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 17차례 스토킹에 반려묘 살해…“피해자 보호조치 없었다”

입력 2024.10.22 (16:27) 수정 2024.10.2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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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여자 친구 반려묘 살해… '살인 예고' 글까지

지난해 12월, 20대 김 모 씨가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 빌라에 몰래 침입했습니다. 전 여자친구가 살던 집이었습니다.

김 씨는 전 여자 친구가 키우던 반려묘를 미리 준비한 가방에 넣은 뒤 곧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는 자기 집에서 이 반려묘를 세탁기에 돌려 살해했습니다.

한 대학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전 여자 친구를 살해하겠다"는 글까지 올렸습니다.

살인 예고 글을 본 제3자가 김 씨를 협박죄로 신고했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스토킹 혐의가 추가 적용됐습니다.

스토킹 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 "17차례 스토킹에도 피해자 보호 조치 없어"… 경찰, "아쉽기는 해"

그런데 해당 사건이 발생하기 2주 전, 경찰이 가해자에 대한 스토킹 신고를 접수했지만, 별도의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과 충청북도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은 지난해 11월 29일, 충북 청주에서 피해자에게 "헤어진 전 남자 친구가 스토킹한다"는 신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에게 경고 후 귀가 조치만을 했을 뿐, 긴급응급조치 등 별도의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범죄 재발 우려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든 기준표인 '긴급응급조치 판단조사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자는 신고 이전인 11월 13일부터 한 달간 17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집에서 기다리거나 전화를 거는 등 지속적으로 스토킹했습니다.

신고 이전에도 수차례 스토킹 범죄가 있었지만 출동한 경찰은 이를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던 겁니다.

급기야 신고 2주 뒤인 지난해 12월 11일, 피해자가 키우던 반려묘를 세탁기에 돌려 살해하고 대학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피해자에 대한 살인 예고 글을 올렸습니다.

충북경찰청은 긴급응급조치 판단조사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판단조사표는 체크리스트 개념의 권장 사안"이라며 "11월 29일 신고는 스토킹 최초 신고로 긴급 응급조치 요건인 지속성·반복성·긴급성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스토킹을 언급하며 신고한 점, 11월 한 달간 스토킹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경찰이 신고 이전의 피해 사실을 확인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지난 17일, 충북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김학관 충북경찰청장은 해당 질의에 "저희 입장에서는 (피해 여성의) 최초 스토킹 신고여서 강력히 권고 조치만 했다"며 "(스토킹 피해의 지속성과 심각성을 판단하지 못해) 아쉽기는 하다"고 답했습니다.


■ "스토킹 범죄 판단 조사표 작성 의무화해야"

긴급응급조치 판단조사표는 경찰이 신고 현장에서 스토킹 등의 범죄 재발 우려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표입니다.

경찰은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인 2022년 11월부터 스토킹 행위의 유형을 구체화한 개선안을 전국적으로 시행했습니다.

판단 조사표는 스토킹 행위의 유형, 피해 시점, 기간 등 위험성을 파악할 수 있는 문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피해자가 긴급 응급조치를 요청하지 않을 경우 그 사유도 기록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가정 폭력과 달리, 스토킹 범죄는 긴급응급조치 판단조사표 작성 의무가 없습니다.

용혜인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가정폭력 출동 사건의 판단조사표 작성률은 92.39%지만, 스토킹 범죄의 경우는 67.65%에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스토킹 범죄로 경찰이 긴급응급조치를 신청한 사건은 2,873건으로, 전체의 18.46%에 불과했습니다. 스토킹 신고자 5명 중 1명에게만 피해자 보호 조치가 이뤄지는 셈입니다.

용 의원은 “청주 스토킹 및 반려묘 살해 사건은 11월 신고 당시 경찰이 피해 사실을 한 번만 더 확인했어도 추가 범죄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스토킹 범죄에 대한 긴급응급조치 판단조사표 작성을 의무화해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사건의 위험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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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10-22 16: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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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여자 친구 반려묘 살해… '살인 예고' 글까지

지난해 12월, 20대 김 모 씨가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 빌라에 몰래 침입했습니다. 전 여자친구가 살던 집이었습니다.

김 씨는 전 여자 친구가 키우던 반려묘를 미리 준비한 가방에 넣은 뒤 곧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는 자기 집에서 이 반려묘를 세탁기에 돌려 살해했습니다.

한 대학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전 여자 친구를 살해하겠다"는 글까지 올렸습니다.

살인 예고 글을 본 제3자가 김 씨를 협박죄로 신고했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스토킹 혐의가 추가 적용됐습니다.

스토킹 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 "17차례 스토킹에도 피해자 보호 조치 없어"… 경찰, "아쉽기는 해"

그런데 해당 사건이 발생하기 2주 전, 경찰이 가해자에 대한 스토킹 신고를 접수했지만, 별도의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과 충청북도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은 지난해 11월 29일, 충북 청주에서 피해자에게 "헤어진 전 남자 친구가 스토킹한다"는 신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에게 경고 후 귀가 조치만을 했을 뿐, 긴급응급조치 등 별도의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범죄 재발 우려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든 기준표인 '긴급응급조치 판단조사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자는 신고 이전인 11월 13일부터 한 달간 17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집에서 기다리거나 전화를 거는 등 지속적으로 스토킹했습니다.

신고 이전에도 수차례 스토킹 범죄가 있었지만 출동한 경찰은 이를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던 겁니다.

급기야 신고 2주 뒤인 지난해 12월 11일, 피해자가 키우던 반려묘를 세탁기에 돌려 살해하고 대학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피해자에 대한 살인 예고 글을 올렸습니다.

충북경찰청은 긴급응급조치 판단조사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판단조사표는 체크리스트 개념의 권장 사안"이라며 "11월 29일 신고는 스토킹 최초 신고로 긴급 응급조치 요건인 지속성·반복성·긴급성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스토킹을 언급하며 신고한 점, 11월 한 달간 스토킹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경찰이 신고 이전의 피해 사실을 확인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지난 17일, 충북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김학관 충북경찰청장은 해당 질의에 "저희 입장에서는 (피해 여성의) 최초 스토킹 신고여서 강력히 권고 조치만 했다"며 "(스토킹 피해의 지속성과 심각성을 판단하지 못해) 아쉽기는 하다"고 답했습니다.


■ "스토킹 범죄 판단 조사표 작성 의무화해야"

긴급응급조치 판단조사표는 경찰이 신고 현장에서 스토킹 등의 범죄 재발 우려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표입니다.

경찰은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인 2022년 11월부터 스토킹 행위의 유형을 구체화한 개선안을 전국적으로 시행했습니다.

판단 조사표는 스토킹 행위의 유형, 피해 시점, 기간 등 위험성을 파악할 수 있는 문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피해자가 긴급 응급조치를 요청하지 않을 경우 그 사유도 기록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가정 폭력과 달리, 스토킹 범죄는 긴급응급조치 판단조사표 작성 의무가 없습니다.

용혜인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가정폭력 출동 사건의 판단조사표 작성률은 92.39%지만, 스토킹 범죄의 경우는 67.65%에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스토킹 범죄로 경찰이 긴급응급조치를 신청한 사건은 2,873건으로, 전체의 18.46%에 불과했습니다. 스토킹 신고자 5명 중 1명에게만 피해자 보호 조치가 이뤄지는 셈입니다.

용 의원은 “청주 스토킹 및 반려묘 살해 사건은 11월 신고 당시 경찰이 피해 사실을 한 번만 더 확인했어도 추가 범죄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스토킹 범죄에 대한 긴급응급조치 판단조사표 작성을 의무화해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사건의 위험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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