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핫 클립] 친구끼리 동업은 결국…판 커지는 ‘고려아연’ 싸움

입력 2024.09.19 (18:22) 수정 2024.09.19 (18:2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롯데, 금호, 한미약품.

공통점이 뭘까요?

경영권 분쟁.

'회사는 내 것'이라며 가족끼리 골육상쟁을 했습니다.

이 대열에 최근 '고려아연'이 합류했는데요.

차이는, 가족이 아니라 동업한 친구 집안끼리 싸운다는 점입니다.

소비재가 아니어서 생소할 수 있지만,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세계 1위 기업입니다.

아연은 철이 녹슬지 않게 도금하거나 합금할 때 필수 소재, 별명이 '산업의 쌀'입니다.

연 매출, 시가총액 모두 너끈히 10조 원을 넘기는 배경입니다.

재계 28위 영풍그룹 소속인데, 지배구조가 독특합니다.

영풍그룹은 1949년 장병희, 최기호 두 창업주가 함께 시작했고, 지금도 대를 이어 동업 중입니다.

돈을 가장 잘 버는 계열사 고려아연은 최 씨 쪽이, 그룹 지주사는 장 씨 쪽이 맡고 있습니다.

돈은 최 씨가 벌고, 지배는 장 씨가 하는 구조입니다.

그룹 내 알짜배기인 고려아연 지분율은 31대 32, 양쪽이 막상막하입니다.

현금이 부족한 장 씨 쪽에선 배당을 늘리길 원했지만, 최 씨 쪽은 반대로 현금을 신사업 투자에 썼습니다.

이렇게 갈등이 커지던 중 추석 연휴 직전인 13일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가 등장합니다.

장씨 일가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매수하겠다고 나온 겁니다.

두 집안의 '아름다운 이별'은 물 건너간 셈인데, 정치권도 가세했습니다.

온산제련소가 있는 울산시가 투기자본에 향토기업을 넘길 수 없다고 나섰습니다.

[김두겸/울산시장/어제 : "산업 수도 울산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정치계, 상공계, 시민 등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투기자본으로 찍힌 MBK는 오늘(19일) 1시간 넘는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현재 경영이 엉망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김광일/MBK파트너스 부회장 : "재무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근데 엄청나게 빨리 악화하고 있다. 그냥 우리들 하는 말로는 현금을 물 쓰듯 하는 겁니다."]

공개매수 시한인 10월 4일까지, 장 씨와 최 씨, 어느 쪽이 지분율을 더 끌어올릴지가 1차 관건.

'친구끼리 동업하지 말라'던 옛말이 떠오르는 상황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경제 핫 클립] 친구끼리 동업은 결국…판 커지는 ‘고려아연’ 싸움
    • 입력 2024-09-19 18:22:13
    • 수정2024-09-19 18:29:54
    경제콘서트
롯데, 금호, 한미약품.

공통점이 뭘까요?

경영권 분쟁.

'회사는 내 것'이라며 가족끼리 골육상쟁을 했습니다.

이 대열에 최근 '고려아연'이 합류했는데요.

차이는, 가족이 아니라 동업한 친구 집안끼리 싸운다는 점입니다.

소비재가 아니어서 생소할 수 있지만,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세계 1위 기업입니다.

아연은 철이 녹슬지 않게 도금하거나 합금할 때 필수 소재, 별명이 '산업의 쌀'입니다.

연 매출, 시가총액 모두 너끈히 10조 원을 넘기는 배경입니다.

재계 28위 영풍그룹 소속인데, 지배구조가 독특합니다.

영풍그룹은 1949년 장병희, 최기호 두 창업주가 함께 시작했고, 지금도 대를 이어 동업 중입니다.

돈을 가장 잘 버는 계열사 고려아연은 최 씨 쪽이, 그룹 지주사는 장 씨 쪽이 맡고 있습니다.

돈은 최 씨가 벌고, 지배는 장 씨가 하는 구조입니다.

그룹 내 알짜배기인 고려아연 지분율은 31대 32, 양쪽이 막상막하입니다.

현금이 부족한 장 씨 쪽에선 배당을 늘리길 원했지만, 최 씨 쪽은 반대로 현금을 신사업 투자에 썼습니다.

이렇게 갈등이 커지던 중 추석 연휴 직전인 13일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가 등장합니다.

장씨 일가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매수하겠다고 나온 겁니다.

두 집안의 '아름다운 이별'은 물 건너간 셈인데, 정치권도 가세했습니다.

온산제련소가 있는 울산시가 투기자본에 향토기업을 넘길 수 없다고 나섰습니다.

[김두겸/울산시장/어제 : "산업 수도 울산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정치계, 상공계, 시민 등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투기자본으로 찍힌 MBK는 오늘(19일) 1시간 넘는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현재 경영이 엉망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김광일/MBK파트너스 부회장 : "재무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근데 엄청나게 빨리 악화하고 있다. 그냥 우리들 하는 말로는 현금을 물 쓰듯 하는 겁니다."]

공개매수 시한인 10월 4일까지, 장 씨와 최 씨, 어느 쪽이 지분율을 더 끌어올릴지가 1차 관건.

'친구끼리 동업하지 말라'던 옛말이 떠오르는 상황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