 사회를 통합시키기는커녕 진영 논리로 상대방을 결딴내겠다는 뜻입니다.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통해 민주국가의 수치인 편 가르기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이번에 뿌리를 뽑아야 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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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정점 치닫는 ‘블랙리스트’
    • 입력 2017-01-23 07:55:53
    • 수정2017-01-23 08: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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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해설위원]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구속 수감됐습니다. 차례차례 단계를 밟아온 특검의 수사가 사실상 정점에 있는 대통령만 남기게 됐습니다.

두 사람의 구속을 지켜본 국민들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실세 비서실장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정권의 요직을 두루 맡으며 정치인으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조윤선 씨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장관 신분으로 구속되는 불명예도 기록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특검 수사의 관건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는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밝혀내는 것입니다. 청와대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하는데 장차관이 직접 나선만큼 그 윗선인 최고 권력을 수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국가정보원 등 다른 기관들이 개입한 의혹도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 체육계와 교육계 등 다른 분야에도 블랙리스트가 없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양심의 자유와 언론 출판의 자유, 그리고 학문과 예술의 자유가 보장돼 있습니다. 문화예술인에게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빨간 딱지를 붙이거나 정부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서 명단을 작성했다면 이는 나라의 기본을 뒤흔드는 것입니다.

블랙리스트는 우리 편과 상대편을 나누기 위한 것입니다. 사회를 통합시키기는커녕 진영 논리로 상대방을 결딴내겠다는 뜻입니다.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통해 민주국가의 수치인 편 가르기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이번에 뿌리를 뽑아야 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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