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김대중] 영원한 선생님 김대중의 유산 - 사회학자 한상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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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DJ탄생 100년「다시 만난 김대중」은 KBS 광주총국이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준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월 1회 제작해 '뉴스 7 광주전남'과 '광주전남 9시 뉴스'에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산은 무엇인지, 어떻게 계승할 것인지를 주제로 다뤘습니다. 중민(中民)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사회학자이자 김대중 정부 당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한상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한 내용 가운데 방송에 내보내지 못한 한상진 교수의 말을 정리해 기사화했음을 알려드립니다.
■ 대통령 김대중, 무엇이 달랐나
우리가 다 기억하고 있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되던 당시 이미 외환위기가 왔습니다. 첫날부터 외환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과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 당시의 외환위기라고 하는 것은 표현으로 '6·25 이후에 최대의 국난이다.'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대우 같은 대기업이 무너지니까요. 중소기업이 막 무너지고 엄청나게 많은 노동자 또는 사무직원들이 다 해고당하는 상황이거든요. 정말 국난이었어요. 이걸 헤쳐가는 선장이 되어서 일을 하니까…
당시 전반적인 사회적인 분위기는 한국은 그래도 산업화에 성공하고 평화적 정권 교체가 되니까 민주화도 순조롭게 간다라고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보니까 우리 사회가 그동안에 숨겨져 왔었던 온갖 위험이나 위기의 경향들이 난폭하게 서로 증폭되고 터지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이 험난한 위험사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고 하는 게 김대중 전 대통령한테는 최대의 과제가 되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 화두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을 많이 하셨는데 그때 1998년 대통령 되신 첫 해 8·15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서「제2 건국」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7개 항목을 주장합니다. 사실은 이「제2 건국」이라는 것을 대통령 기념 취임사에 넣을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취임사에까지 이걸 넣으면 너무 급격한 인상을 줄 것 같다는 판단에서 좀 미루고 있었던 것인데 취임하고 상황이 굉장히 어려워지고 하니까 '이제는 정말 우리가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겠다.' 그래서 화두로 삼은 것이「제2 건국」이라는 화두입니다.
■ 정보화로「제2 건국」의 문을 열다
「제2 건국」이란 것은 결국 '나라의 근본을 새로, 바로 세워야 하겠다'라는 그런 거거든요. 이 근본을 어떻게 새로 세울 것이냐를 가지고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정말 싸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우리는 전체적인 국가의 품격을 일신시켜야 하고, 그럴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가 따질 때 김대중 대통령이 결국 발견한 것은 '정보화'예요.
'IT 혁명을 하자' 그 혁명을 가지고 기업도 투명하게 만들고, 정부도 투명하게 하고, 노동시장도 투명하게 하고, 금융도 , 교육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사회 전체의 투명성과 생산성을 높여서 우리 사회가 꼭 정부·기업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품질이 향상되도록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측면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모든 생활 각 부문에 있어서 정보를 투명하게 만들고, 접근하게끔 해주고, 공유할 수 있게끔 해서 그걸 통해서 서로 합의·협의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제2 건국」이라고 하는 화두는 당시 상황에서 그걸 추진하는 주체를 설정할 적에 아직 IT 산업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거두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을 취했어요. 그래서 각 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유지들이 많이 참여하는 그런 방식으로 「제2 건국」 운동이 추진되다 보니까 이권과 연관돼 있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고 해서 이미지가 좀 나빠지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운동이 됐습니다. 저도 그건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데 그러나 지금 제가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정말 고심했던 것은 바로 '엄청난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호의 선장이 돼서 이 위험사회를 어떻게 새로운 반석 위에 놓아 이끌어 갈 것인가' 이것이 최대 화두였고, 그것을 끌어가는 개념으로「제2 건국」을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인 2004년 정도에「제2 건국」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개념이 이제 외국 학계에서 발전되기 시작해요. 그게「제2 근대」라는 개념입니다.
■ 위험사회 극복을 위한 처방「제2 근대」
김대중 대통령의 위상이나 유산을 새롭게 발전시켜 가는 길은 단순히 김대중 대통령이 얼마나 훌륭한 지도자였고, 인동초로서 수많은 고통 속에서 어떻게 생존해서 자신의 목표를 실현했는가라고 하는 이런 수준에 머무르지 말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혹하게 판단하고, 엄청난 위험사회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위험사회를 넘는데 있어서 어떤 안내자 또는 새로운 지평, 새로운 시각, 이걸 제공해 주는 선각적인 사상을 갖고 있는 지도자로 김대중 대통령을 봐야 된다. 이런 생각을 저로서는 많이 하는 거죠.
근대라고 하면 앞에 있는 편의상「제1 근대」 보통 근대화라고 부르는 거고, 근대화라고 부를 때는 무엇보다도 과학기술에 의한 산업화, 그래서 사회 구조가 전체적으로 산업의 방향으로 육성되어 가는 큰 체질 변화죠. 농촌사회, 전통사회에서부터 산업사회로 이행해 가는 커다란 역사적인 변동이 하나의 축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래도 권위주의 정치 체제로부터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되어 가는 것이 근대화의 2개의 축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근대화는 굉장히 좋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요. 근대의 우리가 지금까지 신봉해 왔었던 낙관론적인 역사관이에요. 그런데 의도치 않게 우리가 직면한 것은 이런 낙관론적인 결과가 아니고 엄청난 위험사회입니다.
그리고 위험사회는 보통 큰 화재·교통사고 이런 정도가 아니고 사실은 지구적인 문제가 되고, 기후 온난화 같은 데서 발견하는 것처럼 인류의 생존과 연관되는 문제로 지금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얼마나 더 오래 생존할 거냐…위험사회 문제의 지평은 굉장히 넓고 깊어졌어요. 그래서 그 위험사회에 대한 정치 철학적인 진단과 해법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제기되는 질문은 과학기술에 근거해서 그동안 성취해 온 근대화의 결실을 결코 부정해서는 안 되지만 의도치 않게 결과적으로 가져온 세계적인 위험사회 현상을 직시하고 이것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자각이에요. 이 같은 질문이 국제사회에서, 사회과학계에서, 철학계에서 나오기 시작하고, 처방으로 등장한 것이 「제2 근대」란 말이에요. 「제2 근대」는 「제1 근대」를 부정하지 않아요. 같이 가는 거예요. 그렇지만 의도치 않았던 부작용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과학기술에 의해서 이 문제를 처방한다는 것은 해결이 어렵다. 그것이 아니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면 어떤 접근이 필요한가. 이걸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 사회에서도 이 시각이 1990년대 이미 도입은 됐습니다. 왜냐하면 1994년에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이듬해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대구 지하철 참사까지… 엄청난 폭발적인 사고들이 이렇게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이게 단순한 우연이 아니고 우리가 지금까지 추구했던 굉장히 돌진적인 어떤 근대화, 학계에서는 압축 성장이라고 부르는 데 압축적 근대화의 불가피한 결과로 나왔기 때문에 이것을 극복하려고 하면 뭔가 발전 전략 그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 성찰이 일찍부터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해결하는 방법· 개념으로써「제2 근대」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2004년인가 그 이후에 일이에요. 결국은 한국을 포함해서 우리 세계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글로벌한 문제에 대한 대응입니다.
