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재해’ 복구…한국은 ‘실손형’·유럽은 ‘인덱스형’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5.07.14 (06:00)
수정 2025.07.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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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도 '기후 재해'가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과 국지성 폭우는 매년 농작물 피해와 민간 재산 피해로 이어집니다. 농민들의 시름,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은 수재민들, 오르는 장바구니 물가 등은 정부의 숙제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한국과 다른 국가들의 피해 복구는 어떤 방식으로, 또 얼마나 가능할까요?
■ '실손형' 한국, 보험보급률 60%대… '인덱스형' 유럽, 보험금 지급 '간편'
한국의 강점은 보험 보급률입니다.
OECD에 따르면, 한국 농가의 보험 가입률은 전체 농지의 60% 이상입니다. 매년 수해와 가뭄이 반복돼 온 만큼,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가 체계적인 편입니다. 무엇보다 보험료의 80~90%를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에 농가의 부담이 낮습니다. 보상 방식은 실손형으로, 피해 발생 시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지역 보험사가 실사 후 지급합니다.
반면 유럽연합(EU) 국가들의 평균적인 기후재해 보험 가입률은 전체 농가의 1/3입니다. 정부의 지원금도 적습니다. EU 공동농업정책(CAP) 기반 보험료 지원을 받는 농가는, 가입 농가 가운데 3%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유럽연합 국가들의 평균적인 기후재해 보험 커버율은 전체 손실의 20~30%에 불과합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약 40조 원에 이르는 피해를 본 농가 상당수가 보험 미가입 상태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특히, 소규모 가족농과 자급자족형 농가가 그렇습니다.
대신, 유럽은 보험금 지급 절차가 빠르고 간편합니다.
대표적으로 '기후 지수'를 활용한 '인덱스 기반 보험'(parametric insurance)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강수량, 기온, 토양 수분 등 객관적인 기후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거나 부족할 경우, 실제 피해 조사 없이 사전에 정해진 금액을 자동으로 보상하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7월 평균 강수량이 10mm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누적 강수량이 50mm 미만인 경우, 해당 지역 농가에 1헥타르당 정액의 보상금을 자동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실제 피해 정도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보상이 빠르고 행정 절차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급 조건과 보상 금액은 국가·지역·작물·보험사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현재 이 제도는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며,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유연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EU 차원에서는 농업 긴급재해 대응 기금(CAP 위기대응조치)을 통해 자연재해 피해 시 회원국에 긴급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페인과 루마니아, 이탈리아 등은 2024~2025년 사이 발생한 가뭄과 홍수 피해에 대해, 수천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EU로부터 지원받은 바 있습니다.
■ 한국, '정부 주도' 복구 강점… 유럽, '정부·민간' 협력 안전망
한국식 복구 제도의 또 다른 특징은 정부 주도 방식에 있습니다.
피해 발생 시, 행정안전부 및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특별재난지역’을 신속히 선포하고, 국고지원을 통해 복구 예산을 집행합니다. 이 체계는 행정 속도와 재정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보상이 지연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예산(공공 펀드), 민간 보험회사, 기후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형 보험을 함께 활용하고 있습니다. 단일 방식이 아니라, 위험을 나누고 덜어주는 여러 수단을 조합하는 겁니다.
특히, 2024년부터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주도해 ‘EU 공동 기후보험 기금’을 만들려는 계획도 추진 중인데, 이 기금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소규모 농가나 취약 지역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있습니다. 보험 사각지대까지 포괄할 수 있는 구조적인 안전망을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기후 재난이 국제적 협력의 대상이 된 만큼, 한국도 효율적인 복구 제도를 보다 고심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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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재해’ 복구…한국은 ‘실손형’·유럽은 ‘인덱스형’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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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7-14 06:00:28
- 수정2025-07-14 06:01:43

올여름도 '기후 재해'가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과 국지성 폭우는 매년 농작물 피해와 민간 재산 피해로 이어집니다. 농민들의 시름,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은 수재민들, 오르는 장바구니 물가 등은 정부의 숙제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한국과 다른 국가들의 피해 복구는 어떤 방식으로, 또 얼마나 가능할까요?
■ '실손형' 한국, 보험보급률 60%대… '인덱스형' 유럽, 보험금 지급 '간편'
한국의 강점은 보험 보급률입니다.
OECD에 따르면, 한국 농가의 보험 가입률은 전체 농지의 60% 이상입니다. 매년 수해와 가뭄이 반복돼 온 만큼,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가 체계적인 편입니다. 무엇보다 보험료의 80~90%를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에 농가의 부담이 낮습니다. 보상 방식은 실손형으로, 피해 발생 시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지역 보험사가 실사 후 지급합니다.
반면 유럽연합(EU) 국가들의 평균적인 기후재해 보험 가입률은 전체 농가의 1/3입니다. 정부의 지원금도 적습니다. EU 공동농업정책(CAP) 기반 보험료 지원을 받는 농가는, 가입 농가 가운데 3%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유럽연합 국가들의 평균적인 기후재해 보험 커버율은 전체 손실의 20~30%에 불과합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약 40조 원에 이르는 피해를 본 농가 상당수가 보험 미가입 상태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특히, 소규모 가족농과 자급자족형 농가가 그렇습니다.
대신, 유럽은 보험금 지급 절차가 빠르고 간편합니다.
대표적으로 '기후 지수'를 활용한 '인덱스 기반 보험'(parametric insurance)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강수량, 기온, 토양 수분 등 객관적인 기후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거나 부족할 경우, 실제 피해 조사 없이 사전에 정해진 금액을 자동으로 보상하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7월 평균 강수량이 10mm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누적 강수량이 50mm 미만인 경우, 해당 지역 농가에 1헥타르당 정액의 보상금을 자동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실제 피해 정도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보상이 빠르고 행정 절차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급 조건과 보상 금액은 국가·지역·작물·보험사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현재 이 제도는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며,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유연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EU 차원에서는 농업 긴급재해 대응 기금(CAP 위기대응조치)을 통해 자연재해 피해 시 회원국에 긴급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페인과 루마니아, 이탈리아 등은 2024~2025년 사이 발생한 가뭄과 홍수 피해에 대해, 수천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EU로부터 지원받은 바 있습니다.
■ 한국, '정부 주도' 복구 강점… 유럽, '정부·민간' 협력 안전망
한국식 복구 제도의 또 다른 특징은 정부 주도 방식에 있습니다.
피해 발생 시, 행정안전부 및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특별재난지역’을 신속히 선포하고, 국고지원을 통해 복구 예산을 집행합니다. 이 체계는 행정 속도와 재정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보상이 지연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예산(공공 펀드), 민간 보험회사, 기후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형 보험을 함께 활용하고 있습니다. 단일 방식이 아니라, 위험을 나누고 덜어주는 여러 수단을 조합하는 겁니다.
특히, 2024년부터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주도해 ‘EU 공동 기후보험 기금’을 만들려는 계획도 추진 중인데, 이 기금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소규모 농가나 취약 지역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있습니다. 보험 사각지대까지 포괄할 수 있는 구조적인 안전망을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기후 재난이 국제적 협력의 대상이 된 만큼, 한국도 효율적인 복구 제도를 보다 고심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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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진 기자 ho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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