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스 미국 부통령 부부가 현지 시각 28일 그린란드를 찾을 예정입니다. 백악관은 밴스 부통령 부부가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인 피투피크 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밴스 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은 예정에 없었고, 우샤 밴스 여사와 일부 고위급 인사들만 사흘간 미군 기지와 역사 유적지를 방문하고 개 썰매 대회를 관람할 예정이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방문이 초청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린란드 총리는 어떠한 초청장도 발송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 그린란드 탐낸 건 트럼프만이 아니다
그린란드에 눈독 들인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가 처음은 아닙니다.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반구에 대한 유럽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먼로 독트린'으로 알려진, 미국 제5대 제임스 먼로 대통령. 그는 1823년 연설에서 서반구에 아메리카 대륙뿐 아니라 카리브해 섬과 아이슬란드, 그린란드까지 포함시키며 미국의 영향권임을 주장했습니다.
그로부터 40여년 뒤, 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1867년 러시아에서 알래스카를 헐값에 사들입니다. 동시에 그린란드를 식민통치하던 덴마크에는 그린란드 매입을 제안했습니다. 덴마크 왕국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며 덴마크에 1억 달러를 제안했지만 역시 거절당했습니다. 모두 실패로 돌아간 3차례에 걸친 전임자들의 시도. 그리고 첫 임기 때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에서 이를 더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 핵전쟁 시 지정학적 중요성
그린란드는 북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입니다. 면적은 약 216만km²이지만 약 80%가 거대한 빙하로 덮여 있습니다. 지리적으로는 북아메리카의 일부로 간주되지만, 실제로는 약 300년 동안 덴마크의 자치령으로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데, 어느 한쪽이 지대지 대륙 간 미사일로 상대방을 공격하면 최단 경로로 그린란드를 통과하게 됩니다. 1951년 미국과 덴마크가 그린란드에 미군 주둔을 공식화하는 방위 협정을 체결한 이유입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그린란드 북서쪽 피투피크에 공군 기지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그린란드가 필요합니다. 중국 선박과 러시아 선박이 곳곳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덴마크가 그린란드에 대한 합법적 권리를 가졌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덴마크는 그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 트럼프 1월 7일 기자회견 중 - |
미국은 최근 몇 년 사이 러시아가 북극해 지역에 대한 재무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북방 함대가 있는 러시아 북쪽 콜라 반도에는 핵 추진 탄도 미사일 잠수함을 포함한 전략 핵 전력이 배치돼 있습니다.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그린란드의 위치가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영국을 아우르는 지역을 모니터링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특히 덴마크령인 페로 제도를 포함하는 이 전략적 통로는 북극에서 대서양으로 통하는 러시아의 유일한 관문으로, 냉전 이후 나토가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곳이라는 게 CSIS 설명입니다.

■ 북극 항로 통하는 해상 요충지
그린란드는 해상 항로 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북쪽을 따라 북미 대륙을 잇는 해상 항로인 '북서항로'와 접하고 있어 북극 횡단 항로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분석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10년 안에 이 항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북극항로는 기존 항로보다 더 짧고,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 쪽 해상 항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중국 상하이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사이 거리는 2만 1천km에서 1만 3천km로 줄어, 항해 시간은 한 달에서 2주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8년 '준 북극' 국가를 선언한 중국이 이 '극지 실크로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르 피가로'는 보도합니다. 2022년까지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투자액은 9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빙하 녹자 드러나는 천연자원
지구상에서 드물게 개발되지 않은 지역인 그린란드에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광물도 풍부합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 지역에는 희토류를 포함하여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 안정에 필수적인 50개 광물 중 39개 광물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지역의 희토류 매장량은 미국 내 매장량과 맞먹는 양으로 알려져 있고, 일부 전문가들은 전 세계 희토류 자원의 최대 25%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30년 만에 약 3만km²의 빙하가 사라지면서 석유, 구리,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귀중한 자원이 드러났고, 이로 인해 자원 개발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북극의 기온은 다른 지역보다 3배나 더 빠르게 오르고 있어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성은 더 높아질 전망입니다. 또 그린란드 해안에는 175억 배럴의 석유와 42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습니다.
■ 정작 그린란드 민심은?
지난 10일 치러진 그린란드 총선은 그린란드 독립과 미국 병합에 대한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총선 결과 미국 편입을 거부하면서도 독립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는 군소정당이 예상 밖 1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를 차지한 민주당은 시간을 두고 그린란드의 자체적 경제 발전에 집중하며 독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옌스-프레데리크 니엘센 민주당 대표는 미국 편입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이 우리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해 왔습니다. 니엘센 대표는 또 이번 미국 고위급 대표단의 그린란드 방문이 그린란드인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발끈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2위 방향당과 득표율이 5.4% 포인트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변수입니다. 방향당은 '즉각적 독립'을 주장하며,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덴마크와의 독립 협상에 이용할 수 있고, 향후 4년 내 덴마크와의 독립 협상 결과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월 말 덴마크의 한 신문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 국민의 85%가 그린란드가 미국에 병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린란드의 이번 총선 결과는 민심이 덴마크에서의 독립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완전한 독립이 아닌, 주요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경쟁에서 희생양이 되는 것, 이것이 현재 그린란드인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왜 그린란드 넘보나?
-
- 입력 2025-03-26 09:23:17

