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버그 대사, 한국 못 떠날 듯…계엄과 탄핵을 바라보는 미국의 생각
입력 2024.12.12 (17:22)
수정 2024.12.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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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한국을 떠나려고 인사를 다니던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이임을 눈앞에 두고 부임지에서 사상 초유의 계엄 선포 파동과 탄핵 정국이 벌어졌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골드버그 대사가 1월 중순 한국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 이임 인사 다니던 골드버그 미국 대사, 이임 미뤄질 듯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기 행정부를 출범할 때 각국 대사관에 외교 전문을 보내 정무직 대사(political appointee)들은 일괄 사임을 요구하고 취임일까지 임지를 떠나도록 했습니다.
미국의 대사 중 정무직은 70%에 해당합니다. 이번에도 비슷합니다. 미국의 대부분 정무직 대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날에 맞춰 임지를 떠납니다.
그러나 골드버그 대사는 정무직 대사가 아닙니다. 35년간 외교관으로 일하고 미국에서 직업 외교관 중 최고위직인 ‘경력 대사(Career Ambassador)’를 달았습니다. 다만 이미 정년을 넘겨 은퇴했다가 한국에 다시 복귀한 것이어서, 이번 1월 정권 교체 때 함께 이임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하지만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골드버그 대사의 이임 연기가 검토되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골드버그 대사의 실제 임기는 내년 7월까지입니다.
급박하고 엄중하게 돌아가는 현재 상황에 대사를 빼고 부대사에게 맡기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 신임 대사를 임명하면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 절차 등을 거쳐 대통령의 신임장을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가 원만히 이뤄지기도 어려운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주요국 대사를 속속 지명하고 있지만, 아직 주한미국대사는 지명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최종 판단은 한국의 상황을 본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의해 결정될 겁니다.
■ 골드버그 대사, '내정간섭' 우려…적극 행보, 소극 발언
계엄령 선포를 사전에 듣지 못한 골드버그 대사는 TV로 계엄령 선포를 본 이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등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안 된 거로 확인됐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어제(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잘못된 정세 판단과 상황 판단으로 해서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잘못된 정보를 주어 혼란스럽게)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답답함을 호소했고, 결국 우리 정부의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미국 국무부의 반응이 나오게 됐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당시 "TV를 보고 상황을 알았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윤석열 정부 사람들과는 상종을 못 하겠다"고 본국에 보고했다는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주장에 대해선, 대사가 직접 "전혀 사실이 아니다(utterly false)"라고 밝혔습니다. 대사가 주재국 국회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정면 반박한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내정 간섭' 우려를 의식해 발언을 매우 조심하고 있는 거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외교 대화가 새어나가는 것에 민감해하고 있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6일 영국대사관에서 미국 주도의 정보공유협의체, 파이브아이즈(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대사들이 모여서 계엄 파동에 대해 이야기 나눴는데, 이때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지만, 골드버그 대사는 '내정 간섭'을 우려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진 않은 거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6일 회동한 파이브아이즈(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대사들
■ 골드버그 대사, 한동훈은 만나고 이재명은 안 만난 이유는?
골드버그 대사는 계엄령 파동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과 8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났고 9일엔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났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 8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겐 '한덕수-한동훈 공동 국정운영 체제'가 한국의 헌법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제기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선출되지 않은 총리와 여당 대표의 국정 운영이 법치주의에 부합하는지 물은 거로 해석됩니다.
또 한 총리와 한동훈 대표를 만나서는 현재 군 통수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북한 도발 등 유사시 누구와 대화해야 하는지 등을 물은 거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은 유사시 연합 작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군 통수권이 사실상 공백인 점을 엄중하게 보고 있는 겁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오늘(12일)로 예정돼 있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예방 일정은 최근 취소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오는 토요일 탄핵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 대사가 야당 대표를 예방하는 게, 마치 탄핵에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판단한 거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가치 외교'를 탄핵 사유로 담은 야당을 접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 때문에 취소했다고 분석합니다. 민주당 등 야 6당은 지난 7일 표결한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서 탄핵 사유에 윤 정부의 '가치 외교'를 적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 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중 "또한 소위 가치외교라는 미명 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침으로써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전쟁의 위기를 촉발시켜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 의무를 내팽개쳐 왔다." |
대통령의 통치 권한인 외교까지 탄핵 사유를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자, 14일 표결될 탄핵소추안에서는 이 내용이 빠질 거로 전해졌습니다. 따라서 이 때문에 이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고는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국의 군 통수권과 외교 책임 권한은 아직 윤 대통령에게 있다
■ 계엄과 탄핵을 바라보는 미국의 고민…철통 동맹에서 '관리 대상'으로
이번 계엄령 파동으로 '한미동맹'은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미국과 함께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도했던 한국이, 미국과 상의도 하지 않은 채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사실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군인들이 창문을 깨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들어가는 모습을 TV로 봤고, 아무리 연락해도 한국 주요 당국자들은 연결도 되지 않았던 겁니다.
국무부 2인자인 커트 캠벨 부장관이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이례적으로 비판 것이나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습니다.
특히 2만 8천 명이 넘는 주한미군이 있기 때문에 미국은 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군 통수권이 누구에게 있느냐' 계속 따져 묻는 이유입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의 충격과 실망은 상상 이상이며, 한국 정부에 대한 정책이 꽤 우선순위에 올라와 있다"고 밝혔습니다.
