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투기판 된 지식산업센터…실수요 기업만 피해

입력 2021.06.24 (21:34) 수정 2021.06.2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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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천억 원의 나랏돈이 들어간 지식산업센터가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웃돈을 노린 분양권까지 거래되고 있습니다.

결국 센터 입주가 필요한 실수요 기업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현장K, 고아름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지식산업센터 분양 홍보관입니다.

은행 대출받기 힘든 요즘 분양가의 80%까지 빌릴 수 있다며 투자를 부추깁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 직원/음성변조 : "지금은 규제가 생겼잖아요. 살짝 피해 가는 게 좋거든요. (지식산업센터는) 정부에서 1% 금리로 해서 (대출) 지원을 해 주게 돼 있어요. 중소기업을 위한 육성자금이라고 해서..."]

이 직원의 말대로 중소기업을 운영해야 입주할 수 있는 지식산업센터.

하지만 사업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 직원/음성변조 : "세무서 가서 IT 쪽 업체로 신청하려고 한다. 내년에 할 것이라고 하면 사업자를 내줍니다. (안 나오면 어떻게 돼요?) 100% 다 나와요. 저희 아내도 나왔고."]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으면 정책자금을 통해 대출 지원을 받고, 재산세와 취득세 등 각종 세금도 감면됩니다.

기업 활동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투자 상품으로 추천되고 있고 분양만 받아 오면 입주기업을 소개시켜 주겠다는 사무소까지 등장했습니다.

[지식산업센터 수분양자 : "700만 원을 투자해서 한 달에 7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어요. 입주의향서를 가지고 와서 임대가 다 맞춰져 있다(고 하면서)."]

게다가 전매 제한조차 없어 분양권 거래마저 손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임대를 찾으시는 거예요, 전매 물건을 찾으시는 거예요? 대표님이 오늘도 전매 하나 하시고 지금 세무서 가셔서."]

사실상 투기판이 된 것입니다.

지식산업센터 승인 건수는 2017년 76건에서 지난해 140건으로 3년 만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 사이 분양가와 임대료만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입주할 곳을 찾고 있는 기업들은 곤란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 대표 : "문정동이 (지식산업센터) 700~800만 원대 분양가였는데 지금은 2,000만 원까지 올라갔으니까. 예전에는 지식산업센터 물건 자체에 사람들이 관심이 없으니까 그 가격에도 안 팔렸거든요."]

지식산업센터 분양 공고부터 설립 승인까지 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있지만 어느 나라 이야기냐는 식입니다.

[경기 ○○시 담당 공무원/음성변조 :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분양을) 받아 가지고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분양사무소에서) 그렇게 얘기하고 다닌다는 건 기자한테 처음 들었거든요."]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모두 천200여 곳.

최근 4년 동안 정부의 대출 지원만 5천억 원 넘게 이뤄졌습니다.

현장K 고아름입니다.

촬영기자:민창호 조은경/영상편집:양의정/그래픽:김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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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K] 투기판 된 지식산업센터…실수요 기업만 피해
    • 입력 2021-06-24 21:34:42
    • 수정2021-06-24 22:08:43
    뉴스 9
[앵커]

수천억 원의 나랏돈이 들어간 지식산업센터가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웃돈을 노린 분양권까지 거래되고 있습니다.

결국 센터 입주가 필요한 실수요 기업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현장K, 고아름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지식산업센터 분양 홍보관입니다.

은행 대출받기 힘든 요즘 분양가의 80%까지 빌릴 수 있다며 투자를 부추깁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 직원/음성변조 : "지금은 규제가 생겼잖아요. 살짝 피해 가는 게 좋거든요. (지식산업센터는) 정부에서 1% 금리로 해서 (대출) 지원을 해 주게 돼 있어요. 중소기업을 위한 육성자금이라고 해서..."]

이 직원의 말대로 중소기업을 운영해야 입주할 수 있는 지식산업센터.

하지만 사업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 직원/음성변조 : "세무서 가서 IT 쪽 업체로 신청하려고 한다. 내년에 할 것이라고 하면 사업자를 내줍니다. (안 나오면 어떻게 돼요?) 100% 다 나와요. 저희 아내도 나왔고."]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으면 정책자금을 통해 대출 지원을 받고, 재산세와 취득세 등 각종 세금도 감면됩니다.

기업 활동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투자 상품으로 추천되고 있고 분양만 받아 오면 입주기업을 소개시켜 주겠다는 사무소까지 등장했습니다.

[지식산업센터 수분양자 : "700만 원을 투자해서 한 달에 7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어요. 입주의향서를 가지고 와서 임대가 다 맞춰져 있다(고 하면서)."]

게다가 전매 제한조차 없어 분양권 거래마저 손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임대를 찾으시는 거예요, 전매 물건을 찾으시는 거예요? 대표님이 오늘도 전매 하나 하시고 지금 세무서 가셔서."]

사실상 투기판이 된 것입니다.

지식산업센터 승인 건수는 2017년 76건에서 지난해 140건으로 3년 만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 사이 분양가와 임대료만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입주할 곳을 찾고 있는 기업들은 곤란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 대표 : "문정동이 (지식산업센터) 700~800만 원대 분양가였는데 지금은 2,000만 원까지 올라갔으니까. 예전에는 지식산업센터 물건 자체에 사람들이 관심이 없으니까 그 가격에도 안 팔렸거든요."]

지식산업센터 분양 공고부터 설립 승인까지 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있지만 어느 나라 이야기냐는 식입니다.

[경기 ○○시 담당 공무원/음성변조 :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분양을) 받아 가지고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분양사무소에서) 그렇게 얘기하고 다닌다는 건 기자한테 처음 들었거든요."]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모두 천200여 곳.

최근 4년 동안 정부의 대출 지원만 5천억 원 넘게 이뤄졌습니다.

현장K 고아름입니다.

촬영기자:민창호 조은경/영상편집:양의정/그래픽:김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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