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선물 ‘하늘의 궁전’…“에어포스원 보안 규정 포기해야 사용 가능”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5.05.14 (17:44) 수정 2025.05.1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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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에 선물 될 보잉747-8KB (미국 샌안토니오 국제공항, 5월 2일 촬영)트럼프 대통령에 선물 될 보잉747-8KB (미국 샌안토니오 국제공항, 5월 2일 촬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왕실로부터 선물 받을 걸로 알려진 이른바 '하늘의 궁전', 보잉 747-8 항공기가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하늘의 궁전'을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사용하려면 수년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지적에 논란은 더욱 확산하고 있습니다.

■ '하늘의 궁전' 747-8KB는 어떤 항공기?

트럼프 대통령이 선물 받을 예정인 항공기는 보잉 747-8KB 입니다.

2012년 제작돼 13년 된 기체로, 카타르 정부 산하 VIP 전용 항공사인 '카타르 아미리 플라이트'에서 11년간 왕실 전용기로 이용돼 왔습니다.

이 항공기는 라운지 3개에 침실 2개, 욕실 9개, 개인 사무실까지 갖추고 있으며 승객 89명과 승무원 14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 내부는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카비네 알베르토 핀토가 설계했으며, 미국 조각가의 예술 작품이 설치돼 있습니다.

최상급 목재까지 사용해 '하늘의 궁전'으로 불립니다.

AMAC 에어로스페이스가 개조한 보잉 747-8 내부AMAC 에어로스페이스가 개조한 보잉 747-8 내부

■ 2023년 4억 달러에 중고 매물로 나와

카타르가 선물하는 '하늘의 궁전' 보잉 747-8KB는 2023년 6월 중고 시장에 매물로 나왔었습니다.

'카타르 아미리 플라이트'에서 '글로벌 제트 아일 오브 맨'(Global Jet Isle of Man)으로 등록이 이전돼 매매 사이트에 등록됐습니다.

'글로벌 제트 아일 오브 맨'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맨섬(Isle of Man)에 소재지를 둔 프라이빗 항공기 기업 '글로벌 제트'의 자회사나 페이퍼컴퍼니로 보입니다.

매물로 등록될 당시 이 항공기의 가치는 약 4억 달러(한화 약 5,600억 원)로 메겨졌습니다.

다만 13년 된 중고 기체인 데다, 747-8 기종 자체가 이미 생산이 종료됐기 때문에 실제 시장 가치는 이보다 낮을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환담하고 있다. (5월 13일, 사우디 리야드)트럼프 대통령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환담하고 있다. (5월 13일, 사우디 리야드)

■"보안 규정 포기하지 않으면 사용 불가"

워싱턴포스트는 현지 시각 13일 전·현직 미군, 국방부, 비밀경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카타르가 선물하는 항공기를 '에어포스원'으로 사용하려면 보안 규정을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에어포스원 운용에 정통한 전직 당국자는 "에어포스원은 핵 공격에 견딜 수 있는 날아다니는 지휘소로, 다층적 수준에서 보안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선물 받는 항공기는) 수년간 다른 국가와 개인을 위해 운영돼 왔기 때문에 보안 표준에 맞추려면 항공기를 분해해 재조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비밀경호국에서 근무한 폴 에클로프는 "모든 대통령 전용 교통수단은 생산라인에서 나온 뒤 엄격한 검사가 진행되며, 외국 정부에서 항공기를 선물로 받는 경우 더욱 엄격한 검사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 너트가 여기에 있어야 하나, 이 볼트가 여기에 맞나'라고 말하면서 항공기를 인치 단위로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프랭크 캔들 전 미 공군부 장관은 "방첩 문제 역시 걱정거리"라며 "항공기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캔들 전 장관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모든 신중한 점검을 면제할 수 있다"며 "그는 최고사령관이다.

그가 대통령 재임 중 이 항공기를 타려면 보안 요구사항의 대부분을 면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우디 리야드 국제공항에 착륙한 에어포스원 (5월 13일 촬영)사우디 리야드 국제공항에 착륙한 에어포스원 (5월 13일 촬영)

■ '임시 에어포스원' 개조는 어떻게?

국방부는 군사·방산 전문 기술기업 L3Harris Technologies가 선물 받는 항공기를 올해 말까지 '임시 에어포스원'으로 개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비행기가 현재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국제공항에 있으며, 이는 이미 에어포스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개조 작업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고 전했습니다.

임시 에어포스원은 기본적인 통신 장비와 일부 보안 시설만 갖춘 제한적 개조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사용 중인 에어포스원의 모든 기능을 갖추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미 ABC 보도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트럼프 재임 중 사용된 후 2028년 말까지 트럼프 대통령 도서관 재단으로 이관될 예정입니다.

트럼프 도서관에 기증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미국 역사상 최악의 선물" 논란

미국 헌법의 외국 수익금지조항 위반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외국수익금지조항에는 "어떠한 직책에 있는 사람도 의회의 동의 없이 어떠한 종류의 선물, 수당, 직책, 칭호도 외국 국가나 왕, 군주로부터 받을 수 없다"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는 미국 연방 공직자가 외국 정부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으면 부패의 위험이 생긴다고 보고 이를 차단하는 장치입니다.

