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불상, 고향 사찰에 100일 머물고 다시 일본으로

금동관음보살좌상

■ 기구한 불상의 운명…결국 일본으로 반환

높이 50.55㎝, 무게 38.6㎏. 가부좌를 튼 채 얼굴엔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는 금동불상이 있습니다.

고려시대 제작돼 본디 충남 서산 부석사에 모셔져 있었지만, 14세기 왜구에 약탈당해 일본으로 건너간 걸로 추정됩니다.

이후 일본 쓰시마섬 관음사에 모셔져 있다가 2012년 한국인 절도단이 훔쳐 국내에 들여왔지만 10여 년간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결국 2023년 10월 소유권이 일본 관음사에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오는 5월 아쉽게도 이 불상은 일본 쓰시마섬 관음사에 반환될 예정입니다.

다나카 셋코 일본 쓰시마섬 관음사 전 주지

■ 일본 반환 전 충남 서산 부석사에 100일간 모셔져

그나마 다행이라 할까요? 일본으로 돌아가야 할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100일간 머물며 고별 의식을 치르게 됩니다.

오늘(24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의 국립문화연구원에서는 부석사 주지인 원우 스님과 쓰시마섬 관음사 전 주지인 다나카 셋코 스님이 참석한 가운데 불상을 인계하는 이운식이 열렸습니다.

불상의 상태가 문제없음을 확인하고 불상 인계 서약서 등을 체결하면서 원우 스님과 다나카 스님은 "앞으로 한일 불교계가 더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부석사는 불상이 돌아온 것을 부처님께 고하는 '고불식'을 치른 뒤 내일(25일)부터 부처님오신날인 오는 5월 5일까지 불상을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입니다.

■ 고려 말 충남 서산서 제작…약탈·절도·밀반입·소송까지

불상이 충남 서산 부석사에 100일간 머무는 이유는 불상의 원래 고향이 바로 이 사찰이기 때문입니다.

불상에서 나온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결연문이 이를 입증합니다.

부석사불상봉안위원회와 역사학계 전문가들은 고려 말 제작된 불상이 14세기 후반 왜구에 약탈당해 쓰시마섬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600여 년이 흐른 2012년 10월, 한국인 절도범 4명이 훔쳐 국내로 밀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됐습니다.

서산 부석사는 2016년 정부를 상대로 불상 인도 소송를 제기합니다. 불상이 원래 부석사 소유이기에 돌려달라는 소송이었는데 일본 관음사도 불상이 자신의 소유라며 소송에 참여했습니다.

2017년 1월 1심에서는 불상을 즉시 부석사에 인도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2023년 2월 2심에서는 관음사가 20년 이상 불상을 점유해 취득시효가 인정된다며 관음사에 소유권이 있다며 판결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지리한 분쟁은 2023년 10월, 대법원이 일본의 소유권을 인정하며 끝이 났습니다.

대법원은 "불상이 제작된 서주 부석사는 서산 부석사가 맞다"면서도 20년 이상 점유하면 소유권을 인정하는 일본 민법에 따랐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대전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 보관돼 있던 불상은 오늘(24일) 서산 부석사로 옮겨졌습니다.

부석사는 불상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설법전 안팎에 CCTV 7대와 열감지기 2대 등을 설치했고 내일(25일)부터 100일간 일반에게 공개합니다.

이후 불상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으로 돌아간 뒤 5월 11일 일본으로 반환됩니다.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둘러싼 한일 두 나라의 지루한 공방은 이 절차를 마지막으로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