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사과·쪽파 한아름…탈북민 농촌 돕기
입력 2024.11.02 (08:25)
수정 2024.11.0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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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벌써 11월에 들어섰는데,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해서인지 주변에서는 아쉽게도 단풍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농촌은 가을 분위기가 제법 난다고 하는데요.
막바지 수확에 한창인 곳들이 많습니다.
수확을 맞은 농가에 탈북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봉사단이 찾아 바쁜 일손을 거들었다고 합니다.
이날의 수확 작물은 사과와 쪽파라고 하는데요.
훈훈한 온정이 가득했던 봉사 현장에 장예진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선선한 가을날.
이른 오전 시간이지만, 1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충남 예산군을 찾았습니다.
사는 곳도 출신지도 제각각이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한자리에 모였다고 하는데요.
[이주옥/착한 봉사단 : "(아침부터 어디에서 오셨어요?) 전주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동무는 어디에서 왔습니까? (저는 서울에서 왔습니다.) 동무 그렇게 말씀하지 마시라요. (말씀을 들어보니까 고향이 어디시죠?) 피양(평양)입니다. (오늘 어떻게 오시게 된 건가요?) 여기에서 사과 따는 봉사를 하려고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막 달려왔죠."]
봉사에 다부진 의지를 보이는 이들은 전국 16곳에서 모인 이른바 착한 봉사단의 단원들입니다.
단원들과 함께 '착한 봉사'에 나서 보기로 했는데요.
'착한'은 한국에 정착했다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김용/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실 팀장 : "착한 봉사단은 지역 사회에서 남한 분과 북한분들이 같이 모여서 지역 사회를 위해서 일하는 봉사단인데, 1년에 한 번은 이렇게 전국에서 모여서 연합 봉사를 합니다."]
수확의 계절을 맞아 탈북민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른바 착한 봉사단이 농촌 일손 돕기에 나섰습니다. 이들이 팔을 걷어붙인 현장에 저도 함께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봉사 장소 중 한 곳인 '통일농원'입니다.
2만 3천㎡의 과수원, 2,000그루의 사과나무에 탐스러운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가장 먼저, 사과 따는 법부터 알아봤는데요.
[김석주/사과 농장 대표 : "사과 따실 때 제일 붉은 부분 사과를 골라서 빨간 것만 딸 거예요."]
사과 꼭지가 빠지지 않도록 수확해야 한다는 신신당부가 이어집니다.
[김석주/사과 농장 대표 : "꼭지가 이렇게 잡아당겨서 빠지면 상품이 안 되고 파과(흠집 난 과일) 처리가 되는 거예요."]
봉사자들은 저마다 고향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유쾌하게 농사일을 배워나갔는데요.
["((봉사자들이) 왜 이렇게 충청도 사투리를 쓰시는 거예유?) 배왔슈."]
인천에서 왔다는 양강도 혜산 출신의 경옥 씨.
[최경옥/착한 봉사단 : "(북에서도 농사하신 경험이 있으세요?) 그렇지는 않고요. 저는 교사 출신이라 그리고 또 양강도는 사과나무가 없어서 사과나무에 달린 거 따보기는 오늘이 처음이에요."]
농사일은 처음이지만, 기꺼이 봉사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최경옥/착한 봉사단 : "수혜자로 살다 보니까 그래도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갖고 싶어서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요령은 부족하지만, 열정 가득한 마음을 담아 사과를 수확해 나가는 봉사자들.
틈틈이 북한판 풍년가를 불러보기도 하는데요.
["사과 풍년, 배 풍년, 모두 다 풍년."]
북녘의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북청' 출신 명숙 씨는 사과밭에서 문득문득 고향 생각에 잠깁니다.
[동명숙/착한 봉사단 : "저는 고향에서 옆에 사과밭이 있으니까 보고 자랐거든요. 그러니까 이거(사과)를 많이 먹어보고 해보고 하던 일이어서 너무 좋아요. 고향에 온 느낌이 사과밭에 들어오니까 확 당겨오는 거예요."]
북한의 사과 맛은 어떨까요?
얼마 전 조선중앙TV는 북청 사과 농장의 수확 풍경을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조선중앙TV/10월 21일 : "여기 북청 지방은 유명한 사과 재배 고장으로 소문났습니다."]
사과·배 품평회에선 북청 사과 맛이 일품이었다며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수확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점도 있다고 합니다.
