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애경·SK케미칼 유죄 판결 파기환송

대법원이 신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판매 한 혐의로 기소된 제조·판매사 전직 임직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금고 4년형을 선고한 원심이 과실범의 공동정법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들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주 원료인 가습기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등을 제조 또는 판매해 12명을 사망하게 하고 86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다만, CMIT와 MIT는 옥시가 판매한 유해 가습기 살균제의 주 성분(PHMG)과는 전혀 다른 원료입니다.

1심 재판부는 CMIT, MIT 성분과 피해자들의 폐질환 발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CMIT, MIT 성분과 피해자들의 사망,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이 사건 피고인들이 업무상과실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 살균제의 주원료는 CMIT/MIT로, 이는 관련 사건 주원료의 PHMG와는 전혀 다르다"면서 "이 사건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에 관해 공동의 인식을 하거나 묵시적 의사연락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과실의 공동정범을 인정해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만으로 사망 또는 상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파기환송심에서 더 심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들이 무죄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7월 PHMG, PGH 계열의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발병 등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