■「제2 건국」과 「제2 근대」무엇이 닮았나
한국은 근대화에서 눈부시게 많은 성공· 성과를 거둔 나라지만 그만큼 또, 빠르게 우리가 발전해 온 과정에서 위험의 요소와 조건들이 어느 나라보다도 더 많이 사회 내부에 들어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특별한 경각심과 대책·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겠죠. 그것을 하려고 하면 '우리가 오늘 어디에 서 있는가?' '정치는 뭘 해야 하는가?' '민생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과거와 같은 낙관론적인 입장에서만 아니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현실을 날카롭게 보고, 거기에 대응하는 자세로 출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이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이것과 연관해서 저는 김대중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에요.
김대중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제2 근대」라는 개념은 2004년 이후에야 나오기 때문에 그분의 머릿속에는「제2 건국」이 있었어요. 그런데「제2 건국」과「제2 근대」라는 개념은 서로 상통합니다.「제2 건국」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 나라와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운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성장 위주로 앞만 바라보고 질주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고, 이제는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근대를 추진해 가는 그런 전략을 필요로한다는 겁니다.
그분의 머릿속에는 한국의 미래라고 하는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선견지명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을 「제2 근대」라는 용어로 풀어내지 않았어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그의 모든 정책은 따지고 보면 단순한 근대가 아니고 「제2 근대」로 넘어가는 어떤 문지방에서 그분을 자신의 역할을 했고, 또 그러한 어떤 선구적인 역할을 그분이 하셨다. 이걸 우리가 받아서 그 정신을 가지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을 극복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위험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는 불신과 분열이에요. 우리 사회는 정치 불신이 너무 심하고, 특히 남북 분단으로부터 오는 게 굉장히 강하고, 각 부문에서 굉장히 많은 위험사회 요인이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고 하는 굉장히 깊은 고뇌 속에서 결국 햇볕 정책이라고 하는 것도 나오게 되는 거고, 많은 정보와 혁신도 나오게 되고, 세계화를 향한 경쟁이라든지 보편적 세계주의라든지 이런 대단히 큰 정치적인 화두를 던질 수 있었던 분이 김대중 대통령입니다. 이런 정도의 세계사적 전망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정치를 하고, 정책을 구현하고 하려고 노력했던… 그런 눈을 갖고 있는 정치 지도자는 없습니다. 동아시아에는 진짜 없고, 세계적으로 보아도 그럴 만큼 특출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분은 결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참 우리가 갖고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이렇게 생각하죠.
■ 시대정신에 맞춰 재창조한 충과 효
전통을 시대정신에 맞춰 재창조했다는 것은 아주 굉장히 좋은 포인트예요. 사람들이 그걸 잘 이해 못해요. 그리고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아요. 저는 이게 굉장히 중요한 어떤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신 후에 바로 얼마 있다가 아마 98년 3월인가 될 거예요. 그때 그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성균관장을 모시고 모두 145명인가 되는 전국의 유림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화두를 던졌습니다.
"충효(忠孝)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의 생각이었어요. 그게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분이 그때 제창한 것 중에 핵심은 '충(忠)이라고 하는 건 뭐냐, 과거의 충은 임금 또는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었다. 또는 국가에 대한 충성이었다. 오늘날 민주주의 시대에 충이라는 것은 이게 아니다. 충은 국민에 대한 충성이다' 라고 개념을 바꿉니다.
그럼, 국민에 대한 충성이라고 하는 건 뭐냐. '상위 공직자가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불의한 것을 명령하고 부정을 하고 하는 것이 있으면 거부하고 고발해라' 그분의 메시지예요. 충이라고 하는 게 맹목적으로 위에 있는 지도자를 따라가는 과거의 그런 종속적인 충이 아니고, 국민을 위한 충성이기 때문에 국민의 관점에서 국민의 이익· 안전·권리· 인권을 부정하는 명령이 만일 위로부터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공직자상을 우리가 만들어 가야 되는데 그 핵심은 뭐냐 그런 명령에 대해서는 복종하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거기에 대해서 저항하고 그걸 고발해야 한다. 그래서 그게 굉장히, 아주 파격적인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효, 효는 주로 자식이 부모한테 효도를 하죠. 그건 물론 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고 이제는 '사회가 부모를 모시는 그런 대대적인 사업을 해야 한다'고 해서 결국 복지 정책으로 가고 사회보장제도로 갔습니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서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이제 사회보장 제도라고 하는 것이 도입이 되는데 그게 효의 개념을 이렇게 재구성한 그런 것이거든요.그래서 그 당시에 그 화두 '충효를 어떻게 재구성해서 국가 발전 목표로 연결할 것이냐?'라는 것은 민주주의 시대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우선 굉장히 중요하죠. 과거의 유교가 아니고 현대적인 유교입니다. 그다음에 두 번째로 바로 이 정신으로 우리에게 있는 여러 가지 전통 산업을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결합시켜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자는 게 김대중 대통령의 뜻이에요.
■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탄생한 전통
신소재 산업이라고도 부르는데 말하자면 옛날부터 있었던 기술인데 그걸 자연에서 나무·잎·꽃잎· 바닥의 줄기에서 새로운 소재를 갖고 와서 굉장히 고성능· 고품질의 의류나 스카프, 이런 걸 만들어내는 섬유 신소재 산업, 신 섬유 산업이라고 하는 걸 만들어냅니다. 전통적인 산업을 다시 한번 되돌아봐서 그 안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걸 취해서 디지털 산업·테크놀로지와 결합하면 엄청나게 많은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해서 여러 가지로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일러 말하기를 신지식인이다. 신지식인이란 꼭 좋은 대학교에서 좋은 교육만 받아서도 되는 게 아니고 바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새로운 눈으로 보고 정보를 가공하고… 그래서 '방법지'라고 불렀어요.
단순한 실물지, 실물 지식이 아니라 방법지입니다. 어떻게 새로운 걸 만들어내느냐는 방법지를 터득하게 되면 그분들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무수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그런 힘이 축적돼 일부 산업 중심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점점 더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선진사회로 진입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하는데 있어서 전통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거죠. 전통문화와 또는 전통 속에 가려져 있는 우리의 문화적인 역량, 이런 것을 새롭게 발굴해서 발전해 가는 디지털 산업 (이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건 박정희 시대 때는 없었던 거니까요.) 과 연관시켜 과거에는 기대할 수 없었던 엄청난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신산업이 만들어지고, 신소재 산업이 만들어지고, 그걸 통해서 국력이 증가하고 국가 경쟁력이 증가한다. 이걸 일찌감치 본 분이 그분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많은 정책을 추구했고 많은 성공을 거뒀습니다.
