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美 보디캠 확산에도 사라지지 않는 경찰 폭력

입력 2021.09.13 (10:51) 수정 2021.09.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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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은 경찰의 과잉진압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사건 현장을 담는 보디캠 사용을 계속 늘려 왔는데요.

자신의 행동이 고스란히 찍히고 있다는 걸 아는데도, 경찰의 폭력 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지구촌인에서 함께 살펴보시죠.

[리포트]

지난해 6월, 경찰이 길 가던 할머니를 불러세웁니다.

할머니가 멈추지 않자, 별안간 할머니의 팔을 비튼 뒤 넘어뜨리고 수갑을 채웁니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의 팔이 탈구 됐는데요.

체포된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캐런 가너 씨입니다.

마트에서 우리 돈 만 6천 원어치 물건을 계산하지 않고 들고 나와 절도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경찰들은 할머니를 유치장에 가두고, 체포 당시 영상을 보며 농담을 하고 웃고 떠들기도 했습니다.

[경찰관 3 : "저 때 차 뒤쪽에서 할머니랑 씨름 중이었지?"]

[경찰관 2 : "맞아."]

[경찰관 1 : "안됐다."]

할머니 가족은 경찰이 70대 치매 노인을 강압적으로 체포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경찰관은 2급 폭행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할머니가 다쳤다는 사실을 알고도 숨긴 채 보고서를 작성했고, 병원 진찰 요청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 러브랜드시는 경찰 폭행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우리 돈 약 35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피해자 가족은 해당 경찰에 대한 징계와 체포 방식의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알리사 스와츠/피해자의 딸 : "경찰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런 일이 다른 가족에게 또 일어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지난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자, 많은 미국인이 거리로 나와 정의를 요구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사건 현장을 담을 수 있는 보디캠 보급을 늘려 왔는데요.

하지만 과잉 진압 문제가 줄기는 커녕, 영상 제공을 거부하며 은폐하려는 시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루이지애나주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는데요.

어두운 밤 경찰 3명이 한 흑인 남성을 차에서 끌어 내리더니 곧바로 전기 충격기를 쏩니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폭행을 계속했는데요.

남성이 피투성이가 되자, 경찰은 자신에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중얼댑니다.

[경찰 : "내 몸에 피가 묻었어. 저 녀석이 에이즈나 안 걸렸길 바란다."]

그대로 9분간 방치된 남성은 얼마 뒤 축 처진 채로 구급차에 실렸고, 병원으로 이송 중 숨졌습니다.

이 남성의 이름은 로널드 그린, 과속으로 경찰의 추격을 받다 붙잡혔는데요.

당시 경찰은 유족에게 남성이 추격을 당하다 나무를 들이받고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뭔가 미심쩍다고 생각한 유족들은 결국 소송을 냈고, 보디캠 영상 제공을 거부하던 경찰이 최근 영상을 내놓음으로써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게 됐습니다.

[모나 하딘/숨진 남성의 어머니 : "악마 같은 사건입니다. 우리가 영상을 보러 방에 들어가기 전, 밖에서도 아들의 비명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선 매년 천 명 이상의 사람이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지만, 지난 15년간 기소된 경찰은 120명 정도입니다.

이중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는 50건도 안 되는데요.

경찰의 정당방위에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보디캠을 확대하는 동시에, 밝혀진 진실에 근거해 과잉 진압을 엄벌하는 강력한 사법 시스템이 작동할 때 경찰의 폭력을 멈출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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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3 10:51:09
    • 수정2021-09-13 1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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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은 경찰의 과잉진압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사건 현장을 담는 보디캠 사용을 계속 늘려 왔는데요.

자신의 행동이 고스란히 찍히고 있다는 걸 아는데도, 경찰의 폭력 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지구촌인에서 함께 살펴보시죠.

[리포트]

지난해 6월, 경찰이 길 가던 할머니를 불러세웁니다.

할머니가 멈추지 않자, 별안간 할머니의 팔을 비튼 뒤 넘어뜨리고 수갑을 채웁니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의 팔이 탈구 됐는데요.

체포된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캐런 가너 씨입니다.

마트에서 우리 돈 만 6천 원어치 물건을 계산하지 않고 들고 나와 절도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경찰들은 할머니를 유치장에 가두고, 체포 당시 영상을 보며 농담을 하고 웃고 떠들기도 했습니다.

[경찰관 3 : "저 때 차 뒤쪽에서 할머니랑 씨름 중이었지?"]

[경찰관 2 : "맞아."]

[경찰관 1 : "안됐다."]

할머니 가족은 경찰이 70대 치매 노인을 강압적으로 체포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경찰관은 2급 폭행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할머니가 다쳤다는 사실을 알고도 숨긴 채 보고서를 작성했고, 병원 진찰 요청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 러브랜드시는 경찰 폭행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우리 돈 약 35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피해자 가족은 해당 경찰에 대한 징계와 체포 방식의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알리사 스와츠/피해자의 딸 : "경찰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런 일이 다른 가족에게 또 일어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지난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자, 많은 미국인이 거리로 나와 정의를 요구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사건 현장을 담을 수 있는 보디캠 보급을 늘려 왔는데요.

하지만 과잉 진압 문제가 줄기는 커녕, 영상 제공을 거부하며 은폐하려는 시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루이지애나주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는데요.

어두운 밤 경찰 3명이 한 흑인 남성을 차에서 끌어 내리더니 곧바로 전기 충격기를 쏩니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폭행을 계속했는데요.

남성이 피투성이가 되자, 경찰은 자신에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중얼댑니다.

[경찰 : "내 몸에 피가 묻었어. 저 녀석이 에이즈나 안 걸렸길 바란다."]

그대로 9분간 방치된 남성은 얼마 뒤 축 처진 채로 구급차에 실렸고, 병원으로 이송 중 숨졌습니다.

이 남성의 이름은 로널드 그린, 과속으로 경찰의 추격을 받다 붙잡혔는데요.

당시 경찰은 유족에게 남성이 추격을 당하다 나무를 들이받고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뭔가 미심쩍다고 생각한 유족들은 결국 소송을 냈고, 보디캠 영상 제공을 거부하던 경찰이 최근 영상을 내놓음으로써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게 됐습니다.

[모나 하딘/숨진 남성의 어머니 : "악마 같은 사건입니다. 우리가 영상을 보러 방에 들어가기 전, 밖에서도 아들의 비명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선 매년 천 명 이상의 사람이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지만, 지난 15년간 기소된 경찰은 120명 정도입니다.

이중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는 50건도 안 되는데요.

경찰의 정당방위에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보디캠을 확대하는 동시에, 밝혀진 진실에 근거해 과잉 진압을 엄벌하는 강력한 사법 시스템이 작동할 때 경찰의 폭력을 멈출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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