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시술’ 출생아 열에 하나인데 지원은?”…난임 부부의 하루

입력 2024.10.13 (06:00) 수정 2024.10.13 (06: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난임 치료를 2년 반 정도 해오고 있는 고유현 씨, 양진웅 씨 부부. 부부는 취재진에게 거듭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태어나는 신생아 가운데 10% 이상이 시험관 아기로 태어나는 아기라고 저희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제도는 출산 지원금이나 육아휴직 등 출산 이후를 도와주는 제도들이 많더라고요.

10%의 아기들이 생기려면, 출산 이후도 중요하지만, 출산을 위한 과정에 대한 제도도 좀 더 보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아직 자녀 계획이 없는 데다가 주변에서 난임 치료를 하는 지인도 없는 저로서는 부부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내년부터 정부가 난임 휴가를 기존 3일에서 6일로 늘리고 관련 지원 사업이나 대상도 점점 늘려간다는데,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한 거지?'

유현 씨 부부의 하루를 실제로 동행 취재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 "100㎞ 떨어진 병원을 '오픈런' 해야 한다고요?"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 5시 반, 유현 씨 부부의 하루가 시작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난임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차 안에서 먹을 사과까지 미리 챙겨둔 덕에 부부는 오전 6시쯤 집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부부의 집이 있는 강원 춘천시에서 병원까지는 96.4㎞. 휴게소도 안 들르고 쉴 틈 없이 달리면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립니다.


근처에도 병원은 있을 텐데, 이렇게 먼 거리를 이른 시간 출발하는 이유는 뭘까? 부부도 집 근처 병원을 안 가본 건 아니라고 합니다.

"강원도의 난임 병원에 처음 갔는데, 제 케이스가 워낙 일반적이지 않고 특수하다 보니까 시간을 좀 다퉜어요. 그러다 보니 의사 선생님께서 빨리 서울로 가라고 하셨어요.

춘천에는 난임 병원이 제가 알기로는 대학 병원 하나, 일반 병원 하나. 이렇게만 알고 있는데, 사실 후기도 별로 없고요. 안전하게 서울에 가기로 했어요."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난임 의료 시술 기관이 부족한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먼 거리를 왕복하게 됐다는 겁니다.

■"늦게 오면 2시간 대기는 기본…오후에 회사 복귀하려면 서둘러야"

서두른 덕에 부부는 병원 진료가 시작하기 1시간 전인 오전 7시 반쯤 도착했습니다. 1등으로 접수도 했습니다.


혹시 병원 진료 시간을 예약하지 못해 이렇게 서둘러 온 걸까? '왜 이렇게 서둘렀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부부는 "예약은 했다"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예약을 시간대별로 다 받거든요. 그런데 옷도 갈아입고, 사람마다 진단하는 게 다르고 중간에 시술도 하고 하면 시간이 더 오래 걸려요. 그러다 보면 이제 1~2시간은 기본, 심한 데는 3시간도 대기해요."

"물론 휴가를 써서 올 수도 있는데, 직장 생활 때문에 불가피하게 오전 반차를 내고 왔어요. 휴가를 내도 업무에는 지장은 없는데 직장에는 지장이 있으니까. 오후에 춘천으로 다시 가서 출근해야 하잖아요. "

■난임 휴가 있다지만…"현실적으로 활용하긴 어려워요"

이번에 받을 진료는 유현 씨에게 난자를 키우는 주머니인 '난포'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초음파 검사. 10분 남짓 걸리는 진료를 위해 두 사람은 난임 휴가가 남아있지만, 개인 연차를 썼습니다.

현재 국가에서 보장하는 난임 휴가는 연간 3일(1일 유급). 그러나 현실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예상치 못한 벽들이 있다고 합니다.


우선 회사에다 '난임 사실'을 말해야 하는데, 사실을 털어놓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어렵사리 난임 사실을 알리고, 치료를 받는다 해도 더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시험관 시술을 시작할 경우, 진료와 난자 채취, 배아 이식 등 연이은 시술로 인해 약 2주 사이에 최소 5번에서 6번을 병원에 가야합니다.

난임 케이스에 따라, 몸의 상태에 따라 수시로 병원에 가서 상황을 확인해야 해, 병원 내원 시기를 예측 못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당연히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남성의 경우에는 더 까다롭습니다. 진웅 씨의 경우, 정자 채취하는 당일에만 '난임 휴가' 사용이 가능합니다. 아내의 치료 과정에서 보호자로 동행하고 싶으면, 개인 연차를 써야 합니다.