단순한 어떤 실용적인 측면을 일찌감치 파악한 뭐랄까 그분 말씀대로 하면 '서생적인 문제의식과 상인적인 계산' 이런 것이 다 같이 있어야 된다고. 그렇게 이제 비유적으로 설명했지만 그분의 생각 속에 있었던 것은 한국이 여러가지 부분에 걸친 풍부한 문화적인 유산을 가지고 있고, 잠재적인 요소를 전통이지만 잘 발굴해서 그냥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이 아니고… 말하자면 새로운 시대의 무기죠. 디지털 산업하고 연관시키면 엄청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난다라고 하는 걸 봤다고 하는 겁니다. 그분이 독서를 많이 해서 그런 거예요. 지식정보 혁명을 미리 봤어요. 토플러의 제3의 혁명이라고 하는 것도 미리 봤고, 또 이렇게 대화했던 내용을 보면 이미 그 가능성을 일찌감치 보고 있었습니다.
이분이 대통령이 당선됨으로써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추구할 수 있었는데 그건 저항이 그만큼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저항이 없었다고 하는 것은 또, 무슨 뜻이냐면 나라가 국난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거기에 대해서 저항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밀고 나간 겁니다. 보통의 시국이라고 하면 또 갑론을박이 됩니다. 예컨대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놓을 때 얼마나 논쟁이 심했습니까? 굉장히 심했거든요. 그런데 지식정보화 산업으로 갈 적에는 그런 논쟁이 없었어요. 다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왜냐하면 나라가 지금 만신창이고 6·25 이후에 최대의 국난인데 이걸 헤쳐가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하는데 누가 그걸 반대하겠습니까? 다들 박수 치고 환영하고 사람들이 다 빨리 나서가지고 정보와 기술을 습득을 하자 이렇게 되니까. 고속 정보망 소통도 빨라지고 가입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그래서 굉장히 비약적으로 빠른 속도로 사회 전체가 지식정보사회로 편입이 된 거죠.
■김대중의 '생산적 복지'란 무엇인가
그전의 복지 정책은 일부 있기는 있었지만 대체로 보아서는 일종의 낙수 효과라고 부르는 것, 성장이 먼저 가면 분배 효과가 당연히 그 밑에 있는 사람들한테도 생기니까 그것이 결국은 복지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다소 소극적인 생각이었습니다. 복지 정책이 가장 기초적인 면에서 아주 제한돼 있던 것인데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 워낙 상황이 나쁘니까 수많은 실직자,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는 상황이고 말하자면 기업의 투명성 제고· 책임성 강화를 한편에서 강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광범위하게 보장해 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IMF라든지 국제기구도 다 찬성해서 복지 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됐는데 그것을 이름하여 생산적 복지라고 불렀습니다. 그때의 생산적이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봐요.
보통 복지 정책이라고 하면 분배적인 걸 얘기합니다. 특히 현금으로 나눠져서 받는 것, 분배적 시혜를 베푸는… 권리는 권리지만 하여튼 국민들로서는 받는 입장이죠.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초생활이 가능하도록 보장해 주는 그런 의미에 있어서 분배를 많이 생각합니다. 생산적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 분배 정책의 결과가 좁은 의미에서는 '경제적 생산 측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쓰이는 것이 좋겠다' 이런 뜻이 있어요. 결과적으로 같은 복지 정책이라 하더라도 노동시장을 향해서 일자리 창출 쪽으로 가서 새로운 직업 능력을 개발하는 데 복지 정책(지원)을 많이 투입을 해준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작업에 엄청난 투자를 해준다라고 하면, 쉽게 말하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건강이 보장되는 사람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복지 혜택을 받아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고, 가급적이면 일을 하도록 그래서 생산적인 효과를 가져오도록 하는 그런 의미에서 생산적이라는 것이 일차적인 뜻이에요.
그런데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복지 원래 뜻은 그게 아니다. 복지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고 그래서 이런 취업 여부· 노동 생산성 여부를 떠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권리의 일환으로 보장해 줘야지, 생산적이라고 하는 말을 붙일 필요가 없지 않느냐라고 하는 의미에서… 사람들이 생산적 복지를 너무 신자유주의적인 구상이다라고 해서 비판을 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생산적이라고 우리가 이야기할 때는 이 복지가 단순히 정부의 정책 ·복지기금에 의해서 필요한 사람한테 분배해주는 형태가 아니고 그 복지의 부담, 복지를 수급하는 사람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 사회의 성원으로서 직업을 갖고 능력을 발휘함으로 인해서 그 복지를 전달하는 방식과 실현되는 결과에 있어 사회 전체가 좀 더 활력 있게 되살아나는 그런 사회를 만들자라고 하는 뜻이 '생산적'인의 뜻에 포함되어져 있다 생각합니다.전통적인 복지 모델로 가면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냐면 복지를 담당하는 관료가 굉장히 많아집니다. 수적으로 그리고 복지를 전달하는 체계가 굉장히 복잡해져요. 거기에 들어가는 경비가 실제로 복지 수혜자들한테 가는 경비 못지않게 계속 증가하고, 관료주의의 병폐를 가져오는 경향이 많아요. 스웨덴에서도 직면하고 있는 그런 문제입니다. 국가가 중심이 되어서 복지를 그냥 수혜자한테 일방적으로 주는 방식이 아니고 사회가 동원이 돼야 돼요.
같은 복지라 하더라도 예컨대 가정을 살리는 방향으로 복지 정책을 구현해 주면, 누가 아프다고 할 적에 가족 성원들이 그 아픈 가족을 돌봐주는 방향으로 복지 정책을 써주면 그 효과가 단순히 그 아픈 사람 문병이나 간병을 해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허물어져 가고 있는 가족이라고 하는 제도 자체도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됩니다. 공동체를 되찾는 그런 의미에서 고유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어떤 방식으로 복지 정책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이게 요즘 우리가 얘기하는 생산적이라고 하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좀 더 활력 있게 움직이자. 그냥 복지정책이라고 하는 이름하에서 비대한 정부가 나와서 관료 중심으로 해서 복지 정책을 쓰고 돈을 복지기금을 만들어서 돈을 분배하고 하는 방식이 아니고, 사회 전체가 나서가지고 문제를 공동으로 협력해서 풀어가는 협치를 해가자는 것이죠. 사회적 협치의 관점에서 복지 문제를 해결해 가면 복지의 효과는 경제적으로도 생산적이지만 사회적으로도 훨씬 활성화 된다는 의미입니다.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점점 기능이 쇠약해지고 기능을 상실해 가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가족 ·이웃·친구 여러 가지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복지 정책이 구현되면 이건 일거양득 , 일거 3득이다. 훨씬 더 생산적이다. 이렇게 포괄적인 의미로 생산적이라고 하는 의미로 해석하면 저는 상당히 현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지금 돌아가고 있는 추세도 바로 이런 거라고 볼 수 있어요. 더 이상 정부가 앞서서 모든 걸 해결한 것이 아니라는 거죠.이제는 시민사회가 같이 나서는 복지의 협치 체제라고 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한 거고, 그것을 김대중 대통령께서 일찌감치 그렇게까지 뚜렷하게 보시지는 못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이름하여 '생산적'이라고 일단 명명하신 것이 아니겠느냐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는 거죠.
