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보잉이 어쩌다가…“기술보다 수익 쫓다 어려움 자초” [뉴스in뉴스]

입력 2024.07.04 (12:38) 수정 2024.07.0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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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5월 보잉 767 화물기가 이스탄불에서 랜딩 기어가 고장 나 비상 착륙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는 737 맥스8 기종이 연이어 추락해 수백 명이 숨지는 등 보잉사의 여객기는 최근 수년간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유럽의 에어버스와 더불어 여객기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보잉이 왜 이렇게 됐는지, 김태형 해설위원과 살펴봅니다.

먼저, 올해 초 있었던 심각했던 사고부터 되짚어 볼까요?

지난 1월, 하늘을 날던 보잉 여객기의 비상구 덮개가 떨어져 나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죠?

[기자]

네,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 문이 갑자기 열려도 황당한 일로 여겨질 텐데, 하늘을 날던 비행기 문짝이 떨어져 나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월, 당시 영상을 보면요.

급박했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데요.

여객기는 하늘에 떠 있는데, 비상구 덮개, 말이 덮개이지 사실상 문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덮개가 떨어져 나가서, 비행기 한쪽 편이 뻥 뚫리게 된 겁니다.

미국 포틀랜드 공항에서 이륙한 알래스카 항공 여객기가 5천 미터 정도 상승했을 때 벌어진 일입니다.

[앵커]

이해하기 힘든 사고가 났는데,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보잉사의 맥스9은 최신 모델로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1월 사고가 난 기종은 보잉 737 맥스9으로, 수년 전 추락 사고가 났던 맥스8과 같은 계열입니다.

2017년 첫 상업비행을 시작했습니다.

연구와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항공산업의 특성을 생각하면,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비행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고가 난 것이죠.

[앵커]

보잉사의 737 맥스 기종, 국내에서도 운행되고 있나요?

[기자]

네, 국토부는 보잉의 737 맥스9 비상구 덮개가 떨어져 나간 사고가 났을 당시, 한국 국적 항공사의 경우 '맥스 9'는 없고, '맥스8'만 운항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긴급 점검 결과 안전 문제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할 텐데, 사실상 문짝이 떨어져 나간 셈이어서, 사고 원인이 복잡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정비 불량이었나요?

[기자]

네, 보잉은 지난달 말 사고 방지와 관련해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보잉사는 올 초 발생한 비상구 덮개 이탈 사고의 원인이 비행기 조립 과정에서 고정용 볼트가 누락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협력업체가 제작한 여객기 기본 동체를 보잉의 공장에 들여왔을 때, 비상구 덮개 연결 부위에 있던 고정용 대못에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못을 손봤고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볼트가 빠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정신이 없거나 정신 상태가 해이해졌을 때 '나사가 빠지다', 또는 '나사가 풀리다'는 표현을 하는데, 보잉사 제조 공정에서 정말로 나사가 빠진 일이 벌어진 셈입니다.

[앵커]

보잉사면 미국을 대표하는 회사 가운데 하나 아닌가요?

미국 정치권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청문회도 했죠?

[기자]

네, 현지 시간으로 지난달 18일 상원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보잉사의 칼훈 CEO는 737 맥스 9의 문짝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난 데 대해 회사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사고가 계속되니, 최고경영자, CEO의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엄중한 지적이 나왔을 거 같습니다.

경영진과 관련된 얘기는 없었나요?

[기자]

네, 청문회에서는 최고경영자의 급여에 대한 질의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공화당 조쉬 홀리 상원의원은 보잉사의 데이비드 칼훈 CEO에게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습니다.

칼훈 CEO는 '많이 받는다'고만 말하며, 즉답을 피했고요.

홀리 상원의원이 다시, "3천2백8십만 달러 받는 것 맞죠?"라고 물었고, 칼훈 CEO는 맞다고 대답했습니다.

한화로 450억 원 정도 되는 셈이죠.

홀리 상원의원은 미국 북서부 지역에서 일하는 보잉의 3만 명 넘는 기술자들이 지난 8년간 연봉이 1% 올랐는데, CEO는 작년 한 해에만 급여가 수십 % 올랐다며,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잠시 보시죠.

