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택배·건설 현장…체험해 보니 ‘땀 범벅’
입력 2025.07.05 (09:01)
수정 2025.07.0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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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일주일 넘게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습니다. 낮이 되기도 전에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기고, 한낮에는 35도를 웃돕니다.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가 더 많습니다.
이런 날씨에도 종일 '야외'에 있어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택배·배달과 같은 일을 하는 이동 노동자, 그리고 야외 건설 노동자입니다.
매일같이 하루 종일 일하는 이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고충을 느껴보기 위해 취재진이 현장을 동행하고 일도 체험해 봤습니다. 택배 현장부터 가보겠습니다.
■ 낮 최고 기온 36.3도, 택배 300개를 옮겨라

취재진이 택배 상하차장을 찾은 지난 2일의 울산 낮 최고 기온은 36.3도였습니다. 에어컨도 없이 뻥 뚫려있는 야외에서 택배 기사 서인성 씨는 천막과 강풍기에 몸을 기대 연신 짐을 옮겼습니다.
분류 작업이 끝나자마자 쉴 틈 없이 상자들을 차에 옮겨 싣는데, 오전인데도 화물칸 내부 온도는 36도 안팎입니다. 기사의 얼굴은 금세 땀 범벅이 됐습니다.
분류가 끝나도 쉴 틈이 없습니다. 배달 장소로 이동할 때가 땀을 식힐 유일한 시간입니다. 아파트에 도착하자, 손수레에 짐을 싣고 분주히 움직입니다.
특히 사무실 같은 경우는 5시~6시 안에 다 퇴근하기 때문에, 그 안에 물건들을 갖다줘야 한다고 서 씨는 말합니다. '한 시간 일하고 10분 쉬기'와 같은 권고는 택배 노동자들끼리는 '그림의 떡'입니다.

취재진도 직접 아파트 한 동 분량을 배송해 봤습니다. 손수레는 무겁고, 태양은 뜨겁습니다. 여러 호수를 옮겨 다니며 엘리베이터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헐떡이게 됩니다. 가야 하는 층수를 누르고 바쁘게 뛰기를 반복하다 보니 온몸이 땀으로 젖었습니다.
배송을 마치고 온 취재진에 서 씨는 "오늘 전체 물량의 30분의 1도 안 되는 양"이라며 웃었습니다. 배송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보통 몸무게 2~3kg은 빠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서 씨는 택배 기사와 같은 이들을 위한 시설인 '이동 노동자 쉼터'와 같은 대책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기사들에게 휴식은 결국 물량 배송 시간이 줄어드는 건데, 이는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물량이 밀리고, 임금이 줄어드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점심을 거르고 일하는 서 씨는 대신 "상하차장 시설에 에어컨을 갖추거나 냉방 조끼를 지급하는 등 작업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삽질 몇 번에 머리 '핑'…"일 빨리하잔 말 못 해"

약 85만 제곱미터 규모의 땅에 9조 2천500억을 투입한 에쓰오일의 국내 최대 석유화학 시설 공사, 이른바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을 찾은 지난 3일 울산의 낮 최고 기온은 35도였습니다.
작업자들은 뜨겁게 달궈진 철근을 옮기고, 무거운 장비를 고정하는 작업을 하기도 하며 연신 땀을 닦아냈습니다. 대부분 얼굴 전체를 가리는 마스크를 하고 있지만, 그 사이로는 모두 벌겋게 상기된 얼굴에 땀이 맺힙니다. 하지만, 야외 작업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는 취재진이 폐수 관로 주변 흙을 골라내는 작업을 함께 해봤습니다. 모래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삽으로 땅을 판 지 30분 만에 머리가 '핑' 돌았습니다. 오전부터 30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금세 땀범벅이 됩니다.
2인 1조로 함께 일했던 건설사 관계자는 "이런 날씨에는 40분을 일하고 20분은 쉬어야 한다"면서, "관리자들도 작업자들에게 '빨리 하자'는 말을 할 수 없는 날씨"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울산의 온열질환자는 109명, 이중 절반이 넘는 58명이 야외 작업장에서 발생했습니다.
건설사는 폭염 대책 마련에 분주했습니다. 열을 식힐 수 있는 그늘막 설치부터, 이른바 '커피차'를 매일 운영하며 이온 음료, 미숫가루, 아이스크림, 화채와 같은 시원한 음료 등을 제공합니다. 휴게실도 운영하며 포도당과 이온 음료 등을 비치해 온열 질환자 발생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건설 현장 등 더위에 노출된 울산의 주요 작업장을 대상으로 냉방과 통풍 장치 가동 여부, 작업 시간대 조정, 휴식 제공 등 폭염 대책을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중소형 건설 현장에서는 샤힌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사업장과 달리 폭염 작업 수칙을 잘 지킬 여건이 안되는게 불편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무더위와 관련해 신임 이상경 국토교통부 차관은 공사 기간 준수를 위해 무리한 작업이 추진되지 않도록 하고, 폭염에 따른 공사 중지 시 시공사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기연장, 계약금액조정 등의 조처를 하라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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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7-05 09:01:02
- 수정2025-07-05 09:08:10