[동명숙/착한 봉사단 : "북한에서는 사과나무 키가 크거든요. 사람이 올라갈 정도로. 그런데 이렇게 많이 안 달려요. (사과) 안에 보니까 샛노란 게 북한에는 그렇게 노랗지 않거든요."]
이렇게 남과 북의 차이점을 하나씩 터득하며 정착해 나갔다는 탈북민들.
그 과정에서 받았던 '도움'은 이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제 '봉사'를 통해 '나눔'을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박영희/착한 봉사단 :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이 이렇게 주변 분들이 저한테 해 주시는 걸 보고 너무 감동을 많이 받았거든요. 저도 받은 것만큼 베풀어야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이렇게 수확한 농산물들은 또 다른 선행에 활용된다고 하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뜻깊은 경험도 한아름씩 얻어 간다고 합니다.
봉사는 인근의 쪽파 농장에서도 계속됐습니다.
이곳에선 반가운 얼굴도 볼 수 있었는데요.
["안녕하세요."]
2017년 남한에 도착한 이후 쪽파 농사로 인생 2막을 열어간 주인공, 나현 씨를 다시 만났습니다.
[김나현/쪽파 농장 대표 : "(남북의 창 나가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시골에서 연예인이 됐어요. 쪽파 연예인이요."]
나현 씨는 김장철을 앞두고 출하량이 늘어난 요즘, 일손을 구하기 힘들어 애를 태웠다고 하는데요.
때마침 봉사자들의 방문이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웠다고 합니다.
[김나현/쪽파 농장 대표 : "시골은 제일 바쁜 상황이거든요. 그러니까 일손이 너무 바쁘고 사람이 없거든요. 그래서 오늘 봉사단체가 와서 진짜 너무너무 행복해요."]
탈북민들에게도 봉사는 뜻깊은 경험이 되고 있었는데요.
봉사단체 선후배 사이라는 두 사람.
[조어금/착한 봉사단 : "(여기 지금 봉사활동 하신 지 몇 년 되셨어요?) 저는 8년 됐고요."]
[김경희/착한 봉사단 : "저는 1년 됐습니다. 언니한테 많이 배우고 있고, 우리에게 잘 가르쳐 주려고 하거든요."
쪽파 작업을 한 수 알려주는 어금 씨.
두 사람은 봉사를 통해 남한살이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으며 끈끈한 우정을 맺어가고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봉사활동은 낯선 타향 생활에 지쳐가던 탈북민들에게 큰 활력이 된다고 합니다.
[이은희/착한 봉사단 : "집에서 혼자만 있으면서 우울해 있던 분들이 같이 어울려서 봉사활동을 하니까 너무나도 기분이 좋고 남을 도와준다는 것에 긍지를 높이고 그래요.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하루 동안 수확한 농작물들이 상자째 트럭에 실립니다.
봉사자들은 농작물을 힘껏 옮기며 기쁨을 만끽하는데요.
나눔은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보연/착한 봉사단 : "거의 320박스 정도보다 더 훨씬 많이 수확이 된 상태입니다. 전국으로 배포가 되는데 우리 취약 계층분들이 맛을 보실 수 있도록 전달이 될 예정입니다."]
'봉사'를 통해 농민들의 힘을 북돋았던 시간.
도움과 나눔을 이어가는 착한 봉사단의 따뜻한 마음을 응원해 봅니다.
벌써 11월에 들어섰는데,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해서인지 주변에서는 아쉽게도 단풍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농촌은 가을 분위기가 제법 난다고 하는데요.
막바지 수확에 한창인 곳들이 많습니다.
수확을 맞은 농가에 탈북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봉사단이 찾아 바쁜 일손을 거들었다고 합니다.
이날의 수확 작물은 사과와 쪽파라고 하는데요.
훈훈한 온정이 가득했던 봉사 현장에 장예진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선선한 가을날.
이른 오전 시간이지만, 1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충남 예산군을 찾았습니다.
사는 곳도 출신지도 제각각이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한자리에 모였다고 하는데요.
[이주옥/착한 봉사단 : "(아침부터 어디에서 오셨어요?) 전주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동무는 어디에서 왔습니까? (저는 서울에서 왔습니다.) 동무 그렇게 말씀하지 마시라요. (말씀을 들어보니까 고향이 어디시죠?) 피양(평양)입니다. (오늘 어떻게 오시게 된 건가요?) 여기에서 사과 따는 봉사를 하려고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막 달려왔죠."]