[조쉬 홀리/미 상원의원/공화당 : "기술자들이 지난 8년 동안 연봉이 1% 올랐습니다. 8년 동안 1%요. 반면에 최고경영자인 칼훈 씨 급여는 지난 한 해에만 45% 오르며, 3천3백만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직원들 연봉이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데이비드 칼훈/보잉 CEO : "그럼요. 오를 겁니다."]

[조쉬 홀리/미 상원의원/공화당 : "네, 좋습니다."]

[앵커]

여객기는 잇따라 문제를 일으키는데 최고경영자는 천문학적 금액의 보수를 챙기고 있고, 상원 청문회에서 오고 간 내용만 잠깐 들어봐도, 답답해 보이네요.

또한, 내부 고발자의 얘기도 있었다면서요?

[기자]

네, 미 상원의 보고서는 보잉의 품질보증 부서에서 일한 내부 고발자 샘 모호크 씨의 얘기를 담아냈는데요.

샘 모호크 씨는 회사가 사양에서 벗어나거나 파손된 737 맥스 부품을 옮기고 관련 기록을 위조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모호크 씨는 보잉이 연방항공청의 검사가 임박했다는 점을 안 지난해 6월 이런 은폐 조처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잉은 "보고서에 포함된 새로운 주장들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답을 했습니다.

[앵커]

사안을 살펴보면, 여러 문제가 뒤섞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잉사,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기자]

네, 올해 초 뉴욕타임스는 보잉사가 원래 기술 제일주의를 추구하던 회사였는데, 1990년대 항공업계의 또 다른 거목이었던 맥도널 더글라스와 합병을 하면서, 회사 문화가 바뀐 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초대형 회사가 되면서 기술의 보잉이 수익과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보잉으로 바뀌어 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죠.

[앵커]

네, 보잉이 기술을 중시하고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등 쇄신에 나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태형 해설위원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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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하의 보잉이 어쩌다가…“기술보다 수익 쫓다 어려움 자초” [뉴스in뉴스]
    • 입력 2024-07-04 12:38:34
    • 수정2024-07-04 13: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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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5월 보잉 767 화물기가 이스탄불에서 랜딩 기어가 고장 나 비상 착륙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는 737 맥스8 기종이 연이어 추락해 수백 명이 숨지는 등 보잉사의 여객기는 최근 수년간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유럽의 에어버스와 더불어 여객기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보잉이 왜 이렇게 됐는지, 김태형 해설위원과 살펴봅니다.

먼저, 올해 초 있었던 심각했던 사고부터 되짚어 볼까요?

지난 1월, 하늘을 날던 보잉 여객기의 비상구 덮개가 떨어져 나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죠?

[기자]

네,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 문이 갑자기 열려도 황당한 일로 여겨질 텐데, 하늘을 날던 비행기 문짝이 떨어져 나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월, 당시 영상을 보면요.

급박했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데요.

여객기는 하늘에 떠 있는데, 비상구 덮개, 말이 덮개이지 사실상 문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덮개가 떨어져 나가서, 비행기 한쪽 편이 뻥 뚫리게 된 겁니다.

미국 포틀랜드 공항에서 이륙한 알래스카 항공 여객기가 5천 미터 정도 상승했을 때 벌어진 일입니다.

[앵커]

이해하기 힘든 사고가 났는데,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보잉사의 맥스9은 최신 모델로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1월 사고가 난 기종은 보잉 737 맥스9으로, 수년 전 추락 사고가 났던 맥스8과 같은 계열입니다.

2017년 첫 상업비행을 시작했습니다.

연구와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항공산업의 특성을 생각하면,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비행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고가 난 것이죠.

[앵커]

보잉사의 737 맥스 기종, 국내에서도 운행되고 있나요?