■ 동아시아의 독보적인 코스모폴리탄 정치인 김대중
조금 어려운 얘기예요. 보통 이제 글로벌리즘이라고 하면 서구적인 발상이거든요. 서구가 세계 문명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그래서 그걸 받아들이는데… 사실은 김대중 대통령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아주 긍정적인 부분이 있고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분을 이야기할 때 보편적 세계주의라고 얘기했을 때 그것을 영어로 얘기하면 '유니버설 글로벌리즘(Universal Globalism)'이라 불러요. 본인이 그걸 추천했어요. 중요한 점은 그때의 글로벌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가 오늘날 얘기하는 인간 중심의 세상을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그때 글로벌리즘은 생태 환경을 다 고려해서 인간과 자연 생태가 더불어 같이 공존하는 어떤 새로운 문명, 그리고 이제 유니버설이라고 하는 것은 서구가 발전시켜 온 인권· 제도·민주주의, 이것을 보편적으로 적용하지만, 글로벌리즘이라고 하는 용어를 붙임으로해서 단순히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같이 생존해야지 될 지구· 환경·태양·물과 모든 자연, 이것과 같이 더불어 가는 그런 세상을 이분은 꿈꿨습니다.
이분이 대통령이 되시기 전에 하신 말씀을 들으면 그런 생각이 많았던 분이에요. 막상 대통령이 되신 다음에 인권을 신장시키고 여성 권리를 신장시키고 하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인권 확장에는 눈부신 공적을 남겼어요. 그러나 방금 얘기한 것처럼 자연 생태계와 공존을 추구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어느 정도 추구했느냐 성과를 거뒀느냐라고 하면 그건 아니에요. 여유가 없었어요. 시간도 없었고요.
그래서 그 부분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분의 머릿속에 있었던 '보편적 세계주의'는 오늘날 지금 얘기하고 있는 인류세 (Anthropocene)의 문제, 인간 이후에 이 세상의 문제, 인간의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기후 위험과 같은 심각한 위험을 대처해 가는 방향으로서의 개념입니다. 말하자면 생태계의 공존 생태계와 더불어 사는 어떤 그러한 미래를 향한 비전을 이분은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 정도의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지도자는 세계에 그렇게 없다. 그걸 지금 저는 강조하려는 거죠.
우리의 사고방식이 물론 한국이라고 하는, 따지고 보면 조그마한 땅덩어리 안에 있지만 한국이라고 하는 곳은 동서 문화의 활발한 접합이 일어나는 곳이고, 전통과 현대가 상호 결합되는 그리고 세계 어느 곳보다도 굉장히 적극적인 시민이 많은 활동을 하는 곳이 지금 한국이거든요. 외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도 한국의 잠재력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고 주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오늘의 한국 사회의 활력을 새롭게 인식하고 그것에 입각해서 우리가 펼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 - 오늘날 인류세가 얘기하고 있는 인간 중심적인 미래가 아니고 생태적인 미래, 그런 미래를 향해 가는 어떤 이념이나 또는 사상을 이분이 가지고 있었다.
이 부분을 우리가 잘 조명하고 거기에 착안해서 새로운 정책과 또는 정치 철학을 발전시켜 가면 아마도 굉장히 세계가 환영하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대중은 현재와 미래를 보는 나침판"
김대중 대통령의 유산은 상당히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일생 동안 정치 탄압을 많이 받으셨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정의의 확립을 강조했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든다' 항상 중요한 문구였습니다. 정의를 확립하려고 하면 불의를 극복해야지 돼요. 부정부패를 포함을 해서 부정한 행동, 광범위한 인권유린 이런 것들을 우리가 정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처벌해야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의가 확립이 안 되는 거예요.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유산의 진짜 알맹이는 정의 확립에 필요한 조건이지만 그러나 정의가 모든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닙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생각하는 정치의 기본 목적은 '정의를 구현하면서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입니다. 우리로 하여금 면밀히 숙고하도록 요구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과 연관해서 우리가 꼭 눈여겨봐야 될 것이 있습니다. 예컨대 나치가 홀로코스트, 유대인을 대량 학살했습니다.( 전범이) 법정에 세워졌어요. 다 처벌을 받았죠. 그리고 전범들을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다시 체포해서 법정에 세우고 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럴 때 '과연 어떤 것이 정의냐'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할 때 잘못한 사람을 응징하는 것은 정의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우리가 진짜 해야될 것은 가해자의 목소리를 우리가 들을 수 있어야지 된다.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입니다. 한나 아렌트가 유대인이에요.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분노했던 분이지만 '가해자를 영원히 지구상에서 매장시키고 추방하고 하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의 목소리를 우리가 들을 수 있어야 된다. 그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을 했는지 그때 상황을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우리가 들을 수 있어야 된다.' 라고 했습니다. 소통의 문제로 들어가는 거예요.
이제 구체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가 될 텐데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을 하고, 국기 문란뿐만 아니라 내란죄에 해당되는 엄청난 범죄 행위를 저질렀지만 그리고 그런 행위와 더불어서 깊게 연관된 사람들 ·행동들· 결정들 이런 것들의 진실을 밝혀서 필요 정의를 확립하고 말하는 어떤 그런 과정을 우리가 밟아야지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김대중 대통령의 메시지를 우리가 깊게 살핀다고 하면 이러한 잘못된 사람들을 영구히 매장시키거나 추방하거나 모든 권한을 박탈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면 결국은 또 뜻하지 아니한 어떠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항상 있는 것이고 그것을 회피하려고 하면 그 사람의 말을 우리가 들을 수 있어야 된다. 여기에 핵심적인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해석해요. 첫째는, 정의를 확립하자. 엄청난 잘못이 저질러졌다. 누구도 용인할 수 없고 세계를 향해서 국가 위신을 폭락시킨 분이고, 보통 사람은 상식으로 생각해 봐서 있을 수 없는 그런 결정을 혼자 아니면 극소수 사람들이 결단을 해서 만드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용서할 수 없는 국기 문란 사태고, 내란죄에 해당되는 거다' 라는 합의에 우리가 도달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따라서 응징을 할 수 있는, 해야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통의 관점· 한나 아렌트의 관점, 또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적을 사면하고 용서하는' 그런 정신으로 놓고 본다고 하면 우리는 이러한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그냥 쓰레기로 생각해서 버리는 게 아니고 그 이야기를 우리가 귀담아들을 수 있어야 된다라고 하는 메시지로 저한테는 들립니다. 그러면 결국 뭘 얘기하느냐?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상황에서 정국을 어떻게 보았는가? 왜 이 사람은 정국을 위기로 보았는가? 비상계엄이라고 하는 것이 절대 성립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런 얼토당토 않는 조치를 내리는 것은 정말 범죄적인 행동이지만 그러나 그 배경에 작용했던 당시 상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은 과연 어떤 것들이었는가. 그리고 그 인식 가운데서 혹시 우리가 귀담아들을 수 있는 것은 없는가. 이것을 좀 열린 눈으로 보는 것, 저는 이것이 오늘의 이 난국을 헤쳐가는 하나의 중요한 뭐랄까 나침판이라고 할까 지침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다시 만난 김대중]⑩ 위기 넘어 새 시대로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37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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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만난 김대중] 영원한 선생님 김대중의 유산 - 사회학자 한상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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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1-16 07:03:57
■ 대통령 김대중, 무엇이 달랐나
우리가 다 기억하고 있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되던 당시 이미 외환위기가 왔습니다. 첫날부터 외환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과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 당시의 외환위기라고 하는 것은 표현으로 '6·25 이후에 최대의 국난이다.'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대우 같은 대기업이 무너지니까요. 중소기업이 막 무너지고 엄청나게 많은 노동자 또는 사무직원들이 다 해고당하는 상황이거든요. 정말 국난이었어요. 이걸 헤쳐가는 선장이 되어서 일을 하니까…
당시 전반적인 사회적인 분위기는 한국은 그래도 산업화에 성공하고 평화적 정권 교체가 되니까 민주화도 순조롭게 간다라고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보니까 우리 사회가 그동안에 숨겨져 왔었던 온갖 위험이나 위기의 경향들이 난폭하게 서로 증폭되고 터지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이 험난한 위험사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고 하는 게 김대중 전 대통령한테는 최대의 과제가 되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 화두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을 많이 하셨는데 그때 1998년 대통령 되신 첫 해 8·15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서「제2 건국」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7개 항목을 주장합니다. 사실은 이「제2 건국」이라는 것을 대통령 기념 취임사에 넣을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취임사에까지 이걸 넣으면 너무 급격한 인상을 줄 것 같다는 판단에서 좀 미루고 있었던 것인데 취임하고 상황이 굉장히 어려워지고 하니까 '이제는 정말 우리가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겠다.' 그래서 화두로 삼은 것이「제2 건국」이라는 화두입니다.
