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하마스…돈 떨어지고 퇴진 시위에 무장해제 압박까지 [지금 중동은]
입력 2025.04.19 (16:02)
수정 2025.04.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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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다시 반하마스 시위가 등장했습니다.
지난 16일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하리야 지역에서 수백 명의 주민들이 하마스 퇴진 구호를 소리 높이 외쳤습니다.
가자 주민들이 외친 구호에는 하루빨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 평화롭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절실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가자 주민들의 구호 (2025년 4월 16일) "단결에는 찬성, 테러에는 반대" "평화롭게 살고 싶다" "가자는 굴욕당했다" |

아이들은 "우리는 배우고 싶다"라는 문구를 들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폭격과 굶주림의 공포에서 벗어나 다시 학교에서 공부할 기회를 되찾기를 원하는 마음이 문구에 그대로 드러난 겁니다.
하마스에 대한 시민 저항은 3주 만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스라엘 언론 와이넷뉴스에 따르면 이례적으로 부족 장로들을 포함한 지역 유력인사들도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하마스가 시위 방향을 단순히 전쟁 종식 요구로 바꾸려 했으나, 시위대는 하마스 요원들을 꾸짖으며 쫓아냈다고 와이넷뉴스는 보도했습니다.

3주 전 가자지구 북부에서 시작된 하마스 반대 시위는 가자 곳곳으로 들불처럼 번졌고, 수천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도 열렸습니다.
심상치 않은 저항 분위기에 위기감을 느낀 하마스는 시위 주동자들을 총칼로 위협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한 가자시티 남성은 납치돼 심하게 구타당한 뒤 반죽음 상태로 가족에게 넘겼고, 또 다른 주민은 누세이라트 광장에서 공개적으로 폭행당하고 총상까지 입었다고 와이넷뉴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와이넷뉴스는 지난 3월 반하마스 시위 이후 하마스가 최소 6명의 시위대를 처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하마스 반대 시위는 수그러들어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3주 뒤에 다시 반하마스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온 건 구호품 공급 중단과 이동 제한이 수주 간 계속되고, 이스라엘의 폭격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극한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마스로선 반하마스 시위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을 피해 지하터널로 몸을 숨기기에 급급한 하마스가 반하마스 시위를 잠재울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주민들의 요구처럼 스스로 물러나거나, 아니면 주민들의 입을 강제로 막는 건데 주민들의 입을 강제로 막는 것도 힘이 있을 때 가능한 방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가 돈이 떨어져 무장대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알려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6일 하마스 내부 관계자와 가자 지역 금융 전문가들을 인용해 하마스 전투원들이 매월 받던 200~300달러의 급여가 수개월째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하마스의 자금줄이 크게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 통치기구 직원들의 임금도 대부분 체불 상태인 반면, 고위 지휘관과 정치 간부들은 기존 월급의 절반 정도를 여전히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차별 대우가 하마스 내부의 불만을 가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가자지구 경제 전문가 에얄 오페르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에 현금이 많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분배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임금 지급처 설치나 개별적 배달 등 자금을 분배할 방법 모두 이스라엘의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마스에게 닥친 더 큰 타격은 이집트가 휴전 중재안에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포함했다는 점입니다.
협상 테이블에 '하마스의 무장해제'가 조건으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스라엘 측이 끊임없이 요구해 왔지만,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가 그동안 한 번도 협상 조건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하마스는 즉각 무장해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습니다.
그러나 '하마스의 무장해제'라는 협상 조건이 중재국을 통해 하마스에 전달된 사실 자체에 놀라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집트의 제안이 현재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마르완 비샤라 알자지라 선임 분석가 (2025년 4월 16일) "이집트인들은 지나치게 실용주의적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이집트는 자신들의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미국이 말하는 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
1단계 휴전이 끝난 뒤 다시 전쟁에 복귀한 이스라엘군은 현재 가자지구의 3분의 1 이상을 실효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국방 당국자는 "3월 중순 지상공격을 재개한 이후 가자지구의 30% 이상이 이스라엘군의 통제하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은 가자 남부 도시 라파와 칸유니스를 가로지르는 '모라그 회랑'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가자 최남단 '필라델피 회랑'과 '모라그 회랑' 사이 전 지역이 이스라엘군의 안보 구역 일부가 됐습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일부 지역을 점령한 건데, 이렇게 되면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가자지구 내에서 대피 또는 은신할 수 있는 여력이 현저히 줄어들게 됩니다.
야론 부스킬라 이스라엘 방위 전문가 (2025년 4월 16일) "전쟁 이후 15개월간 우리는 한 은신처를 공격하면 하마스는 다른 은신처로 이동한다는 걸 목격했습니다." "하마스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도록 구역을 나눠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됐습니다" |
이런 영토 점령 전략은 하마스에게 '인질이 석방되지 않으면 팔레스타인 주민의 영토가 축소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기습 공격을 감행한 이후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로 보입니다.
결국 하마스는 지난 17일 인질을 모두 풀어주겠다며 종전을 제안했습니다.
하마스 협상단을 이끄는 칼릴 알하야는 억류된 인질을 모두 풀어주고 이스라엘군도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는 포괄적 협상에 바로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하마스의 포괄적 종전 협상안은 이스라엘 측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이스라엘 언론은 보고 있습니다.
하마스에 대한 불신에다 특히 가자지구 철군 조건을 이스라엘이 수용할 리 없다는 겁니다.
궁지에 몰린 하마스, 그들의 다음 선택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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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4-19 16:02:11
- 수정2025-04-19 16:13:24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다시 반하마스 시위가 등장했습니다.
지난 16일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하리야 지역에서 수백 명의 주민들이 하마스 퇴진 구호를 소리 높이 외쳤습니다.
가자 주민들이 외친 구호에는 하루빨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 평화롭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절실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가자 주민들의 구호 (2025년 4월 16일) "단결에는 찬성, 테러에는 반대" "평화롭게 살고 싶다" "가자는 굴욕당했다" |

