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봐드려요!” 첫발 뗀 긴급 보육…걸음마만 하다 문 닫을라?
입력 2025.07.24 (15:23)
수정 2025.07.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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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에서 막 첫발 뗀 '긴급 보육'…걸음마 시작!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는 곤란합니다. 특히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 평일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이면 더 그렇죠. 주변에 아이를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난처한 이 상황, 행정에서는 '돌봄 공백'이라고 규정합니다.
"토요일, 일요일 같은 경우에는 일을 하게 되잖아요. 그러면 갑자기 손님들이 예약을 잡을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면 이제 맡길 데가 없어요, 아이를…." -자영업을 하는 문예원 씨
정부와 자치단체는 앞다퉈 이 '돌봄 공백'을 메우려는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마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지역'을 자처하며 지역 실정에 맞는 저출산 대책을 내놓기에 바쁩니다.

■ 긴급 보육 맡겨보니 …"조금 숨통 트여요"
쏟아지는 저출산 대책 속, 전북도가 이달부터 문을 연 'SOS 돌봄센터'를 다녀와 봤습니다. 전북 14개 시군 가운데 익산 딱 한 곳에서만 올해 하반기 시범 운영을 합니다. 평일에는 24시간,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아이를 돌봐줍니다.
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은 시간당 2천 원. 이 서비스를 이용한 부모들은 당연히 만족감이 큽니다.
"너무 감사하죠. 저희 입장에서는…. 이번에 한 번 맡겨 봤는데 그게 도움이 너무 됐던 거죠. 그래서 앞으로도 종종 이용하면 우리 같은 사람한테는 도움이 되겠다." -돌봄센터 이용자 문예지 씨
부모의 사정은 다양합니다. 생업을 위해, 건강 문제로, 꼭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서 등등…. 잠시만이라도 아이를 맘 편하게 맡길 곳은 늘 간절하니까요.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맡아줍니다. 6개월에서 5살 영유아면 누구나, 해당 기관에 문의하면 됩니다.
■ 지역마다 다른 긴급보육 체계…지방 '태부족'
경기도는 지난해 6월, 보육 기관을 지정해 24시간 긴급 돌봄을 맡아주는 '언제나 어린이집'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전북도의 SOS 돌봄센터와 같은 방식이지만 제도 도입이 1년 이상 빨랐고, 지정 기관도 10곳 이상 차이 납니다.

전북 SOS 돌봄센터의 운영 3주 차 실적은 10여 건. 그나마도 대부분 해당 어린이집에 다니는 소수의 아이가 특별한 사정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시범 운영을 시작한 전북도가 기관 지정만 해놓고 이렇다 할 홍보에는 손을 놨기 때문입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직접 판촉물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제대로 된 운영 체계가 미비합니다.
아직까진 제도를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이용하는 서비스입니다. 인력은 돌봄 교사 1명으로 정했는데, 교사 1명당 아이 2명만 돌볼 수 있어 3명 이상은 동시에 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예약이 차면 더 받을 수 없는 구조인 거죠.
세 번째, 역시 예산입니다.
돌봄센터로 지정되면 나오는 지원비는 한 달에 30만 원. 이미 인력 확보에, 홍보에, 야간에 쓸 비상 장비 구매까지 2백만 원 가까이 지출한 상황에서 사실상 돈을 벌기 위해 운영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게다가 6개월 뒤 사업이 지속되리란 보장도 없고요. 실제 전북도 담당과는 취재진에 "사업 확대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습니다.
■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내세우더니…정책은 '진정성' 있어야
이쯤 되면 이렇게 난관이 많은데 누가 돌봄센터를 자처하나 생각이 드실 겁니다. 전북 1호 SOS 돌봄센터, 익산 딩동댕어린이집의 김점순 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를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어린이집 원장님들이 이미 긴급한 돌봄을 맡아주고 계세요. 우리 어렸을 때 옆집 어르신들이 먹여주고 재워주셨던 것처럼요. 그게 제도가 됐을 뿐이에요." - 전북 SOS 돌봄센터 김점순 원장
누군가가 켠 소명의 등불 아래에서 아이들이 자라납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아이 낳고 키우기 좋게 해주겠다며 이를 뒤늦게나마 뒷받침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멉니다. 지난해 0.72였던 합계출산율은 올해 1분기 0.82로 소폭 반등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적극 지원하는 여러 정책의 효과가 기지개를 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출산과 달리 양육은 일시적이지 않습니다. '시범 운영'과 같은 보여주기식 정책으론 돌봄 공백을 진정성 있게 메울 수 없습니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숨통, '긴급 보육'이 걸음마만 하다 문 닫지 않도록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할 때입니다.
촬영기자 김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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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7-24 15:23:12
- 수정2025-07-24 16:02:14

