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미세플라스틱, 그 위협은 절대 미세하지 않다”

입력 2024.09.24 (19:54) 수정 2024.09.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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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려운 과학기사를 쉽게 풀어보는 '과학기사를 부탁해' 과.기.부 순섭니다.

'지구'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과학커뮤니케이터 이은지 님과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과학 기사 가져오셨습니까?

[답변]

추석까지도 폭염 경보가 이어진 올해,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음료 찾으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최근 플라스틱 컵에 담긴 물에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심지어는 공기 중에도 떠다니고 있다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 건강 속에 깊숙이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내용을 준비했습니다.

[앵커]

미세플라스틱이라는 게 아주 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을 의미한다는 건 알겠는데요.

그 크기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 건가요?

[답변]

미세플라스틱은 길이나 지름이 5mm 이하인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합니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입자는 1mm이기 때문에 어떤 미세플라스틱은 눈에 보이고, 어떤 건 안 보일 정도로 작은 건데요.

미세플라스틱은 1차와 2차, 두 종류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작은 크기로 제작된 게 1차 미세플라스틱, 원래는 컸는데 사용하거나 사용 후 버려진 후 쪼개져서 작아진 걸 2차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하는데요.

둘 중 더 많은 건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전체 미세플라스틱 중 97.7%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이 밖에도 1마이크로미터, 즉 0.001mm보다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은 나노플라스틱 또는 초미세플라스틱이라고 불리는데요.

크기에 따라 혈액, 간, 뇌는 물론 세포 속까지도 들어갈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앵커]

페트병, 음식 용기는 물론 샴푸, 칫솔과 같은 생활필수품까지 플라스틱은 이제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는데요.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플라스틱은 어느 정도인가요?

[답변]

일상에서 음식 포장이나 배달 많이 이용하시죠.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일회용 포장용기 1개당 최대 29.7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습니다.

종이컵 역시 많이 사용하는데요.

종이로만 만들었을 것 같지만 방수를 위해 폴리에틸렌이라는 플라스틱이 안쪽 표면에 코팅되어 있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이 종이컵에 섭씨 100도씨의 물을 담았더니 리터 당 나노플라스틱 5조 1천억 개가 녹아 나왔습니다.

22도씨의 물에도 리터당 2조 8천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용출되었는데요.

최근 현미경 기술이 발달해 더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을 볼 수 있게 되면서 검출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되었습니다.

최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대기 1세제곱미터당 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71개 발견되었습니다.

이 중 46.6%로 약 절반 정도는 비닐봉지나 음식 포장용기로 많이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성분이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것에 모자라 숨 쉴 때마다 들이마시고 있는 셈입니다.

심지어는 연간 2,20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코를 통해 흡입된다고 보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앵커]

숨만 쉬어도 미세플라스틱이 몸 안에 쌓인다는 거군요.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이 몸 안에 계속해서 축적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나요?

[답변]

몸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은 신체 곳곳으로 퍼지는데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15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건 장에서 흡수되어 혈액으로 가기도 하고, 1,5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건 장기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다고 합니다.

의학계에선 미세플라스틱이 장기나 세포까지 침투하면 염증 유발, 내분비 체계 교란은 물론 장기적으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다량 노출되면 심혈관 질환이나 장폐색 등이 생길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2일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뇌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는데요.

간이나 신장 등의 다른 장기보다 최소 7배에서 30배 많은 양이 검출되었습니다.

현재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으로 아직 그 영향이 더 구체적으로 밝혀질 필요가 있는 상황인데요.

지금까지 파악된 연구 결과만 보더라도 건강에 상당히 위협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앵커]

궁금한 게 있습니다.

공기 중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있으니 피할 방법은 없고, 몸 안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은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말인데, 몸에 한 번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도 분해되거나 배출되지 않는 건가요?

[답변]

현재로서는 몸속에 유입된 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분해하거나 제거할 방법은 없습니다.

일부 미세플라스틱은 소화 과정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양이 장기와 조직에 쌓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렇게 유입된 플라스틱이 스스로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한 연구에서 인간의 태반 62개를 채취해 분석했더니 모든 태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습니다.

태반은 임신 중 태아와 자궁을 연결하는 기관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기능을 담당하는데요.

이제는 태아에게 영양분뿐만 아니라 미세플라스틱도 공급한다는 의미입니다.

심지어는 모유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결국, 부모가 먹은 미세플라스틱이 자식에게도 그대로 대물림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앵커]

이런 위험성들이 알려지면서 미세플라스틱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들이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쾌적한 지구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답변]

플라스틱은 화학적인 방식으로 분해가 잘 안 됩니다.

쉽게 말해 잘 썩지 않는다는 건데요.

반면 물리적 분해에는 약해서 쉽게 부러뜨리거나 자를 수 있는데 이 경우엔 크기만 작아지는 거라 미세플라스틱으로 남게 되어 한 번 생산하면 제거하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따라서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 4천만 톤에서 2019년 4억 6천만 톤으로 약 20년 간 두 배 가량이 늘었습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60년에는 12억 8천만 톤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유엔에서는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을 규제하려는 국제협약을 만들 계획인데요.

플라스틱 생산을 통한 경제 성장과 이에 따른 피해 정도가 국가마다 달라 협약 협의는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다라는 말이 있죠.

이제는 우리의 식탁까지 미세하게 침투한 플라스틱.