"한 사이클 정도는 어떻게든 본인 연차를 써서 커버하는데, 만약 1차에 실패하면 회사에 다니면서 시술을 이어가기가 굉장히 힘들어하십니다.
탄력근무제나 이런 상황을 정말 양해해 주는 직장을 다니지 않는 분들은 정말 힘들어하세요.

우리 병원에는 제주도나 전라도, 경상도 등 멀리서도 많이들 오시는데, 오전 8시 반에 병원에 오면 벌써 환자분들이 최소 6명 이상 계세요. 그래야 어떻게든 오후에 출근할 수 있으니까."

-사랑아이여성의원 박주희 원장

유현 씨도 재작년 이직을 했습니다. 이전 직장이 소규모였던 탓에 '난임 치료'를 이유로 잦은 휴가를 쓰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현 씨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지난 2021년 전국 만 18세 이상 50세 미만 기혼 여성 가운데 최근 5년 이내 난임 시술을 해본 적 있는 6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4명이 시술 과정에서 퇴사를 경험했습니다. '난임 휴가를 사용 못 했다'는 경우도 10명 가운데 8명에 달했습니다.

그렇다고 퇴사가 답도 아닙니다. 난임 시술에는 상당한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난임 부부 두 번 울리는 '지역별 지원 차이'…"이사 가고 싶어요"

유현 씨 부부도 지금까지 매년 1천만 원이 넘는 시술비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절실한 게 바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입니다.

난임 부부 지원 정책은 2022년부터 지자체로 이양됐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기본 지원 방침은 있지만, 지자체별 예산 상황 등에 따라 시술비 지원 규모, 연령 제한 기준 등 지원 격차가 있습니다.

유현 씨 부부도 한 번도 지자체 지원을 온전히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시술비는 지원받았지만, 매번 다 반납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시술 중단'으로 판단됐기 때문입니다. 의학적인 사유로 난지를 채취하지 못하면, '시술 중단'으로 보고 대다수 지자체에서는 다시 지원금을 회수해 갑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애써 채취한 난포에 수정 가능한 난자가 없는 '공난포'입니다. 유현 씨도 매번 공난포 때문에 지원받은 시술비를 토해내야 했습니다.

"공난포가 나오면, 이제 마음이 너무 아픈데 카드도 아픈…. 지원금 받았던 걸 다 뱉어냅니다. 주기가 시작하고부터는 진료비의 10%만 내면 돼요. 그런데 공난포가 나오면 나머지를 환불 처리하고 100% 자비로 처리해야 합니다.
지원금을 신청한 횟수는 사실상 10번이 넘는데 한 번도 쓰지 못한 겁니다."

그러나 시술 중단 때에도 의료비 일부를 지원해 주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올해 5월부터 전국 최초로 난임 시술을 중단해도 회당 50만 원의 의료비를 지원해, 난임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연령별 지원비 차등도 지역별로 차이가 납니다. 강원도는 45세가 넘으면 지원비가 줄어들지만, 서울시에서는 연령별 차등 요건을 폐지했습니다.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지원 정책 때문에 유현 씨 부부는 가능하면 이사라고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합니다.

"지원금 없으면 사이클에 4~500만 원은 드는데, 50만 원이라도 지원해주면 부담이 조금이라도 덜죠. 그것 때문에 이사라도 가고 싶어요.
끝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그냥 계속 가고 있는 거니까, 어디까지 돈을 써야 하는 건지를 판단하기가 좀 어렵고…."


■"긴 터널의 끝이 있다고 믿으며, 같이 가자"

진료를 받고 곧바로 춘천으로 돌아온 유현 씨는 늦은 점심을 챙겨 먹고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실망하고 지칠 때도 많지만, 유현 씨와 진웅 씨는 함께 이 과정을 거쳐 가면서 더 사이가 좋아졌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긴 터널의 끝이 있다고, 행복할 미래를 믿고 있다고 했습니다.


혹여나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나가는 미래를 말입니다.

그래도 욕심을 살짝 내자면, 이런 가정을 꿈꾼다고 합니다.

"저희를 닮은 아이를 데리고 왁자지껄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성별은 딱 50 대 50이어서, 출산 전까지 몰랐으면 좋겠어요!"
-예비 부모 양진웅 씨

"저는 확고하게 딸 쌍둥이였으면 좋겠어요. 쌍둥이를 낳아서 정말 정신없이 서로 돌아가면서 육아휴직도 하면서 그렇게 곧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비 부모 고유현 씨

[촬영기자 : 최석규/대문사진 : 김재은/그래픽 제작 : 이재희]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난임 시술’ 출생아 열에 하나인데 지원은?”…난임 부부의 하루
    • 입력 2024-10-13 06:00:07
    • 수정2024-10-13 06:07:21
    심층K

난임 치료를 2년 반 정도 해오고 있는 고유현 씨, 양진웅 씨 부부. 부부는 취재진에게 거듭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태어나는 신생아 가운데 10% 이상이 시험관 아기로 태어나는 아기라고 저희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제도는 출산 지원금이나 육아휴직 등 출산 이후를 도와주는 제도들이 많더라고요.