봉사에 다부진 의지를 보이는 이들은 전국 16곳에서 모인 이른바 착한 봉사단의 단원들입니다.
단원들과 함께 '착한 봉사'에 나서 보기로 했는데요.
'착한'은 한국에 정착했다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김용/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실 팀장 : "착한 봉사단은 지역 사회에서 남한 분과 북한분들이 같이 모여서 지역 사회를 위해서 일하는 봉사단인데, 1년에 한 번은 이렇게 전국에서 모여서 연합 봉사를 합니다."]
수확의 계절을 맞아 탈북민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른바 착한 봉사단이 농촌 일손 돕기에 나섰습니다. 이들이 팔을 걷어붙인 현장에 저도 함께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봉사 장소 중 한 곳인 '통일농원'입니다.
2만 3천㎡의 과수원, 2,000그루의 사과나무에 탐스러운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가장 먼저, 사과 따는 법부터 알아봤는데요.
[김석주/사과 농장 대표 : "사과 따실 때 제일 붉은 부분 사과를 골라서 빨간 것만 딸 거예요."]
사과 꼭지가 빠지지 않도록 수확해야 한다는 신신당부가 이어집니다.
[김석주/사과 농장 대표 : "꼭지가 이렇게 잡아당겨서 빠지면 상품이 안 되고 파과(흠집 난 과일) 처리가 되는 거예요."]
봉사자들은 저마다 고향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유쾌하게 농사일을 배워나갔는데요.
["((봉사자들이) 왜 이렇게 충청도 사투리를 쓰시는 거예유?) 배왔슈."]
인천에서 왔다는 양강도 혜산 출신의 경옥 씨.
[최경옥/착한 봉사단 : "(북에서도 농사하신 경험이 있으세요?) 그렇지는 않고요. 저는 교사 출신이라 그리고 또 양강도는 사과나무가 없어서 사과나무에 달린 거 따보기는 오늘이 처음이에요."]
농사일은 처음이지만, 기꺼이 봉사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최경옥/착한 봉사단 : "수혜자로 살다 보니까 그래도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갖고 싶어서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요령은 부족하지만, 열정 가득한 마음을 담아 사과를 수확해 나가는 봉사자들.
틈틈이 북한판 풍년가를 불러보기도 하는데요.
["사과 풍년, 배 풍년, 모두 다 풍년."]
북녘의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북청' 출신 명숙 씨는 사과밭에서 문득문득 고향 생각에 잠깁니다.
[동명숙/착한 봉사단 : "저는 고향에서 옆에 사과밭이 있으니까 보고 자랐거든요. 그러니까 이거(사과)를 많이 먹어보고 해보고 하던 일이어서 너무 좋아요. 고향에 온 느낌이 사과밭에 들어오니까 확 당겨오는 거예요."]
북한의 사과 맛은 어떨까요?
얼마 전 조선중앙TV는 북청 사과 농장의 수확 풍경을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조선중앙TV/10월 21일 : "여기 북청 지방은 유명한 사과 재배 고장으로 소문났습니다."]
사과·배 품평회에선 북청 사과 맛이 일품이었다며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수확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점도 있다고 합니다.
[동명숙/착한 봉사단 : "북한에서는 사과나무 키가 크거든요. 사람이 올라갈 정도로. 그런데 이렇게 많이 안 달려요. (사과) 안에 보니까 샛노란 게 북한에는 그렇게 노랗지 않거든요."]
이렇게 남과 북의 차이점을 하나씩 터득하며 정착해 나갔다는 탈북민들.
그 과정에서 받았던 '도움'은 이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제 '봉사'를 통해 '나눔'을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박영희/착한 봉사단 :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이 이렇게 주변 분들이 저한테 해 주시는 걸 보고 너무 감동을 많이 받았거든요. 저도 받은 것만큼 베풀어야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이렇게 수확한 농산물들은 또 다른 선행에 활용된다고 하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뜻깊은 경험도 한아름씩 얻어 간다고 합니다.
봉사는 인근의 쪽파 농장에서도 계속됐습니다.
이곳에선 반가운 얼굴도 볼 수 있었는데요.
["안녕하세요."]
2017년 남한에 도착한 이후 쪽파 농사로 인생 2막을 열어간 주인공, 나현 씨를 다시 만났습니다.
