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트럼프, 이번엔 시위 때리기?’…미 대학가에 무슨 일이

입력 2025.03.18 (15:33) 수정 2025.03.18 (15: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미국은 지금 한 이민자의 체포를 놓고 논란이 거셉니다.

불법 이민자가 아닌 데다, 그가 영주권을 갖고 있는 학생이기 때문인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이번에 체포된 학생,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네, 팔레스타인 출신 마흐무드 칼릴입니다.

컬럼비아대 대학원생이고 지난 2022년 미국에 학생 비자로 입국했습니다.

그 뒤 미국 시민인 부인과 결혼해 지난해 영주권을 받았는데요.

그런 그를 이민세관단속국 직원이 현지 시각 8일, 아내와 지내던 기숙사에 들이닥쳐 체포했습니다.

현재 칼릴은 영주권을 박탈당한 뒤 이민자 전용 구금 시설로 옮겨져 추방 위기에 처한 상태입니다.

[앵커]

불법 이민자도 아니고 영주권자가 체포됐다니, 무슨 범죄라도 저지른 건가요?

[기자]

바로 그 지점에서 논쟁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칼릴이 범죄 행위를 했다, 안 했다,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데요.

칼릴은 가자 전쟁이 벌어지자 컬럼비아대학교 내에서 반전 시위를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봄에는 컬럼비아대 내 천막 농성장 철거와 관련해 대학 당국과 협상을 하면서 미국 대학가에서 주목받는 팔레스타인 지지 운동가로 떠올랐습니다.

그런 그의 활동을 트럼프 행정부는 반이스라엘 시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그런 그가 미국에 체류하는 건 국무부 대외정책에 반한다면서 칼릴의 추방을 결정한 건데요.

[캐롤라인 레빗/백악관 대변인 : "이민·국적법에 따라 국무장관은 미국의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 이익에 적대적이거나 (그런 단체에) 봉사하는 개인에 대해 영주권이나 비자를 취소할 권리가 있습니다."]

반면 추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제 사안과 관련된 평화적 시위를 벌인 합법적 거주자를 추방하는 게 말이 되냐며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일단 맨해튼 연방지법은 칼릴에 대한 추방 집행을 일시적으로 금지했습니다.

[마이클 타테우스/미 컬럼비아대학교 수학과 교수 : "단지 의견을 표명하거나 정치적 대의를 옹호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즉결 체포하고 투옥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흐무드 칼릴의 사건은 전 세계가 미국에 보내는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줬습니다."]

[앵커]

법적 다툼까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갈등은 더 고조되는 분위기라고요?

[기자]

네, 트럼프 행정부가 미 대학가의 반전 시위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한 것이 본질이다, 이렇게 보는 사람들이 미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위에 자꾸 불을 지피는 사람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자랑스럽게 체포, 구금했다", 칼릴 체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 표현인데요.

시위대는 학생이 아닌 돈을 받는 선동가들이라며 "친테러, 반유대주의, 반미주의 활동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일종의 경고장도 날렸습니다.

이 같은 도발에, 시위 참가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는 중이고요.

지난주에는 100여 명이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에 몰려가 기습 시위를 벌이다가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칼릴 추방 문제가 결국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막아서는 것 아니냐는 문제로 귀결되면서 이제는 유명 배우까지 목소리를 낼 정도로 논쟁이 뜨거운 상황입니다.

[수잔 서랜든/배우 : "대량 학살에 대해 어느 편이든 간에, 언론의 자유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권리입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이 나라의 역사와 자유에 있어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앵커]

반대 목소리가 이렇게 커지면, 트럼프 행정부가 자세를 낮출 것도 같은데요?

[기자]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대학의 돈줄을 죄거나 학내 조사를 진행하고, 시위 가담자들도 잇따라 찾아내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14일 컬럼비아대학교 학생을 또 체포했습니다.

레카 코르디아 역시 팔레스타인 출신 유학생으로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벌어진 가자 전쟁 중단 촉구 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코르디아는 출석 미달로 학생 비자가 지난 2022년 1월 취소돼 체류 가능 기간이 지난 상태였는데요.

이렇게 '반이스라엘 시위'를 한 학생들을 색출해 내는 동시에, 하버드대 등 60개 대학에서는 이스라엘계 학생 차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또 미 대학들, 연방 지원도 받고 있는데 이 돈줄도 틀어잡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시위를 허용하는 학교와 대학에 모든 연방 지원이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교육부가 당장 컬럼비아대를 상대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스라엘계 학생에 대한 괴롭힘을 방치했다면서 우리 돈 약 6천억 원 가까운 보조금을 취소해 버렸습니다.

