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난민 정글’ 덩케르크…공생 실험 성공할까
입력 2019.01.19 (21:45)
수정 2019.01.1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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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제주도까지 유입된 중동의 예멘 난민들은 우리 사회에도 '난민 문제' 라는 화두를 던졌죠,
난민들은 세계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요.
최근 몇년 새 수백만 명의 난민이 유입된 유럽에선 해법을 어떻게 찾아가고 있을까요?
파리 양민효 특파원이 프랑스 국경지대 난민촌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공존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잠시 2차 세계 대전 당시 필사의 퇴각 작전이 펼쳐진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생존을 건 또다른 탈출 행렬이 지금 이곳에선 계속되고 있습니다.
덩케르크 외곽 그란드 산트.
식료품이 가득한 수레를 끌고 한 남성이 바삐 걸음을 옮깁니다.
늪지같은 맨땅, 비바람 피할 곳 없는 이곳이, 바로 '정글' 이라 불리는 난민촌입니다.
닭고기를 넣은 샌드위치로 한 끼를 떼우고, 생명줄과도 같은 휴대전화를 충전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비슈안/이라크 난민 : "대부분 가족에게 전화해요. 친구에게도 하고. 가족들은 다 이라크에 있어요. (왜 당신만 여기 왔나요?) 영국에 가고 싶어서요."]
[파르항크/이라크 난민 : "'주몽' 알아요. 나머지는 잊어버렸어요. (한국 드라마 좋아해요?) 좋아해요. 스토리가 강렬해요. (이라크에서는 뭐했어요?) 회계사였어요.
대부분 이라크, 수단 등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들. 영국행을 꿈꾸며 '정글'에 오기까지 최소 두세 달, 여러 나라를 거쳤고, 비용도 만 유로 이상 들였습니다.
["(왜 다들 영국으로 가려하나요?) 아마도 영국이 파라다이스라서? 여기 온 사람들은 자기 나라에서 전쟁이 난 이들이죠. 전쟁, 전쟁..."]
영국까지 불과 60킬로미터, 덩케르크 항구엔 영국 도버로 가는 트럭들이 모여듭니다.
이 트럭에 숨어 영국 땅을 밟는 것만이 이곳 난민들의 소원입니다.
난민촌이 있는 숲은 트럭이 오가는 길목, 밀입국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 '정글'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난민 : "(트럭 밀입국은 위험하지 않습니까?) 매우 위험합니다, 하지만 시도해야만 해요. 몇몇 사람은 여기서 죽기도 하지만..."]
영불 해협에선 한달에 천여 명이 밀입국을 감행하고, 최근 두달 새 280명이 붙잡히는 등 적발 건수도 급증했습니다.
브렉시트를 앞두고 국경 관리가 강화될 거란 예측에, 서둘러 밀입국에 나서는 난민들이 느는 겁니다.
난민이 처음 입국한 나라에서 난민 신청을 받게 한 '더블린 조약'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3년 전부터 난민촌을 철거하며 영국행 난민들을 밀어내고, 영국 정부는 불법 밀입국을 차단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
영불 해협 뿐 아니라 지중해 등 국경 지대마다 난민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EU 회원국 간 이해 차로 해법 찾기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매주 한 번 시민단체가 오는 날, 정글에선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고작 담요 하나로 차디찬 숲 속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열악한 생활, 어린 아이들마저 최악의 위생 환경에 내몰렸습니다.
[스튜아르/이라크 난민 : "(영국 외)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어렵지 않습니다.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영국은 정말 좋아요) 우리 딸도 좋아하잖아요."]
이들은 당장 원하는 곳으로 떠날 수도, 마땅히 머물 곳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영국으로 갈 기회만을 기다리며 이곳 정글에서 기약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집니다.
["제 이름은 사피 아스마토라입니다. 23살이고, 난민이지요. 아프간 사람인데, 전쟁 때문에 조국을 떠나야했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2년 전 난민촌에 있던 사피는 이곳 생보지르 마을로 보내졌습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지 1년, 정원사 일을 시작하면서 주 35시간에 월 1200유로를 법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역 업체들에도 단비가 됐습니다.
