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잦아지는 홍수에 집단 이주…원주민도 기후 변화 직격탄

입력 2024.09.30 (15:27) 수정 2024.09.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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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곳곳이 기후 변화로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사는 인디언 원주민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해안가에 살던 부족들은 좀 더 높은 곳으로 집단 이주를 추진하고 있는데, 실제 이주가 언제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박일중 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박 특파원, 이번에 다녀온 곳이 미국 서부죠?

[기자]

네, 미국 북서부 워싱턴 주에 있는 타홀라 마을입니다.

태평양으로 흐르는 강 어귀에서 타홀라 족이 대대로 연어를 잡으며 살아온 곳입니다.

[앵커]

기후 변화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기자]

크게 두 가지인데, 소득원이 줄고 있다는 것과 홍수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타홀라 족은 부족 신화에서 창조주가 사람보다 연어를 먼저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연어잡이가 중요 수입원입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강 상류 올림픽 산의 빙하가 녹으면서 찬물이 흘러오지 않아 더는 연어잡이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부의 말 들어보시죠.

[미카 마스텐/어부 경력 12년 : "워싱턴대학에서 물리치료를 공부하려고 해요. 연어잡이는 더 이상 할 수 없으니까요. 큰 소득이 안 돼요."]

더 걱정인 건 높아지는 해수면 탓에 잦아진 홍수입니다.

해마다 겨울만 되면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오고, 2년에 한 번은 대피령이 내려질 정돕니다.

가장 심각했던 건 3년 전인데, 네댓 시간 만에 차오른 물에 주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게 됐고, 한겨울에 전기와 물이 끊어진 채 일주일 이상 버텨야 했습니다.

[리아 프렌치먼/주민 : "처음엔 그냥 길만 찼어요. 바로 다음엔 차가 잠겼죠. 정말 빨리 일어났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앵커]

그래서 결국 집단 이주를 결정한 거군요?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요?

[기자]

7년 전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고지대로 이주하기로 종합계획을 세웠고, 기반 시설 공사는 끝냈습니다.

그런데 집 짓는 건 시작도 못 하고 있는데 결국 예산이 문제입니다.

확보된 예산은 2천5백만 달러 정돈데, 전체 필요한 예산은 4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퀴놀트 부족과 같은 곳이 한두 부족이 아니어서 한정된 예산을 두고 원주민들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톰 카니/미 주택도시개발부 원주민 프로그램 북서부 담당국장 : "산불이든 해수면 상승이든 거의 모든 부족이 어느 정도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예산을 두고) 모든 부족과 경쟁해야 하는 거죠."]

[앵커]

원주민들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요.

해법은 보이지 않는 건가요?

[기자]

네, 미국 원주민들은 과거 엄청난 땅을 미 정부에 내줘야 했죠.

대신 이곳저곳 떠돌지 않고 그들의 고향에 머물 수 있도록 약속받았는데 이젠 그곳이 위험한 곳이 된 겁니다.

그래서 정부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가이/퀴놀트 부족 대표 : "우리가 1855년에 (미 정부와) 조약을 맺었을 때 엄청난 땅을 내줬고, 우리 고향이 보호돼야 한다고 약속받았죠. 연방 정부는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도시민들과 달리 원주민들은 자연과의 교감이 더 깊습니다.

그래도 고향을 떠나는 어려운 결정을 했는데, 그게 언제 실현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서대영/영상편집:사명환 김은주/자료조사:최유나/사진:Larry Workman·Q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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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30 15:27:24
    • 수정2024-09-30 15: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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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곳곳이 기후 변화로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사는 인디언 원주민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해안가에 살던 부족들은 좀 더 높은 곳으로 집단 이주를 추진하고 있는데, 실제 이주가 언제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박일중 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박 특파원, 이번에 다녀온 곳이 미국 서부죠?

[기자]

네, 미국 북서부 워싱턴 주에 있는 타홀라 마을입니다.

태평양으로 흐르는 강 어귀에서 타홀라 족이 대대로 연어를 잡으며 살아온 곳입니다.

[앵커]

기후 변화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기자]

크게 두 가지인데, 소득원이 줄고 있다는 것과 홍수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타홀라 족은 부족 신화에서 창조주가 사람보다 연어를 먼저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연어잡이가 중요 수입원입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강 상류 올림픽 산의 빙하가 녹으면서 찬물이 흘러오지 않아 더는 연어잡이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부의 말 들어보시죠.

[미카 마스텐/어부 경력 12년 : "워싱턴대학에서 물리치료를 공부하려고 해요. 연어잡이는 더 이상 할 수 없으니까요. 큰 소득이 안 돼요."]

더 걱정인 건 높아지는 해수면 탓에 잦아진 홍수입니다.

해마다 겨울만 되면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오고, 2년에 한 번은 대피령이 내려질 정돕니다.

가장 심각했던 건 3년 전인데, 네댓 시간 만에 차오른 물에 주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게 됐고, 한겨울에 전기와 물이 끊어진 채 일주일 이상 버텨야 했습니다.

[리아 프렌치먼/주민 : "처음엔 그냥 길만 찼어요. 바로 다음엔 차가 잠겼죠. 정말 빨리 일어났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앵커]

그래서 결국 집단 이주를 결정한 거군요?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요?

[기자]

7년 전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고지대로 이주하기로 종합계획을 세웠고, 기반 시설 공사는 끝냈습니다.

그런데 집 짓는 건 시작도 못 하고 있는데 결국 예산이 문제입니다.

확보된 예산은 2천5백만 달러 정돈데, 전체 필요한 예산은 4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퀴놀트 부족과 같은 곳이 한두 부족이 아니어서 한정된 예산을 두고 원주민들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톰 카니/미 주택도시개발부 원주민 프로그램 북서부 담당국장 : "산불이든 해수면 상승이든 거의 모든 부족이 어느 정도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예산을 두고) 모든 부족과 경쟁해야 하는 거죠."]

[앵커]

원주민들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요.

해법은 보이지 않는 건가요?

[기자]

네, 미국 원주민들은 과거 엄청난 땅을 미 정부에 내줘야 했죠.

대신 이곳저곳 떠돌지 않고 그들의 고향에 머물 수 있도록 약속받았는데 이젠 그곳이 위험한 곳이 된 겁니다.

그래서 정부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가이/퀴놀트 부족 대표 : "우리가 1855년에 (미 정부와) 조약을 맺었을 때 엄청난 땅을 내줬고, 우리 고향이 보호돼야 한다고 약속받았죠. 연방 정부는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도시민들과 달리 원주민들은 자연과의 교감이 더 깊습니다.

그래도 고향을 떠나는 어려운 결정을 했는데, 그게 언제 실현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서대영/영상편집:사명환 김은주/자료조사:최유나/사진:Larry Workman·Q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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