아이들은 "우리는 배우고 싶다"라는 문구를 들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폭격과 굶주림의 공포에서 벗어나 다시 학교에서 공부할 기회를 되찾기를 원하는 마음이 문구에 그대로 드러난 겁니다.
하마스에 대한 시민 저항은 3주 만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스라엘 언론 와이넷뉴스에 따르면 이례적으로 부족 장로들을 포함한 지역 유력인사들도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하마스가 시위 방향을 단순히 전쟁 종식 요구로 바꾸려 했으나, 시위대는 하마스 요원들을 꾸짖으며 쫓아냈다고 와이넷뉴스는 보도했습니다.

3주 전 가자지구 북부에서 시작된 하마스 반대 시위는 가자 곳곳으로 들불처럼 번졌고, 수천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도 열렸습니다.
심상치 않은 저항 분위기에 위기감을 느낀 하마스는 시위 주동자들을 총칼로 위협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한 가자시티 남성은 납치돼 심하게 구타당한 뒤 반죽음 상태로 가족에게 넘겼고, 또 다른 주민은 누세이라트 광장에서 공개적으로 폭행당하고 총상까지 입었다고 와이넷뉴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와이넷뉴스는 지난 3월 반하마스 시위 이후 하마스가 최소 6명의 시위대를 처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하마스 반대 시위는 수그러들어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3주 뒤에 다시 반하마스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온 건 구호품 공급 중단과 이동 제한이 수주 간 계속되고, 이스라엘의 폭격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극한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마스로선 반하마스 시위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을 피해 지하터널로 몸을 숨기기에 급급한 하마스가 반하마스 시위를 잠재울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주민들의 요구처럼 스스로 물러나거나, 아니면 주민들의 입을 강제로 막는 건데 주민들의 입을 강제로 막는 것도 힘이 있을 때 가능한 방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가 돈이 떨어져 무장대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알려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6일 하마스 내부 관계자와 가자 지역 금융 전문가들을 인용해 하마스 전투원들이 매월 받던 200~300달러의 급여가 수개월째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하마스의 자금줄이 크게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 통치기구 직원들의 임금도 대부분 체불 상태인 반면, 고위 지휘관과 정치 간부들은 기존 월급의 절반 정도를 여전히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차별 대우가 하마스 내부의 불만을 가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가자지구 경제 전문가 에얄 오페르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에 현금이 많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분배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임금 지급처 설치나 개별적 배달 등 자금을 분배할 방법 모두 이스라엘의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마스에게 닥친 더 큰 타격은 이집트가 휴전 중재안에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포함했다는 점입니다.
협상 테이블에 '하마스의 무장해제'가 조건으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스라엘 측이 끊임없이 요구해 왔지만,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가 그동안 한 번도 협상 조건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하마스는 즉각 무장해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습니다.
그러나 '하마스의 무장해제'라는 협상 조건이 중재국을 통해 하마스에 전달된 사실 자체에 놀라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집트의 제안이 현재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마르완 비샤라 알자지라 선임 분석가 (2025년 4월 16일) "이집트인들은 지나치게 실용주의적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이집트는 자신들의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미국이 말하는 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
1단계 휴전이 끝난 뒤 다시 전쟁에 복귀한 이스라엘군은 현재 가자지구의 3분의 1 이상을 실효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국방 당국자는 "3월 중순 지상공격을 재개한 이후 가자지구의 30% 이상이 이스라엘군의 통제하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은 가자 남부 도시 라파와 칸유니스를 가로지르는 '모라그 회랑'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가자 최남단 '필라델피 회랑'과 '모라그 회랑' 사이 전 지역이 이스라엘군의 안보 구역 일부가 됐습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일부 지역을 점령한 건데, 이렇게 되면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가자지구 내에서 대피 또는 은신할 수 있는 여력이 현저히 줄어들게 됩니다.
야론 부스킬라 이스라엘 방위 전문가 (2025년 4월 16일) "전쟁 이후 15개월간 우리는 한 은신처를 공격하면 하마스는 다른 은신처로 이동한다는 걸 목격했습니다." "하마스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도록 구역을 나눠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됐습니다" |
이런 영토 점령 전략은 하마스에게 '인질이 석방되지 않으면 팔레스타인 주민의 영토가 축소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기습 공격을 감행한 이후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로 보입니다.
결국 하마스는 지난 17일 인질을 모두 풀어주겠다며 종전을 제안했습니다.
하마스 협상단을 이끄는 칼릴 알하야는 억류된 인질을 모두 풀어주고 이스라엘군도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는 포괄적 협상에 바로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하마스의 포괄적 종전 협상안은 이스라엘 측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이스라엘 언론은 보고 있습니다.
하마스에 대한 불신에다 특히 가자지구 철군 조건을 이스라엘이 수용할 리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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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개형 기자 the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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