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100일, 러시아 전선의 북한군은 정비 중? [뒷北뉴스]

입력 2025.02.08 (07:00) 수정 2025.02.0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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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보기관들은 지난해 10월 중순쯤 북한군이 러시아 전선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합니다. 이제 파병 100일 정도가 지난 셈이죠. 북한군 파병 규모는 1만 1,000여 명으로 파악됩니다. 이렇게 많은 병력들이 지난달 중순부터 전선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다는 게 국정원 설명입니다. 북한군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 '흙수저' 폭풍 군단, 뭘 하고 있나

파병된 폭풍군단(11군단)은 우리 특전사에 해당하는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입니다. 1969년 창설된 특수 8군단이 모체인데, 영화 <쉬리>의 북한군 특수부대 요원들(배우 최민식·김수로 扮)이 이 부대 소속으로 나오기도 했지요. 북한에서는 휴전선과 비교적 멀리 떨어진 평안남도 덕천에 주둔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반도 전쟁 시 산맥을 타고 남한 깊숙이 침투하는 게 이 부대 목표입니다. 출신 성분은 낮지만, 충성심과 사기는 높은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전선 투입 석 달, 북한군의 30% 정도(3,000~4,000명)가 죽거나 다쳐 전투 불능이라고, 정보당국과 해외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폭풍군단은 산악 침투가 주특기입니다. 반면 북한군이 집중 배치된 쿠르스크 지역은 몸을 숨길 데가 없는 평원입니다. 대규모 기갑전과 포격전, 드론 폭격이 빈번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전투 환경에서 북한군이 초기부터 큰 피해를 입었을 거로 보입니다.


만약 지휘관이나 통신병, 보급 인원 같은 핵심 인력이 손실됐다면 더 치명적입니다. 나머지 70%만으로 온전한 작전 수행이 불가능하단 얘기입니다. 게다가 파병군은 엄연히 러시아 군 편제이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움직이기도 어렵습니다. 부대를 축소 재편하든지, 병력 보충이 있어야 부대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군이 생포 북한군 영상을 공개하며 '여론전'까지 펼치는 상황입니다. 일단은 전투를 쉬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파병 북한군, 실제 전투력은

북한군의 실제 전투력은 어떨까요. 평가는 오락가락합니다. 지난달 14일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파병 북한군에 대해 "잘 훈련돼 있고 유능한 전력"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예 특수전 병력인 만큼, 사격술과 체력은 우수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아직까지 전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게 대체적 평가인 듯합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군 전투 영상을 분석해 보면 드론에 대한 의미 없는 원거리 사격, 무모한 돌격 전술로 사상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언론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북한군이라며 공개한 영상 [텔레그램]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언론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북한군이라며 공개한 영상 [텔레그램]

그럼에도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전투 경험을 쌓으며 능력치를 키워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실전에서 운용하면서 데이터를 쌓고 있을 것"이라면서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로 재래식 전투 수행 능력을 높이는 경험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HUR)의 바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지난달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 주말판에 "북한군은 새로운 전술과 함께 드론 환경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배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달 11일 AP통신은 우크라이나군과 군 정보당국 사이에 북한군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70여 년간 실전 경험이 없던 북한군이 드론 등 첨단 무기가 투입된 우크라이나전에서 전투 경험을 쌓고 있고, 이것이 향후 한반도와 국제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 휴전 협상 시 추가 파병 빨라질 수도

이제 관심은 추가 파병 여부에 쏠립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일 "북한이 러시아에 2만~2만 5천 명을 추가 파병할 거란 정보가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24일 “북한군이 현재 동계 훈련에 들어가 있는데, 과거와 다르게 훈련하는 모습 등을 보면 이 인원들이 파병을 준비하기 위한 훈련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쟁 종결에 적극적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변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다음 주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내놓을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휴전 협상에 돌입하면 오히려 파병 시기가 앞당겨질 거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종전 전에 최대한 영토를 더 확보해야 하니 전선에서는 소모될 병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라면서 "북한 입장에선 더 정예화된 병력을 보낼지 고민일 텐데, 일단 이동이 편한 경보병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러시아와의 밀착 기조를 이어가고,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우선은 파병을 지속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최근 공개된 북한군 전사자의 메모나 생포된 북한군의 영상을 보면, 이들은 대체로 10대 후반~20대 중반의 젊은이들입니다. 지뢰밭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돌격'하는 저돌성과 현대전에 맞지 않는 구식 전술로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는데요. 지난달 22일 뉴욕타임스는 "쿠르스크 전선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군에 앞장서서 위험 지역에 투입돼 땅을 확보해 나가는 '인간 방패막'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미 3천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고도, 북한은 또 추가 파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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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08 07:00:18
    • 수정2025-02-08 0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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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보기관들은 지난해 10월 중순쯤 북한군이 러시아 전선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합니다. 이제 파병 100일 정도가 지난 셈이죠. 북한군 파병 규모는 1만 1,000여 명으로 파악됩니다. 이렇게 많은 병력들이 지난달 중순부터 전선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다는 게 국정원 설명입니다. 북한군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 '흙수저' 폭풍 군단, 뭘 하고 있나

