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대출이 안된대요”…청년농업인 울상
입력 2025.01.22 (15:15)
수정 2025.01.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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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3일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청년농업인들이 후계농 육성자금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 "갑자기 대출이 안 된대요"…청년 농업인 발동동
약재 재배 농사를 준비하고 있는 37살 지효정씨. 지난해 정부의 청년창업농에 선정됐습니다. 청년들이 농업을 시작하고 농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사업입니다.
지효정씨는 강원도 원주에다 농사지을 땅 1,600여 제곱미터를 구했는데 종자돈은 '후계농 육성자금' 으로 마련할 계획이었습니다.
이 자금은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싶은 청년들을 위해 정부가 빌려주는 돈입니다. 토지구입비와 시설자금을 최대 5억 원까지 1.5% 저리로 쓸 수 있습니다. 원리금 상환기간도 최장 20년이라 다른 대출지원보다 심리적 부담이 적었다고 합니다.
지 씨는 농지에 지하수를 파고, 전봇대를 세워 전기까지 끌어오는 공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팜 설치를 위해 추가 대출을 신청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청천병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출이 막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정부가 지난 연말 갑자기 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은 대상자로 선정되면 5년 안에 필요한 시기에 언제든 대출을 해주는 상시 배분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던게 평가를 거쳐 우선 순위부터 배정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평가에서 순위안에 못 들어 자금을 받기 어렵게 된 효정씨는 막막함을 호소합니다. 과연 올해 농사를 시작할 수 있을지, 농사로 돈을 벌어 기존 대출까지 제때 상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 청년농 3만 명 시대 …'예산은 부족'
육성자금 배분 방식이 바뀐 이유는 바로, 예산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2022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는 후계 청년농업인 육성기본계획을 통해 청년농을 3만 명까지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신규 선발 청년농은 2022년 2,000명에서 2023년 4,000명, 지난해는 5,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이러다보니,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의 소진 시기도 빨라졌습니다. 2023년에는 11월에, 2024년에는 8월에 그해 준비했던 자금이 떨어졌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는 정부의 배정예산까지 줄었습니다. 기존에 8,000억 원이었던 자금 규모가 2,600억 원 가량 감소한 겁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급히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 '자금 신청자의 영농노력과 개인 역량, 상환 가능성' 등을 평가한 뒤 사업대상자에게 우선 순위를 매겨 지원하기로 한겁니다. 이 과정에서 탈락자들이 속출했습니다.
■ 강원도 신청자 70% 탈락… 전국 2,800여 명 규모
올 상반기 강원도에서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을 신청한 인원은 214명. 이 가운데 65명만이 배정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70%인 170여 명이 탈락한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3,800명이 신청했는데 1,000명 정도만 자금을 배정받았습니다. 나머지 2,800여 명이 대거 탈락했습니다.
정부를 믿고 농사 지을 꿈에 부풀었던 청년농들은 좌절감을 호소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달 13일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는 전국 청년농들이 '정부 대출 사기' 라고 주장하며 집회를 열었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어기구 의원 주최로 '청년휴계농 자금지원 중단 사태 긴급 간담회'가 잇따라 열리기도 했습니다.
경북, 충남, 경기, 충북, 전남 등 전국의 청년농민들이 피해 사례를 보고하고, 정부에 지원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 정부 추가 지원 발표에도 청년농 반응은 '싸늘'
전국에서 불만이 잇따르자 농림부는 20일,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을 4,500억 원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체 지원규모를 1조 5백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입니다.
특히, 이미 영농관련 각종 계약을 체결했지만, 배정을 받지 못해 계약금을 물어줘야 하는 사정 급한 청년들부터 지원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다음 달 3일까지 지자체를 통해 대상자를 파악하고, 올해 설 이후에는 대출 실행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조치한다는 계획도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올해 선발하려던 청년농 5천 명 규모에 대한 적정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자체들도 피해를 돕기 위해 나섰습니다. 강원도는 급한대로 정책자금 등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연 1%대 강원도 농어촌진흥기금을 3억 원까지 지원하고, 귀농창업자금도 연 2%로 3억 원까지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탈락한 일부 청년농들의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반짝 예산을 늘리는게 아니라, 배분 방식을 기존처럼 '연중 상시 배정' 방식으로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평가 과정에서 지자체 평가표 배점의 문제, 광역자치단체간 등락점 간 형평성 등을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청년농업인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려달라는 호소입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우선 피해조사가 끝나고 남은 자금 등을 보고, 2024년 이전 선정자에 대한 상시 배정 부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KBS에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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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1-22 15:15:10
- 수정2025-01-22 15:15:36
■ "갑자기 대출이 안 된대요"…청년 농업인 발동동
약재 재배 농사를 준비하고 있는 37살 지효정씨. 지난해 정부의 청년창업농에 선정됐습니다. 청년들이 농업을 시작하고 농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사업입니다.
