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상습 학대’ 검사보다 더 센 형량 내린 판사의 ‘당부 말씀’
입력 2025.07.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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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전 지어진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 울산 북구 '태연재활원'. 이곳의 생활지도원 20명은 상습적으로 장애인들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기분에 따라 습관적으로 피해자들을 '분풀이'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CCTV로 확인되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두 달 동안에만 생활지도원 4명이 300여 차례 폭행을 가했습니다. 피해 장애인들은 머리를 책으로 맞거나 뺨을 맞았습니다. 폭행으로 갈비뼈가 부러지고 멍이 드는 신체적·정신적 고통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오늘(24일) 울산지방법원에서는 학대 정도가 심해 구속된 생활지도원 4명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렸습니다. 형사1단독 어재원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의 부모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피해자 보호자, 장애인 보호자 단체, 시민 모두가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선고를 위한 '주문'을 읽기 전 '당부 말씀'이 있다며 말을 잠시 멈췄습니다.
■"당부의 말씀을 드리면"…'제도 개선' 호소한 재판부

재판부는 4명의 죄질이 좋지 않다고 강조하면서도 "당부의 말씀을 드리면, 앞으로 장애인 관련 시설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보호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 제도적으로 여러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나아가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더욱 개선되고, 장애인들의 권리가 더욱 신장될 수 있도록 사회 제도가 뒷받침될 수 있기를…"이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습니다. '사회 제도'라는 말을 반복해 강조한 겁니다.
이어 재판부는 장애인들을 학대한 전 생활지도원 4명에게 징역 2년에서 5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5년간 관련 시설에 5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습니다. 앞서 검찰이 이들에게 구형한 형량은 최대 4년이었습니다.
검찰보다 더 강한 처벌을 내린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폭행을 하고 학대를 한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아 검찰 구형보다 높게 선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대당한 시설에 아직도 있는 장애인들…"갈 곳이 없다"

"이런 폭행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울산의) 학대 쉼터가 정원이 4명밖에 없습니다. 학대당한 곳에 머물 수밖에 없는 건, 나와서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윤현경/울산 태연재활원 학대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
학대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도 선고가 끝나자마자 기자회견을 열어 '제도 개선'을 입 모아 요구했습니다. 자녀의 학대 피해 사실을 알게 되곤 "약을 안 먹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고 말한 피해자 어머니 A 씨는 "자립을 할 수 있는 장애인들은 24시간 가정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 씨의 자녀는 학대 쉼터로 옮겨져 심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심리치료가 제공되는 쉼터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학대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윤현경 집행위원장은 "학대 쉼터 정원이 4명이다. 180명이 모두 편안하게 피해를 회복하고, 심리를 치료하고, 부모님들이 언제든지 와서 자녀들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현재 태연재활원에는 70여 명의 중증 장애인이 여전히 입소해 있습니다.
대책위는 자치 단체가 재활원에 대한 엄중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직접 폭행한 자들과 방임한 관리자들이 마땅한 처벌과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재발 방지의 전제"라며 울산시와 울산 북구청을 비판했습니다. 지난달 태연재활원에 대해 울산시는 '시정', 울산 북구는 '개선 명령'을 내렸습니다. 가장 낮은 수준의 행정 조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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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상습 학대’ 검사보다 더 센 형량 내린 판사의 ‘당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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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7-24 15:59:27

37년 전 지어진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 울산 북구 '태연재활원'. 이곳의 생활지도원 20명은 상습적으로 장애인들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기분에 따라 습관적으로 피해자들을 '분풀이'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CCTV로 확인되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두 달 동안에만 생활지도원 4명이 300여 차례 폭행을 가했습니다. 피해 장애인들은 머리를 책으로 맞거나 뺨을 맞았습니다. 폭행으로 갈비뼈가 부러지고 멍이 드는 신체적·정신적 고통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오늘(24일) 울산지방법원에서는 학대 정도가 심해 구속된 생활지도원 4명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렸습니다. 형사1단독 어재원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의 부모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피해자 보호자, 장애인 보호자 단체, 시민 모두가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선고를 위한 '주문'을 읽기 전 '당부 말씀'이 있다며 말을 잠시 멈췄습니다.
■"당부의 말씀을 드리면"…'제도 개선' 호소한 재판부

재판부는 4명의 죄질이 좋지 않다고 강조하면서도 "당부의 말씀을 드리면, 앞으로 장애인 관련 시설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보호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 제도적으로 여러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나아가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더욱 개선되고, 장애인들의 권리가 더욱 신장될 수 있도록 사회 제도가 뒷받침될 수 있기를…"이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습니다. '사회 제도'라는 말을 반복해 강조한 겁니다.
이어 재판부는 장애인들을 학대한 전 생활지도원 4명에게 징역 2년에서 5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5년간 관련 시설에 5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습니다. 앞서 검찰이 이들에게 구형한 형량은 최대 4년이었습니다.
검찰보다 더 강한 처벌을 내린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폭행을 하고 학대를 한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아 검찰 구형보다 높게 선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대당한 시설에 아직도 있는 장애인들…"갈 곳이 없다"

"이런 폭행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울산의) 학대 쉼터가 정원이 4명밖에 없습니다. 학대당한 곳에 머물 수밖에 없는 건, 나와서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윤현경/울산 태연재활원 학대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
학대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도 선고가 끝나자마자 기자회견을 열어 '제도 개선'을 입 모아 요구했습니다. 자녀의 학대 피해 사실을 알게 되곤 "약을 안 먹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고 말한 피해자 어머니 A 씨는 "자립을 할 수 있는 장애인들은 24시간 가정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 씨의 자녀는 학대 쉼터로 옮겨져 심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심리치료가 제공되는 쉼터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학대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윤현경 집행위원장은 "학대 쉼터 정원이 4명이다. 180명이 모두 편안하게 피해를 회복하고, 심리를 치료하고, 부모님들이 언제든지 와서 자녀들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현재 태연재활원에는 70여 명의 중증 장애인이 여전히 입소해 있습니다.
대책위는 자치 단체가 재활원에 대한 엄중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직접 폭행한 자들과 방임한 관리자들이 마땅한 처벌과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재발 방지의 전제"라며 울산시와 울산 북구청을 비판했습니다. 지난달 태연재활원에 대해 울산시는 '시정', 울산 북구는 '개선 명령'을 내렸습니다. 가장 낮은 수준의 행정 조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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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천 기자 hu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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