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짜리 때리고 짓누르고 머리채까지”…두 얼굴의 어린이집 교사들

입력 2024.07.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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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기도 양주시의 한 어린이집이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3세 반을 맡아 왔던 교사 세 명의 '아동 학대' 정황이 드러나면서입니다.

■ 신입 교사의 고발로 드러난 '학대' 정황들…CCTV에 그대로 담겨

학부모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입사한 지 열흘이 된 신입 보육 교사의 용기 있는 '내부 고발'이 있기 전까진 말입니다.

신입 교사는 업계에서 퇴출 될 각오까지 하고 가장 피해가 심한 아이의 부모님께 학대 정황을 알렸다고 합니다.

"저도 같은 교사이기에 교사들이 훈육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 구요.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고, 아무 요일의 CCTV를 틀어도 학대한 내용이 나올 정도로 빈번하고 심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이집 근무 특성상 원장님들끼리도 아는 사이이고 해서, 고발을 결심하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정말 이 업계에서 일을 못 한다면 이 사회가 그렇기에.. 받아들일 각오하고 고발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신입 교사 A 씨


■ "빨리 자라고 온몸으로 짓누르고…수차례 얼굴 때리기도"

급하게 휴가를 내고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한 학부모들은 상상치도 못한 장면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학부모들은 지난달 녹화된 일부 CCTV 영상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몇 시간 남짓, 모든 영상을 보지 못했는데도 3세 반에서는 다양한 학대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나란히 앉아있는 아이들을 향해 다가오는 한 여성, 다름 아닌 3세 반 교사입니다. 양손으로 두 아이의 머리채를 잡은 뒤, 서로 붙지 못하게 떼어 냅니다. 곧이어 아이는 울음을 터트립니다.

얼굴을 수차례 때리는 장면도 확인됐습니다.


아이를 끌고 오더니 손으로 이마를 치고, 턱도 두 차례 때립니다. 이번에도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립니다.


낮잠 시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낮잠을 안 자고 움직이려는 아이를 꼼짝 못 하게 하려는 듯, 교사는 몸으로 아이를 한참 내리누릅니다.

이 밖에도 아이들을 다소 거칠게 들어 이동시키거나, 아이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끼워서 들어 올린 뒤 내리꽂듯 내려놓는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경찰, CCTV 분석 중…"추가 피해자 더 나올 가능성도"

이런 영상을 확인한 학부모들은 지난 27일, 곧바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3세 반에 있던 남자 아이 한 명이 교사 3명으로부터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는 내용입니다.

경찰도 곧바로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 학대 혐의로 어린이집 교사 3명을 입건하고, 어린이집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피해 아동이 나올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이 문제가 제기된 3세 반뿐만 아니라 다른 연령대 반의 CCTV 영상 두 달 치도 확보해 분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을 확인하고 있고,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믿고 수년간 맡겼는데…오늘도 아이 등원시킬 수밖에"

교사 3명은 현재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학부모들은 해당 어린이집의 대처에 깊은 아쉬움을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에 입건된 교사 가운데는 일부는 해당 어린이집에서 수년간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첫째나 둘째를 함께 해당 어린이집에 맡긴 부모들도 있고, 입건된 교사들이 맡았던 3세 반을 거쳐온 아이들도 많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잠깐 CCTV 좀 봅시다' 해서 잠깐 본 게 이 정도예요.
…경찰 전문 인력이 보면 아마 이 반만의 문제가 아닐 거예요. 우리 애가 4살인데 작년에 똑같이 당했을 거예요, 그 선생님들한테."

-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 B 씨

일부 가해 교사는 '언제부터 학대를 해왔냐'는 학부모의 추궁에 '2년 전부터 그랬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학부모들은 수십 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해온 원장이 학대 정황을 모를 리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원장은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 '학대 정황을 정말 몰랐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정황을 설령 몰랐더라도, 철저한 통제나 관리를 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원장님이 CCTV를 단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보셨으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봤으면 미연에 방지했을 수 있었을 겁니다.
제가 봤을 때는 1년에 한 번 보셨을까, 마셨을까."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 C 씨

학대 의혹 이후,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를 퇴원시켰습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을 믿을 수 없지만, 맞벌이하는 등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당장 오늘도 아이를 등원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원장님이 20년 넘게 어린이집을 운영해왔고, 장관상까지 타셨다고 해서 믿고 맡겼어요. 4살 때부터 3년 가까이 아이를 맡겨왔는데….
맞벌이하는 탓에 (학대 정황이 드러났어도) 다른 곳에 아이를 맡기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 D 씨

이렇게 학부모들의 마음은 오늘도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한편, 정확한 학대 피해 내용과 횟수, 기간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이는데, 경찰은 CCTV 영상 분석이 끝나면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교사 세 명을 소환 조사할 방침입니다.