밴스 미국 부통령 부부가 현지 시각 28일 그린란드를 찾을 예정입니다. 백악관은 밴스 부통령 부부가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인 피투피크 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밴스 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은 예정에 없었고, 우샤 밴스 여사와 일부 고위급 인사들만 사흘간 미군 기지와 역사 유적지를 방문하고 개 썰매 대회를 관람할 예정이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방문이 초청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린란드 총리는 어떠한 초청장도 발송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 그린란드 탐낸 건 트럼프만이 아니다
그린란드에 눈독 들인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가 처음은 아닙니다.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반구에 대한 유럽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먼로 독트린'으로 알려진, 미국 제5대 제임스 먼로 대통령. 그는 1823년 연설에서 서반구에 아메리카 대륙뿐 아니라 카리브해 섬과 아이슬란드, 그린란드까지 포함시키며 미국의 영향권임을 주장했습니다.
그로부터 40여년 뒤, 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1867년 러시아에서 알래스카를 헐값에 사들입니다. 동시에 그린란드를 식민통치하던 덴마크에는 그린란드 매입을 제안했습니다. 덴마크 왕국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며 덴마크에 1억 달러를 제안했지만 역시 거절당했습니다. 모두 실패로 돌아간 3차례에 걸친 전임자들의 시도. 그리고 첫 임기 때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에서 이를 더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 핵전쟁 시 지정학적 중요성
그린란드는 북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입니다. 면적은 약 216만km²이지만 약 80%가 거대한 빙하로 덮여 있습니다. 지리적으로는 북아메리카의 일부로 간주되지만, 실제로는 약 300년 동안 덴마크의 자치령으로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데, 어느 한쪽이 지대지 대륙 간 미사일로 상대방을 공격하면 최단 경로로 그린란드를 통과하게 됩니다. 1951년 미국과 덴마크가 그린란드에 미군 주둔을 공식화하는 방위 협정을 체결한 이유입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그린란드 북서쪽 피투피크에 공군 기지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그린란드가 필요합니다. 중국 선박과 러시아 선박이 곳곳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덴마크가 그린란드에 대한 합법적 권리를 가졌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덴마크는 그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 트럼프 1월 7일 기자회견 중 - |
미국은 최근 몇 년 사이 러시아가 북극해 지역에 대한 재무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북방 함대가 있는 러시아 북쪽 콜라 반도에는 핵 추진 탄도 미사일 잠수함을 포함한 전략 핵 전력이 배치돼 있습니다.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그린란드의 위치가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영국을 아우르는 지역을 모니터링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특히 덴마크령인 페로 제도를 포함하는 이 전략적 통로는 북극에서 대서양으로 통하는 러시아의 유일한 관문으로, 냉전 이후 나토가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곳이라는 게 CSIS 설명입니다.

■ 북극 항로 통하는 해상 요충지
그린란드는 해상 항로 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북쪽을 따라 북미 대륙을 잇는 해상 항로인 '북서항로'와 접하고 있어 북극 횡단 항로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분석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10년 안에 이 항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북극항로는 기존 항로보다 더 짧고,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 쪽 해상 항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중국 상하이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사이 거리는 2만 1천km에서 1만 3천km로 줄어, 항해 시간은 한 달에서 2주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8년 '준 북극' 국가를 선언한 중국이 이 '극지 실크로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르 피가로'는 보도합니다. 2022년까지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투자액은 9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빙하 녹자 드러나는 천연자원
지구상에서 드물게 개발되지 않은 지역인 그린란드에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광물도 풍부합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 지역에는 희토류를 포함하여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 안정에 필수적인 50개 광물 중 39개 광물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지역의 희토류 매장량은 미국 내 매장량과 맞먹는 양으로 알려져 있고, 일부 전문가들은 전 세계 희토류 자원의 최대 25%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30년 만에 약 3만km²의 빙하가 사라지면서 석유, 구리,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귀중한 자원이 드러났고, 이로 인해 자원 개발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북극의 기온은 다른 지역보다 3배나 더 빠르게 오르고 있어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성은 더 높아질 전망입니다. 또 그린란드 해안에는 175억 배럴의 석유와 42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습니다.
■ 정작 그린란드 민심은?
지난 10일 치러진 그린란드 총선은 그린란드 독립과 미국 병합에 대한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총선 결과 미국 편입을 거부하면서도 독립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는 군소정당이 예상 밖 1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를 차지한 민주당은 시간을 두고 그린란드의 자체적 경제 발전에 집중하며 독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옌스-프레데리크 니엘센 민주당 대표는 미국 편입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이 우리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해 왔습니다. 니엘센 대표는 또 이번 미국 고위급 대표단의 그린란드 방문이 그린란드인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발끈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2위 방향당과 득표율이 5.4% 포인트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변수입니다. 방향당은 '즉각적 독립'을 주장하며,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덴마크와의 독립 협상에 이용할 수 있고, 향후 4년 내 덴마크와의 독립 협상 결과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월 말 덴마크의 한 신문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 국민의 85%가 그린란드가 미국에 병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린란드의 이번 총선 결과는 민심이 덴마크에서의 독립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완전한 독립이 아닌, 주요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경쟁에서 희생양이 되는 것, 이것이 현재 그린란드인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
-
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안다영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