[뱅상 지호동/인력 파견회사 대표 : "(청소, 조경일에 투입되는데)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난민들은 최선을 다해 일을 배우고, 프랑스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거든요."]
난민촌 철거에 나선 프랑스 정부는 난민들을 대거 지방으로 분산시켰고, 인구 400명의 작은 마을 생보지르도 난민 100명을 수용했습니다.
연간 100만 유로 예산 지원으로 난민 센터도 생겨났습니다.
이곳은 난민들이 지위 인정 절차를 준비하며 머무르는 보호시설입니다.
기존에 있던 휴양 시설을 활용한 건데요,
프랑스 전역에 200곳에서 400곳 정도가 임시 또는 상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센터에선 난민 신청 지원과 불어 교육이 진행됩니다.
프랑스 사회에 편입할 준비를 돕는 겁니다.
[무스타파/수단 난민 : "2년 전에 프랑스에 왔어요. 그땐 프랑스어를 못했고요. (지금은 신문을 읽네요?) 네,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요. 일하려고 계속 공부해요."]
의료 혜택도 제공됩니다.
긴 도피 과정에서 질병과 우울증에 걸리는 난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직원 10명 외 자원봉사자는 모두 주민들!
센터에 협박이 잇따르는 등 난민 반대 여론도, 주민들 덕분에 극복했습니다.
[미셸 페랑/난민 센터 자원봉사 주민 : "난민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하고픈 말은, 이건 얼마든지 당신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란 겁니다. 나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피는 마을 축구팀에서 수비수로 활약합니다.
난민들과 주민들이 함께 뛰는 축구팀이 3개나 생겨났습니다.
난민들이 온 지 3년, 신생아 18명 중 4명이 난민 가족에서 태어났고, 마을엔 활기가 더해졌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더 잘 살기 위한 작은 마을 공동체의 공생 실험은 성공적인 첫 발을 뗐습니다.
파리에서 양민효입니다.
지난해, 제주도까지 유입된 중동의 예멘 난민들은 우리 사회에도 '난민 문제' 라는 화두를 던졌죠,
난민들은 세계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요.
최근 몇년 새 수백만 명의 난민이 유입된 유럽에선 해법을 어떻게 찾아가고 있을까요?
파리 양민효 특파원이 프랑스 국경지대 난민촌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공존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잠시 2차 세계 대전 당시 필사의 퇴각 작전이 펼쳐진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생존을 건 또다른 탈출 행렬이 지금 이곳에선 계속되고 있습니다.
덩케르크 외곽 그란드 산트.
식료품이 가득한 수레를 끌고 한 남성이 바삐 걸음을 옮깁니다.
늪지같은 맨땅, 비바람 피할 곳 없는 이곳이, 바로 '정글' 이라 불리는 난민촌입니다.
닭고기를 넣은 샌드위치로 한 끼를 떼우고, 생명줄과도 같은 휴대전화를 충전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비슈안/이라크 난민 : "대부분 가족에게 전화해요. 친구에게도 하고. 가족들은 다 이라크에 있어요. (왜 당신만 여기 왔나요?) 영국에 가고 싶어서요."]
[파르항크/이라크 난민 : "'주몽' 알아요. 나머지는 잊어버렸어요. (한국 드라마 좋아해요?) 좋아해요. 스토리가 강렬해요. (이라크에서는 뭐했어요?) 회계사였어요.
대부분 이라크, 수단 등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들. 영국행을 꿈꾸며 '정글'에 오기까지 최소 두세 달, 여러 나라를 거쳤고, 비용도 만 유로 이상 들였습니다.
["(왜 다들 영국으로 가려하나요?) 아마도 영국이 파라다이스라서? 여기 온 사람들은 자기 나라에서 전쟁이 난 이들이죠. 전쟁, 전쟁..."]