[김나현/쪽파 농장 대표 : "(남북의 창 나가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시골에서 연예인이 됐어요. 쪽파 연예인이요."]
나현 씨는 김장철을 앞두고 출하량이 늘어난 요즘, 일손을 구하기 힘들어 애를 태웠다고 하는데요.
때마침 봉사자들의 방문이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웠다고 합니다.
[김나현/쪽파 농장 대표 : "시골은 제일 바쁜 상황이거든요. 그러니까 일손이 너무 바쁘고 사람이 없거든요. 그래서 오늘 봉사단체가 와서 진짜 너무너무 행복해요."]
탈북민들에게도 봉사는 뜻깊은 경험이 되고 있었는데요.
봉사단체 선후배 사이라는 두 사람.
[조어금/착한 봉사단 : "(여기 지금 봉사활동 하신 지 몇 년 되셨어요?) 저는 8년 됐고요."]
[김경희/착한 봉사단 : "저는 1년 됐습니다. 언니한테 많이 배우고 있고, 우리에게 잘 가르쳐 주려고 하거든요."
쪽파 작업을 한 수 알려주는 어금 씨.
두 사람은 봉사를 통해 남한살이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으며 끈끈한 우정을 맺어가고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봉사활동은 낯선 타향 생활에 지쳐가던 탈북민들에게 큰 활력이 된다고 합니다.
[이은희/착한 봉사단 : "집에서 혼자만 있으면서 우울해 있던 분들이 같이 어울려서 봉사활동을 하니까 너무나도 기분이 좋고 남을 도와준다는 것에 긍지를 높이고 그래요.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하루 동안 수확한 농작물들이 상자째 트럭에 실립니다.
봉사자들은 농작물을 힘껏 옮기며 기쁨을 만끽하는데요.
나눔은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보연/착한 봉사단 : "거의 320박스 정도보다 더 훨씬 많이 수확이 된 상태입니다. 전국으로 배포가 되는데 우리 취약 계층분들이 맛을 보실 수 있도록 전달이 될 예정입니다."]
'봉사'를 통해 농민들의 힘을 북돋았던 시간.
도움과 나눔을 이어가는 착한 봉사단의 따뜻한 마음을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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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로 미래로] 사과·쪽파 한아름…탈북민 농촌 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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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1-02 08:25:38
- 수정2024-11-02 08:33:28
[앵커]
벌써 11월에 들어섰는데,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해서인지 주변에서는 아쉽게도 단풍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농촌은 가을 분위기가 제법 난다고 하는데요.
막바지 수확에 한창인 곳들이 많습니다.
수확을 맞은 농가에 탈북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봉사단이 찾아 바쁜 일손을 거들었다고 합니다.
이날의 수확 작물은 사과와 쪽파라고 하는데요.
훈훈한 온정이 가득했던 봉사 현장에 장예진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선선한 가을날.
이른 오전 시간이지만, 1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충남 예산군을 찾았습니다.
사는 곳도 출신지도 제각각이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한자리에 모였다고 하는데요.
[이주옥/착한 봉사단 : "(아침부터 어디에서 오셨어요?) 전주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동무는 어디에서 왔습니까? (저는 서울에서 왔습니다.) 동무 그렇게 말씀하지 마시라요. (말씀을 들어보니까 고향이 어디시죠?) 피양(평양)입니다. (오늘 어떻게 오시게 된 건가요?) 여기에서 사과 따는 봉사를 하려고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막 달려왔죠."]
봉사에 다부진 의지를 보이는 이들은 전국 16곳에서 모인 이른바 착한 봉사단의 단원들입니다.
단원들과 함께 '착한 봉사'에 나서 보기로 했는데요.
'착한'은 한국에 정착했다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김용/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실 팀장 : "착한 봉사단은 지역 사회에서 남한 분과 북한분들이 같이 모여서 지역 사회를 위해서 일하는 봉사단인데, 1년에 한 번은 이렇게 전국에서 모여서 연합 봉사를 합니다."]
수확의 계절을 맞아 탈북민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른바 착한 봉사단이 농촌 일손 돕기에 나섰습니다. 이들이 팔을 걷어붙인 현장에 저도 함께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봉사 장소 중 한 곳인 '통일농원'입니다.
2만 3천㎡의 과수원, 2,000그루의 사과나무에 탐스러운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가장 먼저, 사과 따는 법부터 알아봤는데요.