10%의 아기들이 생기려면, 출산 이후도 중요하지만, 출산을 위한 과정에 대한 제도도 좀 더 보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아직 자녀 계획이 없는 데다가 주변에서 난임 치료를 하는 지인도 없는 저로서는 부부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내년부터 정부가 난임 휴가를 기존 3일에서 6일로 늘리고 관련 지원 사업이나 대상도 점점 늘려간다는데,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한 거지?'

유현 씨 부부의 하루를 실제로 동행 취재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 "100㎞ 떨어진 병원을 '오픈런' 해야 한다고요?"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 5시 반, 유현 씨 부부의 하루가 시작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난임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차 안에서 먹을 사과까지 미리 챙겨둔 덕에 부부는 오전 6시쯤 집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부부의 집이 있는 강원 춘천시에서 병원까지는 96.4㎞. 휴게소도 안 들르고 쉴 틈 없이 달리면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립니다.


근처에도 병원은 있을 텐데, 이렇게 먼 거리를 이른 시간 출발하는 이유는 뭘까? 부부도 집 근처 병원을 안 가본 건 아니라고 합니다.

"강원도의 난임 병원에 처음 갔는데, 제 케이스가 워낙 일반적이지 않고 특수하다 보니까 시간을 좀 다퉜어요. 그러다 보니 의사 선생님께서 빨리 서울로 가라고 하셨어요.

춘천에는 난임 병원이 제가 알기로는 대학 병원 하나, 일반 병원 하나. 이렇게만 알고 있는데, 사실 후기도 별로 없고요. 안전하게 서울에 가기로 했어요."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난임 의료 시술 기관이 부족한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먼 거리를 왕복하게 됐다는 겁니다.

■"늦게 오면 2시간 대기는 기본…오후에 회사 복귀하려면 서둘러야"

서두른 덕에 부부는 병원 진료가 시작하기 1시간 전인 오전 7시 반쯤 도착했습니다. 1등으로 접수도 했습니다.


혹시 병원 진료 시간을 예약하지 못해 이렇게 서둘러 온 걸까? '왜 이렇게 서둘렀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부부는 "예약은 했다"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예약을 시간대별로 다 받거든요. 그런데 옷도 갈아입고, 사람마다 진단하는 게 다르고 중간에 시술도 하고 하면 시간이 더 오래 걸려요. 그러다 보면 이제 1~2시간은 기본, 심한 데는 3시간도 대기해요."

"물론 휴가를 써서 올 수도 있는데, 직장 생활 때문에 불가피하게 오전 반차를 내고 왔어요. 휴가를 내도 업무에는 지장은 없는데 직장에는 지장이 있으니까. 오후에 춘천으로 다시 가서 출근해야 하잖아요. "

■난임 휴가 있다지만…"현실적으로 활용하긴 어려워요"

이번에 받을 진료는 유현 씨에게 난자를 키우는 주머니인 '난포'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초음파 검사. 10분 남짓 걸리는 진료를 위해 두 사람은 난임 휴가가 남아있지만, 개인 연차를 썼습니다.

현재 국가에서 보장하는 난임 휴가는 연간 3일(1일 유급). 그러나 현실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예상치 못한 벽들이 있다고 합니다.


우선 회사에다 '난임 사실'을 말해야 하는데, 사실을 털어놓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어렵사리 난임 사실을 알리고, 치료를 받는다 해도 더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시험관 시술을 시작할 경우, 진료와 난자 채취, 배아 이식 등 연이은 시술로 인해 약 2주 사이에 최소 5번에서 6번을 병원에 가야합니다.

난임 케이스에 따라, 몸의 상태에 따라 수시로 병원에 가서 상황을 확인해야 해, 병원 내원 시기를 예측 못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당연히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남성의 경우에는 더 까다롭습니다. 진웅 씨의 경우, 정자 채취하는 당일에만 '난임 휴가' 사용이 가능합니다. 아내의 치료 과정에서 보호자로 동행하고 싶으면, 개인 연차를 써야 합니다.