■ 정보화로「제2 건국」의 문을 열다
「제2 건국」이란 것은 결국 '나라의 근본을 새로, 바로 세워야 하겠다'라는 그런 거거든요. 이 근본을 어떻게 새로 세울 것이냐를 가지고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정말 싸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우리는 전체적인 국가의 품격을 일신시켜야 하고, 그럴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가 따질 때 김대중 대통령이 결국 발견한 것은 '정보화'예요.
'IT 혁명을 하자' 그 혁명을 가지고 기업도 투명하게 만들고, 정부도 투명하게 하고, 노동시장도 투명하게 하고, 금융도 , 교육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사회 전체의 투명성과 생산성을 높여서 우리 사회가 꼭 정부·기업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품질이 향상되도록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측면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모든 생활 각 부문에 있어서 정보를 투명하게 만들고, 접근하게끔 해주고, 공유할 수 있게끔 해서 그걸 통해서 서로 합의·협의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제2 건국」이라고 하는 화두는 당시 상황에서 그걸 추진하는 주체를 설정할 적에 아직 IT 산업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거두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을 취했어요. 그래서 각 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유지들이 많이 참여하는 그런 방식으로 「제2 건국」 운동이 추진되다 보니까 이권과 연관돼 있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고 해서 이미지가 좀 나빠지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운동이 됐습니다. 저도 그건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데 그러나 지금 제가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정말 고심했던 것은 바로 '엄청난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호의 선장이 돼서 이 위험사회를 어떻게 새로운 반석 위에 놓아 이끌어 갈 것인가' 이것이 최대 화두였고, 그것을 끌어가는 개념으로「제2 건국」을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인 2004년 정도에「제2 건국」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개념이 이제 외국 학계에서 발전되기 시작해요. 그게「제2 근대」라는 개념입니다.
■ 위험사회 극복을 위한 처방「제2 근대」
김대중 대통령의 위상이나 유산을 새롭게 발전시켜 가는 길은 단순히 김대중 대통령이 얼마나 훌륭한 지도자였고, 인동초로서 수많은 고통 속에서 어떻게 생존해서 자신의 목표를 실현했는가라고 하는 이런 수준에 머무르지 말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혹하게 판단하고, 엄청난 위험사회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위험사회를 넘는데 있어서 어떤 안내자 또는 새로운 지평, 새로운 시각, 이걸 제공해 주는 선각적인 사상을 갖고 있는 지도자로 김대중 대통령을 봐야 된다. 이런 생각을 저로서는 많이 하는 거죠.
근대라고 하면 앞에 있는 편의상「제1 근대」 보통 근대화라고 부르는 거고, 근대화라고 부를 때는 무엇보다도 과학기술에 의한 산업화, 그래서 사회 구조가 전체적으로 산업의 방향으로 육성되어 가는 큰 체질 변화죠. 농촌사회, 전통사회에서부터 산업사회로 이행해 가는 커다란 역사적인 변동이 하나의 축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래도 권위주의 정치 체제로부터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되어 가는 것이 근대화의 2개의 축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근대화는 굉장히 좋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요. 근대의 우리가 지금까지 신봉해 왔었던 낙관론적인 역사관이에요. 그런데 의도치 않게 우리가 직면한 것은 이런 낙관론적인 결과가 아니고 엄청난 위험사회입니다.
그리고 위험사회는 보통 큰 화재·교통사고 이런 정도가 아니고 사실은 지구적인 문제가 되고, 기후 온난화 같은 데서 발견하는 것처럼 인류의 생존과 연관되는 문제로 지금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얼마나 더 오래 생존할 거냐…위험사회 문제의 지평은 굉장히 넓고 깊어졌어요. 그래서 그 위험사회에 대한 정치 철학적인 진단과 해법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제기되는 질문은 과학기술에 근거해서 그동안 성취해 온 근대화의 결실을 결코 부정해서는 안 되지만 의도치 않게 결과적으로 가져온 세계적인 위험사회 현상을 직시하고 이것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자각이에요. 이 같은 질문이 국제사회에서, 사회과학계에서, 철학계에서 나오기 시작하고, 처방으로 등장한 것이 「제2 근대」란 말이에요. 「제2 근대」는 「제1 근대」를 부정하지 않아요. 같이 가는 거예요. 그렇지만 의도치 않았던 부작용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과학기술에 의해서 이 문제를 처방한다는 것은 해결이 어렵다. 그것이 아니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면 어떤 접근이 필요한가. 이걸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 사회에서도 이 시각이 1990년대 이미 도입은 됐습니다. 왜냐하면 1994년에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이듬해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대구 지하철 참사까지… 엄청난 폭발적인 사고들이 이렇게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이게 단순한 우연이 아니고 우리가 지금까지 추구했던 굉장히 돌진적인 어떤 근대화, 학계에서는 압축 성장이라고 부르는 데 압축적 근대화의 불가피한 결과로 나왔기 때문에 이것을 극복하려고 하면 뭔가 발전 전략 그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 성찰이 일찍부터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해결하는 방법· 개념으로써「제2 근대」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2004년인가 그 이후에 일이에요. 결국은 한국을 포함해서 우리 세계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글로벌한 문제에 대한 대응입니다.