철통같은 동맹에서 미국 정부의 '관리 대상'으로 바뀐 현실 속에서, 앞으로 상처 입은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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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24-12-12 17:22:58
다음 달 한국을 떠나려고 인사를 다니던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이임을 눈앞에 두고 부임지에서 사상 초유의 계엄 선포 파동과 탄핵 정국이 벌어졌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골드버그 대사가 1월 중순 한국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 이임 인사 다니던 골드버그 미국 대사, 이임 미뤄질 듯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기 행정부를 출범할 때 각국 대사관에 외교 전문을 보내 정무직 대사(political appointee)들은 일괄 사임을 요구하고 취임일까지 임지를 떠나도록 했습니다.
미국의 대사 중 정무직은 70%에 해당합니다. 이번에도 비슷합니다. 미국의 대부분 정무직 대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날에 맞춰 임지를 떠납니다.
그러나 골드버그 대사는 정무직 대사가 아닙니다. 35년간 외교관으로 일하고 미국에서 직업 외교관 중 최고위직인 ‘경력 대사(Career Ambassador)’를 달았습니다. 다만 이미 정년을 넘겨 은퇴했다가 한국에 다시 복귀한 것이어서, 이번 1월 정권 교체 때 함께 이임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하지만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골드버그 대사의 이임 연기가 검토되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골드버그 대사의 실제 임기는 내년 7월까지입니다.
급박하고 엄중하게 돌아가는 현재 상황에 대사를 빼고 부대사에게 맡기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 신임 대사를 임명하면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 절차 등을 거쳐 대통령의 신임장을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가 원만히 이뤄지기도 어려운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주요국 대사를 속속 지명하고 있지만, 아직 주한미국대사는 지명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최종 판단은 한국의 상황을 본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의해 결정될 겁니다.
■ 골드버그 대사, '내정간섭' 우려…적극 행보, 소극 발언
계엄령 선포를 사전에 듣지 못한 골드버그 대사는 TV로 계엄령 선포를 본 이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등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안 된 거로 확인됐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어제(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잘못된 정세 판단과 상황 판단으로 해서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잘못된 정보를 주어 혼란스럽게)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답답함을 호소했고, 결국 우리 정부의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미국 국무부의 반응이 나오게 됐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당시 "TV를 보고 상황을 알았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윤석열 정부 사람들과는 상종을 못 하겠다"고 본국에 보고했다는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주장에 대해선, 대사가 직접 "전혀 사실이 아니다(utterly false)"라고 밝혔습니다. 대사가 주재국 국회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정면 반박한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내정 간섭' 우려를 의식해 발언을 매우 조심하고 있는 거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외교 대화가 새어나가는 것에 민감해하고 있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6일 영국대사관에서 미국 주도의 정보공유협의체, 파이브아이즈(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대사들이 모여서 계엄 파동에 대해 이야기 나눴는데, 이때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지만, 골드버그 대사는 '내정 간섭'을 우려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진 않은 거로 알려졌습니다.
■ 골드버그 대사, 한동훈은 만나고 이재명은 안 만난 이유는?
골드버그 대사는 계엄령 파동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과 8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났고 9일엔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났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 8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겐 '한덕수-한동훈 공동 국정운영 체제'가 한국의 헌법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제기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선출되지 않은 총리와 여당 대표의 국정 운영이 법치주의에 부합하는지 물은 거로 해석됩니다.
또 한 총리와 한동훈 대표를 만나서는 현재 군 통수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북한 도발 등 유사시 누구와 대화해야 하는지 등을 물은 거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은 유사시 연합 작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군 통수권이 사실상 공백인 점을 엄중하게 보고 있는 겁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오늘(12일)로 예정돼 있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예방 일정은 최근 취소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오는 토요일 탄핵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 대사가 야당 대표를 예방하는 게, 마치 탄핵에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판단한 거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가치 외교'를 탄핵 사유로 담은 야당을 접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 때문에 취소했다고 분석합니다. 민주당 등 야 6당은 지난 7일 표결한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서 탄핵 사유에 윤 정부의 '가치 외교'를 적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 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중 "또한 소위 가치외교라는 미명 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침으로써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전쟁의 위기를 촉발시켜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 의무를 내팽개쳐 왔다." |
대통령의 통치 권한인 외교까지 탄핵 사유를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자, 14일 표결될 탄핵소추안에서는 이 내용이 빠질 거로 전해졌습니다. 따라서 이 때문에 이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고는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계엄과 탄핵을 바라보는 미국의 고민…철통 동맹에서 '관리 대상'으로
이번 계엄령 파동으로 '한미동맹'은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미국과 함께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도했던 한국이, 미국과 상의도 하지 않은 채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사실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군인들이 창문을 깨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들어가는 모습을 TV로 봤고, 아무리 연락해도 한국 주요 당국자들은 연결도 되지 않았던 겁니다.
국무부 2인자인 커트 캠벨 부장관이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이례적으로 비판 것이나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습니다.
특히 2만 8천 명이 넘는 주한미군이 있기 때문에 미국은 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군 통수권이 누구에게 있느냐' 계속 따져 묻는 이유입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의 충격과 실망은 상상 이상이며, 한국 정부에 대한 정책이 꽤 우선순위에 올라와 있다"고 밝혔습니다.
철통같은 동맹에서 미국 정부의 '관리 대상'으로 바뀐 현실 속에서, 앞으로 상처 입은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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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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