영국까지 불과 60킬로미터, 덩케르크 항구엔 영국 도버로 가는 트럭들이 모여듭니다.
이 트럭에 숨어 영국 땅을 밟는 것만이 이곳 난민들의 소원입니다.
난민촌이 있는 숲은 트럭이 오가는 길목, 밀입국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 '정글'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난민 : "(트럭 밀입국은 위험하지 않습니까?) 매우 위험합니다, 하지만 시도해야만 해요. 몇몇 사람은 여기서 죽기도 하지만..."]
영불 해협에선 한달에 천여 명이 밀입국을 감행하고, 최근 두달 새 280명이 붙잡히는 등 적발 건수도 급증했습니다.
브렉시트를 앞두고 국경 관리가 강화될 거란 예측에, 서둘러 밀입국에 나서는 난민들이 느는 겁니다.
난민이 처음 입국한 나라에서 난민 신청을 받게 한 '더블린 조약'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3년 전부터 난민촌을 철거하며 영국행 난민들을 밀어내고, 영국 정부는 불법 밀입국을 차단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
영불 해협 뿐 아니라 지중해 등 국경 지대마다 난민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EU 회원국 간 이해 차로 해법 찾기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매주 한 번 시민단체가 오는 날, 정글에선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고작 담요 하나로 차디찬 숲 속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열악한 생활, 어린 아이들마저 최악의 위생 환경에 내몰렸습니다.
[스튜아르/이라크 난민 : "(영국 외)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어렵지 않습니다.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영국은 정말 좋아요) 우리 딸도 좋아하잖아요."]
이들은 당장 원하는 곳으로 떠날 수도, 마땅히 머물 곳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영국으로 갈 기회만을 기다리며 이곳 정글에서 기약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집니다.
["제 이름은 사피 아스마토라입니다. 23살이고, 난민이지요. 아프간 사람인데, 전쟁 때문에 조국을 떠나야했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2년 전 난민촌에 있던 사피는 이곳 생보지르 마을로 보내졌습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지 1년, 정원사 일을 시작하면서 주 35시간에 월 1200유로를 법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역 업체들에도 단비가 됐습니다.
[뱅상 지호동/인력 파견회사 대표 : "(청소, 조경일에 투입되는데)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난민들은 최선을 다해 일을 배우고, 프랑스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거든요."]
난민촌 철거에 나선 프랑스 정부는 난민들을 대거 지방으로 분산시켰고, 인구 400명의 작은 마을 생보지르도 난민 100명을 수용했습니다.
연간 100만 유로 예산 지원으로 난민 센터도 생겨났습니다.
이곳은 난민들이 지위 인정 절차를 준비하며 머무르는 보호시설입니다.
기존에 있던 휴양 시설을 활용한 건데요,
프랑스 전역에 200곳에서 400곳 정도가 임시 또는 상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센터에선 난민 신청 지원과 불어 교육이 진행됩니다.
프랑스 사회에 편입할 준비를 돕는 겁니다.
[무스타파/수단 난민 : "2년 전에 프랑스에 왔어요. 그땐 프랑스어를 못했고요. (지금은 신문을 읽네요?) 네,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요. 일하려고 계속 공부해요."]
의료 혜택도 제공됩니다.
긴 도피 과정에서 질병과 우울증에 걸리는 난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직원 10명 외 자원봉사자는 모두 주민들!
센터에 협박이 잇따르는 등 난민 반대 여론도, 주민들 덕분에 극복했습니다.
[미셸 페랑/난민 센터 자원봉사 주민 : "난민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하고픈 말은, 이건 얼마든지 당신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란 겁니다. 나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피는 마을 축구팀에서 수비수로 활약합니다.
난민들과 주민들이 함께 뛰는 축구팀이 3개나 생겨났습니다.
난민들이 온 지 3년, 신생아 18명 중 4명이 난민 가족에서 태어났고, 마을엔 활기가 더해졌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더 잘 살기 위한 작은 마을 공동체의 공생 실험은 성공적인 첫 발을 뗐습니다.