"한 사이클 정도는 어떻게든 본인 연차를 써서 커버하는데, 만약 1차에 실패하면 회사에 다니면서 시술을 이어가기가 굉장히 힘들어하십니다.
탄력근무제나 이런 상황을 정말 양해해 주는 직장을 다니지 않는 분들은 정말 힘들어하세요.

우리 병원에는 제주도나 전라도, 경상도 등 멀리서도 많이들 오시는데, 오전 8시 반에 병원에 오면 벌써 환자분들이 최소 6명 이상 계세요. 그래야 어떻게든 오후에 출근할 수 있으니까."

-사랑아이여성의원 박주희 원장

유현 씨도 재작년 이직을 했습니다. 이전 직장이 소규모였던 탓에 '난임 치료'를 이유로 잦은 휴가를 쓰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현 씨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지난 2021년 전국 만 18세 이상 50세 미만 기혼 여성 가운데 최근 5년 이내 난임 시술을 해본 적 있는 6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4명이 시술 과정에서 퇴사를 경험했습니다. '난임 휴가를 사용 못 했다'는 경우도 10명 가운데 8명에 달했습니다.

그렇다고 퇴사가 답도 아닙니다. 난임 시술에는 상당한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난임 부부 두 번 울리는 '지역별 지원 차이'…"이사 가고 싶어요"

유현 씨 부부도 지금까지 매년 1천만 원이 넘는 시술비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절실한 게 바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입니다.

난임 부부 지원 정책은 2022년부터 지자체로 이양됐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기본 지원 방침은 있지만, 지자체별 예산 상황 등에 따라 시술비 지원 규모, 연령 제한 기준 등 지원 격차가 있습니다.

유현 씨 부부도 한 번도 지자체 지원을 온전히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시술비는 지원받았지만, 매번 다 반납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시술 중단'으로 판단됐기 때문입니다. 의학적인 사유로 난지를 채취하지 못하면, '시술 중단'으로 보고 대다수 지자체에서는 다시 지원금을 회수해 갑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애써 채취한 난포에 수정 가능한 난자가 없는 '공난포'입니다. 유현 씨도 매번 공난포 때문에 지원받은 시술비를 토해내야 했습니다.

"공난포가 나오면, 이제 마음이 너무 아픈데 카드도 아픈…. 지원금 받았던 걸 다 뱉어냅니다. 주기가 시작하고부터는 진료비의 10%만 내면 돼요. 그런데 공난포가 나오면 나머지를 환불 처리하고 100% 자비로 처리해야 합니다.
지원금을 신청한 횟수는 사실상 10번이 넘는데 한 번도 쓰지 못한 겁니다."

그러나 시술 중단 때에도 의료비 일부를 지원해 주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올해 5월부터 전국 최초로 난임 시술을 중단해도 회당 50만 원의 의료비를 지원해, 난임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연령별 지원비 차등도 지역별로 차이가 납니다. 강원도는 45세가 넘으면 지원비가 줄어들지만, 서울시에서는 연령별 차등 요건을 폐지했습니다.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지원 정책 때문에 유현 씨 부부는 가능하면 이사라고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합니다.

"지원금 없으면 사이클에 4~500만 원은 드는데, 50만 원이라도 지원해주면 부담이 조금이라도 덜죠. 그것 때문에 이사라도 가고 싶어요.
끝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그냥 계속 가고 있는 거니까, 어디까지 돈을 써야 하는 건지를 판단하기가 좀 어렵고…."


■"긴 터널의 끝이 있다고 믿으며, 같이 가자"

진료를 받고 곧바로 춘천으로 돌아온 유현 씨는 늦은 점심을 챙겨 먹고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실망하고 지칠 때도 많지만, 유현 씨와 진웅 씨는 함께 이 과정을 거쳐 가면서 더 사이가 좋아졌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긴 터널의 끝이 있다고, 행복할 미래를 믿고 있다고 했습니다.


혹여나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나가는 미래를 말입니다.

그래도 욕심을 살짝 내자면, 이런 가정을 꿈꾼다고 합니다.

"저희를 닮은 아이를 데리고 왁자지껄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성별은 딱 50 대 50이어서, 출산 전까지 몰랐으면 좋겠어요!"
-예비 부모 양진웅 씨

"저는 확고하게 딸 쌍둥이였으면 좋겠어요. 쌍둥이를 낳아서 정말 정신없이 서로 돌아가면서 육아휴직도 하면서 그렇게 곧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비 부모 고유현 씨

[촬영기자 : 최석규/대문사진 : 김재은/그래픽 제작 : 이재희]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