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오타’로 물든 울란바토르…“최악의 공기”

입력 2019.02.16 (21:45) 수정 2019.02.16 (22:3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는 겨울만 되면 '스모그'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 울란바토르시의 호흡기 질환 발병률이 3배 넘게 증가했을 정도여서, 주민들에겐 영하 40도의 맹추위보다 최악의 대기 질이 더 공포라는데요.

이진연 순회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하 30도를 밑도는 한파가 몰아치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입니다.

하늘은 온통 잿빛이고 뿌연 띠가 도심을 휘감고 있습니다.

구름처럼 보이지만 몽골어로 '오타'라고 불리는 도심 스모그입니다.

지금 울란바토르 도심은 스모그로 휩싸였습니다.

대낮인데도 도시의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뿌옇습니다.

도심 곳곳에선 매케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바트보트 : "마스크를 써도 소용이 없을 정도 냄새가 심해요. 오타가 심하게 끼면 아예 앞이 보이지도 않아요."]

주민들에게 최악의 공기는 매서운 한파보다 무섭습니다.

[신어트/울란바토르 주민 : "공기의 질이 너무 안좋아서 밖에 돌아다니면 목이 쉬고, 아파요."]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은 화력발전소에선 연기가 연신 피어오릅니다.

울란바토르 안에는 화력발전소가 4곳이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발전소 가동률이 높아지는데, 온종일 이렇게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도심 외곽으로 10여 분 나가자 언덕 위로 주택이 밀집한 마을이 나옵니다.

초원에서 도시로 온 몽골 유목민들이 임시로 자리잡은 '게르촌'입니다.

집집마다 솟아있는 굴뚝에서 연기가 나옵니다.

이 연기는 난방을 위해 게르촌 주민들이 석탄 원석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겁니다.

가공되지 않은 석탄을 태우다보니 공기는 급속도로 나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주민들은 석탄을 살 돈이 모자라면 폐목과 폐타이어도 마구잡이로 태웁니다.

[게르 주민 : "석탄을 태우니까 동네 아이들이 대부분 감기가 걸리고, 마스크를 써도 별소용이 없어요. 이 난로를 바꾸고 싶어요."]

몽골 정부는 전기나 유해물질이 적은 연료 사용을 권장하지만 빈곤층이 대부분인 게르촌 주민들에겐 먼 이야기입니다.

이 일대 공기 상태를 확인해봤습니다.

공기오염지수가 무려 9백을 넘어섭니다.

공기오염지수가 5백을 넘어서면 건강이 위험할 수 있다는 단계인데, 이 일대 공기는 무려 9백을 넘어섰습니다.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다는 겁니다.

하지만 울란바토르는 지리특성상 공기 오염물질이 쉽사리 빠져나가지도 않습니다.

[몽골기상청 : "울란바토르는 4개의 산에 둘러 쌓였고, 두개의 강이 흐르는데 양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세지 않아서 대기중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역전층에 갇히게 되고 쌓이는 거죠."]

도로 위에 빽빽이 차량이 늘어선 차량들.

대부분 수입한 노후 차량에다 질낮은 휘발유를 쓰기때문에 대기오염을 가속화시킵니다.

[운전자 : "울란바토르는 교통 체증이 심각합니다. 도로위에 차량에서 나오는 매연은 정말 지독합니다."]

["밤새 열이나고, 구토가..."]

울란바토르의 종합병원엔 진료를 받기위해 환자들이 줄을 섰습니다.

어린이 병동 입원실은 이미 꽉찼습니다.

[병원 매니저 : "본래 4,5층이 어린이 병동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2층 전통 치료실까지 모두 어린이 입원실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환자가 너무 많아서 어쩔수 없어요."]

아픈 아이들의 대부분이 폐렴 등의 호흡기 질환을 겪고 있습니다.

[환아 엄마 : "밤새 고열과 기침으로 병원에 왔더니 이미 폐렴이 온거예요. 바로 입원해서 치료중입니다."]

유니세프와 몽골국립보건센터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울란바토르시의 호흡 질환 발병률이 3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5세 미만 아이들의 경우 사망원인 2위가 폐렴으로 조사됐고 도시에 사는 아이들의 폐기능은 지방 아이들보다 40%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임산부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사산, 조산 등의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올해는 독감환자가 급증하면서 치료약까지 동이 났습니다.

[진료 의사 : "의사들은 하루 30명 환자를 돌봐야 하는데 지금은 평균 100명 넘게 진료를 보고 있어요. 의사들의 피로도가 굉장히 심각해한 상태입니다."]

참다 못한 몽골 엄마들이 나서 대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놓고 숨을 쉬게 해달라는 겁니다.

[공기오염반대 NGO대표 : "심각한 대기오염은 울란바토르 시민들이 대부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결과가 주민들의 건강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니세프는 향후 10년 간 울란바토르의 대기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호흡기 질환 치료로 사회적 비용이 3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몽골의 겨울은 4월까지 계속됩니다.

대기오염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없어 주민들은 고통 속에서 겨울을 나야합니다.

이때문에 차라리 겨울 동안엔 도심을 떠나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평일엔 직장때문에 어쩔수 없이 도심에서 생활합니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공기가 워낙 안좋으니 가족들이 외곽으로 나가서 생활을 하고 옵니다."]

일 년의 절반 가량이 영하권인 몽골.