[섬네일 제작 : 김재은/영상 편집 :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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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01 14: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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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기도 양주시의 한 어린이집이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3세 반을 맡아 왔던 교사 세 명의 '아동 학대' 정황이 드러나면서입니다.

■ 신입 교사의 고발로 드러난 '학대' 정황들…CCTV에 그대로 담겨

학부모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입사한 지 열흘이 된 신입 보육 교사의 용기 있는 '내부 고발'이 있기 전까진 말입니다.

신입 교사는 업계에서 퇴출 될 각오까지 하고 가장 피해가 심한 아이의 부모님께 학대 정황을 알렸다고 합니다.

"저도 같은 교사이기에 교사들이 훈육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 구요.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고, 아무 요일의 CCTV를 틀어도 학대한 내용이 나올 정도로 빈번하고 심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이집 근무 특성상 원장님들끼리도 아는 사이이고 해서, 고발을 결심하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정말 이 업계에서 일을 못 한다면 이 사회가 그렇기에.. 받아들일 각오하고 고발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신입 교사 A 씨


■ "빨리 자라고 온몸으로 짓누르고…수차례 얼굴 때리기도"

급하게 휴가를 내고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한 학부모들은 상상치도 못한 장면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학부모들은 지난달 녹화된 일부 CCTV 영상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몇 시간 남짓, 모든 영상을 보지 못했는데도 3세 반에서는 다양한 학대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나란히 앉아있는 아이들을 향해 다가오는 한 여성, 다름 아닌 3세 반 교사입니다. 양손으로 두 아이의 머리채를 잡은 뒤, 서로 붙지 못하게 떼어 냅니다. 곧이어 아이는 울음을 터트립니다.

얼굴을 수차례 때리는 장면도 확인됐습니다.


아이를 끌고 오더니 손으로 이마를 치고, 턱도 두 차례 때립니다. 이번에도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립니다.


낮잠 시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낮잠을 안 자고 움직이려는 아이를 꼼짝 못 하게 하려는 듯, 교사는 몸으로 아이를 한참 내리누릅니다.

이 밖에도 아이들을 다소 거칠게 들어 이동시키거나, 아이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끼워서 들어 올린 뒤 내리꽂듯 내려놓는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경찰, CCTV 분석 중…"추가 피해자 더 나올 가능성도"

이런 영상을 확인한 학부모들은 지난 27일, 곧바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3세 반에 있던 남자 아이 한 명이 교사 3명으로부터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는 내용입니다.

경찰도 곧바로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 학대 혐의로 어린이집 교사 3명을 입건하고, 어린이집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피해 아동이 나올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이 문제가 제기된 3세 반뿐만 아니라 다른 연령대 반의 CCTV 영상 두 달 치도 확보해 분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을 확인하고 있고,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믿고 수년간 맡겼는데…오늘도 아이 등원시킬 수밖에"

교사 3명은 현재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학부모들은 해당 어린이집의 대처에 깊은 아쉬움을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에 입건된 교사 가운데는 일부는 해당 어린이집에서 수년간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첫째나 둘째를 함께 해당 어린이집에 맡긴 부모들도 있고, 입건된 교사들이 맡았던 3세 반을 거쳐온 아이들도 많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잠깐 CCTV 좀 봅시다' 해서 잠깐 본 게 이 정도예요.
…경찰 전문 인력이 보면 아마 이 반만의 문제가 아닐 거예요. 우리 애가 4살인데 작년에 똑같이 당했을 거예요, 그 선생님들한테."

-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 B 씨

일부 가해 교사는 '언제부터 학대를 해왔냐'는 학부모의 추궁에 '2년 전부터 그랬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학부모들은 수십 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해온 원장이 학대 정황을 모를 리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원장은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 '학대 정황을 정말 몰랐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정황을 설령 몰랐더라도, 철저한 통제나 관리를 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원장님이 CCTV를 단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보셨으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봤으면 미연에 방지했을 수 있었을 겁니다.
제가 봤을 때는 1년에 한 번 보셨을까, 마셨을까."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 C 씨

학대 의혹 이후,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를 퇴원시켰습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을 믿을 수 없지만, 맞벌이하는 등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당장 오늘도 아이를 등원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원장님이 20년 넘게 어린이집을 운영해왔고, 장관상까지 타셨다고 해서 믿고 맡겼어요. 4살 때부터 3년 가까이 아이를 맡겨왔는데….
맞벌이하는 탓에 (학대 정황이 드러났어도) 다른 곳에 아이를 맡기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 D 씨

이렇게 학부모들의 마음은 오늘도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한편, 정확한 학대 피해 내용과 횟수, 기간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이는데, 경찰은 CCTV 영상 분석이 끝나면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교사 세 명을 소환 조사할 방침입니다.

[섬네일 제작 : 김재은/영상 편집 :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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