파병된 폭풍군단(11군단)은 우리 특전사에 해당하는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입니다. 1969년 창설된 특수 8군단이 모체인데, 영화 <쉬리>의 북한군 특수부대 요원들(배우 최민식·김수로 扮)이 이 부대 소속으로 나오기도 했지요. 북한에서는 휴전선과 비교적 멀리 떨어진 평안남도 덕천에 주둔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반도 전쟁 시 산맥을 타고 남한 깊숙이 침투하는 게 이 부대 목표입니다. 출신 성분은 낮지만, 충성심과 사기는 높은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전선 투입 석 달, 북한군의 30% 정도(3,000~4,000명)가 죽거나 다쳐 전투 불능이라고, 정보당국과 해외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폭풍군단은 산악 침투가 주특기입니다. 반면 북한군이 집중 배치된 쿠르스크 지역은 몸을 숨길 데가 없는 평원입니다. 대규모 기갑전과 포격전, 드론 폭격이 빈번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전투 환경에서 북한군이 초기부터 큰 피해를 입었을 거로 보입니다.


만약 지휘관이나 통신병, 보급 인원 같은 핵심 인력이 손실됐다면 더 치명적입니다. 나머지 70%만으로 온전한 작전 수행이 불가능하단 얘기입니다. 게다가 파병군은 엄연히 러시아 군 편제이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움직이기도 어렵습니다. 부대를 축소 재편하든지, 병력 보충이 있어야 부대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군이 생포 북한군 영상을 공개하며 '여론전'까지 펼치는 상황입니다. 일단은 전투를 쉬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파병 북한군, 실제 전투력은

북한군의 실제 전투력은 어떨까요. 평가는 오락가락합니다. 지난달 14일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파병 북한군에 대해 "잘 훈련돼 있고 유능한 전력"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예 특수전 병력인 만큼, 사격술과 체력은 우수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아직까지 전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게 대체적 평가인 듯합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군 전투 영상을 분석해 보면 드론에 대한 의미 없는 원거리 사격, 무모한 돌격 전술로 사상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언론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북한군이라며 공개한 영상 [텔레그램]
그럼에도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전투 경험을 쌓으며 능력치를 키워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실전에서 운용하면서 데이터를 쌓고 있을 것"이라면서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로 재래식 전투 수행 능력을 높이는 경험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HUR)의 바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지난달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 주말판에 "북한군은 새로운 전술과 함께 드론 환경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배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달 11일 AP통신은 우크라이나군과 군 정보당국 사이에 북한군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70여 년간 실전 경험이 없던 북한군이 드론 등 첨단 무기가 투입된 우크라이나전에서 전투 경험을 쌓고 있고, 이것이 향후 한반도와 국제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 휴전 협상 시 추가 파병 빨라질 수도

이제 관심은 추가 파병 여부에 쏠립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일 "북한이 러시아에 2만~2만 5천 명을 추가 파병할 거란 정보가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24일 “북한군이 현재 동계 훈련에 들어가 있는데, 과거와 다르게 훈련하는 모습 등을 보면 이 인원들이 파병을 준비하기 위한 훈련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쟁 종결에 적극적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변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다음 주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내놓을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휴전 협상에 돌입하면 오히려 파병 시기가 앞당겨질 거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종전 전에 최대한 영토를 더 확보해야 하니 전선에서는 소모될 병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라면서 "북한 입장에선 더 정예화된 병력을 보낼지 고민일 텐데, 일단 이동이 편한 경보병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러시아와의 밀착 기조를 이어가고,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우선은 파병을 지속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최근 공개된 북한군 전사자의 메모나 생포된 북한군의 영상을 보면, 이들은 대체로 10대 후반~20대 중반의 젊은이들입니다. 지뢰밭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돌격'하는 저돌성과 현대전에 맞지 않는 구식 전술로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는데요. 지난달 22일 뉴욕타임스는 "쿠르스크 전선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군에 앞장서서 위험 지역에 투입돼 땅을 확보해 나가는 '인간 방패막'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미 3천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고도, 북한은 또 추가 파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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