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부재중 전화 수십 통…대법 “스토킹이다”

입력 2023.05.30 (12:41) 수정 2023.05.3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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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상대방이 안 받는데도 반복적으로 전화하는 건 스토킹일까요, 아닐까요?

그동안 법원에서도 이 '부재중 전화'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는데, 대법원이 처벌 대상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제 통화를 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상대방에게 불안과 공포를 일으킨다는 이윱니다.

친절한 뉴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스토킹 피해자/음성변조 : "그냥 안 봤다가 계속 '부재중'이 쌓이고 쌓이고 쌓이고 이렇게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또 '부재중' 와 있고. 그때 당시엔 아예 밖을 못 나갔어요. 무서워서."]

헤어진 연인, 혹은 주변 지인의 계속된 부재중 전화.

나의 의사에 따라 받기 싫어서 받지 않는 것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내 휴대전화를 끊임없이 울린다면, 실제 전화를 받아 통화하지 않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죠.

공포, 불안감도 불러일으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줍니다.

이런 부재중 전화도 '스토킹 범죄'라고 최근 대법원이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이 판결한 사건 내용부터 보시죠.

재작년 10월, A 씨는 20년 넘게 알고 지내던 40대 여성 B 씨에게 천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고, B 씨는 A 씨의 전화번호를 차단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B 씨 어머니의 집과 차까지 사진으로 찍어 B 씨에게 보내는 등 여러 차례 협박성 문자를 보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 전화하거나 발신자가 표시되지 않게 해, 29번 전화를 걸었습니다.

피해 여성 B 씨는 처음 한 번은 A 씨의 전화를 잠깐 받았습니다.

그 뒤로 걸려온 28번의 전화는 받지 않았는데요.

"내가 너를 어떻게 하는지 잘 봐라" 등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횟수는 6번이었습니다.

그의 스토킹, 재판에선 이 부재중 전화를 어떻게 볼 것이냐가 쟁점이었는데요.

먼저 '스토킹처벌법'에서 정한 스토킹 행위를 보시면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이나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이런 행위들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상대를 따라다니거나, 집이나 근무지에 물건을 보내는 거죠.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해당되는데, 이 음향과 부호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는 이견이 있었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 A 씨에게 같은 형량을 선고했는데요.

6번의 협박성 문자메시지 전송은 모두 유죄로 봤습니다.

하지만, '부재중 전화'에 대해서는 1심 재판부와 달리, 2심 재판부는 스토킹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B 씨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A 씨가 B 씨에게 음향을 보냈다고 할 수 없다"며 "B 씨 휴대전화에 표시된 '부재중 전화' 문구는 전화기 자체의 기능일 뿐, A 씨가 보낸 글이나 부호가 아니"라는 겁니다.

여기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고 판결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B 씨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가 표시되게 해 불안감, 공포심을 일으켰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행위 자체가 실제 통화가 이뤄졌는지와 상관없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지금까지 법원에선, 스토킹 범죄를 심판할 때 '부재중 전화'에 대해선 관대했었습니다.

2005년 벨소리는 스토커의 음향이 아니라는 판례 때문인데요.

18년째 같은 판례 하나로 재판이 이어지자, 시민단체들의 지적과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국회에선 처벌법을 개정하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2년 전 스토킹처벌법 시행되고서부터도 부재중 전화 처벌 여부를 두고 엇갈렸던 하급심 판결에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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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30 12:41:57
    • 수정2023-05-30 13:04:21
    뉴스 12
[앵커]

상대방이 안 받는데도 반복적으로 전화하는 건 스토킹일까요, 아닐까요?

그동안 법원에서도 이 '부재중 전화'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는데, 대법원이 처벌 대상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제 통화를 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상대방에게 불안과 공포를 일으킨다는 이윱니다.

친절한 뉴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스토킹 피해자/음성변조 : "그냥 안 봤다가 계속 '부재중'이 쌓이고 쌓이고 쌓이고 이렇게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또 '부재중' 와 있고. 그때 당시엔 아예 밖을 못 나갔어요. 무서워서."]

헤어진 연인, 혹은 주변 지인의 계속된 부재중 전화.

나의 의사에 따라 받기 싫어서 받지 않는 것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내 휴대전화를 끊임없이 울린다면, 실제 전화를 받아 통화하지 않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죠.

공포, 불안감도 불러일으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줍니다.

이런 부재중 전화도 '스토킹 범죄'라고 최근 대법원이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이 판결한 사건 내용부터 보시죠.

재작년 10월, A 씨는 20년 넘게 알고 지내던 40대 여성 B 씨에게 천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고, B 씨는 A 씨의 전화번호를 차단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B 씨 어머니의 집과 차까지 사진으로 찍어 B 씨에게 보내는 등 여러 차례 협박성 문자를 보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 전화하거나 발신자가 표시되지 않게 해, 29번 전화를 걸었습니다.

피해 여성 B 씨는 처음 한 번은 A 씨의 전화를 잠깐 받았습니다.

그 뒤로 걸려온 28번의 전화는 받지 않았는데요.

"내가 너를 어떻게 하는지 잘 봐라" 등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횟수는 6번이었습니다.

그의 스토킹, 재판에선 이 부재중 전화를 어떻게 볼 것이냐가 쟁점이었는데요.

먼저 '스토킹처벌법'에서 정한 스토킹 행위를 보시면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이나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이런 행위들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상대를 따라다니거나, 집이나 근무지에 물건을 보내는 거죠.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해당되는데, 이 음향과 부호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는 이견이 있었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 A 씨에게 같은 형량을 선고했는데요.

6번의 협박성 문자메시지 전송은 모두 유죄로 봤습니다.

하지만, '부재중 전화'에 대해서는 1심 재판부와 달리, 2심 재판부는 스토킹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B 씨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A 씨가 B 씨에게 음향을 보냈다고 할 수 없다"며 "B 씨 휴대전화에 표시된 '부재중 전화' 문구는 전화기 자체의 기능일 뿐, A 씨가 보낸 글이나 부호가 아니"라는 겁니다.

여기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고 판결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B 씨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가 표시되게 해 불안감, 공포심을 일으켰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행위 자체가 실제 통화가 이뤄졌는지와 상관없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지금까지 법원에선, 스토킹 범죄를 심판할 때 '부재중 전화'에 대해선 관대했었습니다.

2005년 벨소리는 스토커의 음향이 아니라는 판례 때문인데요.

18년째 같은 판례 하나로 재판이 이어지자, 시민단체들의 지적과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국회에선 처벌법을 개정하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2년 전 스토킹처벌법 시행되고서부터도 부재중 전화 처벌 여부를 두고 엇갈렸던 하급심 판결에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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