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맨손으로 차를 들다…위기에 빛난 ‘시민 영웅들’

입력 2019.07.16 (08:32) 수정 2019.07.1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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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맨손으로 차를 들고,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하는 모습, 영웅들이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이죠.

요즘 들어 이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맨손으로 차를 들어 사람을 구했는데,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그 힘은 어디서 나왔는지, 지금부터 시민 어벤져스들의 모습을 함께 만나 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28일, 부산입니다.

어두운 골목길, 한 남성이 비탈길에 세워 놓은 승합차 바퀴에 받쳐 뒀던 버팀목을 뺍니다.

그런데 운전석으로 가는 사이 차가 뒤로 밀리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바퀴에 오른발이 끼어 넘어집니다.

그때 마침 맞은편에서 오던 마을버스가 멈춰 서더니 승객들이 급하게 내립니다.

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으로 가던 고3 여고생들이었습니다.

[정해림/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 "(기사) 아저씨가 멈춰서 창밖을 쳐다 보니까 여기 주차돼 있던 봉고차 앞바퀴에 남성 분 오른쪽 발이 끼어 있어서 (기사) 아저씨가 문 열어주고 저희는 바로 뛰어내렸어요."]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함께 차를 밀어 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해림/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 "진짜 심장이 벌렁거려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약간 가슴이 두근두근 하더라고요. 그런데 친구들은 원래 밀고 있었던 아주머니들과 같이 밀고 있었고 아주머니께서 신고가 안 됐다고 해서 제가 바로 휴대폰 꺼내서 신고 전화했던 거 같아요."]

비탈길이라 차가 조금만 더 뒤로 밀려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

학생들의 외침에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강용원/인근 주민 : "한 20명 돼요. 웅성웅성하니까 위에서는 내려다 보고 있는 사람들도 나오고 이렇게 됐지. 지나가던 차들도 세워 놓고 합세하고 같이 이렇게……."]

그렇게 모인 시민들은 힘을 모아 차를 들었고, 바퀴에 깔린 운전자는 9분 만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신인경/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 "저희가 도와 달라고 요청을 했고, 아저씨께서도 도와 달라고, 살려 달라고 계속 외치고 있으니까 다 선뜻 나서서……."]

[박시은/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 "저희는 그냥 뒤에서 밀어드리고 어른들께서 앞바퀴를 들어서 구하셨던 것 같아요."]

다행히 운전자는 가벼운 타박상만 입은 상태로 무사히 귀가했다고 하는데요.

어제 직접 찾아와 여고생들에게 고마움의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신인경/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 "정말 고맙다고 학생들 덕분에 살았다는 말씀을 저희한테 해 주셨는데 그런 말 들으니까 저희가 나섰던 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는 뿌듯함도 느끼고……."]

위급한 상황에서 사고 상황을 보자마자 자기 일처럼 나선 여고생들에 대해 기특하다는 칭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용원/인근 주민 : "그때 참 너무 고생 많이 했다. 119도 그 애들이 연락도 다 하고 이랬거든. 가방도 완전 걸레 되듯이 다 찢어졌거든. 가방을 팽개치고 도울 정도로 그런 정신이 있었으니까 훌륭한 일을 한 거지."]

[안직현/부산연제경찰서 연산파출소 경장 : "학생들이 직접 자발적으로 위험에 처한 시민도 돕고 그 모습에 이제 사람들이 더 감명받아서 더 적극적으로 도왔던 것 같습니다.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업 걱정에 공부까지 여유도 없었지만 남을 돕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여고생들은 이런 소감을 밝혔습니다.

[정해정/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 "저희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주민 분들도 다 같이 나와서 도와 주셨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인 것 같아요."]

[정해림/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저희가 한 거잖아요. 저희를 보고 나서 이제 신고를 하거나 다른 사람을 도와줄 때 거리낌 없이 잘 도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4일 부산의 한 횡단보도, 좌우를 살피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8살 여자 어린이의 신발이 벗겨집니다.

신발을 주우려는 순간, 그만 달려온 승용차에 깔리고 맙니다.

