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왜?

입력 2024.07.08 (23:34) 수정 2024.07.0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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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축구를 북중미월드컵으로 이끌 축구대표팀 사령탑이 돌고 돌아 결국 홍명보 울산 감독으로 결정됐습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축구협회가 약 5개월을 갈팡질팡하다 내린 이 결정에 대해 축구팬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스포츠취재부 김기범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어보겠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최종 선임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자]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축구팬들 눈높이에 맞는 외국인 명장을 데려올 수 없었기 때문에, 국내 감독 가운데 가장 지도력이 뛰어난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축구협회는 오늘 이임생 기술 이사가 홍명보 감독을 차기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기구인 전력강화위원회가 압축한 2명의 외국인 감독을 유럽으로 건너가 직접 협상을 했는데,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한 채 귀국했고 결국 홍명보 감독을 만나서 설득한 끝에 사령탑 선임을 확정지었습니다.

이게 지난 주 금요일밤부터 토요일 사이에 일어났던 일이었습니다.

사실 홍명보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2월 경질된 이후부터 축구대표팀 감독 유력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그런데 K리그 울산의 현직 감독이다 보니까 개막을 앞둔 3월 선임하기에는 팬들의 극심한 반발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외국인 감독 쪽으로 축구협회가 비중을 두고 협상을 진행했는데 결국 원하는 수준의 감독을 데려올 수가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홍명보 감독에게 다시 제안을 해 이를 수락한 것입니다.

이번 선임을 주도한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 이사의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임생/대한축구협회 기술이사 : "A대표팀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와 연계성을 확보해서 대한축구협회 철학과 경기 모델을 확립한 걸 홍 감독님이 이끌어주십사 몇 차례 부탁드렸습니다."]

[앵커]

그런데 왜 외국인 감독 선임이 그렇게 어려웠던 건가요?

[기자]

무엇보다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유명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기에는 연봉 부담이 너무 컸고, 또 클린스만 감독의 실패 사례로 인해서 좋은 감독을 모셔오기가 더 까다로와졌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려면 감독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2~3명을 한꺼번에 패키지로 영입하는데요, 보통 이 비용이 적게 잡아도 연봉 30~40억원이 들어갑니다.

이 비용을 지불하기에 현재 축구협회의 재정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전임 클린스만 감독과 중도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액수가 수십억원 이상인 것도 큰 부담입니다.

그리고 외국인 감독 선임에 축구협회가 내건 조건이 까다로웠습니다.

클린스만 감독과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 거주 조건을 달았는데 이 조건에 응하는 외국인명장을 구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협상이 최종 결렬된 제시 마시 감독이 바로 이 국내거주 조건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경우였습니다.

요약하자면 축구협회는 명망있는 외국인 사령탑을 데려올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고, 결국 플랜 B로 국내 감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오락가락 행정으로 팬들의 불신만 잔뜩 쌓이게 만드는 무능력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축구팬들은 협회의 이번 결정에 대해 반기지만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K리그 감독 빼오기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축구팬들, 그리고 전문가들도 일제히 이번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의 소속팀 울산 팬들이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고 분노의 성명서를 냈습니다.

시즌 도중 현직 감독 빼가기가 K리그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축구협회가 후보군에 올린 감독을 보면 이라크와 호주 대표팀의 현직 사령탑까지 있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치르는 경쟁국가의 감독을 가로채기하는 셈인데요, 상식 밖의 행정에 축구인들은 말문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의 의견 들어봤습니다.

[이영표/KBS 축구 해설위원 : "K리그 팬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또 이해할 수도 없는 이런 결정이 과연 대표팀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이 듭니다."]

축구 취재를 20년 정도 했는데, 이번 경우처럼 축구협회가 감독 선임 난맥상을 보인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국내 축구 최고 전문가 집단이 지나치게 국민 여론 눈치를 보고,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런던올림픽 동메달, 소속팀 울산을 2년 연속 K리그 우승으로 이끈 뛰어난 감독인데요.