환경을 넘어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과 대책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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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기·부] “미세플라스틱, 그 위협은 절대 미세하지 않다”
    • 입력 2024-09-24 19:54:40
    • 수정2024-09-24 20: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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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려운 과학기사를 쉽게 풀어보는 '과학기사를 부탁해' 과.기.부 순섭니다.

'지구'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과학커뮤니케이터 이은지 님과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과학 기사 가져오셨습니까?

[답변]

추석까지도 폭염 경보가 이어진 올해,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음료 찾으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최근 플라스틱 컵에 담긴 물에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심지어는 공기 중에도 떠다니고 있다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 건강 속에 깊숙이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내용을 준비했습니다.

[앵커]

미세플라스틱이라는 게 아주 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을 의미한다는 건 알겠는데요.

그 크기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 건가요?

[답변]

미세플라스틱은 길이나 지름이 5mm 이하인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합니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입자는 1mm이기 때문에 어떤 미세플라스틱은 눈에 보이고, 어떤 건 안 보일 정도로 작은 건데요.

미세플라스틱은 1차와 2차, 두 종류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작은 크기로 제작된 게 1차 미세플라스틱, 원래는 컸는데 사용하거나 사용 후 버려진 후 쪼개져서 작아진 걸 2차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하는데요.

둘 중 더 많은 건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전체 미세플라스틱 중 97.7%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이 밖에도 1마이크로미터, 즉 0.001mm보다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은 나노플라스틱 또는 초미세플라스틱이라고 불리는데요.

크기에 따라 혈액, 간, 뇌는 물론 세포 속까지도 들어갈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앵커]

페트병, 음식 용기는 물론 샴푸, 칫솔과 같은 생활필수품까지 플라스틱은 이제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는데요.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플라스틱은 어느 정도인가요?

[답변]

일상에서 음식 포장이나 배달 많이 이용하시죠.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일회용 포장용기 1개당 최대 29.7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습니다.

종이컵 역시 많이 사용하는데요.

종이로만 만들었을 것 같지만 방수를 위해 폴리에틸렌이라는 플라스틱이 안쪽 표면에 코팅되어 있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이 종이컵에 섭씨 100도씨의 물을 담았더니 리터 당 나노플라스틱 5조 1천억 개가 녹아 나왔습니다.

22도씨의 물에도 리터당 2조 8천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용출되었는데요.

최근 현미경 기술이 발달해 더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을 볼 수 있게 되면서 검출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되었습니다.

최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대기 1세제곱미터당 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71개 발견되었습니다.

이 중 46.6%로 약 절반 정도는 비닐봉지나 음식 포장용기로 많이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성분이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것에 모자라 숨 쉴 때마다 들이마시고 있는 셈입니다.

심지어는 연간 2,20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코를 통해 흡입된다고 보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앵커]

숨만 쉬어도 미세플라스틱이 몸 안에 쌓인다는 거군요.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이 몸 안에 계속해서 축적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나요?

[답변]

몸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은 신체 곳곳으로 퍼지는데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15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건 장에서 흡수되어 혈액으로 가기도 하고, 1,5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건 장기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다고 합니다.

의학계에선 미세플라스틱이 장기나 세포까지 침투하면 염증 유발, 내분비 체계 교란은 물론 장기적으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다량 노출되면 심혈관 질환이나 장폐색 등이 생길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2일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뇌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는데요.

간이나 신장 등의 다른 장기보다 최소 7배에서 30배 많은 양이 검출되었습니다.

현재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으로 아직 그 영향이 더 구체적으로 밝혀질 필요가 있는 상황인데요.

지금까지 파악된 연구 결과만 보더라도 건강에 상당히 위협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앵커]

궁금한 게 있습니다.

공기 중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있으니 피할 방법은 없고, 몸 안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은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말인데, 몸에 한 번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도 분해되거나 배출되지 않는 건가요?

[답변]

현재로서는 몸속에 유입된 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분해하거나 제거할 방법은 없습니다.

일부 미세플라스틱은 소화 과정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양이 장기와 조직에 쌓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렇게 유입된 플라스틱이 스스로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한 연구에서 인간의 태반 62개를 채취해 분석했더니 모든 태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습니다.

태반은 임신 중 태아와 자궁을 연결하는 기관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기능을 담당하는데요.

이제는 태아에게 영양분뿐만 아니라 미세플라스틱도 공급한다는 의미입니다.

심지어는 모유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결국, 부모가 먹은 미세플라스틱이 자식에게도 그대로 대물림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앵커]

이런 위험성들이 알려지면서 미세플라스틱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들이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쾌적한 지구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답변]

플라스틱은 화학적인 방식으로 분해가 잘 안 됩니다.

쉽게 말해 잘 썩지 않는다는 건데요.

반면 물리적 분해에는 약해서 쉽게 부러뜨리거나 자를 수 있는데 이 경우엔 크기만 작아지는 거라 미세플라스틱으로 남게 되어 한 번 생산하면 제거하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따라서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 4천만 톤에서 2019년 4억 6천만 톤으로 약 20년 간 두 배 가량이 늘었습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60년에는 12억 8천만 톤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유엔에서는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을 규제하려는 국제협약을 만들 계획인데요.

플라스틱 생산을 통한 경제 성장과 이에 따른 피해 정도가 국가마다 달라 협약 협의는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다라는 말이 있죠.

이제는 우리의 식탁까지 미세하게 침투한 플라스틱.

환경을 넘어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과 대책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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