[이옥연/인근 주민 : "좌회전 차가 그걸 미쳐 못 봤어. 그래서 신발 줍는다고 앉아 있는 걸 못 보고 그대로 바로 치어서 속으로 들어갔어. 애가. 밑으로 깔려서……."]

어린이의 울음 소리가 거리로 울려 퍼졌습니다.

[공경임/인근 주민 : "아아 하는 소리가 나더라고. 그래서 여기서 쳐다 보니까 아이가 옆으로 누운 거……."]

[이옥연/인근 주민 : "이웃 사람도 오고 세탁소 아저씨도 오고 이웃 사람 몇 오고 지나가던 사람 오고 그 소리 듣고 안 뛰어 나갈 사람이 아무도 없어."]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 사람들은 상의를 시작하는데요.

["차를 이거 어떻게 해야 됩니까. (119, 119, 빨리.)"]

그리고는 직접 나서서 차를 들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됐어."]

구령에 맞춰 차를 들었고, 그 틈으로 아이를 구했습니다.

[이옥연/인근 주민 : "(아이를) 끄집어 낼 때는 진짜 마음이 이상했어. 데리고 나오니까 마음은 흐뭇한데 너무 애처로워서 등에 보니까 까져서 뒤에도 까지고 앞에도 까지고 벌건 피가 나고 그랬어."]

시민들의 빠른 도움 덕에 어린이는 차에 깔린 지 50여초 만에 타박상만 입은 채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이옥연/인근 주민 : "손님이 뭐 달라고 하던 것을 물리치고 뛰어 나갔는데 그걸 보고 많이 울었어. 너무 애처로워서. 내 손자 같고 식구 같고 지나가는 사람들 그걸 보고 안 드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다 내 마음 같지."]

가족들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합니다.

[이옥연/인근 주민 : "그게 뭐 고마운 게 당연히 하는 거지, 고마울 게 없다고 그랬어. 누가 지나가다가 보고 이 상황을 안 할 수가 있냐고. 당연히 하는 거라면서 그랬어."]

만약 나에게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떨까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돕는 일이 당연한 일이라는 여고생들과 시민들, 이들은 진정한 거리의 우리 이웃 영웅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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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맨손으로 차를 들다…위기에 빛난 ‘시민 영웅들’
    • 입력 2019-07-16 08:34:59
    • 수정2019-07-16 13: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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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맨손으로 차를 들고,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하는 모습, 영웅들이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이죠.

요즘 들어 이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맨손으로 차를 들어 사람을 구했는데,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그 힘은 어디서 나왔는지, 지금부터 시민 어벤져스들의 모습을 함께 만나 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28일, 부산입니다.

어두운 골목길, 한 남성이 비탈길에 세워 놓은 승합차 바퀴에 받쳐 뒀던 버팀목을 뺍니다.

그런데 운전석으로 가는 사이 차가 뒤로 밀리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바퀴에 오른발이 끼어 넘어집니다.

그때 마침 맞은편에서 오던 마을버스가 멈춰 서더니 승객들이 급하게 내립니다.

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으로 가던 고3 여고생들이었습니다.

[정해림/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 "(기사) 아저씨가 멈춰서 창밖을 쳐다 보니까 여기 주차돼 있던 봉고차 앞바퀴에 남성 분 오른쪽 발이 끼어 있어서 (기사) 아저씨가 문 열어주고 저희는 바로 뛰어내렸어요."]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함께 차를 밀어 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해림/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 "진짜 심장이 벌렁거려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약간 가슴이 두근두근 하더라고요. 그런데 친구들은 원래 밀고 있었던 아주머니들과 같이 밀고 있었고 아주머니께서 신고가 안 됐다고 해서 제가 바로 휴대폰 꺼내서 신고 전화했던 거 같아요."]

비탈길이라 차가 조금만 더 뒤로 밀려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

학생들의 외침에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강용원/인근 주민 : "한 20명 돼요. 웅성웅성하니까 위에서는 내려다 보고 있는 사람들도 나오고 이렇게 됐지. 지나가던 차들도 세워 놓고 합세하고 같이 이렇게……."]

그렇게 모인 시민들은 힘을 모아 차를 들었고, 바퀴에 깔린 운전자는 9분 만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신인경/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 "저희가 도와 달라고 요청을 했고, 아저씨께서도 도와 달라고, 살려 달라고 계속 외치고 있으니까 다 선뜻 나서서……."]

