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동에선) 트럼프 당선은 이란에게 악몽…서방과 ‘관계개선’ 희망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해법은?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11.07 (06:01)
수정 2024.11.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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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선 확정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중동 국가 정상 중에서 미국 대선 결과를 주목하며 가장 초조하게 지켜본 이는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일 겁니다. 아마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이란에겐 악몽일 수 있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하니예가 자신의 취임식 참석차 방문했다 암살당했을 때도 즉각적인 대응보다 외교 행보를 밟은 뒤에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섰습니다. 이후에도 서방 세계와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꾸준히 보냈습니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총회에서는 “평화를 원하며, '이란 핵 합의' 즉 JCPOA 복원을 위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대화를 희망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이란 경제제재 복원에 서명한 트럼프 (2019년 6월 24일)
■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란은 '악연' 일색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란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나쁜 인연 일색입니다.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JCPOA(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했습니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정권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었으며, JCPOA를 최악의 합의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같은 해 8월, 11월 대이란 경제 제재를 두 차례에 걸쳐 복원했습니다. 석유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은 이란은 회복세였던 경제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이후로도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입니다.
트럼트 전 대통령은 군사적으로도 이란에 명확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2019년 4월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했고, 2020년 1월에는 거셈 술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드론 공습해 암살했습니다.
외교적으로는 이란 고립 전술을 펼쳤습니다.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아랍과 이스라엘을 묶는 대신 ‘이란 시아 벨트’를 압박했습니다. 2020년 9월,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 이스라엘이 미국 백악관에서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해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수단도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했습니다. 가자지구 전쟁이 아니었다면 사우디아라비아도 협정을 맺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외교 성과 중의 하나로 꼽히는 게 바로 아브라함 협정 체결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날 이란 테헤란 가판대 신문 (2024년 1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에도 이란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지난 10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을 고민할 때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앞선 지난 9월에는 이란이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이란을 산산조각 내겠다고 경고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협상 재개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정에 이란 군부 수뇌부는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알리 파다비 장군 이슬람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란 정부 대변인은 선거 결과에 초연한 듯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파네메 모하제라니 이란 정부 대변인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이 없다“며 ”모든 필요한 계획이 사전에 세워졌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아직 미 대선 결과에 대해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성명이 나온다면, 표현에서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속내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일방적 핵 합의 탈퇴에 반발해 이란이 보인 강경 노선은 이란 경제와 이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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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중동에선) 트럼프 당선은 이란에게 악몽…서방과 ‘관계개선’ 희망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해법은?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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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1-07 06:01:25
- 수정2024-11-07 06:01:46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중동 국가 정상 중에서 미국 대선 결과를 주목하며 가장 초조하게 지켜본 이는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일 겁니다. 아마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이란에겐 악몽일 수 있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하니예가 자신의 취임식 참석차 방문했다 암살당했을 때도 즉각적인 대응보다 외교 행보를 밟은 뒤에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섰습니다. 이후에도 서방 세계와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꾸준히 보냈습니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총회에서는 “평화를 원하며, '이란 핵 합의' 즉 JCPOA 복원을 위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대화를 희망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란은 '악연' 일색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란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나쁜 인연 일색입니다.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JCPOA(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했습니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정권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었으며, JCPOA를 최악의 합의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같은 해 8월, 11월 대이란 경제 제재를 두 차례에 걸쳐 복원했습니다. 석유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은 이란은 회복세였던 경제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이후로도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입니다.
트럼트 전 대통령은 군사적으로도 이란에 명확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2019년 4월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했고, 2020년 1월에는 거셈 술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드론 공습해 암살했습니다.
외교적으로는 이란 고립 전술을 펼쳤습니다.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아랍과 이스라엘을 묶는 대신 ‘이란 시아 벨트’를 압박했습니다. 2020년 9월,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 이스라엘이 미국 백악관에서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해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수단도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했습니다. 가자지구 전쟁이 아니었다면 사우디아라비아도 협정을 맺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외교 성과 중의 하나로 꼽히는 게 바로 아브라함 협정 체결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에도 이란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지난 10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을 고민할 때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앞선 지난 9월에는 이란이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이란을 산산조각 내겠다고 경고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협상 재개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정에 이란 군부 수뇌부는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알리 파다비 장군 이슬람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란 정부 대변인은 선거 결과에 초연한 듯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파네메 모하제라니 이란 정부 대변인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이 없다“며 ”모든 필요한 계획이 사전에 세워졌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아직 미 대선 결과에 대해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성명이 나온다면, 표현에서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속내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일방적 핵 합의 탈퇴에 반발해 이란이 보인 강경 노선은 이란 경제와 이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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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개형 기자 the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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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24 미국 대선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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