파리에서 양민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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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19 22:16:47
- 수정2019-01-19 22: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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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도까지 유입된 중동의 예멘 난민들은 우리 사회에도 '난민 문제' 라는 화두를 던졌죠,
난민들은 세계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요.
최근 몇년 새 수백만 명의 난민이 유입된 유럽에선 해법을 어떻게 찾아가고 있을까요?
파리 양민효 특파원이 프랑스 국경지대 난민촌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공존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잠시 2차 세계 대전 당시 필사의 퇴각 작전이 펼쳐진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생존을 건 또다른 탈출 행렬이 지금 이곳에선 계속되고 있습니다.
덩케르크 외곽 그란드 산트.
식료품이 가득한 수레를 끌고 한 남성이 바삐 걸음을 옮깁니다.
늪지같은 맨땅, 비바람 피할 곳 없는 이곳이, 바로 '정글' 이라 불리는 난민촌입니다.
닭고기를 넣은 샌드위치로 한 끼를 떼우고, 생명줄과도 같은 휴대전화를 충전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비슈안/이라크 난민 : "대부분 가족에게 전화해요. 친구에게도 하고. 가족들은 다 이라크에 있어요. (왜 당신만 여기 왔나요?) 영국에 가고 싶어서요."]
[파르항크/이라크 난민 : "'주몽' 알아요. 나머지는 잊어버렸어요. (한국 드라마 좋아해요?) 좋아해요. 스토리가 강렬해요. (이라크에서는 뭐했어요?) 회계사였어요.
대부분 이라크, 수단 등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들. 영국행을 꿈꾸며 '정글'에 오기까지 최소 두세 달, 여러 나라를 거쳤고, 비용도 만 유로 이상 들였습니다.
["(왜 다들 영국으로 가려하나요?) 아마도 영국이 파라다이스라서? 여기 온 사람들은 자기 나라에서 전쟁이 난 이들이죠. 전쟁, 전쟁..."]
영국까지 불과 60킬로미터, 덩케르크 항구엔 영국 도버로 가는 트럭들이 모여듭니다.
이 트럭에 숨어 영국 땅을 밟는 것만이 이곳 난민들의 소원입니다.
난민촌이 있는 숲은 트럭이 오가는 길목, 밀입국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 '정글'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난민 : "(트럭 밀입국은 위험하지 않습니까?) 매우 위험합니다, 하지만 시도해야만 해요. 몇몇 사람은 여기서 죽기도 하지만..."]
영불 해협에선 한달에 천여 명이 밀입국을 감행하고, 최근 두달 새 280명이 붙잡히는 등 적발 건수도 급증했습니다.
브렉시트를 앞두고 국경 관리가 강화될 거란 예측에, 서둘러 밀입국에 나서는 난민들이 느는 겁니다.
난민이 처음 입국한 나라에서 난민 신청을 받게 한 '더블린 조약'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3년 전부터 난민촌을 철거하며 영국행 난민들을 밀어내고, 영국 정부는 불법 밀입국을 차단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
영불 해협 뿐 아니라 지중해 등 국경 지대마다 난민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EU 회원국 간 이해 차로 해법 찾기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매주 한 번 시민단체가 오는 날, 정글에선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고작 담요 하나로 차디찬 숲 속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열악한 생활, 어린 아이들마저 최악의 위생 환경에 내몰렸습니다.
[스튜아르/이라크 난민 : "(영국 외)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어렵지 않습니다.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영국은 정말 좋아요) 우리 딸도 좋아하잖아요."]
이들은 당장 원하는 곳으로 떠날 수도, 마땅히 머물 곳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영국으로 갈 기회만을 기다리며 이곳 정글에서 기약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집니다.
["제 이름은 사피 아스마토라입니다. 23살이고, 난민이지요. 아프간 사람인데, 전쟁 때문에 조국을 떠나야했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2년 전 난민촌에 있던 사피는 이곳 생보지르 마을로 보내졌습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지 1년, 정원사 일을 시작하면서 주 35시간에 월 1200유로를 법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역 업체들에도 단비가 됐습니다.