[박시은/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 "저희는 그냥 뒤에서 밀어드리고 어른들께서 앞바퀴를 들어서 구하셨던 것 같아요."]

다행히 운전자는 가벼운 타박상만 입은 상태로 무사히 귀가했다고 하는데요.

어제 직접 찾아와 여고생들에게 고마움의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신인경/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 "정말 고맙다고 학생들 덕분에 살았다는 말씀을 저희한테 해 주셨는데 그런 말 들으니까 저희가 나섰던 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는 뿌듯함도 느끼고……."]

위급한 상황에서 사고 상황을 보자마자 자기 일처럼 나선 여고생들에 대해 기특하다는 칭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용원/인근 주민 : "그때 참 너무 고생 많이 했다. 119도 그 애들이 연락도 다 하고 이랬거든. 가방도 완전 걸레 되듯이 다 찢어졌거든. 가방을 팽개치고 도울 정도로 그런 정신이 있었으니까 훌륭한 일을 한 거지."]

[안직현/부산연제경찰서 연산파출소 경장 : "학생들이 직접 자발적으로 위험에 처한 시민도 돕고 그 모습에 이제 사람들이 더 감명받아서 더 적극적으로 도왔던 것 같습니다.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업 걱정에 공부까지 여유도 없었지만 남을 돕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여고생들은 이런 소감을 밝혔습니다.

[정해정/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 "저희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주민 분들도 다 같이 나와서 도와 주셨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인 것 같아요."]

[정해림/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저희가 한 거잖아요. 저희를 보고 나서 이제 신고를 하거나 다른 사람을 도와줄 때 거리낌 없이 잘 도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4일 부산의 한 횡단보도, 좌우를 살피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8살 여자 어린이의 신발이 벗겨집니다.

신발을 주우려는 순간, 그만 달려온 승용차에 깔리고 맙니다.

[이옥연/인근 주민 : "좌회전 차가 그걸 미쳐 못 봤어. 그래서 신발 줍는다고 앉아 있는 걸 못 보고 그대로 바로 치어서 속으로 들어갔어. 애가. 밑으로 깔려서……."]

어린이의 울음 소리가 거리로 울려 퍼졌습니다.

[공경임/인근 주민 : "아아 하는 소리가 나더라고. 그래서 여기서 쳐다 보니까 아이가 옆으로 누운 거……."]

[이옥연/인근 주민 : "이웃 사람도 오고 세탁소 아저씨도 오고 이웃 사람 몇 오고 지나가던 사람 오고 그 소리 듣고 안 뛰어 나갈 사람이 아무도 없어."]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 사람들은 상의를 시작하는데요.

["차를 이거 어떻게 해야 됩니까. (119, 119, 빨리.)"]

그리고는 직접 나서서 차를 들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됐어."]

구령에 맞춰 차를 들었고, 그 틈으로 아이를 구했습니다.

[이옥연/인근 주민 : "(아이를) 끄집어 낼 때는 진짜 마음이 이상했어. 데리고 나오니까 마음은 흐뭇한데 너무 애처로워서 등에 보니까 까져서 뒤에도 까지고 앞에도 까지고 벌건 피가 나고 그랬어."]

시민들의 빠른 도움 덕에 어린이는 차에 깔린 지 50여초 만에 타박상만 입은 채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이옥연/인근 주민 : "손님이 뭐 달라고 하던 것을 물리치고 뛰어 나갔는데 그걸 보고 많이 울었어. 너무 애처로워서. 내 손자 같고 식구 같고 지나가는 사람들 그걸 보고 안 드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다 내 마음 같지."]

가족들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합니다.

[이옥연/인근 주민 : "그게 뭐 고마운 게 당연히 하는 거지, 고마울 게 없다고 그랬어. 누가 지나가다가 보고 이 상황을 안 할 수가 있냐고. 당연히 하는 거라면서 그랬어."]

만약 나에게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떨까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돕는 일이 당연한 일이라는 여고생들과 시민들, 이들은 진정한 거리의 우리 이웃 영웅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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