[김석주/사과 농장 대표 : "사과 따실 때 제일 붉은 부분 사과를 골라서 빨간 것만 딸 거예요."]
사과 꼭지가 빠지지 않도록 수확해야 한다는 신신당부가 이어집니다.
[김석주/사과 농장 대표 : "꼭지가 이렇게 잡아당겨서 빠지면 상품이 안 되고 파과(흠집 난 과일) 처리가 되는 거예요."]
봉사자들은 저마다 고향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유쾌하게 농사일을 배워나갔는데요.
["((봉사자들이) 왜 이렇게 충청도 사투리를 쓰시는 거예유?) 배왔슈."]
인천에서 왔다는 양강도 혜산 출신의 경옥 씨.
[최경옥/착한 봉사단 : "(북에서도 농사하신 경험이 있으세요?) 그렇지는 않고요. 저는 교사 출신이라 그리고 또 양강도는 사과나무가 없어서 사과나무에 달린 거 따보기는 오늘이 처음이에요."]
농사일은 처음이지만, 기꺼이 봉사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최경옥/착한 봉사단 : "수혜자로 살다 보니까 그래도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갖고 싶어서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요령은 부족하지만, 열정 가득한 마음을 담아 사과를 수확해 나가는 봉사자들.
틈틈이 북한판 풍년가를 불러보기도 하는데요.
["사과 풍년, 배 풍년, 모두 다 풍년."]
북녘의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북청' 출신 명숙 씨는 사과밭에서 문득문득 고향 생각에 잠깁니다.
[동명숙/착한 봉사단 : "저는 고향에서 옆에 사과밭이 있으니까 보고 자랐거든요. 그러니까 이거(사과)를 많이 먹어보고 해보고 하던 일이어서 너무 좋아요. 고향에 온 느낌이 사과밭에 들어오니까 확 당겨오는 거예요."]
북한의 사과 맛은 어떨까요?
얼마 전 조선중앙TV는 북청 사과 농장의 수확 풍경을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조선중앙TV/10월 21일 : "여기 북청 지방은 유명한 사과 재배 고장으로 소문났습니다."]
사과·배 품평회에선 북청 사과 맛이 일품이었다며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수확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점도 있다고 합니다.
[동명숙/착한 봉사단 : "북한에서는 사과나무 키가 크거든요. 사람이 올라갈 정도로. 그런데 이렇게 많이 안 달려요. (사과) 안에 보니까 샛노란 게 북한에는 그렇게 노랗지 않거든요."]
이렇게 남과 북의 차이점을 하나씩 터득하며 정착해 나갔다는 탈북민들.
그 과정에서 받았던 '도움'은 이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제 '봉사'를 통해 '나눔'을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박영희/착한 봉사단 :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이 이렇게 주변 분들이 저한테 해 주시는 걸 보고 너무 감동을 많이 받았거든요. 저도 받은 것만큼 베풀어야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이렇게 수확한 농산물들은 또 다른 선행에 활용된다고 하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뜻깊은 경험도 한아름씩 얻어 간다고 합니다.
봉사는 인근의 쪽파 농장에서도 계속됐습니다.
이곳에선 반가운 얼굴도 볼 수 있었는데요.
["안녕하세요."]
2017년 남한에 도착한 이후 쪽파 농사로 인생 2막을 열어간 주인공, 나현 씨를 다시 만났습니다.
[김나현/쪽파 농장 대표 : "(남북의 창 나가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시골에서 연예인이 됐어요. 쪽파 연예인이요."]
나현 씨는 김장철을 앞두고 출하량이 늘어난 요즘, 일손을 구하기 힘들어 애를 태웠다고 하는데요.
때마침 봉사자들의 방문이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웠다고 합니다.
[김나현/쪽파 농장 대표 : "시골은 제일 바쁜 상황이거든요. 그러니까 일손이 너무 바쁘고 사람이 없거든요. 그래서 오늘 봉사단체가 와서 진짜 너무너무 행복해요."]
탈북민들에게도 봉사는 뜻깊은 경험이 되고 있었는데요.
봉사단체 선후배 사이라는 두 사람.
[조어금/착한 봉사단 : "(여기 지금 봉사활동 하신 지 몇 년 되셨어요?) 저는 8년 됐고요."]
[김경희/착한 봉사단 : "저는 1년 됐습니다. 언니한테 많이 배우고 있고, 우리에게 잘 가르쳐 주려고 하거든요."