[뱅상 지호동/인력 파견회사 대표 : "(청소, 조경일에 투입되는데)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난민들은 최선을 다해 일을 배우고, 프랑스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거든요."]
난민촌 철거에 나선 프랑스 정부는 난민들을 대거 지방으로 분산시켰고, 인구 400명의 작은 마을 생보지르도 난민 100명을 수용했습니다.
연간 100만 유로 예산 지원으로 난민 센터도 생겨났습니다.
이곳은 난민들이 지위 인정 절차를 준비하며 머무르는 보호시설입니다.
기존에 있던 휴양 시설을 활용한 건데요,
프랑스 전역에 200곳에서 400곳 정도가 임시 또는 상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센터에선 난민 신청 지원과 불어 교육이 진행됩니다.
프랑스 사회에 편입할 준비를 돕는 겁니다.
[무스타파/수단 난민 : "2년 전에 프랑스에 왔어요. 그땐 프랑스어를 못했고요. (지금은 신문을 읽네요?) 네,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요. 일하려고 계속 공부해요."]
의료 혜택도 제공됩니다.
긴 도피 과정에서 질병과 우울증에 걸리는 난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직원 10명 외 자원봉사자는 모두 주민들!
센터에 협박이 잇따르는 등 난민 반대 여론도, 주민들 덕분에 극복했습니다.
[미셸 페랑/난민 센터 자원봉사 주민 : "난민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하고픈 말은, 이건 얼마든지 당신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란 겁니다. 나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피는 마을 축구팀에서 수비수로 활약합니다.
난민들과 주민들이 함께 뛰는 축구팀이 3개나 생겨났습니다.
난민들이 온 지 3년, 신생아 18명 중 4명이 난민 가족에서 태어났고, 마을엔 활기가 더해졌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더 잘 살기 위한 작은 마을 공동체의 공생 실험은 성공적인 첫 발을 뗐습니다.
파리에서 양민효입니다.
지난해, 제주도까지 유입된 중동의 예멘 난민들은 우리 사회에도 '난민 문제' 라는 화두를 던졌죠,
난민들은 세계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요.
최근 몇년 새 수백만 명의 난민이 유입된 유럽에선 해법을 어떻게 찾아가고 있을까요?
파리 양민효 특파원이 프랑스 국경지대 난민촌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공존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잠시 2차 세계 대전 당시 필사의 퇴각 작전이 펼쳐진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생존을 건 또다른 탈출 행렬이 지금 이곳에선 계속되고 있습니다.
덩케르크 외곽 그란드 산트.
식료품이 가득한 수레를 끌고 한 남성이 바삐 걸음을 옮깁니다.
늪지같은 맨땅, 비바람 피할 곳 없는 이곳이, 바로 '정글' 이라 불리는 난민촌입니다.
닭고기를 넣은 샌드위치로 한 끼를 떼우고, 생명줄과도 같은 휴대전화를 충전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비슈안/이라크 난민 : "대부분 가족에게 전화해요. 친구에게도 하고. 가족들은 다 이라크에 있어요. (왜 당신만 여기 왔나요?) 영국에 가고 싶어서요."]
[파르항크/이라크 난민 : "'주몽' 알아요. 나머지는 잊어버렸어요. (한국 드라마 좋아해요?) 좋아해요. 스토리가 강렬해요. (이라크에서는 뭐했어요?) 회계사였어요.
대부분 이라크, 수단 등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들. 영국행을 꿈꾸며 '정글'에 오기까지 최소 두세 달, 여러 나라를 거쳤고, 비용도 만 유로 이상 들였습니다.
["(왜 다들 영국으로 가려하나요?) 아마도 영국이 파라다이스라서? 여기 온 사람들은 자기 나라에서 전쟁이 난 이들이죠. 전쟁, 전쟁..."]
영국까지 불과 60킬로미터, 덩케르크 항구엔 영국 도버로 가는 트럭들이 모여듭니다.