겨울마다 반복되는 최악의 공기는 주민들에게 경고의 단계를 넘어 위협과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이진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현장] ‘오타’로 물든 울란바토르…“최악의 공기”
    • 입력 2019-02-16 22:28:35
    • 수정2019-02-16 22:32:31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는 겨울만 되면 '스모그'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 울란바토르시의 호흡기 질환 발병률이 3배 넘게 증가했을 정도여서, 주민들에겐 영하 40도의 맹추위보다 최악의 대기 질이 더 공포라는데요.

이진연 순회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하 30도를 밑도는 한파가 몰아치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입니다.

하늘은 온통 잿빛이고 뿌연 띠가 도심을 휘감고 있습니다.

구름처럼 보이지만 몽골어로 '오타'라고 불리는 도심 스모그입니다.

지금 울란바토르 도심은 스모그로 휩싸였습니다.

대낮인데도 도시의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뿌옇습니다.

도심 곳곳에선 매케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바트보트 : "마스크를 써도 소용이 없을 정도 냄새가 심해요. 오타가 심하게 끼면 아예 앞이 보이지도 않아요."]

주민들에게 최악의 공기는 매서운 한파보다 무섭습니다.

[신어트/울란바토르 주민 : "공기의 질이 너무 안좋아서 밖에 돌아다니면 목이 쉬고, 아파요."]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은 화력발전소에선 연기가 연신 피어오릅니다.

울란바토르 안에는 화력발전소가 4곳이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발전소 가동률이 높아지는데, 온종일 이렇게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도심 외곽으로 10여 분 나가자 언덕 위로 주택이 밀집한 마을이 나옵니다.

초원에서 도시로 온 몽골 유목민들이 임시로 자리잡은 '게르촌'입니다.

집집마다 솟아있는 굴뚝에서 연기가 나옵니다.

이 연기는 난방을 위해 게르촌 주민들이 석탄 원석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겁니다.

가공되지 않은 석탄을 태우다보니 공기는 급속도로 나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주민들은 석탄을 살 돈이 모자라면 폐목과 폐타이어도 마구잡이로 태웁니다.

[게르 주민 : "석탄을 태우니까 동네 아이들이 대부분 감기가 걸리고, 마스크를 써도 별소용이 없어요. 이 난로를 바꾸고 싶어요."]

몽골 정부는 전기나 유해물질이 적은 연료 사용을 권장하지만 빈곤층이 대부분인 게르촌 주민들에겐 먼 이야기입니다.

이 일대 공기 상태를 확인해봤습니다.

공기오염지수가 무려 9백을 넘어섭니다.

공기오염지수가 5백을 넘어서면 건강이 위험할 수 있다는 단계인데, 이 일대 공기는 무려 9백을 넘어섰습니다.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다는 겁니다.

하지만 울란바토르는 지리특성상 공기 오염물질이 쉽사리 빠져나가지도 않습니다.

[몽골기상청 : "울란바토르는 4개의 산에 둘러 쌓였고, 두개의 강이 흐르는데 양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세지 않아서 대기중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역전층에 갇히게 되고 쌓이는 거죠."]

도로 위에 빽빽이 차량이 늘어선 차량들.

대부분 수입한 노후 차량에다 질낮은 휘발유를 쓰기때문에 대기오염을 가속화시킵니다.

[운전자 : "울란바토르는 교통 체증이 심각합니다. 도로위에 차량에서 나오는 매연은 정말 지독합니다."]

["밤새 열이나고, 구토가..."]

울란바토르의 종합병원엔 진료를 받기위해 환자들이 줄을 섰습니다.

어린이 병동 입원실은 이미 꽉찼습니다.

[병원 매니저 : "본래 4,5층이 어린이 병동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2층 전통 치료실까지 모두 어린이 입원실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환자가 너무 많아서 어쩔수 없어요."]

아픈 아이들의 대부분이 폐렴 등의 호흡기 질환을 겪고 있습니다.

[환아 엄마 : "밤새 고열과 기침으로 병원에 왔더니 이미 폐렴이 온거예요. 바로 입원해서 치료중입니다."]

유니세프와 몽골국립보건센터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울란바토르시의 호흡 질환 발병률이 3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5세 미만 아이들의 경우 사망원인 2위가 폐렴으로 조사됐고 도시에 사는 아이들의 폐기능은 지방 아이들보다 40%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임산부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사산, 조산 등의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올해는 독감환자가 급증하면서 치료약까지 동이 났습니다.

[진료 의사 : "의사들은 하루 30명 환자를 돌봐야 하는데 지금은 평균 100명 넘게 진료를 보고 있어요. 의사들의 피로도가 굉장히 심각해한 상태입니다."]

참다 못한 몽골 엄마들이 나서 대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놓고 숨을 쉬게 해달라는 겁니다.

[공기오염반대 NGO대표 : "심각한 대기오염은 울란바토르 시민들이 대부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결과가 주민들의 건강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니세프는 향후 10년 간 울란바토르의 대기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호흡기 질환 치료로 사회적 비용이 3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몽골의 겨울은 4월까지 계속됩니다.

대기오염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없어 주민들은 고통 속에서 겨울을 나야합니다.

이때문에 차라리 겨울 동안엔 도심을 떠나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평일엔 직장때문에 어쩔수 없이 도심에서 생활합니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공기가 워낙 안좋으니 가족들이 외곽으로 나가서 생활을 하고 옵니다."]

일 년의 절반 가량이 영하권인 몽골.

겨울마다 반복되는 최악의 공기는 주민들에게 경고의 단계를 넘어 위협과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이진연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