울산은 일주일 넘게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습니다. 낮이 되기도 전에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기고, 한낮에는 35도를 웃돕니다.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가 더 많습니다.
이런 날씨에도 종일 '야외'에 있어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택배·배달과 같은 일을 하는 이동 노동자, 그리고 야외 건설 노동자입니다.
매일같이 하루 종일 일하는 이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고충을 느껴보기 위해 취재진이 현장을 동행하고 일도 체험해 봤습니다. 택배 현장부터 가보겠습니다.
■ 낮 최고 기온 36.3도, 택배 300개를 옮겨라

취재진이 택배 상하차장을 찾은 지난 2일의 울산 낮 최고 기온은 36.3도였습니다. 에어컨도 없이 뻥 뚫려있는 야외에서 택배 기사 서인성 씨는 천막과 강풍기에 몸을 기대 연신 짐을 옮겼습니다.
분류 작업이 끝나자마자 쉴 틈 없이 상자들을 차에 옮겨 싣는데, 오전인데도 화물칸 내부 온도는 36도 안팎입니다. 기사의 얼굴은 금세 땀 범벅이 됐습니다.
분류가 끝나도 쉴 틈이 없습니다. 배달 장소로 이동할 때가 땀을 식힐 유일한 시간입니다. 아파트에 도착하자, 손수레에 짐을 싣고 분주히 움직입니다.
특히 사무실 같은 경우는 5시~6시 안에 다 퇴근하기 때문에, 그 안에 물건들을 갖다줘야 한다고 서 씨는 말합니다. '한 시간 일하고 10분 쉬기'와 같은 권고는 택배 노동자들끼리는 '그림의 떡'입니다.

취재진도 직접 아파트 한 동 분량을 배송해 봤습니다. 손수레는 무겁고, 태양은 뜨겁습니다. 여러 호수를 옮겨 다니며 엘리베이터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헐떡이게 됩니다. 가야 하는 층수를 누르고 바쁘게 뛰기를 반복하다 보니 온몸이 땀으로 젖었습니다.
배송을 마치고 온 취재진에 서 씨는 "오늘 전체 물량의 30분의 1도 안 되는 양"이라며 웃었습니다. 배송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보통 몸무게 2~3kg은 빠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서 씨는 택배 기사와 같은 이들을 위한 시설인 '이동 노동자 쉼터'와 같은 대책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기사들에게 휴식은 결국 물량 배송 시간이 줄어드는 건데, 이는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물량이 밀리고, 임금이 줄어드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점심을 거르고 일하는 서 씨는 대신 "상하차장 시설에 에어컨을 갖추거나 냉방 조끼를 지급하는 등 작업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삽질 몇 번에 머리 '핑'…"일 빨리하잔 말 못 해"

약 85만 제곱미터 규모의 땅에 9조 2천500억을 투입한 에쓰오일의 국내 최대 석유화학 시설 공사, 이른바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을 찾은 지난 3일 울산의 낮 최고 기온은 35도였습니다.
작업자들은 뜨겁게 달궈진 철근을 옮기고, 무거운 장비를 고정하는 작업을 하기도 하며 연신 땀을 닦아냈습니다. 대부분 얼굴 전체를 가리는 마스크를 하고 있지만, 그 사이로는 모두 벌겋게 상기된 얼굴에 땀이 맺힙니다. 하지만, 야외 작업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는 취재진이 폐수 관로 주변 흙을 골라내는 작업을 함께 해봤습니다. 모래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삽으로 땅을 판 지 30분 만에 머리가 '핑' 돌았습니다. 오전부터 30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금세 땀범벅이 됩니다.
2인 1조로 함께 일했던 건설사 관계자는 "이런 날씨에는 40분을 일하고 20분은 쉬어야 한다"면서, "관리자들도 작업자들에게 '빨리 하자'는 말을 할 수 없는 날씨"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울산의 온열질환자는 109명, 이중 절반이 넘는 58명이 야외 작업장에서 발생했습니다.
건설사는 폭염 대책 마련에 분주했습니다. 열을 식힐 수 있는 그늘막 설치부터, 이른바 '커피차'를 매일 운영하며 이온 음료, 미숫가루, 아이스크림, 화채와 같은 시원한 음료 등을 제공합니다. 휴게실도 운영하며 포도당과 이온 음료 등을 비치해 온열 질환자 발생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건설 현장 등 더위에 노출된 울산의 주요 작업장을 대상으로 냉방과 통풍 장치 가동 여부, 작업 시간대 조정, 휴식 제공 등 폭염 대책을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중소형 건설 현장에서는 샤힌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사업장과 달리 폭염 작업 수칙을 잘 지킬 여건이 안되는게 불편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무더위와 관련해 신임 이상경 국토교통부 차관은 공사 기간 준수를 위해 무리한 작업이 추진되지 않도록 하고, 폭염에 따른 공사 중지 시 시공사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기연장, 계약금액조정 등의 조처를 하라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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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천 기자 hu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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