이 트럭에 숨어 영국 땅을 밟는 것만이 이곳 난민들의 소원입니다.
난민촌이 있는 숲은 트럭이 오가는 길목, 밀입국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 '정글'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난민 : "(트럭 밀입국은 위험하지 않습니까?) 매우 위험합니다, 하지만 시도해야만 해요. 몇몇 사람은 여기서 죽기도 하지만..."]
영불 해협에선 한달에 천여 명이 밀입국을 감행하고, 최근 두달 새 280명이 붙잡히는 등 적발 건수도 급증했습니다.
브렉시트를 앞두고 국경 관리가 강화될 거란 예측에, 서둘러 밀입국에 나서는 난민들이 느는 겁니다.
난민이 처음 입국한 나라에서 난민 신청을 받게 한 '더블린 조약'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3년 전부터 난민촌을 철거하며 영국행 난민들을 밀어내고, 영국 정부는 불법 밀입국을 차단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
영불 해협 뿐 아니라 지중해 등 국경 지대마다 난민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EU 회원국 간 이해 차로 해법 찾기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매주 한 번 시민단체가 오는 날, 정글에선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고작 담요 하나로 차디찬 숲 속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열악한 생활, 어린 아이들마저 최악의 위생 환경에 내몰렸습니다.
[스튜아르/이라크 난민 : "(영국 외)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어렵지 않습니다.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영국은 정말 좋아요) 우리 딸도 좋아하잖아요."]
이들은 당장 원하는 곳으로 떠날 수도, 마땅히 머물 곳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영국으로 갈 기회만을 기다리며 이곳 정글에서 기약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집니다.
["제 이름은 사피 아스마토라입니다. 23살이고, 난민이지요. 아프간 사람인데, 전쟁 때문에 조국을 떠나야했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2년 전 난민촌에 있던 사피는 이곳 생보지르 마을로 보내졌습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지 1년, 정원사 일을 시작하면서 주 35시간에 월 1200유로를 법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역 업체들에도 단비가 됐습니다.
[뱅상 지호동/인력 파견회사 대표 : "(청소, 조경일에 투입되는데)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난민들은 최선을 다해 일을 배우고, 프랑스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거든요."]
난민촌 철거에 나선 프랑스 정부는 난민들을 대거 지방으로 분산시켰고, 인구 400명의 작은 마을 생보지르도 난민 100명을 수용했습니다.
연간 100만 유로 예산 지원으로 난민 센터도 생겨났습니다.
이곳은 난민들이 지위 인정 절차를 준비하며 머무르는 보호시설입니다.
기존에 있던 휴양 시설을 활용한 건데요,
프랑스 전역에 200곳에서 400곳 정도가 임시 또는 상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센터에선 난민 신청 지원과 불어 교육이 진행됩니다.
프랑스 사회에 편입할 준비를 돕는 겁니다.
[무스타파/수단 난민 : "2년 전에 프랑스에 왔어요. 그땐 프랑스어를 못했고요. (지금은 신문을 읽네요?) 네,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요. 일하려고 계속 공부해요."]
의료 혜택도 제공됩니다.
긴 도피 과정에서 질병과 우울증에 걸리는 난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직원 10명 외 자원봉사자는 모두 주민들!
센터에 협박이 잇따르는 등 난민 반대 여론도, 주민들 덕분에 극복했습니다.
[미셸 페랑/난민 센터 자원봉사 주민 : "난민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하고픈 말은, 이건 얼마든지 당신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란 겁니다. 나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피는 마을 축구팀에서 수비수로 활약합니다.
난민들과 주민들이 함께 뛰는 축구팀이 3개나 생겨났습니다.
난민들이 온 지 3년, 신생아 18명 중 4명이 난민 가족에서 태어났고, 마을엔 활기가 더해졌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더 잘 살기 위한 작은 마을 공동체의 공생 실험은 성공적인 첫 발을 뗐습니다.
파리에서 양민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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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효 기자 gongg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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