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마네킹 참수·술 통제’…돌아온 탈레반의 본색

입력 2022.01.07 (10:48) 수정 2022.01.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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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8월엔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집권했는데요.

당시 국제사회로부터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여성 인권 보장과 아편 근절 등을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4개월이 흐른 지금, 약속은 휴짓조각이 됐습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옷가게 쇼 윈도우에 놓인 여성 마네킹의 머리가 없습니다.

또 다른 매장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아동복 매장의 여아 마네킹들도 마찬가진데요.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지역의 상가 모습입니다.

최근 탈레반이 지역 상인들에게 여성 마네킹의 머리 부분을 떼어내거나 가릴 것을 명령했습니다.

탈레반의 통치 이념인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른 것이라는데요.

유일신을 섬기게 되어 있어 사람의 형상을 한 마네킹이 금기시돼왔고, 여성은 얼굴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상인들은 마네킹 사용제재는 재정적 손실로 이어진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바시르 아메드/옷가게 운영 : “제대로 된 마네킹이 없으면, 어떻게 손님에게 옷을 팔 수 있겠습니까?”]

수도 카불에선 탈레반 요원들이 드럼통에 든 액체를 운하에 모두 쏟아버렸습니다.

이 액체의 정체는 술인데요.

무려 3천 리터를 버렸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공식적으로 술 소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이슬람 율법에 따른 것인데요.

탈레반 정부는 음주 단속 과정을 공개하면서, 금주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셰이크 주르알라/종교학자 : “이슬람 신은 술을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슬람교도는 술을 멀리해야 합니다.”]

20년 만에 아프간을 재집권한 탈레반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약속했지만, 말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잇따라 내려진 여성 권리 제약 지침들입니다.

지난달엔 장거리 여행을 하는 여성은 반드시 남성 가족을 동반해야 한다는 지침을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여성의 교육과 취업 등도 제한했습니다.

[압둘 바키 하카니/고등교육부 장관 : “여성이 남성과 함께 교육받는 것은 아프간 전통과 이슬람 율법에 위배됩니다.”]

경제난이 심화해 아프간 농민들은 밭을 갈아엎고 다시 양귀비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국제사회 지원이 끊기고, 통화 가치가 폭락하며 현재 인구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식량 불안을 겪고 있는데요.

식량난에 아이를 팔아 생계 유지하는 매매혼까지 성행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세계 아편 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마약 공장이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 따르면 아프간의 2019년 양귀비 판매세 총액은 약 172억 원으로 추산되는데요.

탈레반이 재집권하며 양귀비 재배를 금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엄격하게 단속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 : “(양귀비 재배 근절은) 국제사회가 우리 농부들에게 생계를 꾸릴 다른 대안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때만 가능합니다.”]

탈레반 재집권 후 140여 일….

공포 정치와 폭력이 사라지고, 여성 인권이 보장되며, 마약 경제로부터 탈피한 평화로운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은 아직 아득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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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07 10:48:41
    • 수정2022-01-07 11: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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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8월엔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집권했는데요.

당시 국제사회로부터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여성 인권 보장과 아편 근절 등을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4개월이 흐른 지금, 약속은 휴짓조각이 됐습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옷가게 쇼 윈도우에 놓인 여성 마네킹의 머리가 없습니다.

또 다른 매장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아동복 매장의 여아 마네킹들도 마찬가진데요.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지역의 상가 모습입니다.

최근 탈레반이 지역 상인들에게 여성 마네킹의 머리 부분을 떼어내거나 가릴 것을 명령했습니다.

탈레반의 통치 이념인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른 것이라는데요.

유일신을 섬기게 되어 있어 사람의 형상을 한 마네킹이 금기시돼왔고, 여성은 얼굴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상인들은 마네킹 사용제재는 재정적 손실로 이어진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바시르 아메드/옷가게 운영 : “제대로 된 마네킹이 없으면, 어떻게 손님에게 옷을 팔 수 있겠습니까?”]

수도 카불에선 탈레반 요원들이 드럼통에 든 액체를 운하에 모두 쏟아버렸습니다.

이 액체의 정체는 술인데요.

무려 3천 리터를 버렸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공식적으로 술 소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이슬람 율법에 따른 것인데요.

탈레반 정부는 음주 단속 과정을 공개하면서, 금주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셰이크 주르알라/종교학자 : “이슬람 신은 술을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슬람교도는 술을 멀리해야 합니다.”]

20년 만에 아프간을 재집권한 탈레반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약속했지만, 말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잇따라 내려진 여성 권리 제약 지침들입니다.

지난달엔 장거리 여행을 하는 여성은 반드시 남성 가족을 동반해야 한다는 지침을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여성의 교육과 취업 등도 제한했습니다.

[압둘 바키 하카니/고등교육부 장관 : “여성이 남성과 함께 교육받는 것은 아프간 전통과 이슬람 율법에 위배됩니다.”]

경제난이 심화해 아프간 농민들은 밭을 갈아엎고 다시 양귀비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국제사회 지원이 끊기고, 통화 가치가 폭락하며 현재 인구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식량 불안을 겪고 있는데요.

식량난에 아이를 팔아 생계 유지하는 매매혼까지 성행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세계 아편 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마약 공장이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 따르면 아프간의 2019년 양귀비 판매세 총액은 약 172억 원으로 추산되는데요.

탈레반이 재집권하며 양귀비 재배를 금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엄격하게 단속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 : “(양귀비 재배 근절은) 국제사회가 우리 농부들에게 생계를 꾸릴 다른 대안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때만 가능합니다.”]

탈레반 재집권 후 140여 일….

공포 정치와 폭력이 사라지고, 여성 인권이 보장되며, 마약 경제로부터 탈피한 평화로운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은 아직 아득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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