■「제2 건국」과 「제2 근대」무엇이 닮았나
한국은 근대화에서 눈부시게 많은 성공· 성과를 거둔 나라지만 그만큼 또, 빠르게 우리가 발전해 온 과정에서 위험의 요소와 조건들이 어느 나라보다도 더 많이 사회 내부에 들어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특별한 경각심과 대책·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겠죠. 그것을 하려고 하면 '우리가 오늘 어디에 서 있는가?' '정치는 뭘 해야 하는가?' '민생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과거와 같은 낙관론적인 입장에서만 아니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현실을 날카롭게 보고, 거기에 대응하는 자세로 출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이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이것과 연관해서 저는 김대중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에요.
김대중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제2 근대」라는 개념은 2004년 이후에야 나오기 때문에 그분의 머릿속에는「제2 건국」이 있었어요. 그런데「제2 건국」과「제2 근대」라는 개념은 서로 상통합니다.「제2 건국」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 나라와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운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성장 위주로 앞만 바라보고 질주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고, 이제는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근대를 추진해 가는 그런 전략을 필요로한다는 겁니다.
그분의 머릿속에는 한국의 미래라고 하는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선견지명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을 「제2 근대」라는 용어로 풀어내지 않았어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그의 모든 정책은 따지고 보면 단순한 근대가 아니고 「제2 근대」로 넘어가는 어떤 문지방에서 그분을 자신의 역할을 했고, 또 그러한 어떤 선구적인 역할을 그분이 하셨다. 이걸 우리가 받아서 그 정신을 가지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을 극복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위험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는 불신과 분열이에요. 우리 사회는 정치 불신이 너무 심하고, 특히 남북 분단으로부터 오는 게 굉장히 강하고, 각 부문에서 굉장히 많은 위험사회 요인이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고 하는 굉장히 깊은 고뇌 속에서 결국 햇볕 정책이라고 하는 것도 나오게 되는 거고, 많은 정보와 혁신도 나오게 되고, 세계화를 향한 경쟁이라든지 보편적 세계주의라든지 이런 대단히 큰 정치적인 화두를 던질 수 있었던 분이 김대중 대통령입니다. 이런 정도의 세계사적 전망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정치를 하고, 정책을 구현하고 하려고 노력했던… 그런 눈을 갖고 있는 정치 지도자는 없습니다. 동아시아에는 진짜 없고, 세계적으로 보아도 그럴 만큼 특출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분은 결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참 우리가 갖고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이렇게 생각하죠.
■ 시대정신에 맞춰 재창조한 충과 효
전통을 시대정신에 맞춰 재창조했다는 것은 아주 굉장히 좋은 포인트예요. 사람들이 그걸 잘 이해 못해요. 그리고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아요. 저는 이게 굉장히 중요한 어떤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신 후에 바로 얼마 있다가 아마 98년 3월인가 될 거예요. 그때 그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성균관장을 모시고 모두 145명인가 되는 전국의 유림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화두를 던졌습니다.
"충효(忠孝)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의 생각이었어요. 그게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분이 그때 제창한 것 중에 핵심은 '충(忠)이라고 하는 건 뭐냐, 과거의 충은 임금 또는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었다. 또는 국가에 대한 충성이었다. 오늘날 민주주의 시대에 충이라는 것은 이게 아니다. 충은 국민에 대한 충성이다' 라고 개념을 바꿉니다.
그럼, 국민에 대한 충성이라고 하는 건 뭐냐. '상위 공직자가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불의한 것을 명령하고 부정을 하고 하는 것이 있으면 거부하고 고발해라' 그분의 메시지예요. 충이라고 하는 게 맹목적으로 위에 있는 지도자를 따라가는 과거의 그런 종속적인 충이 아니고, 국민을 위한 충성이기 때문에 국민의 관점에서 국민의 이익· 안전·권리· 인권을 부정하는 명령이 만일 위로부터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공직자상을 우리가 만들어 가야 되는데 그 핵심은 뭐냐 그런 명령에 대해서는 복종하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거기에 대해서 저항하고 그걸 고발해야 한다. 그래서 그게 굉장히, 아주 파격적인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효, 효는 주로 자식이 부모한테 효도를 하죠. 그건 물론 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고 이제는 '사회가 부모를 모시는 그런 대대적인 사업을 해야 한다'고 해서 결국 복지 정책으로 가고 사회보장제도로 갔습니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서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이제 사회보장 제도라고 하는 것이 도입이 되는데 그게 효의 개념을 이렇게 재구성한 그런 것이거든요.그래서 그 당시에 그 화두 '충효를 어떻게 재구성해서 국가 발전 목표로 연결할 것이냐?'라는 것은 민주주의 시대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우선 굉장히 중요하죠. 과거의 유교가 아니고 현대적인 유교입니다. 그다음에 두 번째로 바로 이 정신으로 우리에게 있는 여러 가지 전통 산업을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결합시켜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자는 게 김대중 대통령의 뜻이에요.
■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탄생한 전통
신소재 산업이라고도 부르는데 말하자면 옛날부터 있었던 기술인데 그걸 자연에서 나무·잎·꽃잎· 바닥의 줄기에서 새로운 소재를 갖고 와서 굉장히 고성능· 고품질의 의류나 스카프, 이런 걸 만들어내는 섬유 신소재 산업, 신 섬유 산업이라고 하는 걸 만들어냅니다. 전통적인 산업을 다시 한번 되돌아봐서 그 안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걸 취해서 디지털 산업·테크놀로지와 결합하면 엄청나게 많은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해서 여러 가지로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일러 말하기를 신지식인이다. 신지식인이란 꼭 좋은 대학교에서 좋은 교육만 받아서도 되는 게 아니고 바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새로운 눈으로 보고 정보를 가공하고… 그래서 '방법지'라고 불렀어요.
단순한 실물지, 실물 지식이 아니라 방법지입니다. 어떻게 새로운 걸 만들어내느냐는 방법지를 터득하게 되면 그분들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무수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그런 힘이 축적돼 일부 산업 중심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점점 더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선진사회로 진입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하는데 있어서 전통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거죠. 전통문화와 또는 전통 속에 가려져 있는 우리의 문화적인 역량, 이런 것을 새롭게 발굴해서 발전해 가는 디지털 산업 (이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건 박정희 시대 때는 없었던 거니까요.) 과 연관시켜 과거에는 기대할 수 없었던 엄청난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신산업이 만들어지고, 신소재 산업이 만들어지고, 그걸 통해서 국력이 증가하고 국가 경쟁력이 증가한다. 이걸 일찌감치 본 분이 그분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많은 정책을 추구했고 많은 성공을 거뒀습니다.