하지만 선임 과정에서 축구협회 난맥상이 너무 많이 드러나서 홍 감독은 출발부터 너무 큰 부담을 안고 시작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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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왜?
    • 입력 2024-07-08 23:34:59
    • 수정2024-07-08 23: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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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를 북중미월드컵으로 이끌 축구대표팀 사령탑이 돌고 돌아 결국 홍명보 울산 감독으로 결정됐습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축구협회가 약 5개월을 갈팡질팡하다 내린 이 결정에 대해 축구팬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스포츠취재부 김기범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어보겠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최종 선임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자]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축구팬들 눈높이에 맞는 외국인 명장을 데려올 수 없었기 때문에, 국내 감독 가운데 가장 지도력이 뛰어난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축구협회는 오늘 이임생 기술 이사가 홍명보 감독을 차기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기구인 전력강화위원회가 압축한 2명의 외국인 감독을 유럽으로 건너가 직접 협상을 했는데,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한 채 귀국했고 결국 홍명보 감독을 만나서 설득한 끝에 사령탑 선임을 확정지었습니다.

이게 지난 주 금요일밤부터 토요일 사이에 일어났던 일이었습니다.

사실 홍명보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2월 경질된 이후부터 축구대표팀 감독 유력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그런데 K리그 울산의 현직 감독이다 보니까 개막을 앞둔 3월 선임하기에는 팬들의 극심한 반발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외국인 감독 쪽으로 축구협회가 비중을 두고 협상을 진행했는데 결국 원하는 수준의 감독을 데려올 수가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홍명보 감독에게 다시 제안을 해 이를 수락한 것입니다.

이번 선임을 주도한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 이사의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임생/대한축구협회 기술이사 : "A대표팀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와 연계성을 확보해서 대한축구협회 철학과 경기 모델을 확립한 걸 홍 감독님이 이끌어주십사 몇 차례 부탁드렸습니다."]

[앵커]

그런데 왜 외국인 감독 선임이 그렇게 어려웠던 건가요?

[기자]

무엇보다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유명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기에는 연봉 부담이 너무 컸고, 또 클린스만 감독의 실패 사례로 인해서 좋은 감독을 모셔오기가 더 까다로와졌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려면 감독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2~3명을 한꺼번에 패키지로 영입하는데요, 보통 이 비용이 적게 잡아도 연봉 30~40억원이 들어갑니다.

이 비용을 지불하기에 현재 축구협회의 재정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전임 클린스만 감독과 중도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액수가 수십억원 이상인 것도 큰 부담입니다.

그리고 외국인 감독 선임에 축구협회가 내건 조건이 까다로웠습니다.

클린스만 감독과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 거주 조건을 달았는데 이 조건에 응하는 외국인명장을 구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협상이 최종 결렬된 제시 마시 감독이 바로 이 국내거주 조건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경우였습니다.

요약하자면 축구협회는 명망있는 외국인 사령탑을 데려올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고, 결국 플랜 B로 국내 감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오락가락 행정으로 팬들의 불신만 잔뜩 쌓이게 만드는 무능력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축구팬들은 협회의 이번 결정에 대해 반기지만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K리그 감독 빼오기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축구팬들, 그리고 전문가들도 일제히 이번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의 소속팀 울산 팬들이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고 분노의 성명서를 냈습니다.

시즌 도중 현직 감독 빼가기가 K리그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축구협회가 후보군에 올린 감독을 보면 이라크와 호주 대표팀의 현직 사령탑까지 있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치르는 경쟁국가의 감독을 가로채기하는 셈인데요, 상식 밖의 행정에 축구인들은 말문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의 의견 들어봤습니다.

[이영표/KBS 축구 해설위원 : "K리그 팬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또 이해할 수도 없는 이런 결정이 과연 대표팀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이 듭니다."]

축구 취재를 20년 정도 했는데, 이번 경우처럼 축구협회가 감독 선임 난맥상을 보인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국내 축구 최고 전문가 집단이 지나치게 국민 여론 눈치를 보고,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런던올림픽 동메달, 소속팀 울산을 2년 연속 K리그 우승으로 이끈 뛰어난 감독인데요.

하지만 선임 과정에서 축구협회 난맥상이 너무 많이 드러나서 홍 감독은 출발부터 너무 큰 부담을 안고 시작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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