[기자]

네, 국토부는 보잉의 737 맥스9 비상구 덮개가 떨어져 나간 사고가 났을 당시, 한국 국적 항공사의 경우 '맥스 9'는 없고, '맥스8'만 운항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긴급 점검 결과 안전 문제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할 텐데, 사실상 문짝이 떨어져 나간 셈이어서, 사고 원인이 복잡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정비 불량이었나요?

[기자]

네, 보잉은 지난달 말 사고 방지와 관련해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보잉사는 올 초 발생한 비상구 덮개 이탈 사고의 원인이 비행기 조립 과정에서 고정용 볼트가 누락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협력업체가 제작한 여객기 기본 동체를 보잉의 공장에 들여왔을 때, 비상구 덮개 연결 부위에 있던 고정용 대못에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못을 손봤고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볼트가 빠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정신이 없거나 정신 상태가 해이해졌을 때 '나사가 빠지다', 또는 '나사가 풀리다'는 표현을 하는데, 보잉사 제조 공정에서 정말로 나사가 빠진 일이 벌어진 셈입니다.

[앵커]

보잉사면 미국을 대표하는 회사 가운데 하나 아닌가요?

미국 정치권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청문회도 했죠?

[기자]

네, 현지 시간으로 지난달 18일 상원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보잉사의 칼훈 CEO는 737 맥스 9의 문짝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난 데 대해 회사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사고가 계속되니, 최고경영자, CEO의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엄중한 지적이 나왔을 거 같습니다.

경영진과 관련된 얘기는 없었나요?

[기자]

네, 청문회에서는 최고경영자의 급여에 대한 질의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공화당 조쉬 홀리 상원의원은 보잉사의 데이비드 칼훈 CEO에게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습니다.

칼훈 CEO는 '많이 받는다'고만 말하며, 즉답을 피했고요.

홀리 상원의원이 다시, "3천2백8십만 달러 받는 것 맞죠?"라고 물었고, 칼훈 CEO는 맞다고 대답했습니다.

한화로 450억 원 정도 되는 셈이죠.

홀리 상원의원은 미국 북서부 지역에서 일하는 보잉의 3만 명 넘는 기술자들이 지난 8년간 연봉이 1% 올랐는데, CEO는 작년 한 해에만 급여가 수십 % 올랐다며,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잠시 보시죠.

[조쉬 홀리/미 상원의원/공화당 : "기술자들이 지난 8년 동안 연봉이 1% 올랐습니다. 8년 동안 1%요. 반면에 최고경영자인 칼훈 씨 급여는 지난 한 해에만 45% 오르며, 3천3백만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직원들 연봉이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데이비드 칼훈/보잉 CEO : "그럼요. 오를 겁니다."]

[조쉬 홀리/미 상원의원/공화당 : "네, 좋습니다."]

[앵커]

여객기는 잇따라 문제를 일으키는데 최고경영자는 천문학적 금액의 보수를 챙기고 있고, 상원 청문회에서 오고 간 내용만 잠깐 들어봐도, 답답해 보이네요.

또한, 내부 고발자의 얘기도 있었다면서요?

[기자]

네, 미 상원의 보고서는 보잉의 품질보증 부서에서 일한 내부 고발자 샘 모호크 씨의 얘기를 담아냈는데요.

샘 모호크 씨는 회사가 사양에서 벗어나거나 파손된 737 맥스 부품을 옮기고 관련 기록을 위조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모호크 씨는 보잉이 연방항공청의 검사가 임박했다는 점을 안 지난해 6월 이런 은폐 조처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잉은 "보고서에 포함된 새로운 주장들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답을 했습니다.

[앵커]

사안을 살펴보면, 여러 문제가 뒤섞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잉사,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기자]

네, 올해 초 뉴욕타임스는 보잉사가 원래 기술 제일주의를 추구하던 회사였는데, 1990년대 항공업계의 또 다른 거목이었던 맥도널 더글라스와 합병을 하면서, 회사 문화가 바뀐 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초대형 회사가 되면서 기술의 보잉이 수익과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보잉으로 바뀌어 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죠.

[앵커]

네, 보잉이 기술을 중시하고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등 쇄신에 나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태형 해설위원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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