단순한 어떤 실용적인 측면을 일찌감치 파악한 뭐랄까 그분 말씀대로 하면 '서생적인 문제의식과 상인적인 계산' 이런 것이 다 같이 있어야 된다고. 그렇게 이제 비유적으로 설명했지만 그분의 생각 속에 있었던 것은 한국이 여러가지 부분에 걸친 풍부한 문화적인 유산을 가지고 있고, 잠재적인 요소를 전통이지만 잘 발굴해서 그냥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이 아니고… 말하자면 새로운 시대의 무기죠. 디지털 산업하고 연관시키면 엄청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난다라고 하는 걸 봤다고 하는 겁니다. 그분이 독서를 많이 해서 그런 거예요. 지식정보 혁명을 미리 봤어요. 토플러의 제3의 혁명이라고 하는 것도 미리 봤고, 또 이렇게 대화했던 내용을 보면 이미 그 가능성을 일찌감치 보고 있었습니다.
이분이 대통령이 당선됨으로써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추구할 수 있었는데 그건 저항이 그만큼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저항이 없었다고 하는 것은 또, 무슨 뜻이냐면 나라가 국난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거기에 대해서 저항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밀고 나간 겁니다. 보통의 시국이라고 하면 또 갑론을박이 됩니다. 예컨대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놓을 때 얼마나 논쟁이 심했습니까? 굉장히 심했거든요. 그런데 지식정보화 산업으로 갈 적에는 그런 논쟁이 없었어요. 다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왜냐하면 나라가 지금 만신창이고 6·25 이후에 최대의 국난인데 이걸 헤쳐가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하는데 누가 그걸 반대하겠습니까? 다들 박수 치고 환영하고 사람들이 다 빨리 나서가지고 정보와 기술을 습득을 하자 이렇게 되니까. 고속 정보망 소통도 빨라지고 가입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그래서 굉장히 비약적으로 빠른 속도로 사회 전체가 지식정보사회로 편입이 된 거죠.
■김대중의 '생산적 복지'란 무엇인가
그전의 복지 정책은 일부 있기는 있었지만 대체로 보아서는 일종의 낙수 효과라고 부르는 것, 성장이 먼저 가면 분배 효과가 당연히 그 밑에 있는 사람들한테도 생기니까 그것이 결국은 복지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다소 소극적인 생각이었습니다. 복지 정책이 가장 기초적인 면에서 아주 제한돼 있던 것인데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 워낙 상황이 나쁘니까 수많은 실직자,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는 상황이고 말하자면 기업의 투명성 제고· 책임성 강화를 한편에서 강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광범위하게 보장해 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IMF라든지 국제기구도 다 찬성해서 복지 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됐는데 그것을 이름하여 생산적 복지라고 불렀습니다. 그때의 생산적이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봐요.
보통 복지 정책이라고 하면 분배적인 걸 얘기합니다. 특히 현금으로 나눠져서 받는 것, 분배적 시혜를 베푸는… 권리는 권리지만 하여튼 국민들로서는 받는 입장이죠.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초생활이 가능하도록 보장해 주는 그런 의미에 있어서 분배를 많이 생각합니다. 생산적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 분배 정책의 결과가 좁은 의미에서는 '경제적 생산 측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쓰이는 것이 좋겠다' 이런 뜻이 있어요. 결과적으로 같은 복지 정책이라 하더라도 노동시장을 향해서 일자리 창출 쪽으로 가서 새로운 직업 능력을 개발하는 데 복지 정책(지원)을 많이 투입을 해준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작업에 엄청난 투자를 해준다라고 하면, 쉽게 말하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건강이 보장되는 사람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복지 혜택을 받아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고, 가급적이면 일을 하도록 그래서 생산적인 효과를 가져오도록 하는 그런 의미에서 생산적이라는 것이 일차적인 뜻이에요.
그런데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복지 원래 뜻은 그게 아니다. 복지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고 그래서 이런 취업 여부· 노동 생산성 여부를 떠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권리의 일환으로 보장해 줘야지, 생산적이라고 하는 말을 붙일 필요가 없지 않느냐라고 하는 의미에서… 사람들이 생산적 복지를 너무 신자유주의적인 구상이다라고 해서 비판을 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생산적이라고 우리가 이야기할 때는 이 복지가 단순히 정부의 정책 ·복지기금에 의해서 필요한 사람한테 분배해주는 형태가 아니고 그 복지의 부담, 복지를 수급하는 사람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 사회의 성원으로서 직업을 갖고 능력을 발휘함으로 인해서 그 복지를 전달하는 방식과 실현되는 결과에 있어 사회 전체가 좀 더 활력 있게 되살아나는 그런 사회를 만들자라고 하는 뜻이 '생산적'인의 뜻에 포함되어져 있다 생각합니다.전통적인 복지 모델로 가면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냐면 복지를 담당하는 관료가 굉장히 많아집니다. 수적으로 그리고 복지를 전달하는 체계가 굉장히 복잡해져요. 거기에 들어가는 경비가 실제로 복지 수혜자들한테 가는 경비 못지않게 계속 증가하고, 관료주의의 병폐를 가져오는 경향이 많아요. 스웨덴에서도 직면하고 있는 그런 문제입니다. 국가가 중심이 되어서 복지를 그냥 수혜자한테 일방적으로 주는 방식이 아니고 사회가 동원이 돼야 돼요.
같은 복지라 하더라도 예컨대 가정을 살리는 방향으로 복지 정책을 구현해 주면, 누가 아프다고 할 적에 가족 성원들이 그 아픈 가족을 돌봐주는 방향으로 복지 정책을 써주면 그 효과가 단순히 그 아픈 사람 문병이나 간병을 해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허물어져 가고 있는 가족이라고 하는 제도 자체도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됩니다. 공동체를 되찾는 그런 의미에서 고유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어떤 방식으로 복지 정책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이게 요즘 우리가 얘기하는 생산적이라고 하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좀 더 활력 있게 움직이자. 그냥 복지정책이라고 하는 이름하에서 비대한 정부가 나와서 관료 중심으로 해서 복지 정책을 쓰고 돈을 복지기금을 만들어서 돈을 분배하고 하는 방식이 아니고, 사회 전체가 나서가지고 문제를 공동으로 협력해서 풀어가는 협치를 해가자는 것이죠. 사회적 협치의 관점에서 복지 문제를 해결해 가면 복지의 효과는 경제적으로도 생산적이지만 사회적으로도 훨씬 활성화 된다는 의미입니다.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점점 기능이 쇠약해지고 기능을 상실해 가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가족 ·이웃·친구 여러 가지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복지 정책이 구현되면 이건 일거양득 , 일거 3득이다. 훨씬 더 생산적이다. 이렇게 포괄적인 의미로 생산적이라고 하는 의미로 해석하면 저는 상당히 현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지금 돌아가고 있는 추세도 바로 이런 거라고 볼 수 있어요. 더 이상 정부가 앞서서 모든 걸 해결한 것이 아니라는 거죠.이제는 시민사회가 같이 나서는 복지의 협치 체제라고 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한 거고, 그것을 김대중 대통령께서 일찌감치 그렇게까지 뚜렷하게 보시지는 못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이름하여 '생산적'이라고 일단 명명하신 것이 아니겠느냐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는 거죠.