지효정씨는 강원도 원주에다 농사지을 땅 1,600여 제곱미터를 구했는데 종자돈은 '후계농 육성자금' 으로 마련할 계획이었습니다.
이 자금은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싶은 청년들을 위해 정부가 빌려주는 돈입니다. 토지구입비와 시설자금을 최대 5억 원까지 1.5% 저리로 쓸 수 있습니다. 원리금 상환기간도 최장 20년이라 다른 대출지원보다 심리적 부담이 적었다고 합니다.
지 씨는 농지에 지하수를 파고, 전봇대를 세워 전기까지 끌어오는 공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팜 설치를 위해 추가 대출을 신청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청천병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출이 막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정부가 지난 연말 갑자기 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은 대상자로 선정되면 5년 안에 필요한 시기에 언제든 대출을 해주는 상시 배분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던게 평가를 거쳐 우선 순위부터 배정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평가에서 순위안에 못 들어 자금을 받기 어렵게 된 효정씨는 막막함을 호소합니다. 과연 올해 농사를 시작할 수 있을지, 농사로 돈을 벌어 기존 대출까지 제때 상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 청년농 3만 명 시대 …'예산은 부족'
육성자금 배분 방식이 바뀐 이유는 바로, 예산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2022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는 후계 청년농업인 육성기본계획을 통해 청년농을 3만 명까지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신규 선발 청년농은 2022년 2,000명에서 2023년 4,000명, 지난해는 5,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이러다보니,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의 소진 시기도 빨라졌습니다. 2023년에는 11월에, 2024년에는 8월에 그해 준비했던 자금이 떨어졌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는 정부의 배정예산까지 줄었습니다. 기존에 8,000억 원이었던 자금 규모가 2,600억 원 가량 감소한 겁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급히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 '자금 신청자의 영농노력과 개인 역량, 상환 가능성' 등을 평가한 뒤 사업대상자에게 우선 순위를 매겨 지원하기로 한겁니다. 이 과정에서 탈락자들이 속출했습니다.
■ 강원도 신청자 70% 탈락… 전국 2,800여 명 규모
올 상반기 강원도에서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을 신청한 인원은 214명. 이 가운데 65명만이 배정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70%인 170여 명이 탈락한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3,800명이 신청했는데 1,000명 정도만 자금을 배정받았습니다. 나머지 2,800여 명이 대거 탈락했습니다.
정부를 믿고 농사 지을 꿈에 부풀었던 청년농들은 좌절감을 호소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달 13일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는 전국 청년농들이 '정부 대출 사기' 라고 주장하며 집회를 열었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어기구 의원 주최로 '청년휴계농 자금지원 중단 사태 긴급 간담회'가 잇따라 열리기도 했습니다.
경북, 충남, 경기, 충북, 전남 등 전국의 청년농민들이 피해 사례를 보고하고, 정부에 지원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 정부 추가 지원 발표에도 청년농 반응은 '싸늘'
전국에서 불만이 잇따르자 농림부는 20일,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을 4,500억 원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체 지원규모를 1조 5백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입니다.
특히, 이미 영농관련 각종 계약을 체결했지만, 배정을 받지 못해 계약금을 물어줘야 하는 사정 급한 청년들부터 지원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다음 달 3일까지 지자체를 통해 대상자를 파악하고, 올해 설 이후에는 대출 실행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조치한다는 계획도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올해 선발하려던 청년농 5천 명 규모에 대한 적정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자체들도 피해를 돕기 위해 나섰습니다. 강원도는 급한대로 정책자금 등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연 1%대 강원도 농어촌진흥기금을 3억 원까지 지원하고, 귀농창업자금도 연 2%로 3억 원까지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탈락한 일부 청년농들의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반짝 예산을 늘리는게 아니라, 배분 방식을 기존처럼 '연중 상시 배정' 방식으로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평가 과정에서 지자체 평가표 배점의 문제, 광역자치단체간 등락점 간 형평성 등을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청년농업인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려달라는 호소입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우선 피해조사가 끝나고 남은 자금 등을 보고, 2024년 이전 선정자에 대한 상시 배정 부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KBS에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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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기자 my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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