미국 내 반이스라엘 시위의 근원지로 지목된 대학가, 그런 대학가 때리기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 갈등의 파장은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여현수/영상편집:구자람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월드 이슈] ‘트럼프, 이번엔 시위 때리기?’…미 대학가에 무슨 일이
    • 입력 2025-03-18 15:33:57
    • 수정2025-03-18 15:42:13
    월드24
[앵커]

미국은 지금 한 이민자의 체포를 놓고 논란이 거셉니다.

불법 이민자가 아닌 데다, 그가 영주권을 갖고 있는 학생이기 때문인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이번에 체포된 학생,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네, 팔레스타인 출신 마흐무드 칼릴입니다.

컬럼비아대 대학원생이고 지난 2022년 미국에 학생 비자로 입국했습니다.

그 뒤 미국 시민인 부인과 결혼해 지난해 영주권을 받았는데요.

그런 그를 이민세관단속국 직원이 현지 시각 8일, 아내와 지내던 기숙사에 들이닥쳐 체포했습니다.

현재 칼릴은 영주권을 박탈당한 뒤 이민자 전용 구금 시설로 옮겨져 추방 위기에 처한 상태입니다.

[앵커]

불법 이민자도 아니고 영주권자가 체포됐다니, 무슨 범죄라도 저지른 건가요?

[기자]

바로 그 지점에서 논쟁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칼릴이 범죄 행위를 했다, 안 했다,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데요.

칼릴은 가자 전쟁이 벌어지자 컬럼비아대학교 내에서 반전 시위를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봄에는 컬럼비아대 내 천막 농성장 철거와 관련해 대학 당국과 협상을 하면서 미국 대학가에서 주목받는 팔레스타인 지지 운동가로 떠올랐습니다.

그런 그의 활동을 트럼프 행정부는 반이스라엘 시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그런 그가 미국에 체류하는 건 국무부 대외정책에 반한다면서 칼릴의 추방을 결정한 건데요.

[캐롤라인 레빗/백악관 대변인 : "이민·국적법에 따라 국무장관은 미국의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 이익에 적대적이거나 (그런 단체에) 봉사하는 개인에 대해 영주권이나 비자를 취소할 권리가 있습니다."]

반면 추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제 사안과 관련된 평화적 시위를 벌인 합법적 거주자를 추방하는 게 말이 되냐며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일단 맨해튼 연방지법은 칼릴에 대한 추방 집행을 일시적으로 금지했습니다.

[마이클 타테우스/미 컬럼비아대학교 수학과 교수 : "단지 의견을 표명하거나 정치적 대의를 옹호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즉결 체포하고 투옥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흐무드 칼릴의 사건은 전 세계가 미국에 보내는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줬습니다."]

[앵커]

법적 다툼까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갈등은 더 고조되는 분위기라고요?

[기자]

네, 트럼프 행정부가 미 대학가의 반전 시위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한 것이 본질이다, 이렇게 보는 사람들이 미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위에 자꾸 불을 지피는 사람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자랑스럽게 체포, 구금했다", 칼릴 체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 표현인데요.

시위대는 학생이 아닌 돈을 받는 선동가들이라며 "친테러, 반유대주의, 반미주의 활동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일종의 경고장도 날렸습니다.

이 같은 도발에, 시위 참가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는 중이고요.

지난주에는 100여 명이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에 몰려가 기습 시위를 벌이다가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칼릴 추방 문제가 결국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막아서는 것 아니냐는 문제로 귀결되면서 이제는 유명 배우까지 목소리를 낼 정도로 논쟁이 뜨거운 상황입니다.

[수잔 서랜든/배우 : "대량 학살에 대해 어느 편이든 간에, 언론의 자유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권리입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이 나라의 역사와 자유에 있어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앵커]

반대 목소리가 이렇게 커지면, 트럼프 행정부가 자세를 낮출 것도 같은데요?

[기자]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대학의 돈줄을 죄거나 학내 조사를 진행하고, 시위 가담자들도 잇따라 찾아내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14일 컬럼비아대학교 학생을 또 체포했습니다.

레카 코르디아 역시 팔레스타인 출신 유학생으로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벌어진 가자 전쟁 중단 촉구 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코르디아는 출석 미달로 학생 비자가 지난 2022년 1월 취소돼 체류 가능 기간이 지난 상태였는데요.

이렇게 '반이스라엘 시위'를 한 학생들을 색출해 내는 동시에, 하버드대 등 60개 대학에서는 이스라엘계 학생 차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또 미 대학들, 연방 지원도 받고 있는데 이 돈줄도 틀어잡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시위를 허용하는 학교와 대학에 모든 연방 지원이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교육부가 당장 컬럼비아대를 상대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스라엘계 학생에 대한 괴롭힘을 방치했다면서 우리 돈 약 6천억 원 가까운 보조금을 취소해 버렸습니다.

미국 내 반이스라엘 시위의 근원지로 지목된 대학가, 그런 대학가 때리기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 갈등의 파장은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여현수/영상편집:구자람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