트럼프 측은 개인 선물이 아닌 국방부에 대한 기증이라고 주장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SNS에 "분명한 외국수익금지조항 위반"이라면서 "노골적 부패"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미국 소비자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의 공동 대표 로버트 와이즈먼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이 '이권 챙기기'로 점철돼 있다며, "미국의 외교 정책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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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타르 선물 ‘하늘의 궁전’…“에어포스원 보안 규정 포기해야 사용 가능”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5-05-14 17:44:25
    • 수정2025-05-14 18: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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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에 선물 될 보잉747-8KB (미국 샌안토니오 국제공항, 5월 2일 촬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왕실로부터 선물 받을 걸로 알려진 이른바 '하늘의 궁전', 보잉 747-8 항공기가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하늘의 궁전'을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사용하려면 수년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지적에 논란은 더욱 확산하고 있습니다.

■ '하늘의 궁전' 747-8KB는 어떤 항공기?

트럼프 대통령이 선물 받을 예정인 항공기는 보잉 747-8KB 입니다.

2012년 제작돼 13년 된 기체로, 카타르 정부 산하 VIP 전용 항공사인 '카타르 아미리 플라이트'에서 11년간 왕실 전용기로 이용돼 왔습니다.

이 항공기는 라운지 3개에 침실 2개, 욕실 9개, 개인 사무실까지 갖추고 있으며 승객 89명과 승무원 14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 내부는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카비네 알베르토 핀토가 설계했으며, 미국 조각가의 예술 작품이 설치돼 있습니다.

최상급 목재까지 사용해 '하늘의 궁전'으로 불립니다.

AMAC 에어로스페이스가 개조한 보잉 747-8 내부
■ 2023년 4억 달러에 중고 매물로 나와

카타르가 선물하는 '하늘의 궁전' 보잉 747-8KB는 2023년 6월 중고 시장에 매물로 나왔었습니다.

'카타르 아미리 플라이트'에서 '글로벌 제트 아일 오브 맨'(Global Jet Isle of Man)으로 등록이 이전돼 매매 사이트에 등록됐습니다.

'글로벌 제트 아일 오브 맨'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맨섬(Isle of Man)에 소재지를 둔 프라이빗 항공기 기업 '글로벌 제트'의 자회사나 페이퍼컴퍼니로 보입니다.

매물로 등록될 당시 이 항공기의 가치는 약 4억 달러(한화 약 5,600억 원)로 메겨졌습니다.

다만 13년 된 중고 기체인 데다, 747-8 기종 자체가 이미 생산이 종료됐기 때문에 실제 시장 가치는 이보다 낮을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환담하고 있다. (5월 13일, 사우디 리야드)
■"보안 규정 포기하지 않으면 사용 불가"

워싱턴포스트는 현지 시각 13일 전·현직 미군, 국방부, 비밀경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카타르가 선물하는 항공기를 '에어포스원'으로 사용하려면 보안 규정을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에어포스원 운용에 정통한 전직 당국자는 "에어포스원은 핵 공격에 견딜 수 있는 날아다니는 지휘소로, 다층적 수준에서 보안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선물 받는 항공기는) 수년간 다른 국가와 개인을 위해 운영돼 왔기 때문에 보안 표준에 맞추려면 항공기를 분해해 재조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비밀경호국에서 근무한 폴 에클로프는 "모든 대통령 전용 교통수단은 생산라인에서 나온 뒤 엄격한 검사가 진행되며, 외국 정부에서 항공기를 선물로 받는 경우 더욱 엄격한 검사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 너트가 여기에 있어야 하나, 이 볼트가 여기에 맞나'라고 말하면서 항공기를 인치 단위로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프랭크 캔들 전 미 공군부 장관은 "방첩 문제 역시 걱정거리"라며 "항공기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캔들 전 장관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모든 신중한 점검을 면제할 수 있다"며 "그는 최고사령관이다.

그가 대통령 재임 중 이 항공기를 타려면 보안 요구사항의 대부분을 면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우디 리야드 국제공항에 착륙한 에어포스원 (5월 13일 촬영)
■ '임시 에어포스원' 개조는 어떻게?

국방부는 군사·방산 전문 기술기업 L3Harris Technologies가 선물 받는 항공기를 올해 말까지 '임시 에어포스원'으로 개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비행기가 현재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국제공항에 있으며, 이는 이미 에어포스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개조 작업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고 전했습니다.

임시 에어포스원은 기본적인 통신 장비와 일부 보안 시설만 갖춘 제한적 개조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사용 중인 에어포스원의 모든 기능을 갖추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미 ABC 보도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트럼프 재임 중 사용된 후 2028년 말까지 트럼프 대통령 도서관 재단으로 이관될 예정입니다.

트럼프 도서관에 기증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미국 역사상 최악의 선물" 논란

미국 헌법의 외국 수익금지조항 위반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외국수익금지조항에는 "어떠한 직책에 있는 사람도 의회의 동의 없이 어떠한 종류의 선물, 수당, 직책, 칭호도 외국 국가나 왕, 군주로부터 받을 수 없다"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는 미국 연방 공직자가 외국 정부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으면 부패의 위험이 생긴다고 보고 이를 차단하는 장치입니다.

트럼프 측은 개인 선물이 아닌 국방부에 대한 기증이라고 주장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SNS에 "분명한 외국수익금지조항 위반"이라면서 "노골적 부패"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미국 소비자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의 공동 대표 로버트 와이즈먼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이 '이권 챙기기'로 점철돼 있다며, "미국의 외교 정책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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