■ 동아시아의 독보적인 코스모폴리탄 정치인 김대중
조금 어려운 얘기예요. 보통 이제 글로벌리즘이라고 하면 서구적인 발상이거든요. 서구가 세계 문명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그래서 그걸 받아들이는데… 사실은 김대중 대통령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아주 긍정적인 부분이 있고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분을 이야기할 때 보편적 세계주의라고 얘기했을 때 그것을 영어로 얘기하면 '유니버설 글로벌리즘(Universal Globalism)'이라 불러요. 본인이 그걸 추천했어요. 중요한 점은 그때의 글로벌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가 오늘날 얘기하는 인간 중심의 세상을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그때 글로벌리즘은 생태 환경을 다 고려해서 인간과 자연 생태가 더불어 같이 공존하는 어떤 새로운 문명, 그리고 이제 유니버설이라고 하는 것은 서구가 발전시켜 온 인권· 제도·민주주의, 이것을 보편적으로 적용하지만, 글로벌리즘이라고 하는 용어를 붙임으로해서 단순히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같이 생존해야지 될 지구· 환경·태양·물과 모든 자연, 이것과 같이 더불어 가는 그런 세상을 이분은 꿈꿨습니다.
이분이 대통령이 되시기 전에 하신 말씀을 들으면 그런 생각이 많았던 분이에요. 막상 대통령이 되신 다음에 인권을 신장시키고 여성 권리를 신장시키고 하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인권 확장에는 눈부신 공적을 남겼어요. 그러나 방금 얘기한 것처럼 자연 생태계와 공존을 추구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어느 정도 추구했느냐 성과를 거뒀느냐라고 하면 그건 아니에요. 여유가 없었어요. 시간도 없었고요.
그래서 그 부분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분의 머릿속에 있었던 '보편적 세계주의'는 오늘날 지금 얘기하고 있는 인류세 (Anthropocene)의 문제, 인간 이후에 이 세상의 문제, 인간의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기후 위험과 같은 심각한 위험을 대처해 가는 방향으로서의 개념입니다. 말하자면 생태계의 공존 생태계와 더불어 사는 어떤 그러한 미래를 향한 비전을 이분은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 정도의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지도자는 세계에 그렇게 없다. 그걸 지금 저는 강조하려는 거죠.
우리의 사고방식이 물론 한국이라고 하는, 따지고 보면 조그마한 땅덩어리 안에 있지만 한국이라고 하는 곳은 동서 문화의 활발한 접합이 일어나는 곳이고, 전통과 현대가 상호 결합되는 그리고 세계 어느 곳보다도 굉장히 적극적인 시민이 많은 활동을 하는 곳이 지금 한국이거든요. 외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도 한국의 잠재력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고 주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오늘의 한국 사회의 활력을 새롭게 인식하고 그것에 입각해서 우리가 펼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 - 오늘날 인류세가 얘기하고 있는 인간 중심적인 미래가 아니고 생태적인 미래, 그런 미래를 향해 가는 어떤 이념이나 또는 사상을 이분이 가지고 있었다.
이 부분을 우리가 잘 조명하고 거기에 착안해서 새로운 정책과 또는 정치 철학을 발전시켜 가면 아마도 굉장히 세계가 환영하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대중은 현재와 미래를 보는 나침판"
김대중 대통령의 유산은 상당히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일생 동안 정치 탄압을 많이 받으셨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정의의 확립을 강조했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든다' 항상 중요한 문구였습니다. 정의를 확립하려고 하면 불의를 극복해야지 돼요. 부정부패를 포함을 해서 부정한 행동, 광범위한 인권유린 이런 것들을 우리가 정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처벌해야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의가 확립이 안 되는 거예요.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유산의 진짜 알맹이는 정의 확립에 필요한 조건이지만 그러나 정의가 모든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닙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생각하는 정치의 기본 목적은 '정의를 구현하면서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입니다. 우리로 하여금 면밀히 숙고하도록 요구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과 연관해서 우리가 꼭 눈여겨봐야 될 것이 있습니다. 예컨대 나치가 홀로코스트, 유대인을 대량 학살했습니다.( 전범이) 법정에 세워졌어요. 다 처벌을 받았죠. 그리고 전범들을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다시 체포해서 법정에 세우고 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럴 때 '과연 어떤 것이 정의냐'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할 때 잘못한 사람을 응징하는 것은 정의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우리가 진짜 해야될 것은 가해자의 목소리를 우리가 들을 수 있어야지 된다.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입니다. 한나 아렌트가 유대인이에요.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분노했던 분이지만 '가해자를 영원히 지구상에서 매장시키고 추방하고 하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의 목소리를 우리가 들을 수 있어야 된다. 그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을 했는지 그때 상황을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우리가 들을 수 있어야 된다.' 라고 했습니다. 소통의 문제로 들어가는 거예요.
이제 구체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가 될 텐데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을 하고, 국기 문란뿐만 아니라 내란죄에 해당되는 엄청난 범죄 행위를 저질렀지만 그리고 그런 행위와 더불어서 깊게 연관된 사람들 ·행동들· 결정들 이런 것들의 진실을 밝혀서 필요 정의를 확립하고 말하는 어떤 그런 과정을 우리가 밟아야지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김대중 대통령의 메시지를 우리가 깊게 살핀다고 하면 이러한 잘못된 사람들을 영구히 매장시키거나 추방하거나 모든 권한을 박탈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면 결국은 또 뜻하지 아니한 어떠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항상 있는 것이고 그것을 회피하려고 하면 그 사람의 말을 우리가 들을 수 있어야 된다. 여기에 핵심적인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해석해요. 첫째는, 정의를 확립하자. 엄청난 잘못이 저질러졌다. 누구도 용인할 수 없고 세계를 향해서 국가 위신을 폭락시킨 분이고, 보통 사람은 상식으로 생각해 봐서 있을 수 없는 그런 결정을 혼자 아니면 극소수 사람들이 결단을 해서 만드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용서할 수 없는 국기 문란 사태고, 내란죄에 해당되는 거다' 라는 합의에 우리가 도달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따라서 응징을 할 수 있는, 해야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통의 관점· 한나 아렌트의 관점, 또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적을 사면하고 용서하는' 그런 정신으로 놓고 본다고 하면 우리는 이러한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그냥 쓰레기로 생각해서 버리는 게 아니고 그 이야기를 우리가 귀담아들을 수 있어야 된다라고 하는 메시지로 저한테는 들립니다. 그러면 결국 뭘 얘기하느냐?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상황에서 정국을 어떻게 보았는가? 왜 이 사람은 정국을 위기로 보았는가? 비상계엄이라고 하는 것이 절대 성립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런 얼토당토 않는 조치를 내리는 것은 정말 범죄적인 행동이지만 그러나 그 배경에 작용했던 당시 상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은 과연 어떤 것들이었는가. 그리고 그 인식 가운데서 혹시 우리가 귀담아들을 수 있는 것은 없는가. 이것을 좀 열린 눈으로 보는 것, 저는 이것이 오늘의 이 난국을 헤쳐가는 하나의 중요한 뭐랄까 나침판이라고 할까 지침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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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선 기자 b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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