쪽파 작업을 한 수 알려주는 어금 씨.
두 사람은 봉사를 통해 남한살이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으며 끈끈한 우정을 맺어가고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봉사활동은 낯선 타향 생활에 지쳐가던 탈북민들에게 큰 활력이 된다고 합니다.
[이은희/착한 봉사단 : "집에서 혼자만 있으면서 우울해 있던 분들이 같이 어울려서 봉사활동을 하니까 너무나도 기분이 좋고 남을 도와준다는 것에 긍지를 높이고 그래요.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하루 동안 수확한 농작물들이 상자째 트럭에 실립니다.
봉사자들은 농작물을 힘껏 옮기며 기쁨을 만끽하는데요.
나눔은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보연/착한 봉사단 : "거의 320박스 정도보다 더 훨씬 많이 수확이 된 상태입니다. 전국으로 배포가 되는데 우리 취약 계층분들이 맛을 보실 수 있도록 전달이 될 예정입니다."]
'봉사'를 통해 농민들의 힘을 북돋았던 시간.
도움과 나눔을 이어가는 착한 봉사단의 따뜻한 마음을 응원해 봅니다.
벌써 11월에 들어섰는데,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해서인지 주변에서는 아쉽게도 단풍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농촌은 가을 분위기가 제법 난다고 하는데요.
막바지 수확에 한창인 곳들이 많습니다.
수확을 맞은 농가에 탈북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봉사단이 찾아 바쁜 일손을 거들었다고 합니다.
이날의 수확 작물은 사과와 쪽파라고 하는데요.
훈훈한 온정이 가득했던 봉사 현장에 장예진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선선한 가을날.
이른 오전 시간이지만, 1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충남 예산군을 찾았습니다.
사는 곳도 출신지도 제각각이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한자리에 모였다고 하는데요.
[이주옥/착한 봉사단 : "(아침부터 어디에서 오셨어요?) 전주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동무는 어디에서 왔습니까? (저는 서울에서 왔습니다.) 동무 그렇게 말씀하지 마시라요. (말씀을 들어보니까 고향이 어디시죠?) 피양(평양)입니다. (오늘 어떻게 오시게 된 건가요?) 여기에서 사과 따는 봉사를 하려고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막 달려왔죠."]
봉사에 다부진 의지를 보이는 이들은 전국 16곳에서 모인 이른바 착한 봉사단의 단원들입니다.
단원들과 함께 '착한 봉사'에 나서 보기로 했는데요.
'착한'은 한국에 정착했다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김용/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실 팀장 : "착한 봉사단은 지역 사회에서 남한 분과 북한분들이 같이 모여서 지역 사회를 위해서 일하는 봉사단인데, 1년에 한 번은 이렇게 전국에서 모여서 연합 봉사를 합니다."]
수확의 계절을 맞아 탈북민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른바 착한 봉사단이 농촌 일손 돕기에 나섰습니다. 이들이 팔을 걷어붙인 현장에 저도 함께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봉사 장소 중 한 곳인 '통일농원'입니다.
2만 3천㎡의 과수원, 2,000그루의 사과나무에 탐스러운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가장 먼저, 사과 따는 법부터 알아봤는데요.
[김석주/사과 농장 대표 : "사과 따실 때 제일 붉은 부분 사과를 골라서 빨간 것만 딸 거예요."]
사과 꼭지가 빠지지 않도록 수확해야 한다는 신신당부가 이어집니다.
[김석주/사과 농장 대표 : "꼭지가 이렇게 잡아당겨서 빠지면 상품이 안 되고 파과(흠집 난 과일) 처리가 되는 거예요."]
봉사자들은 저마다 고향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유쾌하게 농사일을 배워나갔는데요.
["((봉사자들이) 왜 이렇게 충청도 사투리를 쓰시는 거예유?) 배왔슈."]
인천에서 왔다는 양강도 혜산 출신의 경옥 씨.
[최경옥/착한 봉사단 : "(북에서도 농사하신 경험이 있으세요?) 그렇지는 않고요. 저는 교사 출신이라 그리고 또 양강도는 사과나무가 없어서 사과나무에 달린 거 따보기는 오늘이 처음이에요."]
농사일은 처음이지만, 기꺼이 봉사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최경옥/착한 봉사단 : "수혜자로 살다 보니까 그래도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갖고 싶어서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요령은 부족하지만, 열정 가득한 마음을 담아 사과를 수확해 나가는 봉사자들.
