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했던 ‘라 칼라스’의 말년…앤젤리나 졸리 주연 ‘마리아’

입력 2025.04.1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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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오페라계 최고의 디바로 꼽히는 마리아 칼라스(1923∼1966)에게는 늘 '라 칼라스'(La Callas)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이탈리아어로 '그 칼라스'라는 뜻으로, 유일무이한 존재를 향한 존경을 담은 표현이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그 누구보다 기구했다. 목 상태가 악화해 무대에 서지 못했고 프랑스 파리의 아파트에서 혼자 살며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그의 불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이는 17살 연상의 연인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1906∼1975)였다. 세계적인 부자이자 야심가였던 그는 10년 넘게 만난 칼라스를 버리고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사별한 재클린 케네디와 결혼했다. 신문 기사로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접한 칼라스는 이후 우울증과 불면증, 대인 기피증에 시달렸다.

그렇게 음악과 사랑을 모두 놓친 칼라스는 극심한 상실감에 시달리다 53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영화 '마리아'에는 쓸쓸했던 칼라스의 인생 막바지 모습이 담겼다. 앤젤리나 졸리가 칼라스 역을 맡아 복잡하고 예민한 그의 심리를 표현했다.

영화는 50대에 접어든 칼라스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방송국 기자에게 자신의 지난 삶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억압적인 어머니 밑에서 성장해야 했던 유년 시절부터 독보적인 오페라 스타로 거듭나 팬들에게 사랑받고 오나시스(할루크 빌기네르 분)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나온다.

그러나 빛나던 시절은 지나가 버린 지 오래다. 억지로 쥐어짜 내봐도 아름답던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연인 대신 집사와 가정부, 강아지 두 마리만이 칼라스 곁을 지키고 있다.

그가 바닥난 자존감을 채우는 방식은 노천카페에 들러 팬들의 칭송을 받는 것이다. 매일 같이 향정신성 약물에 손을 대고 담배를 피우며 우울함을 견디기도 한다. 전성기 시절 녹음한 자신의 앨범은 절대 듣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피폐해지는 칼라스의 모습은 플래시백에서 등장하는 환한 과거와 뚜렷하게 대조돼 씁쓸함을 안긴다.

전 세계에 칼라스의 존재감을 알린 빈첸초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여사제 노르마는 자기를 배신한 연인에게 복수가 아닌 용서를 택한다. 영화에서 칼라스 역시 죽어가는 오나시스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앤젤리나 졸리는 화려한 디바로서의 칼라스와 아슬아슬하게 생을 붙잡고 있는 칼라스 두 가지 모습을 모두 섬세하게 그려낸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장면 역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칼라스의 실제 노래를 졸리가 립싱크하는 방식으로 촬영됐지만, 호흡과 감정을 구현하기 위해 7개월간 연습한 끝에 자연스러운 시퀀스가 탄생했다.

특히 영화 끝 무렵 칼라스가 아파트 창밖을 향해 '토스카'의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부르는 장면은 많은 관객의 뇌리에 각인될 듯하다. 혼신의 힘을 끌어올려 생의 마지막 무대를 선보이는 모습이 깊은 감동을 안긴다.

졸리는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공개된 뒤 외신으로부터 우아함과 절제된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들었다.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등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16일 개봉. 123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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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쓸했던 ‘라 칼라스’의 말년…앤젤리나 졸리 주연 ‘마리아’
    • 입력 2025-04-13 07:38:29
    연합뉴스
20세기 오페라계 최고의 디바로 꼽히는 마리아 칼라스(1923∼1966)에게는 늘 '라 칼라스'(La Callas)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이탈리아어로 '그 칼라스'라는 뜻으로, 유일무이한 존재를 향한 존경을 담은 표현이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그 누구보다 기구했다. 목 상태가 악화해 무대에 서지 못했고 프랑스 파리의 아파트에서 혼자 살며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그의 불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이는 17살 연상의 연인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1906∼1975)였다. 세계적인 부자이자 야심가였던 그는 10년 넘게 만난 칼라스를 버리고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사별한 재클린 케네디와 결혼했다. 신문 기사로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접한 칼라스는 이후 우울증과 불면증, 대인 기피증에 시달렸다.

그렇게 음악과 사랑을 모두 놓친 칼라스는 극심한 상실감에 시달리다 53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영화 '마리아'에는 쓸쓸했던 칼라스의 인생 막바지 모습이 담겼다. 앤젤리나 졸리가 칼라스 역을 맡아 복잡하고 예민한 그의 심리를 표현했다.

영화는 50대에 접어든 칼라스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방송국 기자에게 자신의 지난 삶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억압적인 어머니 밑에서 성장해야 했던 유년 시절부터 독보적인 오페라 스타로 거듭나 팬들에게 사랑받고 오나시스(할루크 빌기네르 분)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나온다.

그러나 빛나던 시절은 지나가 버린 지 오래다. 억지로 쥐어짜 내봐도 아름답던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연인 대신 집사와 가정부, 강아지 두 마리만이 칼라스 곁을 지키고 있다.

그가 바닥난 자존감을 채우는 방식은 노천카페에 들러 팬들의 칭송을 받는 것이다. 매일 같이 향정신성 약물에 손을 대고 담배를 피우며 우울함을 견디기도 한다. 전성기 시절 녹음한 자신의 앨범은 절대 듣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피폐해지는 칼라스의 모습은 플래시백에서 등장하는 환한 과거와 뚜렷하게 대조돼 씁쓸함을 안긴다.

전 세계에 칼라스의 존재감을 알린 빈첸초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여사제 노르마는 자기를 배신한 연인에게 복수가 아닌 용서를 택한다. 영화에서 칼라스 역시 죽어가는 오나시스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앤젤리나 졸리는 화려한 디바로서의 칼라스와 아슬아슬하게 생을 붙잡고 있는 칼라스 두 가지 모습을 모두 섬세하게 그려낸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장면 역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칼라스의 실제 노래를 졸리가 립싱크하는 방식으로 촬영됐지만, 호흡과 감정을 구현하기 위해 7개월간 연습한 끝에 자연스러운 시퀀스가 탄생했다.

특히 영화 끝 무렵 칼라스가 아파트 창밖을 향해 '토스카'의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부르는 장면은 많은 관객의 뇌리에 각인될 듯하다. 혼신의 힘을 끌어올려 생의 마지막 무대를 선보이는 모습이 깊은 감동을 안긴다.

졸리는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공개된 뒤 외신으로부터 우아함과 절제된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들었다.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등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16일 개봉. 123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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