■ 지역에서 막 첫발 뗀 '긴급 보육'…걸음마 시작!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는 곤란합니다. 특히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 평일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이면 더 그렇죠. 주변에 아이를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난처한 이 상황, 행정에서는 '돌봄 공백'이라고 규정합니다.
"토요일, 일요일 같은 경우에는 일을 하게 되잖아요. 그러면 갑자기 손님들이 예약을 잡을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면 이제 맡길 데가 없어요, 아이를…." -자영업을 하는 문예원 씨
정부와 자치단체는 앞다퉈 이 '돌봄 공백'을 메우려는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마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지역'을 자처하며 지역 실정에 맞는 저출산 대책을 내놓기에 바쁩니다.

■ 긴급 보육 맡겨보니 …"조금 숨통 트여요"
쏟아지는 저출산 대책 속, 전북도가 이달부터 문을 연 'SOS 돌봄센터'를 다녀와 봤습니다. 전북 14개 시군 가운데 익산 딱 한 곳에서만 올해 하반기 시범 운영을 합니다. 평일에는 24시간,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아이를 돌봐줍니다.
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은 시간당 2천 원. 이 서비스를 이용한 부모들은 당연히 만족감이 큽니다.
"너무 감사하죠. 저희 입장에서는…. 이번에 한 번 맡겨 봤는데 그게 도움이 너무 됐던 거죠. 그래서 앞으로도 종종 이용하면 우리 같은 사람한테는 도움이 되겠다." -돌봄센터 이용자 문예지 씨
부모의 사정은 다양합니다. 생업을 위해, 건강 문제로, 꼭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서 등등…. 잠시만이라도 아이를 맘 편하게 맡길 곳은 늘 간절하니까요.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맡아줍니다. 6개월에서 5살 영유아면 누구나, 해당 기관에 문의하면 됩니다.
■ 지역마다 다른 긴급보육 체계…지방 '태부족'
경기도는 지난해 6월, 보육 기관을 지정해 24시간 긴급 돌봄을 맡아주는 '언제나 어린이집'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전북도의 SOS 돌봄센터와 같은 방식이지만 제도 도입이 1년 이상 빨랐고, 지정 기관도 10곳 이상 차이 납니다.

전북 SOS 돌봄센터의 운영 3주 차 실적은 10여 건. 그나마도 대부분 해당 어린이집에 다니는 소수의 아이가 특별한 사정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시범 운영을 시작한 전북도가 기관 지정만 해놓고 이렇다 할 홍보에는 손을 놨기 때문입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직접 판촉물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제대로 된 운영 체계가 미비합니다.
아직까진 제도를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이용하는 서비스입니다. 인력은 돌봄 교사 1명으로 정했는데, 교사 1명당 아이 2명만 돌볼 수 있어 3명 이상은 동시에 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예약이 차면 더 받을 수 없는 구조인 거죠.
세 번째, 역시 예산입니다.
돌봄센터로 지정되면 나오는 지원비는 한 달에 30만 원. 이미 인력 확보에, 홍보에, 야간에 쓸 비상 장비 구매까지 2백만 원 가까이 지출한 상황에서 사실상 돈을 벌기 위해 운영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게다가 6개월 뒤 사업이 지속되리란 보장도 없고요. 실제 전북도 담당과는 취재진에 "사업 확대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습니다.
■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내세우더니…정책은 '진정성' 있어야
이쯤 되면 이렇게 난관이 많은데 누가 돌봄센터를 자처하나 생각이 드실 겁니다. 전북 1호 SOS 돌봄센터, 익산 딩동댕어린이집의 김점순 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를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어린이집 원장님들이 이미 긴급한 돌봄을 맡아주고 계세요. 우리 어렸을 때 옆집 어르신들이 먹여주고 재워주셨던 것처럼요. 그게 제도가 됐을 뿐이에요." - 전북 SOS 돌봄센터 김점순 원장
누군가가 켠 소명의 등불 아래에서 아이들이 자라납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아이 낳고 키우기 좋게 해주겠다며 이를 뒤늦게나마 뒷받침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멉니다. 지난해 0.72였던 합계출산율은 올해 1분기 0.82로 소폭 반등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적극 지원하는 여러 정책의 효과가 기지개를 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출산과 달리 양육은 일시적이지 않습니다. '시범 운영'과 같은 보여주기식 정책으론 돌봄 공백을 진정성 있게 메울 수 없습니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숨통, '긴급 보육'이 걸음마만 하다 문 닫지 않도록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할 때입니다.
촬영기자 김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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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우 기자 ss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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