틈틈이 북한판 풍년가를 불러보기도 하는데요.
["사과 풍년, 배 풍년, 모두 다 풍년."]
북녘의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북청' 출신 명숙 씨는 사과밭에서 문득문득 고향 생각에 잠깁니다.
[동명숙/착한 봉사단 : "저는 고향에서 옆에 사과밭이 있으니까 보고 자랐거든요. 그러니까 이거(사과)를 많이 먹어보고 해보고 하던 일이어서 너무 좋아요. 고향에 온 느낌이 사과밭에 들어오니까 확 당겨오는 거예요."]
북한의 사과 맛은 어떨까요?
얼마 전 조선중앙TV는 북청 사과 농장의 수확 풍경을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조선중앙TV/10월 21일 : "여기 북청 지방은 유명한 사과 재배 고장으로 소문났습니다."]
사과·배 품평회에선 북청 사과 맛이 일품이었다며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수확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점도 있다고 합니다.
[동명숙/착한 봉사단 : "북한에서는 사과나무 키가 크거든요. 사람이 올라갈 정도로. 그런데 이렇게 많이 안 달려요. (사과) 안에 보니까 샛노란 게 북한에는 그렇게 노랗지 않거든요."]
이렇게 남과 북의 차이점을 하나씩 터득하며 정착해 나갔다는 탈북민들.
그 과정에서 받았던 '도움'은 이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제 '봉사'를 통해 '나눔'을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박영희/착한 봉사단 :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이 이렇게 주변 분들이 저한테 해 주시는 걸 보고 너무 감동을 많이 받았거든요. 저도 받은 것만큼 베풀어야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이렇게 수확한 농산물들은 또 다른 선행에 활용된다고 하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뜻깊은 경험도 한아름씩 얻어 간다고 합니다.
봉사는 인근의 쪽파 농장에서도 계속됐습니다.
이곳에선 반가운 얼굴도 볼 수 있었는데요.
["안녕하세요."]
2017년 남한에 도착한 이후 쪽파 농사로 인생 2막을 열어간 주인공, 나현 씨를 다시 만났습니다.
[김나현/쪽파 농장 대표 : "(남북의 창 나가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시골에서 연예인이 됐어요. 쪽파 연예인이요."]
나현 씨는 김장철을 앞두고 출하량이 늘어난 요즘, 일손을 구하기 힘들어 애를 태웠다고 하는데요.
때마침 봉사자들의 방문이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웠다고 합니다.
[김나현/쪽파 농장 대표 : "시골은 제일 바쁜 상황이거든요. 그러니까 일손이 너무 바쁘고 사람이 없거든요. 그래서 오늘 봉사단체가 와서 진짜 너무너무 행복해요."]
탈북민들에게도 봉사는 뜻깊은 경험이 되고 있었는데요.
봉사단체 선후배 사이라는 두 사람.
[조어금/착한 봉사단 : "(여기 지금 봉사활동 하신 지 몇 년 되셨어요?) 저는 8년 됐고요."]
[김경희/착한 봉사단 : "저는 1년 됐습니다. 언니한테 많이 배우고 있고, 우리에게 잘 가르쳐 주려고 하거든요."
쪽파 작업을 한 수 알려주는 어금 씨.
두 사람은 봉사를 통해 남한살이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으며 끈끈한 우정을 맺어가고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봉사활동은 낯선 타향 생활에 지쳐가던 탈북민들에게 큰 활력이 된다고 합니다.
[이은희/착한 봉사단 : "집에서 혼자만 있으면서 우울해 있던 분들이 같이 어울려서 봉사활동을 하니까 너무나도 기분이 좋고 남을 도와준다는 것에 긍지를 높이고 그래요.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하루 동안 수확한 농작물들이 상자째 트럭에 실립니다.
봉사자들은 농작물을 힘껏 옮기며 기쁨을 만끽하는데요.
나눔은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보연/착한 봉사단 : "거의 320박스 정도보다 더 훨씬 많이 수확이 된 상태입니다. 전국으로 배포가 되는데 우리 취약 계층분들이 맛을 보실 수 있도록 전달이 될 예정입니다."]
'봉사'를 통해 농민들의 힘을 북돋았던 시간.
도움과 나눔을 이어가는 착한 봉사단의 따뜻한 마음을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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