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가 쓴 눈물의 편지

입력 2003.02.22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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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구 참사 현장에는 이번 사고로 실종된 한 여성을 기리는 남편과 딸의 편지 두 장이 나붙어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그 사연을 천희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사고 현장으로 내려가는 입구에 비맞은 채 펄럭이는 편지 두 장이 시민들의 눈길을 잡습니다.
당신에게, 엄마 딸 민이 왔어요라고 각각 시작하는 이 두 편지는 이번 사고로 실종된 58살 이경희 씨의 남편과 딸이 쓴 것입니다.
호강 한 번 시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살림 걱정, 자식 걱정하면서 열심히 산 아내의 극락왕생을 바란다는 남편의 편지에 보는 이마다 눈시울을 붉힙니다.
⊙이지은(대구시 용산동):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고 진짜 돌아가신 분들한테 명복을 빌어요.
⊙기자: 목욕하고 임종을 맞으면 좋은 곳에 간다고 사고 전날 어머니와 함께 목욕 갔다 온 것을 위로로 삼는 딸.
그토록 좋은 어머니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맺습니다.
남편 배봉조 씨와 슬하에 1남 2녀를 둔 이 씨는 사고 당일 친구를 만나기 위해 1080호 전동차를 탄 후 연락이 끊어진 상태입니다.
⊙배봉조(실종자 이경희 씨 남편): 여보, 앞으로 모든 것 다 버리고 극락왕생해서 다음에 새로 만나서 당신과 내가 영원히 오래오래 살도록...
⊙기자: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한다는 배 씨의 마지막 인사에는 차마 아직도 부인을 보내지 못하는 남편의 사랑이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배봉조(실종자 이경희 씨 남편 편지): 한 맺힌 것 모든 걱정을 버리고 고이고이 극락왕생하기 바라며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당신의 남편 배봉조.
⊙기자: KBS뉴스 천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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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녀가 쓴 눈물의 편지
    • 입력 2003-02-22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대구 참사 현장에는 이번 사고로 실종된 한 여성을 기리는 남편과 딸의 편지 두 장이 나붙어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그 사연을 천희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사고 현장으로 내려가는 입구에 비맞은 채 펄럭이는 편지 두 장이 시민들의 눈길을 잡습니다. 당신에게, 엄마 딸 민이 왔어요라고 각각 시작하는 이 두 편지는 이번 사고로 실종된 58살 이경희 씨의 남편과 딸이 쓴 것입니다. 호강 한 번 시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살림 걱정, 자식 걱정하면서 열심히 산 아내의 극락왕생을 바란다는 남편의 편지에 보는 이마다 눈시울을 붉힙니다. ⊙이지은(대구시 용산동):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고 진짜 돌아가신 분들한테 명복을 빌어요. ⊙기자: 목욕하고 임종을 맞으면 좋은 곳에 간다고 사고 전날 어머니와 함께 목욕 갔다 온 것을 위로로 삼는 딸. 그토록 좋은 어머니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맺습니다. 남편 배봉조 씨와 슬하에 1남 2녀를 둔 이 씨는 사고 당일 친구를 만나기 위해 1080호 전동차를 탄 후 연락이 끊어진 상태입니다. ⊙배봉조(실종자 이경희 씨 남편): 여보, 앞으로 모든 것 다 버리고 극락왕생해서 다음에 새로 만나서 당신과 내가 영원히 오래오래 살도록... ⊙기자: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한다는 배 씨의 마지막 인사에는 차마 아직도 부인을 보내지 못하는 남편의 사랑이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배봉조(실종자 이경희 씨 남편 편지): 한 맺힌 것 모든 걱정을 버리고 고이고이 극락왕생하기 바라며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당신의 남편 배봉조. ⊙기자: KBS뉴스 천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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